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물 (choijisook@gmail.com)
2006/10/21(토)
추천:
한글을 고집하는 엄마  
캐나다에 와서 왜 한결이의 한글을 고집하느냐고 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합니다.
나라 사랑도 아니고,
정체성 문제도 아니고,
나중의 대화 단절을 염려해서도 아니고,
그냥 합니다.
모국어니까요.

한 일년 전부터는 자꾸 영어 학습지만 먼저 풀고
한글 학습지는 뒤로 미루고 미루고 그러다 저에게 한대 맞고서야 풉니다.
문제를 읽어도 뭔말인지 모르고, 그러니까 짜증이 나겠지요.

어제는 한글 수학학습지를 풀다가 모른다고 짜증을 냅니다.
좋은 맘으로 차근히 차근히 가르쳐 주다가....
원의 이쪽에서 저쪽을 쭉 이으면 그걸 지름이라고해....
그러니가 원의 중심에서 쭉 이으면 반지름이 되지....
"원의 중심이 뭐야?"
"원 한가운데 이점..."
"지름하고 반지름이 헷갈려"
"뭐가 헷갈려 지름의 반쪽이니까 반지름이지!" 빽 소리를 지릅니다.
"아~~~하"
한자가 좀 머리속에 들어갔으면 눈치로도 반지름이 지금의 반이라고 알려만....에고...
"나도 모르겠다 오늘부터 그냥 한글학습지 풀지마"
"앗싸!"합니다.

아직 영어도 어설픈데
하루가 다르게 한글은 도퇴되어가고....
큰 형님들이 재밌는 얘기를 해주면 혼자서만 못웃고...
다시 잘 설명해 주어야 뒤늦게 머슥하니 웃으니...
지금은 어려서 모르면 묻기나 하지...
이제 곧 사춘기면 그냥 입다물고 있을텐데....

외국에 나올 계획이 있어서 18개월부터 한글을 가르쳤지요.
언어에 소질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곧잘 따라오길래
두돌이 지나고는 한글을 잘 읽고
손이 힘이 들어가서 연필을 맘껏 잡고부터는 쓰기도 시켰구요.
거의 몇년간 매일 밤 한두시간씩 자기전에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래도 그 한글이 무너지는 데는 1년도 안걸리네요.

그래도 다행인 것이 아직도 밤에 잘때는 한글 책을 읽어줍니다.
좋아하지요.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빨리 잠에 빠져듭니다.
어떤 날은 3쪽도 못읽었는데 코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뭔소린지 알아듣지 못한게지요.
그렇다고 계속 1, 2학년 책만 읽어줄수도 없고...
걸리버 여행기를 어렵게 어렵게 마치고 나서
15소년 표류기를 골랐는데....
사실 좀 흥미 있는 이야긴데도 어젠 한챕터 읽기도 전에 골아 떨어지네요.

계속해야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그저 합니다.
영어 급한 마음을 생각하면 영어책을 읽어주어도 부족한 판이지만
그래도 밤이면 한글책을 들고 침대로 가서 읽어줍니다.

글쎄요.
누가 이유를 물으면 할말이 없습니다.
그저 하는 거지요.
말잘하는 내가 할말이야 없겠습니까?
하지만 그저 합니다.
그냥 고집해 봅니다.
이유는 이담엔 알려나...

그래도 2년이 넘도록 아직도 빵이나 시리얼보다는 된장찌게를 좋아하니 다행입니다.
일요일 아침엔 밥을 먹는데 그러면 입이 함박만해집니다.
생긴것도 동그랗고 납짝하니 딱 우리 전통의 "사과 같은 내 얼굴"이지요.
요즘 아이들처럼 얄상하니 예쁘고 뾰족한 얼굴이 아니라고 사춘기때 고민좀 하겠지만
그래도 보면 정감있는 토종 우리의 얼굴입니다.

오늘은 조금 더 재밌게 읽어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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