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물 (jisook0220@paran.com)
홈페이지: http://sanmul.net
2006/3/9(목)
추천:
엄마 맘을 다려주는 아들  
우리 아들 한결이는 상처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1학년에 입학하고 며칠 안되서 눈 바로 밑이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하늘이 예뻐서 하늘을 보고 달려가다가 학교 담장 튀어나온 벽돌 모서리에 박았다고 합니다.
흉터를 볼때마다 그 생각에 귀엽습니다.
그 바로 밑에는 아시는 분은 알듯이 올 봄에 캐나다에서 4학년 존이 밀어서 넘어져서 난 상처입니다.
볼때마다 화가 납니다.
그 옆으로 콧대에 아직도 허옇게 벗겨진 자죽이 없어지지 않네요. 지난 여름에 철봉에서 손놓고 구르기 하다가 얼굴로 떨어져서 다친 자국입니다.

그렇게 많은 상처가 있어도 그중에 유독 내가 미안하고 죄의식을 갖는 상처가 있습니다.
한결이 발뒤꿈치에 툭불거진 상처입니다.
한결이 어릴 때 나는 젊은 가슴에 일이 하고 싶어서 시어머니께 자주 맡기고 일을 했지요.
하비람 산파를 다녀오니 그런 상처가 생겼습니다. 할머니랑 자전거 타러 갔다가 바퀴에 발이 끼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애봐주는 시어머니.... 맡낀 죄가 있어서 욕도 못하고, 혼자 꿀꺽 삼키지만 아이를 잠재울 때마다 발뒤꿈치를 쓰다듬곤 합니다.
그때마다 가슴이 시립니다.
나는 독한 애미다.  그렇게 일이 좋은가...
그래도 그 많은 상처중에 한번도 한결이는 뜨거운 것에 데인적이 없었습니다.
내가 데인 상처를 아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언니가 난로위에 주저 앉아서 흠뻑 데인것을 보아서 인지 나는 한결이가 데이는 것이 싫습니다.
어려서 부터 가위고,뭐고 위험한 것은 다 주었어도 뜨거운 것은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지요.
그런데 며칠 전 결국 다리미에 데었습니다.

얼마전 큰아이가 만들기를 사자고 해서 샀습니다. 마지막 마무리를 다리미로 하는 것이라서 무척 신경이 쓰였지만
자기가 사자고 해서 그런지 잘 책임지고 다루길래 그냥 두었지요.
모두가 아주 재밌어했습니다.
그날도 아이들 학원문제로 원장과 담판을 지을 것이 있어서 길을 나섰습니다.
아무것도 말고 제발 다리미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그런데 집에 와보니 한결이가 팔뚝을 다리미에 길게 데었습니다.
팔에 얼음을 두른채 아직도 다리미 옆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큰 놈은 3층에 가있고, 조그만 놈 둘이서.... 다리미에는 아직도 불이 들어와있구요.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도 놀랬겠지 싶어서... 이젠 내가 없을 때는 다시는 못하게 주의주고,.....
저녁에 약을 바르려고 보니 벌써 흉터가 깊게 앉았습니다. 생각보다 길고...
약을 바르며 '그래도 한결이가 다치길 천만다행이다'하는 생각이 들자 주체 못하게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다행은 뭐가 다행이라는 거야...
언제나 내가 하고 싶은 일때문에 한결이가 양보했는데
이젠 다른 아이대신 한결이가 다친것도 다행이라는 거야?
순간 정말 몽땅 집어치우고 싶어졌습니다.
화풀이로 장난감을 집어들고 휴지통에 던져버렸습니다.
캐나다에 와서 엄마가 일을 안해서 3식구가 매일 같이 집에 있으니까 그렇게 좋다던 한결이
몇번이고 "엄마, 왜 일 안나가? 정말 안나가도 괜찮아?" 묻던 한결이...
반년도 못참고 엄마는 또 일을 벌려 이젠 아주 기숙사가 되어버린 집....
아들에게 한없이 미안했습니다. 하루에 한번 눈도 못마주치는 날도 있는데...

