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신학


차 례

제1장 서론 1
1. 문제제기 1
2. 연구의 목적 3
3. 연구의 방법과 한계 4

제2장 민중교회의 역사와 현재 모습 6
1. 민중교회의 역사 6
가. 제1기(초창기∼1987년) 6
나. 제2기(1988년∼1992년) 8
다. 제3기(1993년∼현재) 12
(1) 가정교회형 모델을 추구하는 흐름 13
(2) 민중교회의 신학과 신앙의 변화를 추구하는 흐름 14 (3) 2기 수준의 신앙을 계속 유지하려는 흐름 15
2. 필자와 신명교회 17

제3장 민중신학의 내용 19
1. 자기성찰 19
2. 기도의 가치 22
3. 치유 24
4. 내면적 만족 24
5. 성화 25

제4장 민중교회 이야기 27
1. 자기성찰 27
2. 기도의 가치 31
3. 치유 45
4. 내면적 만족 51
5. 성화 67

제5장 결론 71

참고문헌

==================

제1장 서 론


1. 문제제기


민중신학의 '청중'은 누구인가?


"민중신학은 비민중 계층에게 민중이 당하는 고난을 직시할 수 있게 하고 그의 고난이 불의한 체제에 의한 고난이며, 그 고난이 우리의 책임과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하여 그들의 고난과 저항에 동참하게 하려 한다. 민중신학이 민중이 아닌 이들에게 외쳤다는 점은 당시 민중신학을 이해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70년대 당시 민중신학은 민중에게도 말했고 '민중의 신학'에까지 이르기를 지향했으나 현실적으로 그리고 우선적으로 비민중층에게 도전하고 설득하는 신학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이 민중신학의 주요한 청자였고 따라서 언어와 논리 구조가 그들을 겨냥하여 선택되고 짜여졌다는 것이다."


민중신학의 '청중'은 민중 자신이 아니라 비민중 계층이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언어와 논리 구조가 비민중 계층에 맞게 선택되고 짜여졌다는 것이다. 민중교회는 민중신학의 교회적 실천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민중교회의 '청중'은 민중 자신이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생겨났다. 민중신학의 '청중'은 비민중 계층인데 민중교회의 '청중'은 민중 자신이라는 사실에서, 초기 민중교회 현장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일어났다. 즉 초기 민중교회는 민중인 교인들에게 그들에게 맞지 않는 옷을 권한 셈이다. 처음부터 그 옷이 자기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입으려 하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금방 교회를 떠났다. 그리고 그 옷을 입어본 이들은 불편해 했다. 그들 중에서도 그 불편을 참지 못한 이들은 교회를 떠났다. '민중을 위한 민중의 교회'가 되기를 원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한편 일반적으로 70년대 민중신학을 1세대 민중신학, 80년대 민중신학을 2세대 민중신학이라 구분한다. 그리고 1세대 민중신학을 "증언의 신학", 2세대 민중신학을 "운동의 신학"이라 부른다. 앞에서 제기된 '청중'의 문제는 주로 1세대 민중신학과 관련된 것이다. 2세대 민중신학에는 1세대 민중신학에 대한 비판이 전제되어 있다. 이를테면 여전히 반공주의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든지, 민중을 고난에만 묶어둔다든지, 현실 인식이 비과학적이라든지, 변혁적 전망이 부족하다든지, 증언에 머무를 뿐 운동의 전략과 전술을 제공하지 못했다든지 하는 문제 제기이다. 그리하여 증언의 신학을 넘어서서 운동의 신학으로 발전을 꾀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발전 모색 안에도 '청중'의 문제는 빠져있다. 또한 2세대 민중신학자들은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고 그 결과 일정한 성과를 거두어들인 것도 사실이지만, 동시에 적잖은 시행착오와 문제를 낳기도 하였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기독교 신학으로서 가져야 할 자기 정체성의 위기 혹은 상실, 그리고 민중신학의 '청중' 상실이다. 이는 전통에 대한 무분별한 해체와 그리고 유물론과의 접경에만 신학의 건물을 세워 보려 했던 신학의 정치경제학적, 철학적 환원이나 왜소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세대 민중신학이 상정한 '청중'이 민중교회의 '청중'과 다른 것이었기에 민중신학이 민중교회에 맞지 않은 옷이 되었다면, 2세대 민중신학은 민중신학을 발전시켜 보겠다는 시도였으나 그것이 '청중'을 상실하는 신학이 되어 민중교회에는 더욱 맞지 않는 옷이 되고 말았다.

민중교회는 침체에 빠져있다. 민중교회가 정체되어 있는 원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그 중에서 '청중'의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마침내 민중교회는 자기 '청중'에 맞는 민중신학의 내용을 스스로 모색하게 되었다.


2. 연구의 목적


여기서 하나 구분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민중교회에서 만나는 민중은 둘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선교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민중이다. 이들은 교인이 아니다. 이들 중에서 나중에 교인이 되는 사람이 있지만, 프로그램 중에는 교인으로 만나지 않는다. 이들과 관계에서 신앙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예배를 통해 교인으로 만나는 민중이다. 그 동안 민중교회는 선교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는 민중과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이들을 위해서는 그 동안 제법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예배를 통해 교인으로 만나는 민중과의 관계에서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민중신학의 '청중' 문제를 말할 때 전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후자에 적용되는 문제이다.

달리 말하자면 선교의 영역과 목회의 영역을 구분하여 보는 것이다. 선교 영역에서는 지역과 사회를 위해 일정 정도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목회 영역에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고, 현재도 목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중의 생활 조건이 어느 정도 향상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민중신학이 처음 생겨났을 때와 비교해 보면 많이 변했다. 하지만 민중이 가지는 전반적인 문제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로 우리 사회 속에 드리워져 있다. 따라서 민중신학은 지금도 필요하다. 변화된 상황에서 민중신학이 가지는 효용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지만, 여전히 민중신학은 유효하다. 다만 변화된 상황에 맞추어 민중신학의 지평이 더욱 확장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민중신학자들이 민중신학의 지평이 확장되어야 할 필요를 공감하고 있으나, 여전히 '청중'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해 보이는 듯 싶다. 필자는 민중신학의 과제 중에서 특별히 '청중'의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는 교회 목회적 영역이다. 민중신학이 '청중'의 문제를 전제하여 신학을 전개하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를 온전히 구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가지는 창조성과 역동성이 제한받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이런 차원에서 다섯 가지 주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곧 자기성찰, 기도의 가치, 치유, 내면적 만족, 성화에 대한 문제이다. 이 다섯 가지 주제를 선택한 것은, 필자가 13년 동안 민중교회에서 목회를 하며 목회적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경험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중신학은 사회를 위한 신학이면서 동시에 교회를 위한 신학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비민중을 향한 신학이면서 동시에 민중 자신의 신학이 되어야 한다. 필자가 살펴보려고 하는 다섯 가지 주제는 교인인 민중과 관련된 문제이다. 이는 현재 민중신학에서 취약한 부분이다. 이 글은 그 취약한 고리를 보완하려는 시도이다.


3. 연구의 방법과 한계


이 논문의 주된 연구 방법은 사례 연구, 특히 필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사례 연구이다. 이렇게 사례 연구 방법을 택한 이유는 이 논문의 주제와 관련된 선행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위해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연구 방법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우선 2장에서 민중교회의 역사와 현재 모습을 설명할 것이다. 특별히 필자가 민중교회에서 목회하게 된 배경과, 필자의 목회 경험의 기반인 '신명교회'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할 것이다. 그 다음 3장에서 필자가 설정한 다섯 가지 주제와 연관된 기존 민중신학의 내용을 차례대로 살펴볼 것이다. 이어 4장에서 다섯 가지 주제와 관련하여 필자가 민중교회 목회 현장에서 경험한 바를 토대로 하여 차례대로 문제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주제의 내용과 걸맞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할 것이다. 사례의 주인공은 모두 현재 생산직 노동자이거나 전에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였던 신명교회 교인임을 밝혀 둔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은 한 교회에 국한된 것이다. 한 교회에 국한된 경험이 보편성을 지니기는 쉽지 않다. 필자는 한국기독교장로회 민중교회운동연합의 회장직을 4년 동안 맡아 활동하였다. 그리하여 다른 민중교회들의 형편에 대해 제법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곧 필자의 인식이 한 교회에서 비롯된 경험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교회들의 자료를 이 글은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한점이 있다. 최대한 전체 민중교회 목회 경험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계를 지닐 것이다.

제2장 민중교회의 역사와 현재 모습


1. 민중교회의 역사


가. 제1기(초창기∼1987년)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 분신 사건은 이 땅의 양심적 인사들에게 기층 민중 문제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해주었다. 교회도 이 사건을 계기로 민중선교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1971년에 조직된 '수도권 특수선교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활동은 실로 눈부신 것이었고 전체 운동을 압도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기장 내에 생겨난 교회들이 성남주민교회, 실로암교회, 사랑방교회, 동월교회 등이다. 이런 교회들은 주로 빈민선교를 지향했다. '수도권 특수선교협의회'와 조직적 연계 없이 뜻있는 청년들에 의해 1977년에 세워진 신명교회는 기장 내 노동자선교 교회의 효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민중교회라는 개념이 없었다. 민중교회라는 개념으로 교회가 세워진 것은 80년대에 접어들어서부터이다. 이는 민중신학과의 결합 속에서 생겨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새봄교회, 사랑교회 등을 필두로 하여 80년대에 세워진 민중교회들은 70년대에 세워진 민중교회들과 산업선교회의 선교 정신 위에, 1980년 광주민중항쟁을 계기로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 내리기 시작한 사회과학적 인식을 보태어 민중교회운동을 체계적으로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곧 여러 차례의 집단적 연구와 논의를 거쳐 올바른 기독교운동은 교회 운동이어야 한다는 인식의 결과물이 민중교회운동으로 나타난 것이다. 당시에 YMCA에 들어가 방향을 모색하던 사람들이나 직접 공장에 투신했던 사람들, 그리고 빈민운동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속속 민중교회운동의 대오에 합류했다.

이 시기 민중교회 활동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지역노동운동의 외곽'과 같은 역할이라 할 수 있겠다. 광주민중항쟁을 계기로 고양된 민족민주운동은 제5공화국 군사독재정권의 폭압을 뚫고 반(半)합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7 8월 노동자 대투쟁은 이러한 활동의 결실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1987년 이전 각 지역 민중운동은 교회, 혹은 기독교가 가지는 합법적 성격을 활용하여 전개된 경우가 많았다(민중교회 역사의 시기 구분을 이 때로 하는 것은 민중교회 운동의 전개가 전체 운동의 발전 과정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로 노동자 주거지역에 위치하고 있던 민중교회들은 지역 운동가들에게 퍽 소중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많은 활동가들이 민중교회로 몰려들었다. 교회 역시 당시의 주된 역할을 지역운동을 지원하는 것으로 삼았기 때문에, 교회에서는 여러 가지 노동자, 주민 프로그램들이 운영되었고, 많은 노동자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매개로 교회와 만나 함께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주일에는 예배에 참석하는 인원이 적었어도, 주 중에는 늘 노동자들로 활기를 띄었던 것이 이 시기 대부분 민중교회의 모습이었다.

이 시기에는 교회 안에서 '신앙'이라는 언어가 거의 입에 담아지지 않았다.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은 종교적 현상이 사회에 끼치는 일반적 부정성에 대한 혐오감이 짙었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민중교회 생성에는 사회과학적 인식이 큰 뿌리로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는 편협한 물질적 사고를 낳았고, 이는 다시 종교성의 입지를 극히 좁게 만들었다.

다음은 '교회성장'에 관한 문제인데, 당시 민중교회는 운동의 일반적 임무를 다하면 교회 성장은 저절로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교회의 정체 현상으로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들었지만 또 그 만큼의 숫자가 교회를 빠져나가는 현상이 반복되었다. 단순재생산이 반복되었던 것이다.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서 지식인들은 거의가 단지 교회라는 합법적 조건을 활용하려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조건을 활용하여 목표가 달성되면 곧바로 교회를 떠났다. 노동자들도 교회를 통해 어느 정도 의식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현장으로 흩어져 나갔다. '하나님의 선교' 신학은 이러한 현상의 이론적 근거로 작용하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결국 신앙이 있는 소수의 교인들만이 교회를 지키며 남았는데, 그 중에는 "이곳이 교회인지 교회 간판을 내걸은 운동단체인지 모르겠다"는 문제 제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노동자가 '주인'이라고 하는 우리들 교회에는 노동자가 모이지 않고, '죄인'이라고 말하는 기성 보수 교회에는 노동자들이 많이 모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은 우리에게 뼈아픈 것이었다.

