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마가복음 14장 12절~16절
제목 : 내 사랑방
일시 : 2008년 4월 6일, 삶의 예술 교회 주일예배
           
(어린이 설교와 교회학교 파송)

13 예수께서 제자 두 사람을 보내시며 말씀하셨다. “성 안으로 들어가거라. 그러면 물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을 만날 것이니, 그를 따라 가거라.
14 그리고 그가 들어가는 집으로 가서, 그 집 주인에게 말하기를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먹을 내 사랑방이 어디에 있느냐고 하십니다.’하여라.(막14:13,14)

오늘은 어떤 말씀으로 하나님이 어린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계셨을까요? 예수님이 유월절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제자들을 보내며 부탁하는 장면입니다. 첫째로 성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셨습니다. 성 안은 당시 예수님에게 위험한 곳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꼭 가야할 곳, 십자가를 지셔야할 자리였습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알기에 성 안으로 들어가라셨습니다. 우리 어린이 여러분도 성 안으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안전하고 편안한 성 밖에서만 맴돌면 변화와 성장이 없지요. 맨날 놀고 게임만 하고 잠만 자면 어떤 사람이 될까요? 하지만 힘들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를 하면 실력있는 사람이 됩니다. 그렇게 성 안으로 들어가면 물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을 만나게 될거예요. 그 사람은 예수님과 제자들을 위해 유월절 음식을 먹을 사랑방을 준비해 둔 사람입니다. 그렇게 예수님 성 안으로 들어가서 준비된 사랑방을 만나는 어린이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런 어린이 여러분들을 박수와 함께 파송하겠습니다.

(설교)

지난 주에는 예수를 넘겨줄 마음을 품은 유다의 길을 생각해 보았었습니다. 유다는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 얼마나 큰 은혜를 입었는지 모릅니다. 말씀드린대로 사람으로 태어난 것만 해도 큰 선물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하나님을 대신해서 마음껏 살아갈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것도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왜 그랬나요? 예수님을 사랑했지만 자기식대로 사랑했습니다. 아니 사랑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랑과 이용(집착)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제자는 스승에게 배우고 그 길을 따라가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스승을 이용하게 됩니다. 제자가 아니지요. 행복한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행복한 제자는 스승의 길을 그대로 가는 사람입니다. 그런 스승을 만나야지요. 우리는 예수님을 스승으로 주님으로 모신 제자라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야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또한 유다의 길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일들이 그렇습니다. 내게 주신 삶을 내가 판단하고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영접해서 맞이하는 제자의 길에 서야지요. 다시 고백해 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는 것에 감사하고, 내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 눈에 보이는 일, 먹고 마시는 일만이 아니라 내면을 소중히 가꾸어 갑니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순종하고 믿고 맡기는 착한 제자의 길에 함께 서야지요.