잠시후 주방을 지나가던 깊은산이 속도 모르고 "이거 버리는 거야? 에이 아깝게?"합니다.
"아까워? 뭐가 아까워? 이거땜에 한결이가 다쳤는데 당신은 이까짓게 아까워?, 천만개를 줘봐라 아까운가...내가  다버릴꺼다" 괜히 엄한 사람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봅니다.
깊은산을 성록이 방에 쫓아 보내고, 오랜만에 한결이를 끌어안고 단둘이 잡니다.  
밤새 미안해도 잠은 옵니다.
아침이 밝아 모두 학교에 갑니다.
나도 음악도 듣고, 또 이리저리 바쁜 일로 끌려다니고, 토론토에 방문한 숨결님 별님도 만나고..
그러다 보니 아이가 올시간입니다.
수업시간에 아프진 않았을까?...픽업을 가서 물어봅니다.
"한결이 오늘 팔 어땠어?"
"cool,"
"엥? 뭐가 쿨해?"
"Everybody loved my scar, they asked me how they can make this scar"하며
자랑스런 얼굴을 합니다.
기가 막히면서도 한구석 죄책감이 수그러듭니다.
"다리미에 덴 흉터가 뭐가 좋다고 다 좋아하냐? 징그럽지..."
그래도 남자애들이 전부 다 보여달라고 야단이었나 봅니다. 저그들도 그런 흉터 만들고 싶어서....
나만 속상하지...
그래. 그렇게 구김살 없이만 자라라..
다리미로 한결이 팔이 데인것이 아니고 내 맘이 데였구나.
구겨진 내 맘부터 쫙 다려야 겠다.....
하늘 한번 보고 한결이 한번 보고, 마주보며 또 한번 웃어봅니다.
집에 돌아와 휴지통에 처박힌 만들기 장난감을 꺼냅니다.
아직도 밉습니다.
한동안은 그렇겠지요.
주말엔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야 겠습니다.

해리포터 얼굴의 스카 때문인지... 원래 머스마들은 흉터를 좋아하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한결이가 커서도 그 흉터..... 아니 스카를 좋아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너무 많이 미안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제는 애들 몽땅 차에 실고 쇼핑몰에가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 장신구를 골라오라고 했습니다.
낮에 정말 산만한 트리를 사다 놓았거든요.
신이나서 이것저것 고르고 들고 뛰어옵니다.
"이거 예뻐요?"   "응, 이뻐"
"제게 더 이쁘지요?" "응 멋지다"
"제꺼는요?" "니 것도 멋져"
모두의 얼굴에 함박꽃이 핍니다.
쇼핑하느라 피곤해서 죽을것 같다더니 음료수 사달라고 난리더니
집에 와서는 서로 자기가 고른 것을 앞쪽에 달려고 기운이 펄펄.... 난리입니다.
멋진 포즈로 사진도 찍고 벽에 각자의 크리스마스 양말도 걸어놓고...
코드를 꽂으니 불이 환합니다.
모두 "와아" 탄성입니다.
토론토 삶을 예술로 가꾸는 가족에게도...
구겨진 내맘 속에도
활짝 크리스마스가 피어납니다.

스카가 자랑스러운 아들을 둔 엄마...
물이어요.



69.197.165.245 깊은산: 1년만의 육아일기네요. 그렇게 바쁘게 숨돌릴틈 없이 지나온 길, 그런 걸음이 또 오늘을 있게 했습니다. 그런 자랑스러움, 뭉클함 여기서 또 만남니다. 고맙습니다. 그대들이 있어 행복하고, 난 그대들의 작은 배입니다.  -[03/09-13:23]-

69.197.165.245 햇살: 글로 더욱 님께 다가간 느낌이예요. 엄마의 마음.. 엄마는 이런 분이구나.. 가슴이 정말 뭉클..  -[03/12-11:21]-

69.197.165.245 알곡(113): 에효~ 그래도, 한결이는 엄마의 진심을 알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의 아들이란걸... ^^   -[03/20-22:52]-

69.197.165.245 이뻐할머니: 토론토거리에서 영화찍는 스타 물님을 그려보며 아들이 데어서 콩콩거리는 보통엄마 물님을 그려보며 혼자 웃는다오. 나 이뻐할머니 애틀란타와있다오. 내가 나에게주는 뽀나스붙은 휴가 + 방학 = 여행. 13시간 날아왔기에 가까운것같아 얼큰한 김치찌개와 밥이라도 함께 했으면 했드니. 이곳과 그곳 너무머어네 [노인네 궁상??]   -[03/20-22:52]-

69.197.165.245 난나(174&181): 거리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자식둔 엄마맘이야 다 똑같지요. 그래도 스카를 근사한 훈장쯤으로 여기는 아들의 모습에 킥킥 웃음이 나옵니다. 우리집 녀석하고 너무 닮아서...   -[03/20-22:53]-

69.197.165.245 아카시아(142): 얼마나 맘이 아팠을까요 몇년뒤 저에 모습을 모는 것 같아요 우리 아들도 호기심이 많아 혼자 다 해보겠다고 해서 항상 조심스러워요 그러면서 세상을 배우겠지요..   -[03/20-22:54]-

69.197.165.245 수정바다(179): 깊은물님 또 감사 합니다. 늘 깊은물님의 삶을 글로 들려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또한 구겨진 마음을 잘 다려야되겠네요. 오늘도 웃음과 눈물로 이 글을 마음깊이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03/20-22:55]-

69.197.165.245 살림마을들꽃: 1.1.1.1.1.1. 사랑하는 깊은물님... 감동이네요. 그게 엄마 마음이지요... 깊은물님 글을 보면서 내 마음인 것 같아 사랑스럽기도 하고 가슴 뭉클해지고, 아이들에게 나도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입니다. 일 한다는 핑계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나의 아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이처럼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이해하고 사랑하고 살아가겠지요... 깊은물님.. 사랑해요...   -[04/07-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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