이 시기는 민중교회 목회자 모두가 하나님의 역사에 대한 신념과 열정으로 민중교회를 개척한 시기였다. 그러나 신앙과 목회훈련에 대한 안일한 태도, 기독교 전통과 문화에 대한 경직된 이해, 기독교운동에 대한 비주체적 자세, 그리고 거기에 더하여 터무니없는 우월감까지 겹쳐 많은 오류와 시행착오를 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탄압이 극심했던 때, 민중교회가 지역운동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이 시기의 두드러진 특징이자 성과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제2기(1988년∼1992년)

제2기에는 1기에 대한 반성 속에서 교회의 주체성(정체성)이라는 문제가 부각되었다. '흩어지는 교회' 개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근거지가 취약한 상태에서 흩어지기만 한다면 그 운동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 제기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1987년 민주 투쟁을 지나면서 증폭되었다. 즉 6월 항쟁과 7 8월의 노동자 대투쟁의 결과로 기층 민중의 자주적 대중 조직이 생겨나면서 운동 질서에 대대적인 개편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각 운동단체마다, 특히 대중 조직의 경우에, 자기 조직의 정체성과 자기 조직의 대중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기독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고, 특히 기층 민중운동을 지원하던 민중교회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민중교회가 진정한 운동체가 되기 위해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근거지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반성이 일어났다. 그런데 근거지를 확보하려면 자기 근거지에 대한 뚜렷한 정체성(신앙)과 물적 토대가 확보되어야 한다. 정체성과 물적 토대의 확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과정에서 생겨난 개념이 '교회성과 운동성'이었다. 그 동안은 운동성만 있고 교회라는 것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으므로, 이 개념을 새로 염두에 두면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곧 자기 정체성(주체성)을 확보하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것을 '교회성'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교회성과 운동성'에 대한 논쟁이 각 교회마다, 지역마다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그 결과로 교회 안에 남아 있던 대부분의 조건활용론적 시각을 가진 활동가들이 교회를 떠났고, 이러한 개념이 민중교회의 방향성으로 정리되어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었다. 이 개념은 양자의 통일을 말하고는 있지만, 교회성과 운동성이라는 이분법적 도식을 씀으로써 실제로는 대립 개념화하는 오류를 범했다.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후에 '신앙과 신앙의 실천'이라는 개념으로 재정리되었다. '신앙의 실천'이라는 개념은 '운동'이라는 개념보다 훨씬 포괄적 의미를 내포하면서도 신앙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내적 관계를 나타내 주고 있다. 이 개념은 교회성과 운동성이라는 개념이 갖는 대립적인 갈등을 지양하고 통일적이면서도 더욱 풍부한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한편 '교회성'의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저 예배에 전보다 열심히 참여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외형적 변화를 가지지 못했다. '운동성'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났다. '운동성'을 노동 현장의 권리 투쟁적 활동이나 시위 참석으로만 이해하고, 그 외의 가치들에 대해서는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그래서 이론과 투쟁성만 중시하다가 불성실한 생활, 경직된 사고, 편협하고 교만한 사고에 빠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또 하나 문제는 운동을 하다가 좌절에 빠진 노동자들의 경우였다. 사실 노동 현장에서 갖는 투쟁이 승리로 이어지거나, 승리한 투쟁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많은 시련을 당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감과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좌절에 빠졌을 때 그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보다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이럴 때에는 '어떻게 투쟁하는가?'에 대한 방법을 알려 주는 것보다는, 자신의 상태를 고백하며 좌절을 이기고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신앙이 더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전의 민중교회는 이러한 역할, 즉 영적인 힘을 주는 역할에 눈뜨지 못했다. 주된 관심이 시위와 투쟁, 노동자의 권리 쟁취와 그것을 위한 교육 활동에 치중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제2기에 들어와서는 이러한 활동과 함께, 교회가 정말로 해야 할 일은 세상 모순에 상처받고 좌절에 빠진 민중들에게 위로와 영적인 힘을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교회성'의 구체적 내용이 하나님과 내면적 관계를 맺는 '신앙'이라는 것을 밝혀 내고, 이러한 신앙 형성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들이 시도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운동이란 그런 편협한 것이 아니라는 교육이 함께 진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정리된 민중교회의 활동 방향은, 그 중심에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굳건히 세우면서, 그 신앙에서 우러난 여러 가지 실천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회가 교인들 개개인의 평생 교육의 장으로서 전인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큰 일을 한다고 하면서 작고 보이지 않는 일을 하찮게 여기고 교만에 빠진다면, 또한 입으로는 구조악과 사회 변혁을 말하면서도 자기 내부에서는 폭군처럼 행동한다면, 그는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신앙과 신앙의 실천'을 교회 속에서 모범적으로 구현하는 일은 아직 우리 민중교회의 과제이다. 그런데 이는 단시간 내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신앙이란 초월적(수평적 초월과 수직적 초월을 함께 포함하는) 차원과 체험의 세계를 포괄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공동체 전체가 깊은 신앙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고, 그 신앙이 건강한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도 수많은 단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2기에는 이와 같은 작업들이 내부에서 진행되었는데, 민중신학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는 데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 과정은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통의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민중교회의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였다.


다. 제3기(1993년∼현재)


제1기의 문제를 반성하고 민중교회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 제2기를 시작했지만, 교회의 토대는 여전히 취약하고 개선되지 않았다. 그 동안 민중교회는 분명히 한국 교회의 흐름 속에 새로운 물줄기를 형성했다. 해방신학과 더불어 민중신학이 세계 신학계에 큰 자리를 차지한 것과 마찬가지로, 남미의 기초공동체 운동과 더불어 한국의 민중교회 공동체 운동은 세계 교회의 관심과 희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인 보람의 이면에는 내적인 아픔이 쌓여 왔다. 좌절과 불투명한 앞날로 말미암아 다른 장으로 사역지를 옮기는 목회자가 속출하였다. 이제까지 유지되어 온 틀 속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3기 시기 구분은 이러한 지각 변동과 관련이 있다. 이는 크게 세 갈래 흐름으로 나타났다.

(1) 가정교회형 모델을 추구하는 흐름


기존의 민중교회는 더 이상 전망이 없다고 생각한 몇몇 목회자들이 민중교회의 틀을 버리고 가정교회의 틀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이 민중교회의 틀에 제기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매년 올라가는 전세금, 월세금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경제적 측면이다. 1994년 현재 민중교회 중에 자기 소유의 공간을 갖고 있는 교회는 절반 정도이다. 나머지는 임대 교회들인데, 해마다 올라가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는 낭비적 현상이다. 게다가 앞으로 개척될 민중교회들의 형편은 더 어려울 전망이기 때문에, 기존의 민중교회 틀로는 민중교회의 이상을 올바로 구현해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경제적 어려움은 민중교회 목회자들로 하여금 기성 교회들과 타협하게 하여, 민중교회의 이상을 흐린다는 것이다. 생존과 연명을 위해 차츰 기성 교회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가정교회의 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교회는 공간을 갖지 않고, 목회자는 자신의 생계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공간을 갖지 않으면 임대료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그리고 목회자 자신이 교회 밖에서 생계 수단을 갖게 되면 기성 교회와 타협할 아무런 위험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배는 교인들 집을 돌아가며 드리고 헌금은 모두 선교를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흐름은 민중교회와 분명한 차별성을 지니는 것이다. 민중교회가 '보이는 교회'라고 한다면 가정교회는 '보이지 않는 교회'이고, 민중교회가 교단에 소속된 제도 교회라고 한다면 가정교회는 제도적인 교회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민중교회의 어려움을 급진적인 모습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논의와 준비 과정이 현실적으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민중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 중 하나가 이상을 곧바로 현실화하려는 성격이었다고 한다면, 이는 더 비현실적 시도였던 셈이다. 이런 모색을 시도했던 목회자는 소수였지만, 당시 반향은 컸다. 이들은 지금 모두 민중교회를 떠났고, 또한 각각 다른 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2) 민중교회의 신학과 신앙의 변화를 추구하는 흐름


이 흐름은 전통 교리와 복음주의적 신앙을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중신학적 신앙이 민중에게 맞지 않고, 더 나아가 교회를 찾는 인간 존재의 욕구를 온전히 채워 줄 수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는 단순히 민중교회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은 아니다. "신앙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곧 수직적 신앙과 수평적 신앙의 통전에 대한 문제이다. 민중신학을 비롯한 진보적 신앙은 수평적 체계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참 신앙은 수직성과 수평성이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수직성에는 인간 죄의 문제와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 그리고 그것을 통한 구원의 틀 형성 같은 개념들이 포함된다. 이는 전통 교리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민중교회의 이러한 흐름이 보수화 경향으로 판단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수직성은 하나님과 갖는 직접적 만남을 상정하는 것이다. 곧 그 강조점이 민중 계층성의 담보 보다는 영적 공동체성 담보의 차원이라고 하겠다. 이런 입장에서 수직성과 수평성이 통전되는 영성 공동체의 가치가 우선 자리매김되고, 그 위에 민중 계층성을 포진하는 구도를 가지고 있다.


(3) 2기 수준의 신앙을 계속 유지하려는 흐름


이 흐름은 1기의 민중교회 모습에 대해서는 비판적 인식을 함께 한다. 그러나 전통 교리와 복음주의적 신앙을 수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소 비판적이다. 민중교회가 갖는 진보적 신앙 내용을 2기 수준 정도에서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2기 수준과 앞에서 설명한 (2)의 흐름의 중간 정도를 지향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상 세 가지 흐름 중에서 (2)의 흐름이 다수를 이룬다. 또한 (2)의 흐름과 (3)의 흐름의 경계선에 있어 구분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민중교회들은 공동체의 신앙이 제법 자라났지만, 외적으로는 여전히 침체 상태를 벗어나기 못하고 있다. 이러한 침체 상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현재 새로운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의 모습을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유형은 목회 지향적 교회이다.

교회가 감당해야 할 영역은 크게 목회와 선교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유형에 속하는 교회(목회자)는 교회의 우선적 사명을 목회라고 판단한다. 참다운 말씀 공동체, 영성 공동체가 되는 것이 교회의 1차적 과제이고, 선교는 2차적 과제로 판단한다. 그러나 선교를 등한시하지는 않는다. 초기 민중교회가 선교 중심적이었다면, 이제는 선교와 목회의 균형을 유지하려 하면서도 목회에 더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다.

둘째 유형은 선교 지향적 교회이다.

이 유형에 속하는 교회는 목회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나, 민중교회의 특성상 선교가 더 우위에 두어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민중교회의 고유한 정체성을 민중선교에서 찾는 것이다. 여기에도 여전히 목회에 관심을 두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목회는 거의 생각하지 않고 선교에만 집중하는 교회들도 있다.

한편 선교 내용도 많이 변하였다. 기존의 민중선교적 내용이 '복지선교적' 내용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시대 흐름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인천 도시산업선교회'(감리교)가 '사회복지선교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니는 사건(?)이다. 기장 총회도 '미쇼 데이(Missio Dei)' 신학에 '디아코니 데이(Diakonie Dei)' 신학을 보강하자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민중신학에서도 민중의 '큰 이야기'를 넘어서서 민중의 '작은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주장하고 있다. 민중의 '여성성'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다. 모두 우리 사회가 크게 변화된 모습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민중교회의 선교도 사회복지적 선교에 점차 많은 관심이 두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개량주의라고 비판받았을 사업들이 이제는 중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각 교단의 민중교회 연합 활동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감리교단에 속해 있는 민중교회들의 연합 조직은 사실상 해체되었다. 다만 개교회 차원에서 민중교회 활동을 계속하는 교회는 있다. 기장에 속해 있는 민중교회들의 연합 조직인 '한국기독교장로회 민중교회연합'은 지난 4월에 그 이름을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배경과 의미에 대해서 이 글에서는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민중'이라는 단어를 뺐다는 점에 있어서 대단히 큰 사건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주로 감리교, 예장 통합, 기장에 속해 있는 민중교회들의 연합 조직인 '한국민중교회운동연합'도 올해 조직 개편을 위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들이 민중교회의 심각한 지각 변동을 반영하는 것이다.


2. 필자와 신명교회


필자는 고등학교 때 기장에 속한 교회로서는 제법 큰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 그 교회는 서울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교회가 이사를 가게 되었다. 이사를 가는 곳은 원래 있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왜 이사를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왜 그곳으로 이사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들었다. 그곳은 당시 윤락가가 있는 곳이었다. 그 동네로 이사 가서 그 동네 사람들에게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 곳이 선택되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 설명을 듣고 퍽 고무되었다. "맞아! 교회가 그런 일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였다.

1년 남짓 공사를 하여 새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렸다. 6층 건물로 당시로서는 대단히 화려한 모습이었다. 필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곧 예배 시간에 이 동네 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모습을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이 동네 살 법한 사람들을 예배 시간에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필자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장 차림으로 예배를 드리는 우리 교회 어른들 틈으로, 이 동네에 사는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결코 끼어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 동네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우리 교회에 들어오기엔, 우리 교회는 문턱이 높은 교회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그 문턱이 치워질 수는 없는 일일까? 아니 그 문턱을 치우려 하기보다는, 처음부터 그런 문턱이 없는 교회가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필자는 신학교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12년 후에 필자는 이른바 민중교회 목회자가 되었다.

필자가 섬기는 신명교회는 서울 변두리 구로 공단에 위치하고 있다. 1977년 부활절 아침에 청년 두 명이 자기네 자취방에서 예배를 드렸다. 한 명은 신학생이었고 다른 한 명은 일반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었다. 둘은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구로 공단에 있는 공장에 취직하였던 것이다. 둘은 그 때부터 매 주일 아침이면 자취방에서 예배를 드리고 함께 공부도 하였다. 그들의 주일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그들은 대개 공장 노동자들로서, 소개를 통해 그 모임에 참석한 것이다. 사람들이 늘어 자취방에서 예배를 드리고 모임을 갖기에는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마침내 그 다음 해 2월에 예배를 드리기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5월에 '신명교회'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9월에는 공식적으로 창립예배를 드렸다.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고 주 중에는 야간학교를 하였다. 배움에 굶주린 수많은 노동자들이 교회로 몰려들었다. 그러자 경찰에서 감시와 탄압을 시작하였다. 그 후 신명교회는 자주 이사를 간다. 이유는 세 들어 있는 건물 주인에게 쫓겨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건물 주인에게 압력을 가해 신명교회를 내쫓게 만들었다. 1980년까지 이사를 다섯 번 다녔다. 급기야는 공단 안에 있지 못하고 시내로까지 쫓겨갔다. 거기서 4년 동안 준비를 하여 다시 공단 안으로 들어 왔다. 필자는 1980년부터 신명교회와 인연을 맺기 시작하여, 1984년에 담임 목회자가 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14년째 신명교회를 섬기고 있다.

그 동안 신명교회는 수많은 노동자 선교 사업을 하였다. 그 과정은 고난과 함께 보람의 날들이었다. 현재 어른 교인수는 60명 정도 되고, 선교 사업으로 야간 학교와 어머니 한글반을 하고 있다. 현 예배 처소는 1978년 2월 이후 여덟 번째 공간으로 40평쯤 되고, 매월 월세를 40만원 내고 있다.

