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가 알몸으로 달아난 청년은 마가복음의 저자인 마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자신의 이야기를 고난 받는 예수의 한쪽 옆에 기록하고 있는 마가의 마음이 되어보면 뭉클합니다. 자신은 그런 존재였다고 고백하는 것이지요. 스승이 잡혀가는데 자기는 아무 것도 없는 알몸으로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나약함을 그렇게 그려놓았습니다. 마가는 평생 이 부끄러움을 다 드러내고 도망하는 그 장면을 잊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장면이 또한 그에게는 새로운 전환과 평생의 교훈이 되었을 것입니다. 수치가 수치로만 남아 있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수치를 통해서 얻은 깨달음이 있고 그 진흙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운을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은 ‘기회’의 자리이며, ‘구원’의 자리입니다. 알몸으로 달아난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부끄럽고 싫어서 이 ‘기억’을 발판으로 삼은 마가의 겸손과 정직을 만나며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래서 이제 다시는 내 믿음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나의 잔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알몸이 되지 않겠습니다.(#깊은산에서오는편지 20201222)
|
이름: 깊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