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마가복음 14장 32절~42절
제목 : 나의 잔
일시 : 2008년 5월 4일, 삶의 예술 교회 주일예배

(어린이 설교와 교회학교 파송)

35 Going a little farther, he fell to the ground and prayed that if possible the hour might pass from him.
36 "Abba, Father," he said, "everything is possible for you. Take this cup from me. Yet not what I will, but what you will."(Mark 14:35,36)

오늘은 어떤 말씀으로 하나님이 어린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계셨을까요? 오늘 말씀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이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입니다. 겟세마네 동산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어린이? 그리고 왜 예수님이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가셨는지도 아는 어린이? 그렇지요.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마음이 괴롭고 힘드셔서 기도하러 가셨습니다.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십자가를 지기 싫은 마음, 그냥 십자가 없이 살고 싶은 마음을 내려 놓으셨지요. 어떻게 내려 놓으셨을까요? 기도로 내려 놓으셨어요. 그러니 기도는 내 생각, 내 고집, 내 뜻을 바꾸는 시간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기 싫었고 겁이 났지만 하나님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기로 하셨답니다. 어린이 여러분도 하기 싫은 일, 힘든 일, 무서운 일이 있을 거예요. 누구나 그렇습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할까요?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도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달라고 고집하고 조르는 게 아니예요. 그러면?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헤아리고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기도지요. 그런 기도를 드리는 멋진 어린이 여러분들을 허브 전도사님과 함께 교회학교로 파송하겠습니다.

(설교)

