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십자가 십자가는 인류가 고안해낸 가장 잔인한 형틀로 벌거벗겨서 매달리면 인격이고 자존심이고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고문 전문가들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옷을 벗기고 때리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면 지키고 싶은 모든 것이 사라져서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벌거벗겨져 지킬 수 있는 것이 하나도 남지 않는 자리가 십자가지요. 또 양손과 양발에는 커다란 대못이 박혀 피가 흘러내리지만 빨리 죽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그렇게 매달린 채로 일주일 이상을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살아남는 것 자체가 지옥이지요. 피와 물이 다 빠지고 앙상한 뼈만 남은 육체를 새들이 날아와서 쪼아 먹는 형틀이 십자가입니다. 예수는 이 십자가를 피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당해야할 가장 비참한 처지와 고통을 겪어보아야했기에 십자가는 통과 의례였지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F학점을 받아보아야 그 마음을 압니다. 비자 문제와 신분 문제에 어려움을 겪어보아야 그런 처지를 알 수 있지요. 아파보아야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지 그렇지 않으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욥도 흠이 없고 정직하고 하나님을 경외했던 의로운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2%가 부족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으로 당할 수 있는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면서 자기의 껍데기와 위선과 생각과 가치를 다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지난 후에 전에는 하나님을 귀로 들어 알았지만 이제는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경험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제야 자기 뜻을 내려놓고 티끌과 재 위에서 회개한다고 하였지요. 예수가 스스로 받아들이는 십자가가 그러하고 오늘 내가 맞이하는 모든 순간이 그런 기회입니다.(#깊은산에서오는편지 202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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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깊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