제3장 민중신학의 내용


1. 자기성찰


자기성찰이란 자신에 대해 반성적으로, 비판적으로 살펴본다는 뜻이다. 자기성찰이 필요한 것은, 이것이 자신의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이웃과의 관계를 바른 관계로 만드는데 중요한 매개가 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게하는 소중한 틀이 된다. 자기성찰이 부족한 사람은 정체된다. 이웃과 바른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다.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자신 안에서 구현할 수 없게 된다. 예수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남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제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한다"(눅6:41)고 말씀하셨다.

전통적으로 기독교는 죄의 문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자기성찰의 문제는 죄 인식의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죄의 문제보다 더 넓고 깊은 차원의 문제일 터이다. 민중신학에서는 이 자기성찰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안병무는 하나님의 것, 곧 공(公)을 사유화 또는 독점하는 것이 바로 죄의 뿌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구조화되어, 마침내 구조악으로 자리잡았다고 이해한다. 이같은 구조 안에서 민중이라고 해서 무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민중도 소유를 삶의 제1 원리로 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삶에서 추구하는 바가 가진 자들의 그것과 같은 것일 수 있다고 본다. 민중이 선망하는 최고의 가치가 바로 독점자, 권력자들일 수 있는데, 이런 뜻에서 모든 인간이 죄 아래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바로 이 사유욕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사유하지 않고는 살 수 없도록 되어 있고, 그러므로 누구나 사유욕의 노예가 된다는 점에서 모든 사람이 죄 아래 있다는 말이 타당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죄의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에서, 구체적인 죄의 현실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되, 인간의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완결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궁극적으로는 전혀 새로운 현실을 향하여 그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사탄의 실체는 구조악으로, 예수는 구조악이 없어지면 죄가 없어지고 죄가 없어지면 곧 하나님 나라가 실현되는 것으로 보았다고 한다. 민중이 범죄를 했다면 그것은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기존 체제가 만든 것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민중의 죄를 규탄하는 설교는 수렁에 빠져 있는 사람의 머리를 발로 밟아 누르는 행위 이상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한다. 민중을 구하는 길은 죄로부터 해방이 아니라 죄의 '컴플랙스'에서 해방이요, 이것이 일차적으로 던져져야 할 구명의 밧줄이라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민중을 죄인으로 만든 세상의 구조를 분명히 인식하게 하고 바로 그 세계의 체제를 변혁하겠다는 결의로 전환하게 되면, 이른바 죄인의 반열에서 떠나 세계 구원의 주체가 되는 민중대열에 서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곧 죄를 구조악으로 이해하며, 민중도 범죄할 수 있지만 그것은 구조악인 기존 체제 때문이라면서 민중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것이다. 민중에게 요구하는 것은 있다. 그것은 기존체제를 변혁하겠다는 결의를 가지라는 것이다. 그리하면 강요된 죄인의 반열에서 떠나 세계 구원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안병무의 민중에 대한 죄 이해에는 민중에 대한 깊은 애정이 배어 있다. 또한 상당 부분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안병무의 논거와 조금 다른 차원에서 티벳 원주민이나 호주 원주민의 생활 모습을 보면 거의 죄성을 찾아볼 수 없다. 그 원인은 그들이 문명으로부터 벗어나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티벳의 라다크 주민들 중에서 문명을 접한 사람들은 죄성을 드러내 보인다고 한다. 문명이란 안병무가 말하는 기존 체제와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문명 혹은 기존 체제 아래서 죄를 짓지 않고 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체제의 근본적 변혁이 얼마나 가능하고, 또한 그 결과 죄성이 얼마나 사라질 지에 대한 문제는 이 글의 관심이 아니다. 다만 민중이 현재 기존 체제 아래서 죄를 짓고 살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하는 것이다. 민중이 기존 체제를 변혁하겠다는 결의를 가지면 강요된 죄인의 반열에서 떠나 세계 구원의 주체가 된다는 선언만으로 민중의 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안병무의 논리대로 민중의 죄는 기존 체제 때문이라 하더라도, 그런 원인 규명만으로 민중의 죄 현실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어찌 되었든 간에 민중은 죄를 지으며 고통당하고 이웃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민중 자신을 위해 좀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죄라는 차원보다는 자기성찰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세대 민중신학에서는 자기성찰이라는 문제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한편 2세대 민중신학자로 꼽히는 박재순은 죄의 문제에 대해 안병무나 서남동과 입장을 달리한다. 서남동의 유명한 "소위 '죄인들'이란 '범죄를 당한 자들' 곧 억울한 자들이다. 말하자면 '죄'란 지배자의 언어이고 '한'은 민중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그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해하며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죄론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요구한다. 곧 죄의 문제가 사회구조적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악한 마음에서 구조악이 나왔고 구조악이 인간의 마음을 더욱 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면서, 모든 문제를 인간의 마음에로 돌리는 것이 비현실적인 것처럼 모든 허물을 구조악으로 환원시키는 것도 비현실적이고 관념적이라고 잘라 말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와 사회주의 사회의 실패 원인으로 자발적 헌신성의 결여를 들고 있는데, 자발적 헌신성의 결여는 죄의 뿌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곧 사회주의 사회는 죄를 무시했기 때문에 실패하였다는 주장이다.

박재순의 죄 문제에 대한 이러한 진지한 자세는 자기성찰의 문제와 잇닿아 있다. 구조악은 인간의 악한 마음에서 나왔다는 주장과 자발적 헌신성에 대한 강한 애착은 자기성찰의 문제와 어느 정도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또한 그는 죄의 문제를 예수 그리스도의 조명 아래 비춰봄으로써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모색한다. 그 때 생겨나는 것이 자유인데, 그 자유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자유, 스스로 줄 수 있는 자유라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인의 자기성찰에 있어서 궁극적 단계를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2. 기도의 가치


개인 기도는 크게 보아 자기 정화의 성격과 구체적 응답을 바라는 성격을 지닌다. 이 두 성격이 서로 동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진보적 기독교인일수록 전자에 치중하고 보수적 기독교인일수록 후자에 치중하는 현상을 보게 된다. 기도가 구체적 삶에서 응답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이 글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믿음에 넘길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매일 새벽기도를 하는 사람이나 00일 작정기도를 하는 사람은 대부분 구체적 응답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민중은 어떤 시각에서 기도를 바라보는가' 이다. 생활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하기 때문에 후자에 치중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민중신학은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가?

기도의 문제와 관련하여서도 좀처럼 언급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다만 안병무가 자신의 기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언급을 하였다.


"내 생각으로는 지금 말한 것과 관련해 우리 기독교가 꼭 바꿔야 할 것은 기도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이기적으로 개인주의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사실 성서적이지도 않습니다. 불트만도 이야기했는데, 기독교가 개인주의화한 건 헬레니즘 영향이지 구약에는 그런 게 없다는 거예요. '하십시오, 주십시오' 하고 자기한테 달라는 말만 가득 찬 기도에 기가 들어올 구멍이 있겠습니까? 하나님이 일하실 자리가 없잖아요. 비워야 기가 들어올 수 있지요. 그러니까 그런 기도가 되면 안되고 사념을 없애는 기도, 욕심을 포기하는 기도가 되어야죠. 무릎 꿇고 아무 말 없이 말이죠. 하나님을 두려워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죠. 그런 의미에서 불교나 다른 종교 전통에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병무가 말하는 기도의 수준은 이른바 관상기도와 비슷하다. 관상기도는 최고 수준의 기도다. 기도의 아주 높은 경지에 이른 사람에게 가능한 기도다. 하지만 민중에게 어떻게 이런 기도를 요구할 수 있는가? 예수가 귀신 들린 아이에게서 귀신을 내쫓은 후에 "이런 부류는 기도로 내쫓지 않고는, 어떤 수로도 내쫓을 수 없다."(막9:29)라고 했을 때, 이런 관상기도를 요구한 것일까?



3. 치유

질병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피할 수 없는 고통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질병 앞에서 하나님께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여러 형태로 이 요청에 응답하신다. 예수는 병고침을 사역의 목표로 삼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시간을 병고침에 할애하였다. 예수가 병고치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었던 것은, 질병이 삶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한 예수에게 사람들이 병을 고치기 위해 몰려왔다. 병고침은 예수 사역에 있어서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만약 예수가 병고치는 능력을 구비하고 있지 못했다면, 예수 운동은 대단히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마저 가능하다. 그만큼 질병 문제는 당시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였고, 또한 예수는 그것을 알고 자신의 사역에 적절하게 활용하였던 것이다.

지금은 예수 시대와 비교해 보면 의학이 많이 발달했지만, 여전히 질병 문제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문제이다. 질병은 육체의 병뿐 아니라 마음의 병도 있다. 그리고 이 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민중의 삶에 이 질병은 떼어낼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단지 이 질병의 문제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관계를 맺기도 한다. 민중신학은 당연히 이 질병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민중신학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언급을 찾기가 어려웠다.


4. 내면적 만족


사람은 누구나 기쁨을 추구한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도 단순하게 보면 고통에서 벗어나 기쁨을 얻으려는 것이다. 때로 일부러 고난의 길을 걷고 이웃에게 희생적 사랑을 베푸는 것도, 궁극적으로 모두의 기쁨을 지향하는 일이다. 낮은 수준의 신앙은 자기만의 기쁨을 추구하지만, 신앙의 수준이 높아지면 모두의 기쁨을 추구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기쁨을 둘로 나눠 볼 수 있다. 하나는 수평적 기쁨이고, 다른 하나는 수직적 기쁨이다. 전자는 환경의 개선으로 말미암아 오는 것이고, 후자는 하나님과 이루는 영적 교제를 통해 오는 것이다. 사회운동이나 혁명운동은 수평적 기쁨을 추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진보적 기독교일수록 전자에 치중하는 경향을 지닌다. 물론 하나님은 양자 모두에 개입하신다고 믿는 것이다. 다만 전자에는 사람의 노력이 많이 담보된다. 후자에는 사람의 노력은 제한되고 하나님의 초월적 임재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수도사들은 후자에 치중하였다. 급진적 기독교인들은 후자의 가치를 외면한다. 반면에 수도사들은 전자의 가치를 덧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양자는 이렇게 대립, 배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 유형으로 나뉜다. 수평적 기쁨에 치중하는가 수직적 기쁨에 치중하는가, 수평적 기쁨을 추구함에 있어 모두의 기쁨을 동시에 추구하는가 아니면 자기의 기쁨을 우선 추구하는가, 역시 수평적 기쁨에 있어서 사람의 노력을 더 중시하는가 하나님의 초월적 개입을 더 중시하는가 등에 따라 다양한 신앙 양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민중에게는 환경의 문제가 우선시 된다. 불의하고 왜곡된 환경에서 비롯되는 민중의 고통에 깊은 관심을 기울인 민중신학의 방향 설정은 옳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수직적 기쁨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진다면 완전한 것이 되지 못한다. 민중신학은 이러한 수직적 기쁨, 내면적 만족의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언급을 찾기가 어려웠다.


5. 성화


성화란 교리적 용어이다. 그러나 그것을 교리적 개념으로 이해하지 않고 내용의 측면에서 본다면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다. 신앙 성장이 성화와 맞물려 나타나지 않는다면 잘못된 신앙이 될 것이다. 모든 신앙적 실천은 성화의 현상이라 볼 수 있다. '거룩한' 모습을 종교적 차원에서만 이해한다면 그것은 부족한 이해가 될 것이다. 그것은 구체적 삶에서 인격의 문제요, 사회적 실천의 문제이다. 따라서 민중신학이 '성화'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아도 민중신학의 많은 내용은 성화에 대한 관심이라 볼 수 있다. 또한 그 내용이 대단히 광범위하다. 그러나 필자가 관심을 갖는 성화에 이르는 방법이나 경로에 대해서는 언급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제4장 민중교회 이야기


1. 자기성찰


"죄수복에 포승줄 묶인 내 모습이 차창에 비치는 게 그렇게도 싫었는데,/아니야 아니야 나야말로 이 모습 이대로 죄인이구나/난 지금까지 좋은 세상을 바라면서/노조에도 참여하고, 가진 자들 욕도 하고,/잘못된 세상을 확 바꿔야 한다고 원망도 많았는데/이제 생각하니 그게 다 도둑놈 마음이었어요/죄가 어디 홀로 지어지는 건가요 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죄짓고 사는 건데/저들의 큰 죄 속에는 제 자신의 죄가 스며들어 있고,/제 욕심과 비겁함과 힘없음이 저들을 더 크게 더 거칠 것 없이/죄짓도록 부추겨온 건데요/제 자신이 먼저 참되고 선하고 정의롭지 않고서/어떻게 세상 평화와 정의를 바랄 수 있겠어요, 도둑놈 마음이지요/가진 자들의 이기심과 부정부패는 사납게 비판하면서도/왜 제 자신의 탐욕과 작은 부정들은 함께 보지 않았을까요/왜 네 탓이요 네 탓으로만 외치고 제 탓이오가 없었을까요/'제 탓이오 제 탓이오 그리고 네 큰 탓이오!'라고 해야 옳은 게 아닐까요"


최근 출간된 우리 시대의 탁월한 시인 박노해의 세 번째 시집에 나오는 시구절이다. 노동운동가요 혁명가인 박노해가 수감된 지 7년, 그 동안 감옥에서 사색한 내용을 모아 시집으로 펴낸 것이다. 이 시집을 읽노라면, 그의 첫 번째 시집인 "노동의 새벽"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감옥 생활은 그에게 자기 성찰의 길을 열어 주었다. 그 자기성찰에서 비롯되는 성숙한 모습이 시집 전체에 은은히 흐르고 있다. 물론 위에 인용한 시구절은 박노해 자신의 고백은 아니다. 재판을 받고 오다가 호송차 안에서 만난 어느 여성 노동자의 고백을 옮긴 것이다. 하지만 그를 하늘이 자신에게 보내신 것이라 고백하고, 그 여성 노동자 때문에 무너져내려 아픈 침묵, 절필, 삭발, 정진의 삶을 살다가 이제 자신 안에 싹이 트는 소리를 듣는다고 고백한다. 박노해는 "죄가 죄인 줄도 볼 줄 모르는 거울이 거울이 아니야"(「인간의 거울」중에서)라면서 '죄'를 말하고, '상한 영혼'과 '영성'을 말한다. 마침내 자신이 기거하는 독방을 '감은암(感恩庵)'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살아 있음의 감사와 은총'이라는 뜻이다. 거칠고 사납던 혁명가에서 다분히 종교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감사와 은총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변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의 노동자 의식, 민중 의식이 흐려진 것은 아니다. 그의 민중 의식에서 변한 것이 있다면 부드러움과 따스함이 가미된 것이다. 그래서 그의 민중 의식은 더욱 커지고 깊어진 듯 싶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 사이에 자기성찰이 있다. 자기 성찰은 이렇듯 내면의 성장과 성숙으로 열매 맺는다.

