 함흥차사 나가면 함흥차사인 아느님, 누구를 닮았나 했더니 날 꼭 닮았습니다.ㅎ 다 내가 뿌린 씨앗을 거두는 거지요. 자꾸 잊어버리고 살다가 그것을 알아차릴 때마다 부모님께 전화를 드립니다. “(어머니) 요새도 운전하나?” “(나) 네. 해야지요. 한결이 공부시키려면 다른 수가 없네요.” “(어머니) 먹고 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주의 일을 해야 할텐데...” “(나) 양로원에서 할머니들과 예배 잘 드리고 있어요. 나 없으면 안되요.ㅎ” “(어머니) 그래. 좋은 일이 있을게다.” “(나) 다 좋은 일이에요. 다 주의 일이구요.” 어느새 양로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예배를 드린지 만 7년이고 햇수로 8년째네요. 기대하지 못했고 상상하지 못했던 삶입니다. 일반 목회만 해오고 아이들과 캠프만 하다가 노년의 어르신들과 예배는 어떨까 사실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치매로 정신이 없으시고 집중력도 없으신 어르신들, 양로원 자리를 비울 때 친구 목사님께 부탁을 드려보면 고개를 좌우로 젖습니다. 이 정신 없는데서 어떻게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하냐구요. 그런데 나는 딱 좋습니다. 내 수준인가 봅니다.ㅋ 일반교회에서 목회할 때는 예배 인도하고 설교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은근한 스트레스였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예배를 드리면 재미있고 예배를 드리고 나면 신이 납니다. 꾸미지 않고 눈치 보지도 않고 말씀 안에 내가 받은 복음을 나누고 나면 도리어 내가 은혜가 되고 힘이 나지요. 이제 일반교회에서 설교나 예배 인도는 재미없어 못할 것 같습니다. 수천명 예배 인도를 하려면 전날부터 주보를 펴놓고 찬송가를 부르며 멘트를 외워야했는데 피아노도 없는 우리 양로원 예배는 내가 기준이 되니 세상 편하고 날아갈 것 같습니다. 설교 원고가 없어도 날 좋아하는 할머니들과 장단이 맞아서 저절로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으니 복음의 핵심이 늘 말씀 안에 나타납니다. 눈물과 감동으로 위로와 회복으로 나아갑니다. 내게는 다 좋은 일이고 다 주의 일입니다. 부모님께만 죄송한데, 이 또한 부모님이 내려놓으시기만 하면 천국이겠네요. 그래도 마음이 아픕니다. 가을인가 봅니다.(#깊은산에서오는편지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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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깊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