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시편 131편
제목 : 이제부터
일시 : 2009년 8월 2일, 삶의 예술 교회 주일예배

(설교)

오늘 시편은 성전에 올라가는 순례자의 노래라고 되어 있습니다. 순례자는 여행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특히 순례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전입니다. 그래서 많은 기독교인들이 평생에 한번 예루살렘에 가보는 것을 꿈으로 가지고, 그것을 성지 순례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가만히 돌아보면 참 성전은 '이곳에 있다, 저곳에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성전이 하나님이 계신 곳이라면 그곳은 어떤 장소가 아니지요. 참 성전은 우리 안에 있습니다. 예수님도 하나님 나라를 이곳에 있다 저곳에 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어디에? 너희 가운데 있다고 하셨습니다. 즉 내 안에 있고, 그런 내가 참 성전인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시편 131편 순례자의 노래는 나를 찾아가는 노래입니다.
어느 마을에 나이든 노인이 하나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산기슭에 자리를 잡고 허름한 집을 지어 텃밭을 가꾸며 삽니다. 마을 사람들은 나이 든 노인이 가족도 없이 혼자 흘러 들어와 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온갖 상상을 하며 쑥떡이지요. 자식들에게 버려진 노인이라든지, 큰 죄를 지어 감옥에 오래 갔다가 얼마 전에 나온 사람이라든지 말합니다. 노인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노인이 사는 움막 옆을 지나 매일 산에 나무 하러 가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어느날은 노인이 젊은이를 부릅니다. "젊은이는 몇 년째, 왜 산에 가는가?" 젊은이가 대답합니다. "저는 이 산에 15년째 나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따로 없고, 식구들도 먹여 살려야하니 이렇게 매일 산에 오르고 있지요." 그랬더니 노인이 말합니다. "젊은이 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지 않나? 조금만 더 깊이 가면 나무도 있지만 구리가 나오는 땅이 있다네. 그것을 캐다가 팔면 나무보다 후하게 받을 것이고 이렇게 매일 산에 가지 않아도 된다네." 그래서 젊은이는 속는 셈치고 조금 더 깊이 들어갔더니 정말 구리가 나옵니다. 그래서 그 구리를 캐다 팔아서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만 산에 올라도 됩니다. 5년이 지난 어느날 또 노인이 젊은이를 불러 세워서 묻습니다. "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지 않나? 조금 더 깊이 가면 은이 나온다네. 그 은을 팔면 구리보다 후하게 받을 수 있다네." 젊은이는 크게 기뻐하며 노인의 말을 따라 구리가 나오는 곳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니 정말 은이 있습니다. 그것을 캐다 팔아 이제는 아주 여유있게 살게 되었습니다. 또 그러기를 3년, 노인이 젊은이를 불러 세웁니다. "왜 아직도 은을 캐고 있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금이 나온다네. 그 금을 캐다가 팔게." 젊은이는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더 들어가 보니 진짜 금이 나옵니다. 이제 그 금을 팔아 마을에서 제일 가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한 달에 한번만 산에 들아 갑니다.
그러기를 1년, 어느날 젊은이가 노인이 사는 움막을 지나 산에 오르는데, 이제 아주 노인이 된 그 할아버지를 만납니다. 이번에는 노인이 한번 더 말합니다. "아직도 금을 캐고 있나? 조금만 더 들어가면 다이아몬드가 나온다네." 이렇게 말하자 드디어 이 젊은이는 진짜 궁금해져서 묻습니다. "정말 다이아몬드가 나오면 왜 할아버지가가 들어가서 캐다 팔지 않으십니까? 그렇게 하시면 이렇게 굳이 힘들게 밭을 일구고 살지 않아도 될텐데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면서 대답하십니다. "나? 이미 다 해봤지. 그런데 말이야, 젊은이. 진짜 다이아몬드는 숲 가운데가 아닌 내 안에 있더라고. 나는 지금 그걸 캐는 중이네." "내 안이라뇨? 대체 어디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젊은이가 묻자 할아버지는 손가락으로 가슴을 가리키며 이런 말을 남깁니다. "자네, 솦 주변에만 머무는 것과 가운데로 깊이 들어가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직접 확인하지 않았나? 그런데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네. 머리를 떠나 가슴으로 가는 길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신비롭고 감동적이지. 물론 그건 가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네."