구조악으로 말미암아 민중이 짓는 죄에 대해 눈 감아 주는 것은 민중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한편 민중이 지은 죄를 스스로 볼 수 있도록 그의 앞에 거울을 가져다 주는 것도 민중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 거울을 통해 비단 죄를 볼 뿐만 아니라, 자기 성찰을 이루도록 돕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들추어내어 정죄하고 꾸짖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다만 자기 성장을 도우려는 것이다. 자기 성장을 통해 크고 깊은 존재가 되어 비로소 하나님의 자랑스러운 평화의 도구로 우뚝 서게 하려는 것이다.

신앙이 가지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자기 성장이다. 그 성장을 통해 성장된 자신에 대해 기뻐하고 감사하며, 또한 그 성장을 통해 이웃과 역사를 위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텍스트인 말씀을 읽고, 듣고, 묵상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결단하여, 성장을 이루어가는 것은 신앙인의 의무요 권리이다. 이 모든 과정을 한 마디로 자기성찰이라 말할 수 있다. 자기성찰이라는 틀이 구비되어 있지 않는 사람은 정체되거나 더 나아가 후퇴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신앙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한다"는 명제를 민중신학에 적용하여 본다. 민중과 인간은 분리될 수 없다. 민중이기 전에 한 인간인 것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이다. 민중은 그런 인간이면서 다시 인간 중 한 계층이라 볼 수 있다. 민중신학은 우선 보편적 인간론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그 뿌리 위에서 다시 민중이라는 계층에 관심과 사랑을 갖는 것이어야 한다. "신학은 인간학"이라는 명제로부터 민중신학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흑인신학'이나 '여성신학'도 마찬가지다. 모든 신학의 중심은 하나님이다. 그 중심에서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전제 위에서 흑인신학, 여성신학, 해방신학, 정치신학 그리고 민중신학 등이 세워져야 한다. 이러한 순서가 뒤바뀌어져서는 안 되고, 또한 어느 하나도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 곧 민중 아닌 사람들도 민중신학으로부터 보편적 공감대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민중신학은 협소하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근본적인 문제를 안게 될 것이다. 민중신학의 정체성이 신학으로서 갖는 보편성을 버린 것 위에 세워지는 것이라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서구 신학의 틀로부터 벗어나는 문제와 이런 문제는 차원이 다른 영역이다. 여기에 혼동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서남동이 "반(反)신학"을 말할 때, 이는 하나님의 성격, 신학의 방법론, 신학의 지향점과 같은 영역에서 전통적인 서구 신학에 대립되는 신학을 설정하는 것이지, 하나님 자체의 가치를 폐기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나님보다 민중에 더 가치가 두어져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나님과 민중이 서로 배타적 관계에 서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무엇보다 민중을 위한 하나님이라는 의미일 것이고, 따라서 여전히 하나님이 중심이 되는 것이다. 민중신학은 여전히 신학인 것이다.

이런 틀 위에서 지구와 인간, 지역과 민중이라는 대비 관계를 설정해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지구적 사고, 곧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민중신학의 기초로 든든하게 자리잡혀 있어야 한다. 그 기초 위에서 민중에 대한 구체적이고 철저한 관심과 사랑이 표현되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민중신학은 자기성찰이라는 문제를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자기성찰은 민중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간 보편적인 문제이다. 자기성찰에 있어서 보편적 인간과 민중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 민중에게 자기성찰을 면제해 주는 특혜가 주어질 수 없다. 오히려 특혜가 주어진다면 그것은 민중을 위한 일이 아니다. 자기성찰의 틀을 구비하며 사는 인간이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듯이, 든든한 자기성찰의 틀을 구비하며 사는 민중에게 생명이 가치가 더해 갈 것이다.

자기성찰에서 죄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 안에 있는 부정적인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모습도 보게 된다.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것도 자기성찰이라는 틀을 통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은혜 체험은 자칫 '값싼 은혜'가 되기 쉽다.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개발하는 것도 자기성찰을 통해 가능해 진다. 그리고 날로 성장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기뻐하며 더욱 성장에 힘을 쏟게 되는 것도 자기성찰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자기성찰이란 자기 안에 있는 부정적인 모습을 바로 발견하여 그것을 지워내고, 그 자리에 대신 긍정적인 모습을 채워넣는 일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민중은 험난한 성장 배경을 지니고 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변화에 대한 역동적 힘을 내재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것이 부정적으로 나타나면 그 역동적 힘이 창조적이고 긍정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민중신학은 특별히 민중의 이러한 측면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필요로 한다고 본다.



2. 기도의 가치


<사례1>

롁이라는 한 여성 노동자가 2년 기한의 소그룹 성경공부 과정을 마쳤다. 이는 일종의 제자훈련과 비슷한 과정이었다. 이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그다지 신앙이 깊지 못했다. 또한 과정이 쉽지 않았던지라, 도중에 그만 두려는 고민도 여러 차례 하였던 것 같다. 과정을 마친 그는 신앙이 제법 성장하였다. 무엇보다 기도 생활을 열심히 하였다. 그러다 방언을 하게 되었고, 또한 기도 중에 자주 환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보는 환상 내용은 대단히 신기하다.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면 환상이 보이는데, 그 내용이 그 사람의 상태를 정확히 반영하고 또한 예언적(?) 성격을 지닌다. 최근 두 가지 예만 소개하기로 한다.


1) ꑁ이라는 여자 교인은 교회에서 하는 야학에서 교사로 몇 년간 봉사하였다. 그 과정에서 동료 교사와 연애를 하게 되었다. 그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다. 참고로 야학 교사는 우리 교인과 외부에서 모집한 자원봉사자로 구성되는데, 외부에서 온 교사들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아무튼 두 사람이 몇 년간 연애를 하였지만 결혼에는 큰 걸림돌이 있었다. 남자가 교인이 아닌 사실이다. ꑁ은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그의 어머니는 다섯 남매를 다만 신앙의 힘으로 키운 것이다. 자연히 어머니의 신앙은 보수적이고 자식들의 신앙도 대부분 보수적이다. 다만 ꑁ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우리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 이런 배경이었던 만치 교인이 아닌 남자와 결혼하는 것에 대해 어머니를 비롯해 온 가족이 반대하였다. ꑁ도 다른 가족의 경우라면 반대할 것이라 한다. 그런 사정인지라 남자도 신앙을 가지려 노력하여 매 주일 혼자 다른 교회를 출석하였다. 하지만 신앙이 어디 마음 먹는다고 생기는 것인가? 마침내 작년 여름 ꑁ은 남자에게 헤어지자고 하였다. ꑁ은 필자에게 찾아와 그런 사실을 울면서 전하였다. 화급해진 남자는 필자에게 찾아와 필자가 그 동안의 설교문 모두를 달라고 하였다. 한 달쯤 후 남자와 필자가 만났다. 남자는 필자의 설교문을 꼼꼼히 읽으며 느낀 생각들을 이야기하였다. 또한 사실은 자기가 신앙이 조금씩 생기고 있었는데 ꑁ에게 쑥스러워 얘기 못했다는 말도 하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앙이 조금은 생긴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 필자 나름대로 신앙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필자는 ꑁ에게 롁에게도 기도를 부탁해보라고 권했다. 그러던 중 작년 늦가을에 교회 청년회는 교회 밖으로 나가 하루 밤을 자며 수련회를 가졌다. 그날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모두들 잠이 들었는데 롁이 혼자 깨어 있으며 ꑁ의 머리맡에서 ꑁ을 위해 기도하였다. 기도 중 롁은 환상을 보았다. 롁이나 ꑁ을 비롯하여 몇몇 사람이 앉아 있는데 주변은 아주 깜깜하더란다. 그런데 짙은 어둠 저 편에서 그 남자가 하얀 옷을 입고 서서히 자기네 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본 것이다. 그리고 환상은 사라졌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필자는 그 남자가 결국은 신앙이 생길 모양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들의 결혼을 예감하였다. 남자는 지난 10월 말에 세례를 받았고, 내년 2월에 결혼하기로 양가 부모가 합의한 상태이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들을 비롯하여 주변의 많은 교인들이 열심히 기도하였다. ꑁ은 주변의 기도 덕분에 결혼할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하고 있다.


2) 걁이라는 여성 노동자 역시 결혼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사귀는 남자는 직장 관계로 지방에 내려가 있고, 결혼하면 걁도 지방으로 내려가 살 계획이다. 그런데 그 남자도 교인이 아니다. 그런데 앞에 소개한 1)의 경우에는 신앙 문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문제에 있어 서로 잘 맞는 관계였지만, 이 경우는 신앙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이 있다. 그래 주변 동료들이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올 여름에는 결혼하겠다고 하던 걁은 지난 7월경부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막상 결혼하려고 생각하니 문제가 너무 많이 느껴졌던 모양이다. 그래 헤어지려고 마음을 먹은 듯 싶었다. 지난 8월 초 여름 휴가 기간에 걁은 롁에게 함께 기도원을 가자고 하였다. 휴가가 시작되는 날 롁은 걁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롁은 그날 밤 교회에서 걁을 위해 기도하다가 다시 환상을 보게 되었다. 롁과 걁, 그리고 필자가 미로에 갇혀 있더란다. 잠시 후 롁은 필자와 둘이 어떤 마을을 지나가고 있는데 걁이 보이지 않아 뒤돌아보니, 여전히 미로에 혼자 갇혀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떤 자동차가 함께 있었다. 휴가기간에 행방불명(?) 되었던 걁이 돌아왔다. 수요예배를 마치고 롁과 걁은 예정에 없이 밤 늦은 시간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롁은 걁에게 며칠전 본 환상의 내용을 전해주었다. 자신의 상태가 마치 미로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를 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있었다. 미로에 함께 있던 자동차의 문제였다. 사실은 걁이 휴가 기간에 남자와 함께 남자의 자동차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자기는 기도원에 가려 했는데 남자가 차를 몰고 서울로 와서 예정에 없이 여행을 한 것이다. 그런데 환상에서 본 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들은 걁은 깜짝 놀랐다. 롁이 설명하는 자동차의 종류와 색깔 등이 자기네가 타고 다녔던 자동차와 똑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롁은 전에 그 남자의 자동차를 본 적도 없고, 그가 자동차를 갖고 있다는 사실 조차도 알지 못하였다. 걁이 그 남자와 결혼하게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사뭇 흥미진진한(?) 롁의 환상 이야기는 필자의 목회에 적잖이 도움이 된다. 롁은 환상을 볼 때마다 필자에게 전해주는데, 그 내용을 들으며 해당 교인의 상태에 대해 보다 자세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교회에서 대단히 낯설고 부정적 느낌을 받게 되는 이런 사건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당사자의 삶에 역동성을 안겨준다. 롁의 경우, 그러니까 기도가 자기 삶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런 경우가 흔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교인에게서도 더러 나타난다. 뒤에서 소개할 <사례3>의 경우, 기도로 원인 모를 병을 고친다. 기도하면 자기도 환상을 볼 수 있고 병을 고치고 또한 분명한 응답이 온다는 확신이 있다면, 기도하지 않을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겠는가? 다만 그 확신이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과연 기도하면 응답된다고 하는 현상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같은 기독교인이라 하더라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도란 절대자의 도움을 받으려는 행위라는 점이다. 곧 자신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보이는 행위라 말할 수 있다. 물론 비기독교인도 자신의 한계를 느끼면서 산다. 비기독교인과 기독교인이 지니는 차이는, 절대자의 도움이라는 현상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비기독교인은 절대자의 도움 대신에 우연이란 형식으로 좋은 운이 따르기를 바랄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은 절대자의 도움을 바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자기 정체성임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종교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 윤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정체성을 찾으려 한다면 굳이 신앙을 가질 필요가 없다. 다른 길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굳이 신앙을 갖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절대자의 도움으로 극복하려는 바람에 있다는 것이다. 윤리는 그 다음에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윤리의 가치가 조금이라도 손상되어서는 안된다. 그런데 이러한 정체성 인식에 불명료한 기독교인이 있을 수 있다. 정치신학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이런 불명료성이 있다면 그 신학은 한계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절대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틀이 바로 기도이다. 따라서 기도는 신앙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 기도가 자신을 위한 것이든 전체 사회를 위한 것이든 말이다. 그런데 이른바 진보적 신앙을 가진 사람일수록 보수적 신앙을 가진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도를 적게 하는 경향이 있다. "기도하는 자는 정치로부터 초연하고 분명히 그 자신과 그의 하나님에 몰두하고 저항하지 않는다. 공적으로 저항하는 자는 전통적인 경건으로부터 초연하고 세상에 몰두하고 더 이상 기도하지 않는다." 진보적 신앙이 보수적 신앙에 비해 인간의 책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기도의 소홀과 맞물리는 것이라면 문제이다. 기도하지 않는 진보적 신앙,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보수적 신앙은 모두 문제이다. 이와 관련한 몰트만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적절하다.

