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낮예배 : 잔치와 대가  

본문 : 요한복음 12장 1절 ~ 11절
제목 : 잔치와 대가
일시 : 2010년 12월 5일, 주일예배
           
(설교)

1. 베다니는 어떤 곳인가?
2. 유월절 엿새 전에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나?
3. 마리아와 가룟유다의 차이는 무엇인가?
4. 나사로를 통해 일어난 일은 무엇인가?

요한복음에 나오는 나사로의 이야기는 오늘 나의 이야기라 하였습니다. 나사로 안에는 죽을 병에 들어 고통스러워하고, 체념과 절망의 무덤에 갇혀 죽음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대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를 통해서 예수님은 오늘 우리가 그렇게 병들고 무덤 속에 살아가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게 하셨습니다. 아무런 희망과 기대가 없이 더 이상 변화나 가능성이 없다고 스스로를 제한하며 사는 것이 바로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나사로의 병과 죽음을 보는 예수님의 눈은 그것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것이고 도리어 잘 된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런 그에게로 가셨듯이 오늘 우리에게도 찾아오고 계신 것이지요. 잠든 나를 깨우러 오시는 분이 예수님이시라는 말씀입니다. 이제 그 예수님을 만나 잠에서 깨어 무덤에서 일어나 나와야겠습니다.
그런데, 그 무덤에서 나오는 것은 대가가 필요한 위험한 일이며, 저와 여러분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알듯이 지난 6년간 토론토 예가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제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무엇일까 궁리하면서 '영성의 오솔길'을 이어왔습니다. 성경을 통해, 성경에 기록된 이야기들과 사람들을 통해 오늘 나를 만나고 그를 만나는 작업을 함께 해왔던 것이지요. 이번 한국방문에서 냇버들님과 곁닿음님과도 반가운 해후를 했습니다. 그 때도 함께 나눈 이야기, 함께 했던 에니어그램과 스토리텔링, 영성의 오솔길이 얼마나 소중했고 행복했는지 설레이며 만났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이곳에 살면서 설교를 하지 않고 말씀을 나누지 않았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끔찍하지요. 그런데 그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지난 금요일에도 예가의 다문님, 민들레님, 자유소리님과 창세기를 통한 영성의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성경을 읽는 것은 내 생각을 넘어서 하나님의 뜻과 생각을 만나는 기회가 됩니다. 그런데 그것은 아주 위험한 일임을 공감했지요. 창세기 노아의 이야기와 함께 하면서도 그러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지으신 것을 후회하시고 마음 아파하시고 탄식하시면서 내가 창조한 것이지만 그것들을 다 멸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 모든 것을 다 쓸어 없애지 않는한 새로운 언약은 없고 축복도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방주를 만들라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그러한 후회와 말씀, 명령은 오늘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모습이지요. 내가 한 일, 내가 이루어 온 것들인데 돌아보니 썩고 냄새나는 것, 원망과 한탄, 두려움과 수치심, 거짓과 자만의 습성에 속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것들을 깨끗이 죽여야 다시 살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그것이 노아와 그의 시대에 있어서는 홍수였습니다. 다시 태어나는 의식입니다. 이대로는 아니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위험하지요. 오늘 내가 무덤에 갇혀 있음을 알려주고 깨우는 그는 위험한 인물입니다. 홍수로 다 멸하고 죽여야 하니 위험한 일입니다. 그냥 이 정도면, 이렇게 대충 대충 하던대로 살면 된다는 생각들, 제한들, 조항들.... 그런 것들을 무너뜨리도록 재촉 당합니다. '일단 정지'하고 다시 세우라는 것입니다. 그런 무덤에서 나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또한 대가가 필요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요. 가슴이 설레이는 만큼, 가슴이 뛰는 만큼 그것을 위해 태워야할 연료, 열정이 필요합니다.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 두었다면 지나가 버리고 사라질 것이지만 그것을 붙잡아 누리려 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음일양 위지도, 저녁이 되어야 아침이 오는 법, 밤이 깊고 겨울이 길수록 새 아침과 새 봄은 가까이에 있고 더 환하고 따뜻할 것을 압니다. 어두운 밤과 추운 겨울이 없이 어찌 아침과 봄을 맞겠습니까? 그 아침과 봄을 위해 지금 대가를 치르어 가는 것입니다. 설레이는 가슴과 뛰는 심장! 그것을 위해 오늘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가능성의 길을 믿음으로 열어 놓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며 사는 인생은 허송세월하는 것입니다. 사랑하지 않으니 열정이 없고 꿈틀 거리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게 살 수 있다고 착각하면서 그런 차원과 세계에 머물러 있을 뿐이지요. 그러니 지금 나에게 그런 밤과 겨울로 찾아온 그와 내가 치르고 있는 대가와 가슴앓이가 고마울 뿐입니다. 그런 만큼이 삶이고 그런 만큼이 선물인 것이지요. 그러니 이제 위험한 사람을 만나고, 위험한 일을 해야겠습니다.

