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마가복음 15장 33절~39절
제목 : 큰소리
일시 : 2008년 7월 13일, 삶의 예술 교회 주일예배

(어린이 설교와 교회학교 파송)

33. At the sixth hour darkness came over the whole land until the ninth hour.
34. And at the ninth hour Jesus cried out in a loud voice, "Eloi, Eloi, lama sabachthani?"--which means, "My God, my God, why have you forsaken me?" (Mark15:33,34)

오늘은 어떤 말씀으로 하나님이 어린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계셨을까요? 오늘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서 마지막 하신 말씀입니다. at the sixth hour는 유대인들의 시각인데, 오늘로 하면 낮 열두시입니다. 낮 열두시면 가장 환한 시간인데 어둠이 내려왔다고 하지요. 그리고 오후 세시까지 그 어두움이 계속되었습니다. 예수님이 가장 힘든 시간에 하늘도 함께 힘들어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려움을 당하면 하나님도 같이 어려움을 당하고 계신 것입니다. 왜 어려움을 주시는지, 어려움을 주지 말고 하나님도 힘들어하시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생각이지요. 오후 세시가 되자 예수님이 큰 소리로 부르짖습니다. 엘리 엘리 레마 사박다니... 무슨 뜻이지요?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라는 뜻이래요. 이것이 예수님의 마지막 소리입니다. 예수님은 가장 힘든 순간에도 하나님을 어떻게 부르고 있나요? 예. '나의 하나님'입니다. 하나님은 그 누구의 하나님이 아니라 나의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을 그렇게 만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예수님에게는 무엇이 궁금하나요? 왜? 라는 것입니다. 자기가 십자가에 달린 이유와 의미를 찾고 찾으셨던 것이지요. 그래서 나중에 예수님을 지키던 로마의 백부장은 이것을 보고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도 어떤 순간,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와도 하나님은 여러분의 하나님이시라는 것 잊지 마세요. 그리고 포기하거나 원망하고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그 이유와 뜻을 찾아가는 겁니다. 자, 그런 어린이 여러분을 뿌리 전도사님과 함께 교회학교로 어린이 파송합니다. 다같이 큰 박수로 어린이와 교회학교를 축복합니다.

(설교)