"일반적으로 이 양자의 싸움은 신앙의 수직적 차원과 사랑의 수평적 차원 사이의 무기력하고 어리석은 양자택일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기도와 정치적 노력, 성서 읽기와 신문 읽기 사이의 긴장을 관철시키지 않고 해소시킨다. 초월은 만일 그것이 부활하신 자가 그들을 해방하러 오셨고 그들의 구원을 위하여 죽으셨던 자들과의 연대에로 인도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부활하신 자의 초월이 아니다. 연대성은 만일 그것이 십자가에 못박힌 자가 그 안에서 부활하였던 저 미래의 초월에로 인도하지 않는다면 십자가에 못박힌 자의 연대성은 아니다. 초월적 경건과 연대적 경건은 기독교적 삶의 양식의 양면이다. 그것들이 서로에 대한 반대 속에서 분리되고 양극화된다면 새로운 삶은 방해되고 파괴될 것이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절대자의 도움을 어느 영역에서 주로 찾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기도의 관심이 어디에 두어지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에 대해 필자 임의로 세 가지 유형을 나누어 본다. 첫째 이웃의 문제에 치중하는 유형, 둘째 자신의 환경 개선에 치중하는 유형, 셋째 자신의 성장에 치중하는 유형 등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유형에서 이웃의 문제에 치중하여 기도한다고 하여 자신의 문제에 기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유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웃을 위한 기도에 할애되는 시간 비율이 높은 경우를 의미한다. 더 나아가 나라의 민주주의나 민족 통일 등 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기도할 것이다. 진보적 신앙인에서 이 유형을 발견할 수 있다.

둘째 유형에서 자신의 환경 개선에 치중한다고 하여 이웃에 대해 기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자신을 위한 기도가 더 많다는 의미이다. 자신을 위한 기도를 하더라도 외적인 환경에 관심을 기울인다. 예컨대 사업이 성공하기, 자식이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남편이나 부인과 갈등 해소하기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기도 내용에 대해 진보적 신앙인은 기도 내용으로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 유형은 자신을 위한 기도를 하더라도 앞의 경우와는 달리 신앙 성장과 같은 내면의 문제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수도적 유형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세 가지 유형 중에서 어느 유형이 좋은 것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 어느 한 유형에만 고정되어 있지 않고 다른 유형을 넘나든다. 또한 두 유형이나 세 유형을 골고루 취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 특별히 살펴보려는 것은 둘째 유형과 관련된 문제이다.

기도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정해진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의 신앙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둘째 유형은 보수적인 신앙인에게서 찾기가 쉽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대부분 보수적 신앙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둘째 유형은 한국의 교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실 바로 이 점에서 한국 교회의 문제가 생겨난다. '기복신앙', '이기적 예수쟁이', '값싼 은혜' 등의 표현으로 교회에 가해지는 비판이 이 점과 관련하여 생겨나는 것이다.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사회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이 점과 관련하여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 이 모든 것은 이방 사람들이 구하는 것이요, 너희의 하늘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아신다.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마6:31-33)는 예수의 말씀이 교회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교회가 교인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교인이 교회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판별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지만, 결과적으로 교회는 이러한 교인들의 선호를 쫓아 교회를 부흥시키기 위해 더욱 보수를 부채질한다.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는 기적을 경험한 군중들이 예수에게 몰려왔다. 이 때 예수는 "너희가 나를 찾아온 것은 표적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먹고 배가 불렀기 때문이다. 너희는 썩을 양식을 얻으려고 일하지 말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는 양식을 위해 일하여라."(요6:26b-27a)고 말씀하신다. 그런 내용의 말씀이 계속 이어지자 결국 군중들은 예수를 떠나버린다. 오늘 교회는 이런 사태를 맞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는 교회가 안고 있는 영원한(?) 딜레마이다.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말씀을 전해야 할 사명을 교회는 지니고 있다. 그런데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개인구원적 신앙과 물적 신앙을 견지해야 한다. 이런 신앙으로는 신앙의 질을 높일 수 없다.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을 동시에 담보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어느 한 쪽을 선택하게 된다. 물론 더 많은 교회들이 양적 성장 쪽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질적 성장을 선택한 교회들이 그 대가로 양적 성장이 답보 상태에 있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하며 자족할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양적 성장이 불의한 현실을 개선하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양적 성장이 지니는 가치가 질적 성장이 지니는 가치에 조금도 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이 서로 동전의 양면으로서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양적 성장의 의미를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양적 성장의 의미를 이런 차원에서 보지 않고 양적 성장을 추구한다면 그것은 문제이다. 이 문제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논급을 피한다.

기도의 유형이 정해지는 두 번째 요인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태이다. 진보적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둘째 유형을 피하지만, 그러나 자신이 처한 상태에 따라 부득이 둘째 유형을 취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온다. 이를테면 현재 자신에게 가장 큰 문제가 부부간의 갈등 문제이고, 그것이 삶에 큰 질곡으로 작용하여 다른 일을 하는 것을 크게 방해한다면, 그가 비록 진보적 신앙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배우자와 화목한 관계를 이루는 것을 가장 중요한 기도 제목으로 삼게 될 것이다. 그 기도 제목은 바로 둘째 유형에 속하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사례2>

衁은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중학교에 진학하여 공부를 계속 하고 싶었던 衁은, 서울에 야간학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경하였다. 가정부 생활을 하며 언니의 소개로 신명교회 야간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중등 과정을 마친다. 그는 그 후 공장에 취직하여 미싱사가 된다. 그가 처음 교회에 올 때는 신앙이 없었지만, 차츰 신앙이 생긴다. 나이를 더 먹어가면서 그는 이 땅의 노동자가 겪을 수 있는 가장 처절한 밑바닥 삶을 모두 경험하게 된다. 또한 그는 공장에서 노동운동에 가담하여 해고를 당하기도 하다가 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낸다. 결혼하여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남편도 공장 노동자였으나 지금은 작은 공장을 자영하고 있다. 衁은 현재 공장 생활은 그만 두고 보험회사 설계사로 근무하고 있다. 衁은 머리도 좋고, 성격도 퍽 착하고, 신앙도 깊어 어디 한 군데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교인이다. 교회에서 집사 직분과 예배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에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남편과 갈등 관계에 있는 것이다. 남편은 전에는 교회에 잘 다녔는데 요즘은 출석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부부 불화도 원인 중 하나로 생각된다. 衁을 통해 남편의 상태를 전해 듣게 되는데, 통 대화를 하려하지 않고 늘 자기를 차갑게 대한다고 한다. 남편은 퍽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따스하게 대하는데, 衁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衁이 남편으로부터 받는 정신적 압박감은 대단한 것이다. 衁은 때로는 자신이 남편에게 잘 못하여 저렇게 되었다고 하는 죄책감과 때로는 남편에 대한 분노로 큰 고통을 겪으며 지낸다. 또한 자신들의 이러한 불화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칠 지를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괴로워한다. 교회에서는 부부성장 프로그램 같은 것을 하여 그런 부부들을 도우려 하지만, 衁의 남편은 그런 모임에도 오지 않기 때문에 그 집의 문제를 도울 길이 없다. 그래서 衁에게는 남편과 관련된 문제가 가장 큰 기도 제목이다. 남편과 화목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지만 그를 위한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는 형편 속에서, 그 문제에 대해 기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衁은 최근에도 주일 예배 대표기도 시간에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고 하셨듯이, 저희가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였다. 자기 개인의 문제보다는 대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자기 발목을 잡아당기고 있는 남편 문제를 위해 가장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다.


민중에게 기도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일일까?

여러 해 전부터 '민중의 정치 세력화'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민중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하여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에 민중 후보나 노동자 후보를 출마시키기도 하였다. 민중 자신이나 민중을 위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움직임이 갖는 근본 취지에 대해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다만 경로와 방법에 있어 입장이 서로 다를 뿐이다. 그러나 선거를 통한 '민중의 정치 세력화' 시도가 현재까지는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하여 근본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이런 시도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시기 상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설령 언젠가 '민중의 정치 세력화' 시도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곧바로 민중이 행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민중 정치 세력화'의 전형은 사회주의 시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 혁명 이후 생겨난 사회주의 국가들은 대부분 이제 그 깃발을 내리고 말았다. 중국 같은 나라가 여전히 사회주의 이념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볼 때 고전적 의미에서 규정하는 사회주의라고 보기 어렵다. 북한 같은 나라가 고집스럽게 사회주의를 고수하지만, 거기는 이미 민중(인민)을 위한 국가라고 볼 수 없다. 사회주의라는 제도를 통해 '민중 정치 세력화'를 직접 추진했던 시도들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데,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시도되는 '민중 정치 세력화'가 설령 그것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얼마나 민중을 행복하게 해 줄 지에 대해서는 회의를 갖게 된다. 필자는 '민중 정치 세력화'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절대화하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민중 정치 세력화'의 성공 여부에 대한 논의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다만 인간은 그런 그릇만으로 다 담아낼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과학 문명의 발달이 천재지변을 극복하지 못한다. 오히려 과학 문명의 발달은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고, 이는 더 큰 천재지변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과학 문명이 발달하고 고도의 민주주의 사회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불의의 사고는 여전히 일어날 것이다. 그러한 사회라 하더라도 가정 불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인간 사회가 경쟁 사회를 벗어날 수는 없을 터이니, 그런 경쟁 속에서 일어나는 고통도 많을 것이다. 또한 남녀간 사랑의 아픔이나 외로움과 같은 정신적 고통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 밖에도 일상적 인간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고통을 생각할 수 있다. 만약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 서게 되면 이런 고통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인가? 사실 '민중이 역사의 주체'라는 명제와 관련하여서도 더 복잡하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민중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맞닥뜨리게 되는 한계 상황에 대해 좀더 깊은 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민중은 더 많은 한계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에 대해 좀더 깊은 인식이 필요하다. 사회경제적인 차원, 구조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차원, 심리적인 차원에서도 더욱 깊은 인식이 필요하다.

Freud의 정신분석학에서 가지쳐 나온 '대상관계(Object relations)' 이론은 인간의 성격 형성과 관련하여 특별히 영아기에 주목한다. 아이가 태어나서 세 살이 되기까지 자신의 양육자, 특별히 엄마와 맺는 관계에서 인간 성격의 근본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좋은 엄마'로부터 사랑을 충만히 받으며 잘 양육된 아이는 성인이 되어 원만한 성격을 가진 자긍심이 높은 사람으로 잘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쁜 환경을 만나더라도 잘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 시기에 '나쁜 엄마'로부터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잘못 양육된 아이는 성인이 되어 자긍심이 낮은 사람으로 거친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나쁜 환경을 만나면 곧 거기에 굴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신병에 걸리는 사람은 물론 충격을 준 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영아기 때 형성된 약한 자아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충격을 받더라고 모두가 정신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광주민중항쟁 때 적잖은 사람들이 정신병에 걸렸는데, 그들만 슬픔의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들보다 더 깊은 슬픔의 충격을 받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정신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런 예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현재 새정치 국민회의 소속 국회의원인 김근태가 당한 고문 사건은 유명하다. 그가 당시 얼마나 혹독한 고문을 당했는지 그 내용이 자세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고문을 당하고도 지금 건강한 정신 상태로 살고 있다. 그런데 그 보다 훨씬 약한 고문을 받고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마찬가지 현상이다.

영아기나 유아기에 경험한 사건들은 사라지지 않고 모두 자신의 무의식에 간직되는데, 그 무의식이 발휘하는 힘이 의식이 발휘하는 힘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를 빙산에 비유하여 설명하는데, 수면 위에 나타난 부분이 의식과 같은 것이고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는 부분이 무의식과 같다는 것이다. 곧 무의식이 훨씬 큰 것이다. 어떤 이는 이를 '내적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상처입은 무의식은 자신을 불행한 길로 이끌고 간다는 것이다. 의식은 행복을 원하지만 무의식은 불행을 원하는데, 그것은 불행에 길들여진 무의식은 불행에서 안정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을 저주하며 자기 자신을 문책하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버린다고 한다.

필자가 목회 현장에서 경험해 보면 이러한 심리학적 이론이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성장기에 형성된 어둡고 허한 내면이 치유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환경이 주어지더라도 그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신앙 성장에도 큰 방해거리가 된다. 무의식의 힘이 하나님의 힘보다 거 세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늘 다른 사람을 미워하며 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잘못된 성격 때문이 아니라, 그가 가진 허한 내면에 대한 방어기제로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흔히 죄라고 하는 것들도 어두운 내면, 상처입은 무의식의 발로로 이해할 수 있다. 바울은 "나는 내가 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고, 도리어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롬7:15)라고 고백하며, 마침내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롬7:24)고 탄식한다. 바울은 그 원인을 자신 안에 자리잡고 있는 죄라고 이해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 구원의 은혜라고 말한다. 그러나 심리학적으로 보면 그 원인은 무의식의 힘인 것이다. 의식이 이 길로 가고 싶어하나, 무의식이 다른 길로 가려하면 그 길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그것들은 종교적으로는 죄와 도덕적 허물에 연관된 아픔이며, 심층심리학적으로는 신경증과 정신병의 아픔인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일상 생활에서 겪는 고통 앞에서 기도는 아주 유용한 것이다. 기도는 우선 돈이 들지 않는다. 전문 상담을 통해 상처입은 내면을 치유하려 하여도 꽤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도는 언제 어디서나 시간만 내면 가능한 것이다. 여기서 돈 문제를 말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에게 돈 문제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도를 통해 이런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해결되는 부분도 있다. <사례1>에서 본 바와 같이 해결된 것이다. 기도가 실제로 응답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다. 응답되었다고 하나 때로는 우연의 일치나 주관적 고백의 성격을 지니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응답의 확신은 결과적으로 기도자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에 확실한 전환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기도는 아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통으로 뿌리내렸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초기 민중교회는 새벽기도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였다. 육체적으로 몹시 피곤한 노동자에게서 잠을 빼앗는, 노동자에게는 적절치 않은 일로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새벽기도가 전통으로 뿌리내렸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사람들에게서 그 효용성을 검증받은 것이라는 이해로 말미암아 새벽기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새벽기도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주로 한많은 여성들이고, 그들 자체가 넓은 의미에서 민중이라고 볼 수 있다면, 민중교회에서 새벽기도는 필요한 것이라는 판단을 다시 내린 것이다. 새벽기도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도를 통해 실제로 응답받는 현상이란 없다라고 쉽게 주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울면서 큰 소리로 통성기도를 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정신 건강에 아주 좋은 것이라 한다. 카타르시스의 기능을 말하는 것일 터이다. 그리고 설령 주관적 고백이라 하더라도, 그런 믿음은 실제로 당사자의 삶에 윤활유로 작용할 것이다. 이래저래 기도는 신앙인에게 꼭 필요한 것이고, 민중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것이다.