지난 이야기에서는 주님의 고난 앞에서 근심하던 제자들에게 주셨던 말씀을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주님의 고난보다는 주님을 원수들에게 넘겨줄 사람이 자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에 급급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배신자 유다를 더 정죄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러나 예수님은 유다에 대한 원망과 미움보다는 더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계셨습니다. 어떻게 우리도 그런 눈과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베드로는 선생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선생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다고 힘주어 말했지만 그들에게 주셨던 예수님의 말씀은 너희가 모두 걸려서 넘어질 것이라고 하셨지요. ‘절대로’라는 것, 예외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를 제거하려는 대제사장을 찾아간 이는 유다였지만 사실은 모두에게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누구 하나의 잘잘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두가 걸려 넘어질 것이니 나의 실수와 잘못 때문에 자책할 것도, 누구를 정죄하며 살 것도 없습니다. 거기에 연연하고 묶여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다시 일어나 시작하는 것이 믿음으로 사는 진실입니다. 예수님은 고난을 받아 십자가에서 죽지만 다시 살아나 먼저 갈릴리로 가십니다. 제자들이 할 일도 흩어졌지만 다시 모여서 갈릴리로 가면 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지금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셔야만 했습니다. 십자가는 인류가 고안해낸 가장 잔인한 사형술, 당대에 가장 참혹한 형틀이었지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십자가에 벌거벗겨서 매달리면 인격이고 자존심이고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고문 전문가들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벌거벗겨서 때리는 일부터 시작한다지요. 그러면 지키고 싶은 모든 것이 사라져서 자포자기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 인간입니다. 그렇게 벌거벗겨지는 곳이 십자가입니다. 지킬 수 있는 것이 하나도 남지 않는 자리이지요. 또 양손과 양발에는 커다란 대못이 박힙니다. 살이 찢긴 자리에서는 피가 흘러내리지만 빨리 죽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그렇게 매달린 채로 일주일 이상을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살아남는 것 자체가 지옥이지요. 피와 물이 다 빠지고 앙상한 뼈만 남은 육체를 새들이 날아와서 쪼아 먹는 형틀입니다. 십자가에 달리는 사람도 신분에 따라 제한됩니다. 로마시민권자나 귀족들은 십자가형에서 제외가 되었습니다. 십자가에 달리는 사람들은 로마에 반역한 이들이나 노예 신분의 사람들이었지요. 사회에서 가장 하층 계급들만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이 십자가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십자가를 지는 것이 자기의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마음이 어떠했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 스스로는 피할 수도 있었습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지 않고, 반대자들과 타협을 하면 거기서 도망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그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당해야할 가장 비참한 처지와 고통을 겪어보아야했기에 십자가는 통과 의례였지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F학점을 받아보아야 그 마음을 압니다. 비자 문제와 신분 문제에 어려움을 겪어보아야 그런 처지를 알 수 있지요. 아파보아야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알지 그렇지 않으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주에 생각했던 욥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욥이 흠이 없고 정직하고 하나님을 경외했던 의로운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2%가 부족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으로 당할 수 있는 가장 극심한 고통을 경험하면서 자기의 껍데기와 위선과 생각과 가치를 다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지난 후에 전에는 하나님을 귀로 들어 알았지만 이제는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경험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제야 자기 주장을 내려놓고 티끌과 재 위에서 회개한다고 하였지요. 예수가 스스로 받아들이는 십자가가 그렇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나의 상황에서 십자가를 지신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요? 나의 길을 가신다면 무엇을 받아들이셨을까요? 2000년 전에 그가 선택한 십자가는 오늘 내가 지나가고 있는 십자가의 길을 함께 가고 계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미 우리가 받는 고통과 억울함과 수치를 이미 알고 계십니다. 지금 여러분, 벌거벗겨져 있지 않습니까? 수치스럽습니까? 화가 납니까? 그것은 십자가 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예수님도 그냥 지나가기를 원했던 잔이지요. 견딜 수 없는 육신의 고통, 불편함, 살이 찢기고 피가 거꾸로 솟는 괴로움이 있습니까? 그러나 예수님은 스스로 그것을 선택하셔서 미리 경험하시고 맛보셨습니다. 자, 오늘 함께 읽은 본문의 이야기는 예수님께서 어떻게 그것을 맞이하고 계신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찬송하며 올랐던 올리브산, 거기에 겟세마네 동산이 있었습니다. 드디어 예수는 자신이 가야할 길, ‘겟세마네’에 이르렀습니다. 그 때의 예수님의 마음은 성경에 어떻게 표현되어 있나요? 찬송하며 올랐지만 순간에 매우 놀라고 괴로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야할 길인지 알고, 또 가고 싶어 왔지만 막상 부딪혔을 때 매우 놀라고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인생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나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 시작이지요. 그러면 어떻게 시작하시겠습니까? 예수는 그 시작을 무엇으로 하고 있나요? 32절과 34절에 말씀하시지요. 기도입니다. “내가 기도하는 동안에, 너희는 여기에 앉아 있어라. 내 마음이 근심에 싸여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여기에 머물러서 깨어 있어라.”