이 이야기는 사람이 평생을 사는 순례의 길을 말합니다. 자기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고, 내 안에 있는 보화를 캐내는 삶이지요. 한 걸음씩 움직여 가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평생 그저 숲 주변에서 나무만 캐다 마칠 수도 있습니다. 성전을 찾아가는 순례의 길, 또 우리 교회가 찾아가는 삶의 길이지 않습니까? 한국을 떠나 캐나다까지 온 것도 그렇게 보화를 찾아온 길이지요. 그것을 캐내고 소중하게 가꾸어가는 중입니다. 그렇게 한 걸음 더 깊은 곳으로, 우리 성전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노래가 여기 있습니다.
자, 1절에 시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 이제 내가 교만한 마음을 버렸습니다. 평생을 왕으로 산 다윗의 고백입니다. 교만하게 살게 되니 왕으로 살아도 그것이 자신의 삶을 만족하게 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어떤 것이 교만일까요? 한나의 이야기에서도 함께 나누었듯이 교만은 내가 할 수 있다는 것, 또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잘나서 할 수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나는 할 수 없다고 자포자기하는 것도 교만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 중심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는 것도 내가 죽는 것도 그렇습니다. 건강한 것도 병든 것도 그렇습니다. 사실 하나님께 다 맡기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산다면 잘 되는 것도 못되는 것도 다 감사할 수 있지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내 일을 하고, 너는 네 일을 하고, 신은 신의 일을 하니 나는 그렇게 하루를 살면 되는 것입니다.
다윗은 그래서 오만한 길에서 돌아섭니다. 우리도 둘러 보아야지요. 오만하게 살고 있지 않은지 말입니다. 우리는 나 혼자의 힘으로 살지 않습니다. 깊은물님은 '덕택'이라고 했지요. 남편 덕에 살고, 아내 덕에 살고, 자식 덕에 삽니다. 아름다운 자연, 하늘과 땅과 바람과 비 덕분에 삽니다. 그것을 지금 어떻게 보고 느끼며 살고 있는지요? 나 홀로 산다는 오만을 버리고 관계하는 모두의 덕과 은혜임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밥 먹을 때마다 '진지 알아차리기'를 하고, '진지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참된 것을 아는 것이 진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식사, 밥먹는 일이 되어 버리게 되지요.
또 "이제 너무 큰 것을 가지려고 나서지 않으며, 분에 넘치는 놀라운 일을 이루려고도 하지 않습니다"고 고백합니다. 너무 큰 것을 가지려고 나서니 힘이 듭니다. 예수님은 작은 일에 충성된 사람이 큰 일에도 충성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네 곁에 있는 지극히 작은 이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고 하셨구요. 다른 말로 하면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큰 소리를 치지만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인 것과 같습니다. 내게 주어진 일상의 고마움, 하루 하루, 손과 발의 움직임, 밤에 잠들 수 있고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의 감사를 알고 거기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놀라운 일을 하며 살아야지요. 그러나 그것이 분에 넘치는 것이면 고통스럽습니다. 글을 하나 읽어드리겠습니다.