기도에 대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 있다. 기도의 가치를 설명하는 책, 기도가 응답받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책, 응답받는 기도를 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 응답받은 기도의 내용을 간증하는 책 등 기도와 관련된 모든 내용들이 반복되어 출판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하여 출판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책들이 잘 팔리고 있다. 그 수요는 기도에 대한 욕구를 반영할 것이다. 그만큼 기도와 관련된 욕구가 크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실제적으로 민중의 신앙생활 속에 일상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이런 기도와 관련된 현상에 대해 민중신학이 말하는 바가 별로 없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민중신학의 청중이 민중이려면, 이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3. 치유


<사례3>

얼마 전 어떤 여신도 가정에 문제가 생겼다. 그 여신도의 시동생이 정신 이상 상태에 빠진 것이다. 하루 종일 무당처럼 춤을 추며 이상한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자기가 지금 너무 힘드니 제발 말려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 주변 사람들은 이건 귀신들린 현상이라 판단하였다. 시동생 장모가 다니는 교회에서 와서 기도하고 가면 증상이 사라지지만, 다음 날 똑같은 증상이 발생하였다. 그 교회 사람들은 할머니 귀신과 아버지 귀신이 붙었다고 하였다. 할머니는 살아 계셨을 때 무당 비슷한 일을 하셨고, 아버지는 작년에 시골에서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돌아가셨다. 마침내 시동생은 기도원에 들어갔고, 우여곡절 끝에 회복되는 듯 싶더니 현재는 다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결국 곧 이혼할 예정이라 한다.

그런데 그 즈음에 남편이 운전하고 가다가 갑자기 온 몸에 마비 증상이 와서 병원에 입원하였다. 검사를 받아보니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부인이 심방 예배를 드려달라 하여 교인들과 함께 가서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리던 교인 중 한 사람이 기도하다가 옆방 문 앞에 서 있는 귀신을 보았다고 하였다. 그는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소름끼치는 느낌이 계속 가시지 않아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면서 고민하였다. 또한 남편을 위해 기도하고 오면 부인이 아프고, 다음에 부인을 위해 기도하면 남편이 아프다는 것이다. 그래 이 집에 귀신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여 다시 심방 예배를 드리고, 교회에 오면 안수 기도를 하였다. 그 때 기도는 귀신을 내쫓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그 동안 목회하면서 이런 종류의 경험이 별로 없었던지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하였다. 다만 가족들이 기도해주기를 강력히 원했기 때문에 목회자로서 그런 식으로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남편은 다시 똑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하였고, 하루만에 다시 퇴원하였다. 그러다 나타난 여러 가지 현상을 종합하여 사태를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귀신을 내쫓아 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귀신을 위로해 달라고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돌아가신 아버지는 한이 많았고, 그 아버지의 한에 대해 남편 또한 큰 슬픔과 한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들에게도 그런 식으로 기도하라고 말하였다.

집에 있던 남편이 다시 마비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하였다. 그 때 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응급실 침대에 앉아 있다가 몸이 너무 아파 한 시간 동안 기도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신앙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교회도 부인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지 그는 별로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형편이 이렇게 되고 보니 열심히 기도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기도하던 중 어떤 환상을 보았다고 한다. 주위가 깜깜한데, 두꺼운 광목 같은 천이 나타나고 그 천 밑에서 구멍이 뚫리며 두 물체가 빠져나와 하늘로 올라가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고 나니 통증이 씻은 듯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 때도 검사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현재 남편은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고 몸이 아주 편하다고 한다. 부인은 토하는 증세가 계속 있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목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약을 먹으며 현재는 호전되고 있다. 시간을 두고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정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이다. 덕분에 남편은 신앙이 생겨 부부가 열심히 교회에 출석한다.


민중교회에서 목회하면서 부딪치는 제일 큰 문제는 질병의 문제이다. 장시간 노동, 나쁜 식사 그리고 몸 관리를 위한 여유 없음 등으로 말미암아 많은 교인들이 병으로 고통당한다. 또한 열악한 성장 과정에서 생겨난 마음의 병도 심각하게 앓고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병원에 가고 좋은 약을 먹으면 그런 병들이 모두 고쳐지는 것도 아니지만, 병원에 가고 좋은 약을 먹을 경제적 여유도 없다. 병은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신앙 성장에도 방해 요소로 자리잡는다. 더러 병 때문에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도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여느 교회처럼 목회자인 필자가 이른바 '신유의 은사'를 받아 병을 고쳐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참으로 질병 문제에 있어서는 속수무책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 거의 무대책인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당신이 역사의 주체다,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신다, 자신을 비우고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참 공허하다. 당장 부딪치는 이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을 덮어두고 높은 이상과 가치를 생각하는 것은 비약이다.

예수의 사역에는 이런 비약이 없다. 예수는 질병 치유로부터 민중과 만나기 시작했다. 질병 치유로 공감대를 형성한 후 복음을 선포하였다. 예수의 민중 사랑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그 사랑이 참된 것이었다. 민중신학의 민중 사랑도 그런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글에서 필자가 민중신학에게 질병을 고치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혹은 '신유의 은사'를 받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문제에 대한 신학적 입장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한 <사례3>은 귀신 축출의 문제로 볼 수도 있고 질병 치유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아니 두 문제가 동전의 양면으로 엮여 있는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소개한 내용 속에는 빠져 있지만, 사실 남편의 어머니는 대단히 문제가 많은 여인이다. 보기 드물게 험악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런 어머니로부터 양육받은 자식들의 내면이 어떨지 쉽게 상상이 간다. 현재도 '대순진리회'에 속해 있으면서 자식들을 몹시 괴롭히고 있다. 며느리인 여신도는 종교 문제를 비롯하여 여러 문제로 시어머니의 학대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또한 불안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남편 문제로 고통당하고 있다. 따라서 남편과 그 가정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남편이 신비로운 치유를 체험하면서 좋은 가능성을 갖게 되었다고 본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는 남편의 상처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머니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여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그것이 그 가정에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 여신도는 결혼하기 전에 제법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가 현재로서는 그 여신도의 삶에 끼여들 틈이 별로 없다. 또한 여전히 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이혼까지 할 시동생의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민중의 삶은 이렇게 비감하다. 예수는 수많은 치유를 통해 이런 차원의 문제에 대해 대응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런 차원의 문제들에 대해 민중신학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육체의 질병은 80% 이상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상한 마음에서 육체의 질병이 나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교통사고와 같은 것도 그 배후에는 그것을 부르는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고통과 질병을 부르는 이러한 신념의 뿌리는 욕망과 저항이라 한다. 무엇을 너무 좋아해서 가지려는 욕망, 무엇을 너무 싫어해서 배척하는 저항, 이 둘이 병통이라는 것이다. 욕망은 지나친 음식, 이성, 재산, 명예, 권력 같은 것을 집요하게 확보하려는 욕심이고, 저항은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 인생은 고통이고 슬프고 불안하고 투쟁이라고 믿는 마음, 상대를 늘 배척하고 있는 마음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말해 "불편한 감정이 불편한 몸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으뜸가는 병리학적 체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원리 때문에 불편한 감정은 불편한 몸으로 표현되며, 불편한 감정을 지우면 어째서 즉시 몸에 변화가 일어나는가?


"근원의식에서 나온 개체의식은 '내가 있다'라는 첫 번째 신념에 이어 대상을 '좋다, 싫다'로 구분하여 판단하는 두 번째 신념을 대체로 갖게 됩니다. 어떤 현실이 싫다고 판단되어 그렇게 믿으면 불편한 감정, 불편한 생각이 나오겠지요. 이 불편한 감정과 생각이 몸의 모든 세포가 저항의 파동으로 공명진동하게 만듭니다. 이것이 질병을 일으키는 최초의 씨가 되지요. 현대물리학은 의식으로부터 나오는 생각, 감정은 아무런 힘도 없는 허무가 아니라 진동수를 지닌 파동이며 에너지가 있는 물질입자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고통스런 감정의 파동이 저항의 전기적 성질을 띤 구체적인 물질입자가 되어 몸의 세균을 이루는 질료가 되지 않겠습니까?"


결국 마음의 문제이다.

또한 사람은 화를 내거나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노르아드레날린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 이 물질은 호르몬의 일종으로 대단히 극렬한 독성을 갖고 있는데, 자연계에 있는 독으로는 뱀 다음으로 그 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사람이 질병에 걸리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물질로서,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편 뇌에서는 베타-엔돌핀이라는 호르몬도 분비되는데, 이는 면역력을 높여 주는 효과가 뛰어나 에이즈 같은 병에도 강한 저항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베타-엔돌핀은 '기분이 좋다'고 생각할 때 분비된다는 것이다. 역시 마음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마음이 건강하면 질병에 걸릴 확률이 아주 낮아진다. 그리고 건강한 마음은 건강한 영혼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신앙이란 바로 마음이나 영혼과 연결되어 있는 영역이다. 또한 예수는 병을 고쳐준 다음에는 대부분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했다."고 말한다. 신앙, 마음, 영혼, 믿음, 이 모든 것들은 신학의 중요한 주제이다. 민중신학이 이런 것들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질병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민중은 성장 과정에서 상한 마음을 갖게 된다. 또한 현재의 삶이 편한 마음을 갖는 것을 방해한다. 민중신학이 민중에게 고통스런 삶을 강제하는 구조악의 타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훌륭하다. 그러나 구조악은 단숨에 타파되지 않는다. 구조악을 타파하려고 스스로 일어서게 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당장 상한 마음으로부터 비롯되는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것이다. 질병은 민중이 역사의 주인으로 서는 것을 방해한다. 그렇다면 민중신학의 관심은 확장되어야 한다. 당장 당하는 질병의 문제에 대해 신학적 입장을 세워야 한다.

인생을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태어나고 늙고 죽는 것, 이 세 가지와 병에 걸리는 것은 서로 성격을 달리한다. 태어나서 늙고 죽은 것은 인간에게 당연하고 필연적인 일인데 반하여, 질병은 그런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맞을 수 있는 여러 현상 중에서 특별히 질병이 채택되어, 태어나고 늙고 죽는 것과 같은 수준에서 표현되고 있다. 그만큼 질병의 문제가 인생에서 중요하고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나타내 주고 있다. 질병은 고통의 문제라 볼 수 있다. 곧 질병은 인간이 경험하는 고통 중에서 가장 큰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인간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강력하게 원한다. 하나님의 존재 가치는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에 크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민중신학도 바로 민중의 고통에서 비롯되었다. 민중이 안락한 삶을 산다면 민중신학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민중은 여러 종류의 고통으로 시달리는 삶을 살고 있다. 그 중에서 질병은 대단히 큰 문제이다. 질병 중에는 잘못된 구조로 말미암아 생겨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잘못된 구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런 차원 안에서도 동시에 지금 당장 드러나고 있는 질병 자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순복음교회류의 교회들에는 이른바 기층민중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바닥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교회들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문제가 바로 질병 치유의 문제다. 그리고 실제로 질병이 치유되는 사건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 교회들에 처음부터 바닥 사람들이 많아서 질병 치유에 대해 우선적 관심을 기울인 것은 아닐 듯 싶다. 질병 치유의 역사가 일어나니까 바닥 사람들이 몰려든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만큼 바닥 사람들에게 질병 치유의 문제가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그런 교회들이 사실은 같은 값이면 부자가 몰려들기를 바랄 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런 교회들에 대해 비판할 것이 있겠지만, 다만 질병 문제와 관련된 현상에서 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하겠다. 마음의 병과 육체의 병, 이런 질병의 치유 문제에 대해 민중신학은 어떠한 형식이나 내용으로든지 건강한 응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민중신학을 더욱 민중신학 답게 만드는 길이 아닐까?


4. 내면적 만족


<사례4>

7년 전쯤 시골에서 올라온 둁이라고 하는 한 여성 노동자가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 그는 고향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집안 사정상 못하고 서울에 올라와서 공장에 다니게 된 것이다. 처음에 그는 대학에 가고 싶은 꿈을 말했다. 그런데 우리 교회에서 생활하며 이른바 '노동자 의식'이라고 하는 것이 생겨난 것 같다. 자신이 노동자라고 하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다. 노동자인 자기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신앙이 깊었다. 신앙의 깊이를 글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외형상으로만 보면 주일 성수, 헌금 생활 등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다. 새벽 기도회나 수요 예배, 그리고 그 외의 교회 내 모든 예배나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였다. 또한 전도도 열심히 하였고 봉사에 있어서도 교회 안에서 으뜸이었다. 그런가 하면 심성도 아주 착하고 성실하였다. 성경 공부에도 빠짐없이 참석했고, 교회에서 하는 2년 기간의 제자훈련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노동자들한테 흔치 않은 지적인 욕구와 노력이 늘 배어 있었다. 집사 직분을 맡고 있었고, 교회 '노동청년회' 회장으로 2년 동안 수고하였고, 재작년에는 '희년위원회' 위원장 직책도 훌륭히 수행하였다. 한 마디로 말해서 어느 한 구석 나무랄 데 없는 모범적인 청년이었다.

한편 그에게는 아픈 일이 많았다. 고향 부모님으로부터 빨리 결혼하라는 채근에 시달리며 늘 부담감을 안고 살았다. 재작년에는 고향에 있던 오빠가 죽었다. 또 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하여 몇 달 입원하였다. 그러다 작년에는 길에서 천만 원을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하였다. 남동생과 함께 사글세방에서 살고 있었는데, 다른 방으로 이사하다가 일어난 사고였다. 한 달에 월급을 6,70만원 정도 받는 미싱사에게 천만 원은 엄청난 액수이다. 하지만 신앙의 힘으로 그런 것들을 잘 이겨내는 것 같았다.