자, 오늘 본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유월절 엿새 전에 베다니로 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 봅니다. 그 때 예수님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무엇이 궁금했고 그리워서 그리로 가셨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이번 유월절이 지구별에서 마지막 유월절이라는 것은 알고 계셨지요. 그래서 사랑하는 이들을 한번 더 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어서 베다니로 가셨을 것입니다. 그곳에서 예수님께서는 나사로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살리셨지요. 더 이상 아무 희망이 없다 여기며 절망하는 죽음의 삶, 변화와 가능성을 잃어버린 게으르고 무능한 삶, 기회를 놓쳐버려 허망하게 서 있는 그의 가슴에 불을 당겨서 다시 살게 하셨던 곳입니다. 기적이 일어난 곳이지요. 그렇습니다. 베다니, 우리 모두의 마음의 고향입니다.
그렇게 베다니는 죽었던 나사로가 다시 살아난 일로 유명해진 곳입니다. 아니 예수님께서 죽은 나사로를 다시 살려 내신 곳이지요.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예수님께서 나사로를 통하여 사람의 아들에게 죽은 자를 소생시킬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신 곳입니다. 돌아봅니다. 이곳 토론토에서, 우리 교회에서 나를 통해 예수님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실 일이 있으실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살아나야 합니다. 내가 무덤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지요.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이제 무덤에서 나와야겠습니다. 묶여 있는 나를 풀어놓아 다니게 해야지요. 그것이 주님의 뜻입니다. 그러나 그 일을 위해 나사로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나를 통해 세상에 무엇인가를 보여주실 수 없다면 그 까닭은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분 앞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기를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능하신 아버지 앞에서 나를 온전히 비워 철저히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을 함으로 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칼 바르트는 '사도가 사도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예수 앞에서 누군가였기 때문이 아니라,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2절을 보면 그곳에서 다시 찾아오신 예수님을 위한 잔치가 베풀어졌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죄와 죽음, 절망의 무덤에서 우리를 건지신 예수님을 모신 잔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 잔치에 등장하는 인물 넷이 있습니다. 그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그들이 예수님을 위해 어떤 마음과 자세로 잔치상을 차리고 있고, 그 잔치에 참여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마르다는 잔치의 시중을 들고 있습니다. 나사로는 사람들 사이에서 예수님과 함께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값진 나드 향유를 가져다가 예수님의 발에 붓고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았습니다. 가룟 유다는 그 모습을 보면서 흥분해 하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장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오늘 우리는 우리의 베다니에서 예수님을 위해 배설된 잔치에 어떤 모습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자리들입니다. 말씀 안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돌아봅니다. 나는 나를 죽음에서 살리신 예수님을 모신 잔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간직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마르다가 되기 위해서는 잔치를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는 재주와 헌신이 있어야 합니다. 나사로가 되기 위해서는 무덤에서 나와서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리고 관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고, 마리아가 되기 위해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향유를 간직하고, 그것을 깨뜨려 사용할 때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유다는 잔치에 함께하고는 있지만 정말 잔치를 못 누리고 있습니다. 잔치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말씀이지요. 잔치를 구경하고 잔치의 주인 되고 있는 이들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일만 하고 있지요. 효율성을 따지며 그럴듯하게 어찌하여 낭비를 하느냐고 질책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은 상대적인 가치로 볼 때는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와 예수님의 만남은 ‘절대’입니다. 이성의 빛으로는 눈 앞의 것밖에 볼 수 없습니다. 도리어 먼 것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는 것이 상대 세계의 이성의 빛입니다. 예수님은 값진 향유를 발에 쏟아 부은 마리아를 보면서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그녀가 그 때를 알았든 모르든 최고의 사랑으로 그 날을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나의 잔치는 어떻습니까? 어떻게 잔치에 참여해야할까요? 내가 간직한 그것을 가지고 나와 정말 신명나는 잔치상을 차려야겠습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장사 날, 그러니까 장례식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예수님의 발에 일년치 품삯을 쏟아 붓는 마리아가 어떻게 예수님의 장례식을 치르고 있는 것일까요? 예수님은 '나의 장사 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날, 참된 잔치는 내가 죽는 날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에 자기가 가진 것의 전부인 향유를 붓고 여자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머리털로 그 발을 씻으면서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신 예수님의 은혜와 사랑을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억하는 만큼 구원이지요. 나에게 있는 그 어떤 것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발견한 이는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밭에 감추인 보화를 발견하고는 있는 재산을 다 팔아 그 밭을 산 농부의 비유도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쓸모없는 밭을 산다고 바보같다고 하지만 그것이 그에게는 모든 것을 다 얻는 비밀이었던 거지요.
가룟유다는 가난한 사람 핑계를 대고 있는 것입니다. 작은 일에 충성된 자가 큰 일에도 충성됩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하는 학생이 고등학교에 가서도 공부를 할 수 있지요.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이 다음에 행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조건은 조건을 만들 뿐입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내어 놓을 수 있는 열정과 사랑이 있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도 돌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아무 것도 내어 놓을 수 있는 마음이 없는 유다는 가난한 사람에게 한 푼도 줄 수 없는 사람입니다. 말만 무성한 엉터리지요.

