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물 (jisook0220@hanmir.com) ( 여 )
2004/6/3(목) 11:57 (MSIE6.0,Windows98) 61.98.15.65 1024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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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원이 된 학부형  
지난 한결이 입학식 날이었지요.
초보엄마는 흰 롱코트를 입고 흰백을 들고 첫 학부형 노릇을 하러 갔습니다.
운동장에 아이들이 줄을 서고 한쪽에서 엄마들이 모였습니다.
모두들 웅성웅성....
저 선생님은 군인같고,
이 선생님은 젊어서 애들이 좋아하고,
학년주임은 바빠서 애들을 방치하고 공부도 잘 못시킨다고
저 선생님이 제일 공부를 열심히 시킨다는 둥...
많은 정보들이 휙휙 오가고 있었습니다.
급기야 선생님 평가가 끝나자
이 아이는 누구 동생인데 집안이 좋고... 엄마가 극성이라 공부를 잘 시킨다는 둥...
저 아이는 늘 놀이터에서 논다는 둥...
하여튼 무지무지 많은 정보를....
흘려 들은 것만도 이정도니...



그래서 한결이 담임은 학년주임만 아니면 아무라도 좋다하며 갔지요.
3반이니까 주임은 아니겠지..(주로 1반이 주임이니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결이 담임선생님이 주임이었습니다.
에이... 신참보다 노련해서 좋겠지... 위로하며 집으로 왔습니다.
아무리 아이들이 줄었다지만 제 기억에 저의 입학식은 큰 행사였는데
요즘 입학식은 그저 아무렇게나 모였다가 휙 1시간 만에 흩어집니다.
집에 돌아와서 산이에게
학교가 입학식도 진짜 후졌어...
엄마들도 죄다 고무줄 바지 입었는데 멋부린 내가 다 무안하다....
선생님도 하필 학년 주임이야...
게다가 한결이 반에 태권도에서 제일 까불던 애가 있어, 둘이 아는 사이라고 벌써 단짝이야...
온갖 불만을 털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네 가서 입학기념으로 용돈도 받고 저녁먹고, 돌아오기 전에 기도까지 해주셨습니다.
우리 한결이가 입학했으니 좋은 제자, 좋은 친구 되게 해달라는 기도였지요.
순간,,, 아!!
또 세상이 멈추었습니다.
오는 길에 차에서 산이에게 말했습니다.
"오늘날 당신이 이만큼 훌륭한 건 다 아버님 때문이야.
나는 어릴 때 친구 잘 사궈라, 그런 소리 듣고 컸지 좋은 친구 되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
그런 환경속에서도 내가 이렇게 훌륭한 것을 보니 난 진짜 훌륭한가봐...하하"

그래요. 초보 학부형이라 또 잠시 휩쓸렸나 봅니다.
초초했나봐요.
어디 좋은 학교 없나?
누가 좋은 선생님인가?
좋은 친구 사귀어야 할텐데....
하고 두리번두리번 거렸으니 말예요.

사실 한결이는 그날 저녁
학교도 좋고, 선생님도 1학년중에 대장이라고 제일 세다고 좋아했습니다. 아는 아이들도 많아서 좋다고 했지요.
지금도 캐나다에 가면 고은 초등학교에 입학시켜달라고 합니다.
캐나다에 고은 초등학교는 없지만 아마도 그곳 학교에 가면 또 그 학교가 제일 좋다고 할 겁니다.
한결이는 이미 좋은 학생 , 좋은 제자, 좋은 친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는 어른의 선생님입니다.

그리고 구식이라고, 보수라고, 흉보아도 옛 어른의 지혜는 따를 수가 없지요.
세련된 엄마, 정보에 빠른 엄마의 쪽팔린 고백...
어떠셨어요?

아.
나도 좋은 엄마, 좋은 학부형, 좋은 아내, 좋은 목사가 되어야지...
물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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