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마가복음 14장 51절~54절
제목 : 알몸
일시 : 2008년 6월 1일, 삶의 예술 교회 주일예배

(어린이 설교와 교회학교 파송)

51. A young man, wearing nothing but a linen garment, was following Jesus. When they seized him,    
52. he fled naked, leaving his garment behind.(Mar14:51,52)

오늘은 어떤 말씀으로 하나님이 어린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계셨을까요? 한 사람이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었지요? 젊은 사람, 담요같은 홑옷만 걸치고 있었던 사람, 예수님을 따라갔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예수님을 따라가고 있나요? 어떻게? 사랑하면서, 감사하면서, 내 십자가를 지면서.... 그렇게 가면 되는데 2000년 전 예수님의 제자들은 다 도망가고 말았어요. 오늘 이 청년도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고 겉옷만 입고 따라가다가 어떻게 되나요? 사람들이 붙잡으니까 벌거벗고 도망가지요. 겉옷만 남아 있습니다. 껍데기에요. 사람들이 뭐라고 하니까 껍데기만 남기고 도망가는 겁니다. 오늘 여러분들은 무엇을 남길까요? 한국 속담이 있어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사람들이 잡을 때 나는 어떤 것을 남길 수 있을까? 함께 생각하고 돌아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속에 아무 것도 입지 않고 있으면 얼마나 부끄러울까요? 겉옷을 벗어도 남아 있는 옷이 있어야지요. 돈이 없어도 집이 없어도 학교가 없어도 남아 있는 것이 있습니다. 뿌리 전도사님과 함께 찾아보고 만나보도록 어린이들을 박수로 파송하겠습니다.

(설교)

지난 주에는 드디어 예수님께서 잡혀가시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예수님도 칼과 몽둥이로 위협을 받으셨고 그런 사람들의 몹쓸 짓을 받으셨습니다. 그렇게 우리 생에 피하려고 해도 이미 칼과 몽둥이가 우리를 위협할 것입니다. 그들은 칼과 몽둥이 밖에 의지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피하려 한다면 억지로 끌려서 붙잡혀 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는 ‘자발성’ 앞에 칼과 몽둥이는 무용지물입니다. 칼과 몽둥이 앞에서도 호통을 칠 수 있습니다. 칼과 몽둥이에 끌려 다니는 생이 아니라, 예수님처럼 무엇을 하든지 당당하고 떳떳하게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되고 깨어 있어야지요.
그렇게 예수를 잡으러 온 칼과 몽둥이 앞에서 제자들은 모두 달아나고 예수만 홀로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예수는 그것을 원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받아야할 잔이라면 그것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의 눈치나 분위기에 좌우되지 않지요. 달아난 제자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뿐입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달아난 그들도 그들의 십자가를 지게 될 것입니다. 자기만의 십자가를 받으러 온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신 것은 하나님의 아들인 우리도 우리의 십자가를 져야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표입니다.
내가 마셔야할 내 잔을 마시지 않고는, 내 십자가를 지지 않고는 부활할 수가 없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자궁으로 나온 나는 참 나가 아닙니다. 어머니를 통해서 온 내가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요한복음을 보면 니고데모가 예수님께 와서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다시 태어날 수 있냐구요. 그저 먹고 마시고 사는 삶이 아니라 정말 내가 살아야할 이유를 알고 기쁨과 감사로 살아가는 삶, 영생을 찾고 찾던 이의 물음이었습니다. 그 때 예수님은 거듭나야 한다고 하셨지요. 그렇게 내 자궁으로 나온 내가 참 나입니다. 내가 나를 낳아야 합니다. 거듭나지 않고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주신 선물을 내 것으로 받아야지요.

자, 그렇게 다 떠났는데 알몸에 홑이불을 두른 어떤 젊은이 하나가 예수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가 왜 알몸에 홑이불을 둘러썼는지 이유는 알 수가 없습니다. 미친척 한 것인지, 위장을 한 것인지, 두려움에 떨어서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아니면 고난을 당하는 주님을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치부를 드러내고 고행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잡혀가는 예수, 당신의 길을 가고 있는 선생님을 그렇게라도 따라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용기와 열정입니다. 하지만 그의 용기와 열정도 곧 위기가 닥치자 쉽게 꺾이고, 둘러 쓴 홑이불을 버리고 알몸으로 달아나 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생각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삶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 앞에서 오늘 우리는 어떤 옷을 입고 예수님을 따르고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예수님을 따르고 있는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고 있는지, 내가 그린 보물지도와 꿈을 따라 살고 있는지 말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위기를 만나자 예수를 버리고 도망간 그 제자들의 모습은 아닌가요? 그러지 말아야지요. 그러지 말자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내 옷, 껍데기를 잡습니다. 껍데기는 금방 벗겨집니다. 그러면 알맹이만 남겠지요. 껍데기를 벗은 내 알맹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내 홑이불은 목사라는 직함입니다. 아버지라는, 남편이라는 이름이지요. 그러나 그런 것은 사람들이 지어준 것이고, 내가 잠시 맡은 역할입니다. 위기가 오면 다 벗어질 거예요. 그 다음에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껍질 속에 살고 있었지요. 우리.... 알몸으로 달아나지 않도록 우리의 속옷을 잘 갖추고 준비해야겠습니다.