그러던 그가 올해부터 교회를 안 나오겠다고 하였다. 거푸 이어지는 시련에 마침내 탈진한 것인가, 하나님을 떠나게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교회를 다니게 된 것이었다. 신앙을 잃은 것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이 사건은 교인 모두에게 대단히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가 새로 다니는 교회는 대형 버스만 삼십 대가 넘는, 대단히 큰 교회였다. 그리고 아주 보수적인 교회였다. 또한 거의 매일 집회를 한다고 한다. 그는 그 교회를 다니며 매일 밤 12시가 넘어 들어온다고 한다. 밤 9시에 야근이 끝나면 집에도 안 들르고 교회 집회에 참석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교회를 다니며 건강도 좋아졌다고 하며 대단한 만족을 보인다고 한다.


이 일은 필자에게 대단히 가슴 아픈 사건이다. 안 그래도 많지 않은 교인인데 귀한 교인 한 명을 잃었다는 차원이 아니다. 분명히 그는 우리 교회에서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 교회는 아주 작은 교회지만, 그래도 참 좋은 교회가 되려고 노력하였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에게 좋은 교회가 되려고 노력하였다. 그런데 그에게 충족감을 주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하필이면 평소 소문도 좋지 않은 그 교회를 선택하다니. 필자는 목회자로 부족한 것이 많다. 이 일로 필자는 깊은 자괴감에 빠졌지만, 하지만 이 일은 단순히 목회자 차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아주 근본적인 어떤 문제가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무엇일까?

몰트만은 재작년에 한국에 와서 강연하면서 "해방신학이 자신을 확대시키려면 무엇보다 그 해방신학의 기초 자체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해방신학의 기초는 지금가지 대부분 가난과 부, 억압과 해방이라는 사회경제적인 틀에서 이루어졌고, 자기 나라와 민중의 문화적 종교적 차원에는 적은 관심만을 보여왔다.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오순절 운동이 가난한 대중을 끌어들이는 것도 초기 해방신학의 이런 문화적, 종교적 관심의 결핍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였다. 이어서 그는 "가난한 사람은 그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의 측면에서만 언급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존재에서 존중받기를 원하다."고 말하였다. 남미에서 해방신학이 힘을 잃고, 그 자리에 대신 오순절 계통의 교회가 들어서는 현상을 연구하며 나온 귀한 성찰이라 생각되어 진다.

필자는 그 동안 우리 교회에서 노동자들의 정치, 경제적 해방에만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그들의 종교성에도 깊이 천착하여 목회를 해왔다. 또한 부족하나마 문화적인 면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따라서 몰트만의 앞의 지적은 필자에게는 별로 해당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뒤의 지적은 계속하여 가슴에 남는다. 그 의미를 씹어보면 볼수록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몰트만의 표현을 통해 명료해진 것이다. 즉 자기 존재가 누리는 '충족감'의 문제와 엇비슷한 문제일 것이다. 사회적 성취와 '자아 충족감'이 늘 완전한 등식 관계를 이루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사회적 성취가 없다고 '자아 충족감'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앞에서 소개한 여성 노동자의 사건을 생각해 본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 교회 노동자들에 대한 목회를 생각해 본다. 그런 차원에서 민중선교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본다.

연민이란 결핍을 전제로 한 개념이다. 그런데 몰트만은 가난한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측면에서만 언급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진실된 마음으로 사랑을 베풀건만, 받는 사람이 고마워는 해도 자아 충족은 못 느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강박적인 기복신앙 형태로 궁극적 충족감을 느끼게 되리라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지금 눈에 보이는 두 개의 길 속에서, 어떻게 하면 그 사이에 나 있는 궁극적 충족감의 길을 발견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강박적인 기복신앙은 아니면서 '낯선 존재'에 의지하고, 그분으로부터 내면적 만족과 자유함을 얻을 수 있는 그 무엇일 것이다. 지성으로 다 충족되지 않는, 연민으로 다 충족되지 않는, 강박성으로도 다 충족되지 않는, 순결하고 따스한 초월적 힘을 만나는 그 무엇일 것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은 이웃 사랑과 사회적 실천은 자기 만족을 위한 도구로서 갖는 성격을 지니기 쉽다. 무게 중심이 사랑의 대상보다 사랑하는 나에게 더 두어지는 것이다. 이런 사랑에는 감동이 생겨나기 쉽지 않다. 그리고 그것은 안정감이 결여된 것이 되기 쉽다. 하지만 그 무엇에 이르는 구체적 경로나 방법을 아는 것은 아직 필자에게 어려운 일이다.

물론 민중이 자아 충족을 이루는 것이 우리가 민중에게 바라는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 "자기 십자가를 지기로 결단하는 해방된" 모습을 함께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런 모습으로 성장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다. 해방만을 말하여서는 해방된 모습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몰트만 지적 뒤에 담겨있는 통찰이다. 해방신학보다 오순절 교회를 선택한 원인이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민중교회 현장에서도 그 사실은 확인된다.

이정희는 "민중의 日食에 대하여"라는 글을 "어느 신학자의 눈에는 민중을 찾아가 당신들이 세상을 구원하는 메시아라고 말하자 질겁해 도망가는 민중이 보인다. 그러나 민중으로서의 자기 십자가를 지기로 결단하는 해방된 민중이 누구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는가?"라고 끝맺는다. 곧 "당신들이 세상을 구원하는 메시아라고 말하자 질겁해 도망가는 민중"과 "자기 십자가를 지기로 결단하는 해방된 민중"을 구분한다. 그리고 후자를 선호(?)한다. 사실 "당신들이 세상을 구원하는 메시아라고 말하자 질겁해 도망가는 민중"이라는 표현은 김창락이 최근에 발표한 글 "기로에 서 있는 민중신학"(신학사상 96집, 1997년 봄호)에서 시니컬하게 인용한 것이다. 곧 이정희의 구분은 논리적∙개념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정희의 이러한 구분이 결과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이를 '하층 민중'과 '상층 민중'이라 구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정희의 어법을 따라 말한다면 필자에게는 둘 다 보인다. 그리고 "해방된 민중"이 자랑스럽고 소중하지만, 한편 "질겁해 도망가는 민중"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 민중교회에 처음 나오는 민중은 대부분 "질겁해 도망가는 민중"이다. 민중교회의 과제는 이들을 "해방된 민중"으로 변화, 성장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해방된 민중"을 강요한다면, 그들은 그야말로 질겁해서 도망가고 만다. 김창락은 그런 강요가 민중에게 복음이 될 수 없다고 한다. 민중에게 구원이 먼저 제공되어야 한다면서, 과제는 그 다음이라고 주장한다. 김창락의 이러한 주장을 민중교회 목회 경험상 전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물론 구원의 사건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정신적인 인간의 삶의 전영역에서 일어나야 한다. 권진관은 민중이 놓인 사회∙정치적 조건으로 민족, 계급, 정치권력, 성차별, 이데올로기의 영향망, 자연(환경), 은혜 등 일곱 가지를 들면서, 온전한 구원론은 적어도 이 일곱 가지 민중 삶의 조건들을 전체적으로 변혁하는 포괄적인 구원론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한다면 구원론은 온전한 것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구원의 전체상을 손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심리적 차원만의 구원은 진정한 구원이 아니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거쳐 그러한 총체적 구원에 이를 수 있는가 이다. 또한 그러한 포괄적 구원이 한 인생을 사는 개인에게 얼마나 가능한지, 그것이 문제이다. 어쩌면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 인류에게 문명의 역사가 시작된 다음부터 그런 포괄적 구원을 경험한 예가 있는가?

차라리 문명 시대 이전에는 그런 경험을 한 예를 간혹 찾아볼 수 있겠다. 앞에서 잠깐 살펴본 대로 티벳의 라다크 주민이나 호주 원주민에게서 근접한 예를 볼 수 있다. 호주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참사람'이라 부르고 모든 문명인을 '돌연변이'로 생각한다지만, 그런 생각이 옳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그들이 '돌연변이'인 셈이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생겨난 체제이다. 그리고 그 비판은 정당성을 지닌다. 곧 자본주의보다는 사회주의 아래서 포괄적 구원이 더 쉬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결코 포괄적 구원을 경험하지 못하고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채 막을 내렸다. 어찌되었든 간에 북한에서는 현재까지만 해도 주민 100만 명이 굶어죽었다고 하지 않는가. 이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포괄적 구원이 얼마나 가능하겠는가? 따라서 포괄적 구원이라는 진정한 구원은 인류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갖는다면 너무 패배주의적 사고일까? 아무튼 경험하기 거의 불가능한 그런 구원을 말하는 것은 무슨 의미를 지니는 일인가? 게다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조건에서 살고 있는 민중에게 그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험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그런 구원을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 일인가?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사고해야 할 것이다. 작더라도 현실 가능한 것부터 말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작은 성취를 이루고, 그 성취에서 자신감을 얻어내고, 그 자신감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을 믿음으로 지향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경로를 설정하여야 할 것이다.

권진관은 자신이 설정한 구원의 일곱 가지 범주를 다시 크게 둘로 나눈다. "역사적∙사회적 죄악으로부터의 구원과 인간학적∙인격적인 죄로부터의 구원"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둘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고 한다. 필자는 이를 비종교적 범주의 구원과 종교적 범주의 구원으로 표현해 본다. 하나님은 물론 종교적 범주의 구원만 주관하는 분은 아니다. 그러나 종교적 범주의 구원은 하나님만이 주관할 수 있다. 비종교적 범주의 구원은 하나님 없이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기독교 신학은 하나님만이 주관할 수 있는 구원에 대해 우선적으로 말해야 하지 않을까? 무게 중심이 그 쪽에 더 두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만이 감당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에 우선적으로, 더 많은 무게 중심이 두어져야 하는 것은 기독교 대중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러 온 대중에게 그들만이 누릴 수 있는 고유한 유익을 위해 우선 봉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는 이른바 '조직 이기주의'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이기주의와 '진정한 이기주의'를 구분하여 생각해 본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이기주의라 할 때 그것은 자기중심적인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른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늘 자기 위주로 살아가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쳐 자기의 이익을 얻는 것이다. 이는 당장은 자신을 위한 삶인 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삶은 당연히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한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배척은 결국은 자신의 손해로 이어지고 만다. 따라서 이러한 이기주의는 자신을 위한 삶이 되지 못한다. 자신을 위한 삶을 지향했지만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난다. 자신에게 행복을 안겨주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끼치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이기주의는 전혀 다르다. 이는 자신의 내면적 만족을 위해 우선 노력한다. 이것도 겉으로 보면 자기만을 위하고 다른 사람은 고려하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자기를 위하는 내용이 일반적 이기주의와 전혀 다르다. 그리하여 자아가 넉넉하고 충만한 상태에 이른다. 자신의 상태가 좋으니까 다른 사람에게도 좋게 대한다. 참된 사랑을 베풀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상태가 짜증스럽고 좋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기 어렵고, 설령 베푼다 하더라도 힘겨웁게 억지로 하는 사랑이 되기 때문에 감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즐거운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베푸는 이 사랑은 따스한 마음을 안겨준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고, 그 호감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자신에게 전해져 결국은 자신의 유익으로 이어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신은 날로 성장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더욱 깊은 사랑을 안겨준다. 따라서 이러한 이기주의는 자신에게 행복을 안겨주고 다른 사람에게도 기쁨을 안겨준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삶은 자기 만족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이기주의인 것이다. 곧 자기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사랑이 없는 섣부른 이웃 사랑, 희생적 사랑은 한계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정한 이기주의'적 사고에 따라, 자기 만족이 결여되어 있는 포괄성은 한계를 지닐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기 만족은 바로 종교적 구원의 영역인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고유성은 소중하다. 문제를 포괄적으로 보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그것이 자신의 고유성을 희석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곤란하다. 포괄주의는 이러한 위험을 지닌다.


"은혜는 이러한 역사적 조건 속에 존재하고 있는 죄의 현실을 타파하려고 하는 민중운동을 비롯한 민중들의 온갖 움직임 속에 자리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은혜는 역사의 현장 속에서 구체적으로 민중의 구원을 실현하는 힘의 근원이요 동력이 된다. 은혜는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호의를 의미한다. 하나님은 인간 혼자 힘으로는 이룩할 수 없는 일들을 위해 인간을 도우시는데 이것을 우리는 은혜라고 부른다. 이 은혜는 민중이 어쩔 수 없는 조건들 속에서 소외되고 억압받고 고난받고 있는 민중들을 일으켜 세워서, 민중을 소외시키는 모든 죄의 구조를 물리치는 힘이다."


위 글이 말하려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은혜'란 기독교 고유의 개념이요 표현이다. 그런데 그것이 포괄주의 아래서 그 고유한 가치가 희석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 상태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은혜'이건만, 위 글에서는 '은혜'라는 말을 통해 어떤 감동을 느낄 수 있는가? 그냥 평범하고 일반적인 가치 이상의 느낌을 받지 못한다.

진보적 신학이 사회 영역과 종교 영역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사고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은데, 그게 자연스럽지 않고 혼란스럽다. 보수적 신학이 가지는 배타주의가 문제라면, 진보적 신학이 가지는 이러한 포괄주의의 폐해는 또 다른 문제이다.

물론 포괄적 구원을 지향해야 하고, 또한 종교-심리적 차원만의 구원은 진정한 구원이 아니다. 그러나 종교-심리적 차원의 구원은 기독교 고유한 영역이다. 종교적 범주의 구원과 비종교적 범주의 구원이 다 포함되어야 진정한 구원인 것이지만, 종교적 범주의 구원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정체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체성이 희미한 포괄성은 포괄주의로 빠질 위험이 있다. 종교적 범주의 구원이 완전한 것은 아니로되,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앞에서 말한 '진정한 이기주의' 논리로 승화될 수 있다. 김창락이 말하는 구원은 전후 문맥상 이러한 종교적 범주의 구원, 좁은 의미의 구원이라 판단된다.

