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물 (jisook0220@paran.com) ( 여 )
2004/9/23(목)
추천:
나는 잘하는게 뭐예요?  
시간 약속을 제법 잘 지키는 사람이었는데..
날이 갈 수록 엉망입니다.
궂이 핑게를 대자면 하도 많은 역할을 하다보니...
바깥 일도 보고, 집안 일도 보고
내가 다니는 교회 목사노릇도 하고 신랑교회 사모 노릇도 하고...
그러다 보니 한결이를 데리러 가는 데 자주 늦거나 못가서 대신 다른 사람에게 부탁합니다.

여기 토론토에서는 백수인데도 lillian Shool에 데리러 갈때 자꾸 늦네요.
4일째 되던날은 점심초대를 받았다가 이야기가 길어져서 또 늦었습니다.
황급히 그집 차를 얻어타고 데리러 갔는데....
아빠가 빨리 뛰어가보니 한결이는 울먹이고 있고 왠 아주머니가 영어로 늦게온 부모를 야단칩니다.
미안하단 말을 던지고 아이를 끌고 나옵니다.
왠만해선 통 울지 않는 아이인데...
낯선곳...
아직 혼자 집을 찾아갈 수도 없고, 온통 영어를 쓰니 길을 물을 수도 없고...
답답했나봅니다.

집에 들어서서 가방을 내려놓고 한숨을 파악 쉬더니
"엄마, 내가 영어를 잘 할때까지... 그 때까지는 늦게 오지 마세요"합니다.
많이 미안해서 ....
꼭 안아주고, 영어를 잘 할 때까지는 일찍 데리러 가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면서도 혹시 몰라서 만일 늦으면 놀이터에서 기다리라고 늦어도 꼭 간다고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느라고 엄마, 아빠만 힘든 것이 아닌가 봅니다.
첫 날부터 재밌다고 하길래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한마디도 못알아듣는 영어수업에...
첫날엔 의자가 없어서 오후 2시까지 혼자만 바닥에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자기만 알림장이 없는데 물어 볼수도 없으니....
워낙에 질문이 많은 아이가 갑자기 입이 붙었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오늘은 5일째 인데 자기전에 묻습니다....
"엄마! 나는 잘 하는게 뭐예요?"
"엉? 한결이는 한결이 반에서 제일 한국말 잘하지, 태권도도 잘하지, 수영도 잘하지, 춤추는 것도 좋아하지, 노래도 크게 부르지, 영어 못해도 용감하게 친구들과 잘 놀지, 기발한 생각도 잘하지, 기도도 잘하지......"
......
아마 영어를 못하니까 수학이나 음악이나... 다른 과목에서도 알아도 대답을 못하고, 뭘 묻는지도 모르고... 그러다 보니 자기가 아무것도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가 봅니다.
"한결아, 엄마가 말했지? 6개월만 지나면 한결이도 친구들처럼 영어 잘한다고, 그때는 영어도 잘하고 한국말도 잘하고 더 좋지? "
"네"
다시 안아줄 수 밖에요....
그런 스트레스가 있는데도 학교는 재밌다고 합니다.
쉬는 시간마다 나가서 놀게하는 것이 아주 좋은가 봅니다.
그래요. 뭐 하나 어렵다고 인생이 통째로 망한듯이 살아가는 어른과는 다르네요.
공부시간에는 답답해도 쉬는시간에 감사할 줄 아는 행복한 아이입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210.183.180.222 서정애: 한결   아자 아자 화이팅!  -[10/10-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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