지난 시간에는 예수님이 당하신 최후의 유혹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조롱과 이해받지 못하고 대접받지 못하는 그것은 우리가 이 땅을 살아가면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는 고통과 내려가고 싶은 충동 사이의 갈등입니다. 스스로 아버지의 뜻을 선택하여 서 있는 길인데 그 위에서 이해받지 못하고 조롱과 멸시를 받습니다. 차라리 내려가서 끝내 버리고 싶어지지요. 그렇게 내려갈 수 있으나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성전은 헐고 사흘이 지나야 다시 세울 수 있습니다. 갓난아기로 태어나 보고, 구유에도 뉘여 보고, 십자가에 달려 보아야 그런 삶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 십자가에서 내려오는 것이 구원이라고 유혹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는 모욕하는 사람들 틈에서, 이해받지 못하는 자리에서 마지막 잔을 마시며 그의 구원이 이루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도 그렇지요. 사람들의, 아니 스스로의 모욕과 조롱에 흔들리지 말고 내가 가야할 길, 내가 받아들여야할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25절을 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혔던 시간은 아침 아홉시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33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낮 열두 시가 되었을 때에 어둠이 온 땅을 뒤덮여서 세 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낮 열두 시는 정오, 그림자도 없는 환한 대낮입니다. 하루 중 가장 밝고 환한 시간입니다. 그 낮의 중심에 어둠이 온 땅을 덮었다는 것입니다. 어제까지도 환한 대낮이었던 시간입니다. 예수님에게도 낮이 있었지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아픔을 고쳐주고 어루만져 줄 수 있었고,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예루살렘에 입성하였고, 음식을 거르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사람들을 만나고 일할 수 있었던 대낮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어둠이 온 땅을 덮어버린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언제가 대낮이었는지 생각해 보실 수 있나요? 대낮이 없었다면 더 문제네요. 하지만 무의식에 품은 인생의 대낮이 분명이 있습니다. 어제까지는 공부가 신나고 재미있었는데 갑자기 오늘은 기가 죽고 풀이 죽어서 지옥같지 않습니까? 어제까지는 남편이 구세주같았는데 오늘은 저승사자입니다. 언제는 밥하고 설거지하는 것이 엉덩이를 흔들면서 춤출만큼 행복한 일이었는데, 언제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같습니다. 그렇지요. 다들 그럽니다. 왕년에는 내가 이랬는데, 지금은 왜 이럴까?.... 저희 때 군대에 가서 어리숙한 졸병 때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내가 왜 이럴까? 사회에서는 않그랬는데 내가 왜 이럴까?" 낮 열두시에 어둠이 덮힙니다. 때로 우리 삶에 문득 문득 크고 작은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가 둔해서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대낮이 한밤이 되는 것이 십자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음일양 위지도'입니다. 한번 어두움이 있으면, 또 한번 밝음이 있습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입니다.
예수는 이제 낮 열두시에 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밤이 와야 아침이 오지 대낮만 고집한다면 아침을 맞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지 세 시간, 가장 밝음도 어둠으로 바뀌게 되는 고통의 절정입니다. 그 어두움은 세 시간 ‘이나’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온 땅을 뒤덮은 어둠은 세 시간 ‘밖에’ 지속될 수 없었지요. 어두움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대낮이 어둠으로 덮였다는 것은 하늘의 아버지께서 아들의 아픔과 그 안의 어두움에 함께 하신다는 뜻입니다. 어둠이 덮었다는 것은 구름이 내렸다는 말, 구약 성경에서 어두움, 캄캄함은 하나님의 임재를 뜻하기도 합니다.(신31:15, 왕상8:12) 아들의 아픔과 고통에 하나님도 함께 하시고, 또 내려와 그의 시간을 감싸셨다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아들의 아픔과 어두움에 함께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계속되는 시간의 한가운데에 우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을 것입니다. 다 지나가는 것이기에 그러합니다. 길고 짧을 뿐입니다. 누구나 그렇습니다. 예수가 받은 십자가, 또 오늘 내가 받은 십자가, 내가 원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사실은 간절히 원해서 내가 받은 십자가는 나 혼자 지고 가는 것이 아니지요. 2000년 전 예수가 그러하였듯이 하나님이 지금 나의 어두움에 함께 동참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치 말지니 피곤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6:9)” 그러니 낙심하지 않고 물러서지 않으면 열매는 거두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나에게 있는 그 ‘어두움’이 하나님의 임재가 되니 신비한 세계의 진리입니다. 내가 그렇게 누리며 살 수 있을 날이 곧 오게 될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받으신 십자가의 가장 큰 특징을 ‘자발성’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는 십자가를 받아 죽을 것을 미리 알고 세 번이나 예언하면서 예루살렘에 들어왔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그것을 말렸을 때도 하나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고 꾸짖기까지 하셨지요. 그 역시 겟세마네 동산에서 십자가의 잔을 거두기를 청하다가 아버지의 뜻을 받기로 하셨습니다. 39절에 보면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던 로마군인 백부장은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셨다고 고백합니다. 무엇이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었음을 알게 했을까요?
34절을 함께 보세요. 그것은 예수가 부르짖은 ‘큰 소리’입니다. 마지막 순간에 예수는 큰 소리로 부르짖습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사람들은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도리어 웃음거리로 삼습니다. 하지만 예수는 가장 큰 고통의 절정에서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버림받는 것 같은, 외면받고, 단절된 어두움 한 가운데 있음을 경험하면서도 하나님을 부르고 있습니다. 큰소리로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말은 이렇게도 번역이 됩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무엇 하시려고 나를 꾸짖으십니까?” 지금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끝까지 십자가의 그 의미와 뜻을 찾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잊지 않고 찾아가는 '물음'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큰 소리를 지르시고서 숨이 지셨고, 전해오는 이야기를 따르면 그 때 성전의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폭으로 찢어졌다고 합니다. 하나님과 사람 사이를 막고 있던 커튼이 거두어졌다는 것이지요. 하나님의 아들은 이렇게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이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잊지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에도 그런 물음을 가지고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자기가 버림받고 있음을, 다시 말해서 죽음의 문을 넘고 있음을 놓치지 않는 사람, 지금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묻는 사람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면 어찌 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십자가에 달려 죽지만 사흘만에 부활할 것이라 여러 차례 알려주셨지요. 예루살렘은 그의 생의 절정이었지만, 절정은 곧 십자가로, 또한 십자가는 부활로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선택’이었습니다. 그가 예루살렘에 들지 않을 수도 있었습니다. 아버지 앞에서 고집을 부려서 십자가를 피할 수도 있었습니다. 모욕과 조롱 앞에서 십자가에서 내려와 영웅이 될 수도 있지만 삶이 그러하지 않기에 예수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십자가의 도는 눈에 보이는 잠깐의 기적이 아니라 죽음과 고통과 외로움과 아픔의 끝에서 만나는 영생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그가 마지막에 큰 소리로 부르짖고 숨을 거두셨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우리도 우리의 고통의 절정의 순간, 숨이 거두어지는 자리에서 큰 소리를 지를 수 있어야겠습니다.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이라고 부르고, 지금 내가 지나가고 있는 시간, 고난과 어두움의 의미를 물으며 맞이할 수 있을 때 하나님의 아들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의 마지막 순간을, 지금 내가 맞이하는 현실과 길에 나의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기도)

사랑하는 주님, 어제까지,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대낮이었는데 이런 어둠이 온 땅을 뒤덮습니다. 너무 힘겹고 어려운 시간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어려운 순간에 찾아오신 하나님을 만나고 부르셨습니다. 왜? 라는 물음을 잃지 않고 따라서 십자가를 받으셔서 하나님의 아들이 되셨습니다. 그런 순간에 저희들도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잊지 않고 순간 순간의 의미와 뜻을 찾아 살아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