인간에게 승리의 기쁨처럼 소중한 것이 없다. 지면 죽음이요, 이기면 사는 것이다. 사람은 무슨 면으로든지 이기고 살아야 한다. 이기기 위해서 제일 소중한 것이 자기의 소질이다. 소질이란 자기만이 타고난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개성도 나만이 가지고 있는 절대성이다. 소질과 개성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기 때문에 소질 없는 사람이 아무리 애쓰고 개성 없는 사람이 아무리 달라붙어도 소질과 개성을 가진 사람을 이겨낼 수 없다. 사람이 아무리 키가 커도 산을 이길 수 없는 것이고 사람이 아무리 높이 날아도 하늘을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질은 산과 같고 개성은 하늘과 같다. 산을 가지고 싸우고 하늘을 가지고 달리면 세상에 누가 나를 대적하리요. 그것은 싸우기 전에 벌써 이긴 것이요, 싸우지 않아도 승리는 내 것이다. 소질을 살리고 개성을 붙잡으면 싸우지 않아도 세상은 내 것이다. 내가 세상을 이겼노라 하는 말은 소질과 개성을 가지고 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하늘에서 주신 선물이 개성과 소질이요, 이것을 가지고 사는 것이 가장 쉬운 길이며, 이 길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 최고의 가르침이다.
길은 언제나 가까운데 있다. 자기의 소질과 개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벌써 인생의 승리자이다. 승리자에게는 언제나 기쁨이 떠나지 않는다. 세상은 기쁘게 살아야 한다. 자기에게 주어진 값진 보배를 내던지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은 가엾은 사람이다. 값진 보물을 한아름 받아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이 보배를 가지면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다. 누구나 왕으로 한평생을 살라는 것이 하나님의 사랑이다. 이 사랑을 버리고 거지가 되고 노예가 되어 평생을 고생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왕으로 태어나 노예로 사는 것을 죄인이라고 한다. 가엾은 일이다.

이화여대 교목을 지내신 김흥호 선생의 글입니다. 어떻습니까? 자기 분에 어울리는 일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이긴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그러니 나에게 있는 소질과 개성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저절로 되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소질과 개성은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렇게 맡겨진 일을 하는 것이 영접하는 삶이고 맡기는 삶입니다. 너무 큰 것을 가지려고 나서지 않고 내게 주신 분, 소질과 개성, 그 선물에 가장 알맞은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 그러니 어떻습니까? 2절입니다. 오히려 내 마음은 고요하고 평안하다고 합니다. 젓뗀 아이가 어머니 품에 안겨 있듯하다고 합니다. 사실 젖 뗀 아이는 불안합니다. 어머니의 젖을 먹을 때는 걱정이 없지요. 그러나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떨어져 보고 독립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또한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으면 고요하고 평안하지요. 세상에 나와 있어도, 떨여져 있어도, 홀로 있는듯하여도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오만한 길에서 돌아서고, 분에 맞는 일을 하면 어머니 품에 있듯이 그렇게 고요하고 평안한 것입니다.
어제 라일락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부터 페인팅, 그림을 그리기를 배우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선생님을 찾아가서 배우는데 첫날부터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으시더랍니다. 그림을 배우러갔는데 말이지요. 대신에 붓과 물감을 주고 그려보라고, 아무 생각하지 말고, 염려하지 말고 마음 가는대로 그려보라고 말입니다. 이미 하나님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필요한 것을 다 주셨으니 그것을 누리기만 하면 된다고요. 제가 들으면서 해석하기로는 내게 주신 소질과 개성을 붓끝으로 표현하면서 나타내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 교만한 마음, 오만한 길에서 돌아서서 무슨 큰 것을 가리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해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알아가는 것, 고요와 평안 안에 머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오늘 2009년의 한 가운데, 8월 첫 주 우리 교회의 특별 예배와 냇버들님, 곁닿음님 가정을 한국으로 환송하면서 함께 나누는 말씀입니다. 우리 그렇게 서로 약속하지요. 이제부터는 언제 어디서라도 이런 고요와 평안을 놓치지 말고 서로 성장하고 알음다워지기를 말입니다. 그리고 다시 만날 때 그런 서로의 모습을 기쁨으로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 충분한 선물로 주신 하나님을 의지하며 믿음으로 자유하는 저와 여러분, 우리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

하나님, 다윗의 노래와 같이 저희에게 마음의 고요와 평안을 허락하옵소서. 내가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혹은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여기며 교만하지 않게 하시고, 오만한 자리에서 돌아서 지극히 작은 일부터 소질과 개성대로 살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모든 것을 다 아시고, 이미 가장 좋은 것으로 선물해주신 은혜를 헤아리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저희가 되게 하옵소서. 서로 몸이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하나가 되게 하시고 언제 어디서라도 한결같이 변함없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저희들이 되게 하옵소서. 이제부터 이런 만남을 주신 하나님을 의지하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