다시 향유를 가지고 온 마리아에게로 돌아갑니다. 마리아가 예수님의 발에 부은 나드 향유는 왕들만이 사용하는 향이었다고 합니다. 여러분, 어떤 신하가 행복한 신하일까요? 왕 중의 왕을 만난 신하지요. 그런 왕의 통치를 받는 백성이 가장 행복한 백성입니다. 마르다는 지금 생에 최고의 순간을 맞이해 자신에게 최고의 선물을 주신 주님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어 드리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어떻게 생각할까?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스스로의 깊은 내면, 가슴이 말하는대로 움직일 따름입니다. 그럴 때의 삶이말로 순수 그 자체입니다. 향유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하다고 했는데 어찌 그것이 향유 때문만이었겠습니까? 오늘 여러분이 그 발 아래 쏟아 부을 향유는 무엇입니까? 우리를 찾아오신 성탄을 맞이하면서 올해는 그것을 함께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마리아는 오빠 나사로를 살려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서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겁니다. 너무 큰 감격에 차서 궁리 끝에 자기에게 있는 가장 소중한 그것을 예수님께 드리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을 것입니다. 함께 있던 사람들은 모두 마리아의 이런 돌발적 행동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곧 잔잔한 감동이 잔치 마당을 감쌌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마리아에게 발을 내맡기셨습니다. 참 따뜻한 장면입니다. 곧 자신은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남은 이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남겨주시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내어 놓고 비움으로 그 은혜를 받아 안게 되었던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 행복한 모습이 있다면 이런 장면이 아닐까 합니다. 전부를 다 내어 드리고 또 그 전부를 다 받을 수 있는 마음입니다. 이는 그 어떤 계산으로 되는 일이 아닌 것이지요.

말씀을 맺습니다. 모든 것을 다 주신 주님께, 자기의 가장 귀한 것을 내어 놓는 마리아, 대가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자리입니다. 예수님은 자기 백성을 사랑하셔서 자신의 목숨을 내어 놓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는 여자로서 가지고 있는 가장 값진 향유를 내어 놓는 대가를 지불하면서 주님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에게 그날 잔치 날은 장사 날이었듯이 우리에게 잔치는 늘 마지막입니다. 함께 있을 때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 다음에는 없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영원한 현재를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순간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영원을 살아야 합니다. 후회없이 다 주는 삶이 영생이지요. 유대사람들은 예수님이 거기에 계시다는 것을 알고 찾아왔습니다. 거기는 예수님이 계셨고, 또 그 자리에 나사로가 함께 있었습니다. 나사로는 예수님 덕에 죽음에서 일어나 다시 삶을 산 사람, 부활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유대 사람들이 예수님을 보려고 온 것만이 아니라 나사로도 보고 싶어 합니다. 세상은 나사로를 통해 예수님을 봅니다. 세상은 오늘 여러분들을 통해 예수님을 보고 하나님을 본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예배하는 우리를 통해 세상이 예수님을 만나게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기도)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자리가 예수님이 찾아가신 베다니라 말씀하여 주셨습니다. 우리를 죽음에서 살리시고 절망에서 소망으로, 미움에서 사랑으로, 불신에서 믿음으로 옮겨주신 예수님과 함께 잔치를 하며 우리에게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 놓아 주님의 장사 날을 준비하는 저희들이 되게 하옵소서. 구경하고 판단하다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시고 내게 있는 가장 소중한 향유를 쏟아 부어 다하여 살아가는 저희들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