유다는 그렇게 예수를 넘겨줄 적당한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유월절을 맞이합니다. 말씀드린대로 무교절과 유월절은 유대인들에게 큰 잔치의 날입니다. 애굽의 노예살이에서 해방되는 날에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셨고, 그들을 도우신 날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날이지요. 애굽의 장자들이 다 죽었던 날, 유월절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히브리인들의 집에는 아무런 변고도 없었습니다. 죽음의 사자가 어린양의 피가 묻은 집은 넘어서 갔기 때문입니다. 그날, 히브리인들은 알게 됩니다. 자신들이 살아난 것은 자신들의 의로움이나 잘남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순전한 은혜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날 이들은 빵에 효소를 넣어 발효할 시간도 없이 짐을 챙겨야했기에 발효되지 않은 빵, 딱딱한 무교병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이 명절이 되면 부러 무교병을 먹어서 그날의 촉박했던 긴장감과 감격을 되새기는 것입니다. 잔치, 명절은 그렇게 의미를 기억하고 지켜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명절은 어떻습니까? 혹시 그렇게 귀한 명절이 의미를 상실하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아야겠습니다.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 생일..... 다 그러합니다. 지난 주간에 정윤이 생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생일을 보냈는지 들어볼까요? 정말 생일을 잘 만나고 보낸 정윤이에게 박수와 축하를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기념하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명절과 절기가 주는 은혜입니다. 그리고 그 명절은 일상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명절이 명절 자체로만 끝난다면 사실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 행복하고 다정하게 잘 살다가 명절이 되면 다투는 집안이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인가요? 캐나다에 오니 그 느낌이 덜하기는 합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한국에 있을 때 설날과 추석이 되면 긴장되기 시작합니다. 여자 분들은 더했을 겁니다. 명절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잘 넘길까가 근심이 됩니다. 명절이 주는 의미와 뜻을 새기기 보다는 겉치례와 형식에 매여서 그렇습니다. 제삿날에는 꼭 개를 잡아다가 나무에 묶어 놓아야 한다는 그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오늘 본문의 이야기는 명절, 그들의 유월절을 맞이하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에게 늘 있는 것 같은 유월절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한 사람의 일생에도 80번 맞이하기 어려운 날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소중하고 한번 한번이 의미 있고 새롭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날을 맞이하는 이때의 예수와 그 제자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색달랐던 날이었습니다. 이미 예수님은 그의 마지막 날에 대해 계속 알리셨고, 그가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 달려야할 것을 예고하신 명절, 무겁고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명절이었을 겁니다. 잔치집이 아닌 초상집 분위기였을 수도 있구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경험을 하신 기억이 있나요? 아니면 혹시 지금이 그런 순간이 아닌지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장면입니다....... 그래도 가서 명절을 맞을 준비를 해야지요. 명절은 명절입니다. 힘들다고 하지 않을 수 없지요. 피해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니 말입니다.
자 그렇게 제자들은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면서 잔치 준비에 대해 묻습니다. 그 어느 순간에도 내가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먹어도 먹어도 왜 배부르지 않을까요? 왜 마셔도 마셔도 목이 마를까요? 제 때에 내 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핑계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습니다. 땅이 꺼져도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합니다. 묻고 말하기 시작해야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공부가 죽어도 하기 싫어도 책상에 앉아서 시작하면 됩니다. 설교 준비가 두려워도 해보면 그 일이 내 일인 것을 알게 됩니다. 식사 준비가 하기 싫어도 시작하면 콧노래가 나옵니다. 나가서 일하기 싫어도 나가보아야 그 다음을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순간을 바꾸어가고 헤쳐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예수의 마지막 명절이 준비되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묻습니다. “선생님께서 이번 유월절이 마지막이라고 하셨는데, 지금 저희들은 마땅히 있을 곳도 없고, 대제사장과 관원들은 선생님을 쫓고 있습니다. 그래도 유월절에 선생님이 드실 음식을 준비해야하는데, 어디에다 하기를 바라십니까?” 참 하기 어려운 물음입니다. 그렇게 물어온 제자들을 예수님은 성 안으로 보내십니다. 성 안으로 가다니요? 성 안에는 대제사장과 율법학자들이 어떻게 속임수를 써서 예수님을 붙잡아 죽일까 궁리하고 있는데 어쩌려고 하시는 것이지 더 답답해집니다. 그것도 다른 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물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을 따라가라고 하시네요. 참네....... 