한가지 더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런 기도는 다른 이들과 함께할 수 없네요. 내 마음이 근심에 싸여 죽을 지경이지만, 가족도, 친구도 그저 앉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가야 합니다. 나 홀로 가야 합니다. 함께 가려하니 서로가 어렵고 부딪히고 다투는 것입니다. 홀로 서야 하는 순간입니다. 내 문제는 내가 풀어야지 어느 누가 대신 풀어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님도 대신해 주지 않으시는 일입니다. 지금 예수님이 부딪히는 심정, 유혹과 위기는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 과정을 예수님도 겪으셨으니 그는 우리의 마음과 형편을 잘 알고 계시겠지요.
그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내게서 이 잔을 거두어 주십시오.” 땅에 엎드려 기도하는 마음, 될 수만 있으면 이 시간을 비껴갔으면 좋겠습니다. 왜 이런 기도를 드리게 될까요? 이런 기도를 드려본 기억이 있지 않으십니까? 무심이 아닌, 생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기도는 그런 생각을 비우고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서게 하는 통로이고 힘입니다. 예수님은 기도를 통해서 생각을 바꾸셨습니다.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내 뜻, 내 생각은 이렇지만 아버지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기도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에서 나와서 하나님의 뜻으로 가는 것입니다.
야곱과 요한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와서, 하나님 나라에서 자기의 두 아들에게 특별한 자리를 주시도록 요청했을 때, 예수님은 '내가 곧 마시게 될 고난의 쓴 잔을 너희도 마실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지요. 내가 받은 그 잔이 구원의 잔이고, 이 잔이 나를 살게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잔 앞에서는 이 잔이 지나가길 바라는 것이 우리의 마음입니다. 잔이 없으면 할 일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어쩌면 하나님께 나를 맡긴다는 것은 내 잔을 받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겠지요. 우리는 우리의 잔, 혹은 우리의 아픔과 슬픔을 피하려고 하지 말고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찾고 있는 기쁨이 바로 그 슬픔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잔인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삶을 온전히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사실을 사실로 보는 것에서 참 사랑은 시작입니다.
그런데 사실을 사실로 보지 않고, 내가 편한대로 내 식대로 보면서 직면해야할 현실을 피하고 있습니다. 예수가 잔을 받게 되는 것은 그만이 갈 수 있는 길, 그가 이 일을 위해서 온 그것을 하기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내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예수께서 당신의 잔을 마시면서 올리셨던 기도입니다. 십자가는 피하고 싶은 잔이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길이었지만, 그 잔을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이신 그 분은 당신의 구원을 이루셨고, 또 우리에게 그 구원의 길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처럼 오늘 우리가 부딪히는 그것을 무시하거나, 피해가거나, 억누르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직면하고 충분히 경험한다면 그것을 아버지의 뜻으로 보는 참 자유를 얻게 될 것입니다. 나타난 것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그것에 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 준다면 말입니다. 슬픔의 노예가 되어, 화의 노예가 되어, 내가 화가 아니고 슬픔이 아닌데, 마치 내가 그 화요 슬픔인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닌지 잘 보아야 합니다. 잘 보면, 우리가 찾고 있는 기쁨과 감사와 사랑, 그 모두가 그 안에 있음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세상은 보시기에 좋은, 부족함 없는, 모자람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 내가 가지고 있는 잔, 내가 받고 있는 잔을 높이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입니다. 나의 치부, 부끄러움까지 다 내어 놓고 인정하고 나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나눌 수 있음은 용기 이상의 건강한 영과 몸으로 살고 있음을 뜻합니다. 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그런 수치심과 두려움을 넘어서는 것이 구원이며 행복의 길로 다가서는 것입니다. 또, 내 잔을 그렇게 들어 올릴 수 있을 때 참 친구, 참 이웃을 만들고 만날 수가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천국이 아닐까요? 그래서 나의 잔을 서로 서로에게 권할 수 있는 데까지 나아가야겠습니다. 내가 들어야할 잔, 지금 나를 만들고, 나를 있게 한 그 모든 것입니다. 오늘 우리 주님이 십자가를 받아들이신 것처럼 나도 나의 삶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며 기꺼이 용감하게 주어진 잔을 받아 마시길 원합니다. 나의 아픔, 나의 연약함, 나의 곤경을 아버지의 뜻으로 만나 이 길이 내가 가야할 길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의 잔이고, 나의 십자가인 나의 삶을 만나고 믿음으로 영생을 얻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기도)

사랑하는 주님, 찬송하며 올랐던 올리브 산이었지만 당신이 져야할 십자가 앞에서 매우 놀라고 괴로워하셨던 주님의 모습을 봅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만나고 사는 이 일 앞에서 그렇게 놀라고 괴로워하는 우리의 모습을 알게 하셨습니다. 근심에 싸여 죽을 지경인 우리의 모습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주님처럼 잔을 거두어주기를 청하지만 아버지의 뜻을 먼저 보는 기도를 저희가 올려드리게 하시고 오늘 내가 가지고 있는 잔, 나의 치부, 부끄러움까지도 받아들이고 영접하여 참 사랑의 길로 나아가는 저희가 되도록 힘과 용기를 내려 주옵소서. 주님의 기도가 저희의 기도가 되기를 소원하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