오늘 이 청년은 마가복음의 저자인 마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자신의 이야기를 고난받는 예수의 한쪽 옆에 기록하고 있는 마가의 마음이 되어보면 또 한편으로 참 뭉클합니다. 자신은 그런 존재였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스승이 잡혀가는데 자기는 아무 것도 없는 알몸으로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부끄럽고 죄송한 자신의 나약함을 그렇게 그려놓았습니다. 자신의 고백과 결단을 지키지 못한 모습이 알몸으로 도망하는 자의 비겁함과 수치스러움 같다는 것입니다. 마가는 평생 이 수치스러움을 다 드러내고 도망하는 그 장면을 잊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장면이 또한 그에게는 새로운 전환과 평생의 교훈이 되었을 것입니다.
수치가 수치로만 남아 있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수치를 통해서 얻은 깨달음이 있다면, 그 진흙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운을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은 ‘기회’의 자리이며, ‘구원’의 자리입니다. “다시는 이런 삶을 살지 않겠다!” 그렇게 외쳤던 기억이 있지 않습니까? 뚜껑이 덮인 단지를 앞에 두고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따지고 생각하면서 한 걸음도 옮기지 못했던 날이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를 깨뜨리고 이제는 이렇게 살지 않을꺼야 소리쳤던 날이 있지 않습니까? 순간의 두려움에 움추려 들어 초라해졌던 기억에서 다시는 그렇게는 살지 않겠다고 일어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선생님을 버리고 알몸으로 달아난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부끄럽고 싫어서 이 ‘기억’을 새로운 종교와 공동체의 지도자로 서는 발판으로 삼은 마가의 겸손과 정직을 만나며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그래서 이제 다시는 내 믿음을 떠나지 않을 것이고, 나의 잔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오늘 우리 또한 그런 삶을 살아왔고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수는 은총입니다. 아니 한번인 우리의 생에 실수는 없습니다. 배움만이 있습니다. 그런 것 경험하러 지구별에 왔고 삶을 사는 것이지요. 그런 경험이 있어 짜릿하고 재미있고 신이 납니다. 물론 그것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닙니다. 어쩌면 가장 저주스럽고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어에서 공지영은 사랑이 아름답다고 하는 이는 사랑해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지요. 왜 실연의 아픔은 차라리 사랑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구요. 깊은물님도 암에 걸려 얻는 교훈이 아무리 커도 암에 걸리지 말고 교훈없이 사는게 더 낫다고 애절하게 말합니다. 그러나 어디 삶이 그렇습니까? 우리 삶을 은총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질 때 모든 것이 배움으로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자, 이제 예수는 대제사장 앞으로 끌려갔고, 제자들은 도망갔지만 율법학자들은 모두 모여들었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을 떠나지 않고 배신하지 않겠다던 베드로도 멀찍이 떨어져서 하인들과 함께 불을 쬐고 있습니다. 멀찍이 있는 한 삶의 중심에 설 수가 없습니다. 오늘 나는 그 그림에, 그 장면에 어디에서 어떻게 서 있습니까? 나의 십자가를 지고 그 앞에 서야 하는 지금이 그 때입니다.

(기도)

사랑하는 주님, 껍데기로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셨습니다. 너는 지금 어떤 옷을 입고 나를 따르고 있느냐 물어주시네요. 그리고 그것이 벗겨지면 어떻게 하겠느냐구요. 껍데기에 연연하지 않는 우리의 속, 중심을 다시 만나게 하옵소서. 누가 뭐라해도 하나님의 자녀로 사랑하는 사람으로 남게 하시고, 그렇게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저희들이 되게 하옵소서. 지금 가난한 내가, 부끄럽고, 약하고, 게으르고, 병든 껍데기를 벗고 당당하게 예수님을 따라가는 저희들, 다음 한 주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