성 안에 물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도대체 누구를 따라가야할지 막막합니다. 그렇게 만난 사람을 따라가서 막무가내로 ‘내 사랑방’을 내놓으라고 하랍니다.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자들의 입장에서는 어의가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한 전라도 명창이 선생님께 노래를 전수받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에 그런 선생님은 아무에게나 자기 비법을 전수하지 않지요. 됨됨이를 봅니다. 그 분은 그 선생님께 그것을 정말 노래를 배우고 싶어서 따라다녔습니다. 하루는 선생님이 서울을 가지고 해서 같이 기차역으로 나갔답니다. 그런데 이 선생님은 일부러 늑장을 부려서 기차가 떠난 뒤에 역에 도착했지요. 선생님을 기다리던 그 분은 좌불안석 안절부절하다가 기차가 떠나고 온 하늘같은 선생님을 만납니다. 그런데 글쎄 선생님은 많은 사람들이 있는 대합실에서 그 분의 뺨을 철썩 때리고는 왜 기차를 그냥 보냈다고 노발대발 했답니다. 그 때 그 분은 어떻게 했을까요? 제자는 선생님 앞에 무릎을 철퍼덕 꿇고는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꼭 기차를 잡아두겠습니다.”했다지요. 그래서 선생님의 노래를 전수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이없는 선생님의 억지를 따지고 들었으면 속은 시원했겠지만 제자가 될 수 없었을 겁니다. 배운다는 것, 정말 얻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 믿는다는 것은 그런 것입니다.
자, 유월절 음식을 이렇게 준비하라는 예수님의 말씀 앞에서도, 그래서 어떻게 일이 되겠냐고 항변할 법도 합니다. 그러나 제자는 선생님 말씀에 순종해야 합니다. 순종하는 것이 제자의 도리이고 자리입니다. 예루살렘성에 들어올 때 나귀를 그저 빌려 탔던 것처럼 이때도 그렇게 준비가 되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 이미 준비되어져 있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한 발을 움직이지 않아서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체면과 격식을 따지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내 사랑방이 없고, 내 잔치상이 없다고 한탄하고 핑계하면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다 나의 것으로, 내 때로 준비되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사실을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게 되어져 있는 것입니다. 내가 준비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내가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다 되어져 있고, 준비된 것입니다. 제자들에게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서 우리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마지막 유월절 잔치는 준비되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유월절을 어떻게 준비하겠습니까?
그렇게 조금 더 나아가서, 예수님의 유월절 만찬을 위해 방을 준비한 이름 없는 사람이 되어도 봅니다. 이 때,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은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이미 위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권력자들과 힘있는 사람들이 예수를 몰아낼 태세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 때에 예수와 제자들을 알아보고 돕는다는 것은 보통의 용기와 결단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는 돕는 손길로 준비된 것입니다. 예수님의 유월절 사랑방은 그 사람의 헌신과 사랑으로 준비해 놓은 방입니다. 그 사람이 없었으면 예수님의 유월절도 없었습니다. 자리를 깔아서 준비한 큰 다락방은 이름없는 그 사람이 준비해 놓았습니다. 그렇게 내가 준비한 자리가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내게 방을 요구하는 이들을 맞이합니다. 내가 준비한 방을 보여주어서 위기에 처한 이들의 마지막 잔치를 치룰 수 있게 해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준비한 방을 그들의 사랑방으로 내주어 잔치하게 합니다. 그 일이 예수를 맞이하고, 예수의 유월절을 일어나게 하는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인 것입니다. 오늘 나는 어떤 다락방을 내어주겠습니까? 함께 돌아보고 알아보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유월절을 준비하려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성 안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안전하다고 편안하다고 익숙하다고 성 밖에 서성거려서는 내 일을 할 수 없고, 내 사랑방을 찾을 수 없습니다. 가 보아야 합니다. 물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보느냐고 아무리 불평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들어가 보면 그를 알아보게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의 그 유월절처럼 나를 위해 준비된 나의 사랑방을 만나 유월절을 준비해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기도)

사랑하는 주님, 저희들에게 물음을 주시고 입을 열어 유월절을 준비하게 하시니 감사를 드립니다. 가라 하시는대로 성 안으로 가겠습니다. 주변부에 서성거리고 눈치만 보지 않게 하시고 한 걸음 옮겨서 준비된 내 사랑방을 찾게 하옵소서. 물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을 알아보고 따라가게 하시고 거기서 주님을 위해 유월절을 준비하게 하옵소서. 또한 저희들에게 힘과 능력을 주사 물동이를 메고 나가 주님을 맞이하고 나의 다락방을 주님의 사랑방으로, 주님의 일을 위해, 하나님 나라를 위해, 교회를 위해, 이웃을 위해 내어 줄 수 있는 준비된 자들로 주님 삼아 주옵소서. 오늘 내가 하는 이 일이 그렇게 주님의 일을 위해 준비하는 일이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그 일임을 잊지 않고 정성과 사랑으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