그 구원은 절대자가 자신의 존재를 알고 귀하게 여기고 있으며, 또한 자신 안에 머물며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인생 여정을 동행한다는 믿음에서 비롯되는 어떤 것일 터이다. 그 절대자가 아직 비종교적 영역에서까지 자신을 구원하고 있지 않지만, 그러나 장차 그리 될 것이라는 소망을 안겨주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주관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그 주관적인 믿음이 자신에게 물리적 에너지를 가져다주는 현상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상태를 내면적 만족의 상태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몰트만이 말하는 바, "자신의 존재에서 존중받는 것"일 터이다.


"북극을 탐험하기 위한 탐험대가 빙하가 깔린 어느 장소에 저녁 무렵 도착하였다. 탐험대장은 나침반 등을 사용하여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였다. 내일 아침부터 북쪽으로 가기로 하고, 그 날 밤은 얼음판 위에서 야영을 하였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떠오르자 탐험대는 개가 끄는 눈썰매를 타고 북으로 북으로 향하였다. 해가 저물자 탐험대는 다시 야영을 하였다. 탐험대장은 하루 동안 얼마나 북쪽으로 올라왔는가를 보기 위해 다시 현재의 위치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놀라웁게도 전날 밤 위치로부터 더 남쪽으로 내려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기네들은 하루 종일 북쪽으로 왔는데 왜 전날 보다 더 남쪽으로 내려와 있는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전 탐험대원들을 동원하여 그 이유를 알아보게 한 결과, 자기네들이 지금 거대한 빙산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빙산은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빙산이 남쪽으로 내려가는 속도가 자기네들이 개가 끄는 눈썰매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속도 보다 더 빨랐기 때문에 일어난 사태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북극 탐험대 이야기는 자신의 의지나 노력 보다 자신이 놓인 환경의 힘이 더 크다는 사실을 비유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 자기를 에워싸고 있는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환경이라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좋은 환경이면 노력한 것 이상의 열매를 맺게 되지만, 반대로 나쁜 환경이면 그 노력이 열매를 맺기는커녕 점점 어려워진다.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환경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하지만, 환경이 좋지 않으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우선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그것을 달리 표현하면 구조적으로 문제를 보고,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할 수 있다. 민주주의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아니어도 자신이 노력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판단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한다. 대통령 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바로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곧 좋은 대통령을 선출하여 형성된 좋은 환경 속에서 자신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바람인 것이다.

그런데 환경에는 정치 환경, 경제 환경, 문화 환경, 인간 환경, 자연 환경 등 여러 종류의 환경이 있다. 그 모든 환경이 다 좋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 어느 환경이 가장 중요한 환경이냐는 문제가 생겨나게 된다. 그래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환경부터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환경인지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다. 대통령 문제는 정치 환경에 속할 텐데, 어떤 사람은 대통령 문제와 같은 정치 환경은 그리 중요한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선거날이 되면 선거를 하지 않고 산으로 들로 나간다. 그들 중 어떤 사람은 돈이 중요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많아지면 좋은 환경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돈은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그렇게 깊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 환경이 되는 것일까?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은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곧 결혼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배우자이다. 배우자 다음으로 중요한 환경은 나머지 가족이다. 그 다음으로는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 사람들이다. 직장 동료나 학교 친구들, 혹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다른 교인들이 자신에게 중요한 환경이 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고, 믿어주고, 칭찬해 주고, 위로해 주고, 격려해 주고 있다면 그는 아주 좋은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 민주주의라는 정치 환경 보다 더 중요한 힘을 발휘한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라는 환경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라 하더라도 자신의 배우자와 매일 다투는 생활을 하고 있다면, 그는 행복하기 어렵지 않은가?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평등', 이는 인류가 가지고 있는 고전적 바람이다. 자유와 평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 그런 사회를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그런 사회가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그런 사회가 되면 인류는 무한한 행복을 느끼며 살게 될까?

미국은 적어도 우리 나라보다는 훨씬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혼률이 50%가 되고, 이혼하지 않고 사는 부부들 중에서도 50%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렵다거나 아니면 배우자에 대한 의무감과 도리 때문에 그냥 살아간다고 한다. 이혼한 사람이 행복할 리 없다. 우리 나라보다 훨씬 민주주의가 발달했지만 불행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형편이 그러한 것은 경제적으로 불평등하기 때문일까? 경제적으로 평등해지면 그런 문제가 사라지게 될까?

한편 경제적 풍요와 관련하여 김종철의 다음과 같은 말에 주목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 모두가 물질적으로 고르게 풍요롭게 사는 삶을 이념적으로 지향해왔지만, 이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은 것임을 이제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고르게 풍요롭게 사는 삶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김종철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사람들이 좀더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좀더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면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존의 바탕인 자연의 한계를 인식하는 일입니다. 사회적 정의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려면 자연세계와의 조화를 벗어나서는 안되며, 자연세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삶이란 '풍요'를 추구하는 논리로써는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김종철은 이어 1970년대에 레바논 사회주의 진보당을 이끌었던 사회주의 혁명가 카말 줌블라트(Kamal Jumblatt)의 목표라면서 '고르게 가난하게 사는 사회'를 소개한다. 생태학적 차원에서 김종철의 통찰은 대단히 소중하다. 민중 문제 이전에 인류적 차원에서 물질 문제에 대해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사실 맑스주의자들에게도 생태학적 관점은 결여되어 있었다. 민중신학이 구조악을 말할 때 이러한 생태학적 관점이 분명히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정치 환경, 경제 환경이 중요한 것이지만, 그보다 우선 되는 것이 바로 자신과 직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자신과 직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1차적 환경이고, 민주주의는 2차적 환경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경제 환경도 중요한 환경이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환경은 못 된다. 물론 거듭 말하지만 이러한 인식이 정치나 경제 환경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이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 볼 때, 어떻게 하면 좋은 환경 속에서 살 수 있을까? 우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충만하고, 자긍심이 아주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착하고 성실하고 겸손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자신의 환경도 좋아지는 것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웃는 삶을 살고 있다면, 상대방이 아무리 거친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못한다. 자신이 밝고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 지지는 자신을 보며 덩달아 웃는 삶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곧 환경이 중요한 것이로되, 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환경이 자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이 어둡고 불신의 삶을 살게 되면, 바로 그런 자신이 자신의 환경을 나쁘게 만든다. 자신이 밝고 사랑 가득한 삶을 살게 되면, 바로 그런 자신이 자신의 환경을 좋게 만든다. 그 좋은 환경은 다시 거꾸로 자신에게 큰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여전히 환경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만, 그 출발은 바로 자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런 좋은 자신, 내면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충만하고 자긍심이 높은 자신은 어떻게 가능한가?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좋은 방법 하나가 바로 신앙으로 말미암은 길이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과 섭리를 체험하며 절정 경험을 갖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민중은 대개 어두운 내면을 지니고 있고 자긍심이 약하다. 그것은 그들의 성장 과정이 험했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 받은 수많은 거절 경험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그들에게 거절 경험을 안겨준 외부의 힘은 가난과 같은 구조적인 것이 가장 클 수 있다. 그래서 대개의 민중은 열등감에 시달린다. 못 배운 열등감, 가난으로 인한 열등감 등이다.

집단으로서의 민중과 개인으로서의 민중은 구별하여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집단은 개인을 합한 것이지만, 개인이 가지고 있는 모든 관심과 욕구와 문제를 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회적 관점에서는 개인으로서의 민중을 우선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운동'의 명분 아래 민중은 집단으로서, 그리고 사회적 존재로서만 대접을 받았다. 민중은 우선 개인으로서 대접을 받고 싶어 한다. 대부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픔과 한의 성장과정을 거친 개인 민중은, 성인이 된 뒤에도 내면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왜곡된 자아로부터 끊임없이 학대를 받는다. 민중 한 사람에게서 우리는 사회로부터 받는 학대뿐만 아니라, 왜곡된 자아로부터 받는 학대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어두운 내면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어두운 내면은 무의식의 문제이다. 한 번 자리잡은 무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아주 강력한 절정 경험의 반복되는 체험은 무의식을 바꿀 수 있는 좋은 힘이 될 수 있다. 곧 내면적 만족의 문제이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개념, 이것을 현실화시킬 필요가 있다. 곧 하나님과 갖는 수직적 관계와 교제에 대한 새로운 통찰이 필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자기 사랑'을 아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또한 정신과 의사들은 '자기 사랑'을 가장 중요한 치유의 도구로 이해한다. 자기 사랑, 자기 긍정을 필요로 하는 민중에게 기독교 신앙은 어떻게 그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을까?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기대와 연민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며 기뻐할 수 있는 '단순한 믿음', 이런 것이 민중에게 필요하다고 본다.

민중에게 자기 사랑이 필요하다. 비천한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추한 나를 보고 기뻐하시는 하나님(습3:17), 내 안에 들어오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계3:20), 그 하나님을 느끼며, 그 하나님과 일체가 된 나를 느끼며 비로소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대부분 나를 천시하든지, 잘 하면 동정이나 연민 정도를 보낸다. 그런데 하나님은 진정으로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한다. 이에 대해 단순한 믿음이 생겨난다면, 절정 경험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 절정 경험의 반복은 내면적 만족으로 자리잡는다. 곧 몰트만이 말하는 바, 자신의 존재에서 존중받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민중신학은 이런 것 보다는 구조악에 관심을 갖는다. 사실 이는 정당하다. 그러나 잘못된 사회 구조를 구조적으로 타파하려는 노력만으로는 그 해결이 쉽지 않다. 그와 더불어 내면적인 경로를 통한 해결 모색이 함께 병행되어야 구조의 치유와 더불어 인간도 치유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민중신학은 수평성에 치중하는 경향을 지닌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이원론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수직성과 수평성이 하나로 만나는 일원론이어야 한다. 민중신학의 "반(反)신학"에 대한 방향은 옳은 것이었으나 완전한 것은 못 되었다. 그 방향은 필요한 것이었으나 충분한 것은 못 되었다. 합(合)의 신학으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5. 성화


필자에게 '인격'의 문제는 목회 초기부터 가장 중요한 화두와 같은 것이었다.

'인격과 의식'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때 그것은 그의 인격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의식은 사물과 사회를 인식하는 능력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이 의식은 다소 사회화된 개념으로 정착되면서 부조리한 사회와 역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 의식은 혁명의 에네르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격도 형성되고 의식도 형성된다. 그리고 꼭같이 자란다. 그런데 의식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쉬워 보인다. 초등학교밖에 안 나왔고, 공장에서 주는 월급에 조금도 불만 없이 사장님을 하늘 모시듯 하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민중교회에 출석하여 반 년만 지나면 -그에게 아무런 의식화 작업이 주어지지 않아도- 선거 때 최소한 야당 후보를 찍게 된다. 그러나 인격은 다르다. 일단 성인이 되어 자신의 고유한 인격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 그 다음부터는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자라지 않는다. 노동자 의식의 고양이 노동자의 인격을 자동적으로 고양시켜내지 못한다. 이 인격을 내버려두고 의식화 작업에만 매진할까? 어떤 상황이 오면 이 부족한 인격은 꼭 속내를 드러내어 마찰을 일으킨다. 그리고 공동체에 상처를 준다. 하나님 신앙이 이 인격의 변화와 성장에 별로 힘을 못쓰는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진보적 기독교인이 보수적 기독교인보다 나은 것이 별로 없다. 목회자인 필자 자신을 포함하여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동료들, 그리고 우리 교인들의 인격이 의식의 자람에 상응하는 만큼 자라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짜증을 느끼기도 한다. 그 짜증이 하나님에 대한 원망으로 삐져나가기도 한다. 여성 의식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하는 남성이 인격이 담보되지 못할 때, 결혼 후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면 고루한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또 더러 인격을 담보하지 못한 여성 운동가를 볼 때는 여성 운동에 대한 호감이 식는다. 인격의 성장이 참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인격은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의 확장에도 큰 영향을 미침을 경험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어떻게 하면 인격이 성장할 수 있을까? 민중신학은 그것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누구는 선천적으로 훌륭한 인격의 가능성을 타고 나고, 누구는 나쁜 인격의 가능성을 타고 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성장 과정에서 그를 에워싼 환경이 인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훌륭한 인격을 구비하려는 개인의 노력도 주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환경이라는 것이다. 좋은 인격으로 이끄는 환경, 나쁜 인격으로 이끄는 환경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앞에서 말한 대로 당사자와 직접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다. 사랑을 많이 받아 본 사람이 남에게도 제대로 사랑을 베풀 수 있다. 신뢰를 받으며 성장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잘 하나 못 하나 칭찬을 받으며 자란 사람이 높은 자긍심으로 다른 사람에게 넉넉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가까이에서 자신에게 충분한 사랑을 베풀고 어떤 경우에나 믿어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 그 사람이 자신을 훌륭한 인격의 길로 인도하는 가장 중요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 반대되는 사람은 자신을 잘못된 인격으로 인도하는 가장 중요한 환경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잘못 접어든 길에서 바른 길로 바꾸는 것을 인격 성장이라 말할 수 있다. 그 일은 대단히 어렵지만 꼭 이루어야 할 일이다. 신앙은 어떻게 그 일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신앙의 중요한 목표는 바로 그 점에 맞춰져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가 자아성찰의 문제, 기도의 문제, 치유의 문제, 내면적 만족의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였던 것은 궁극적으로 인격의 성장을 위함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떻게 하면 신앙이라는 것을 매개로 하여 인격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인 것이다. 그러한 인격의 성장을 기독교 교리는 성화라고 부른다. 그러니 성화는 필자의 목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관심이다. 특별히 민중의 성화, 그것이 필자의 목회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이다.

루터의 성화론은 크게 세 가지로 분석되어진다. 첫째, 세상을 미워하고 악과 투쟁하는 것, 둘째, 자아 죽음, 셋째,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값 비싼 은혜 등이다. 칼빈은 행동주의적 성화 신앙을 강조하며 사회적 성화 운동으로까지 발전시킨다. 칼빈의 사회적 성화 신앙과 저항 정신은 메리 여왕에게 항거했던 존 녹스, 히틀러 정권에게 항거했던 디트리히 본회퍼 등에게로 이어졌다. 뮌쳐는 이들보다 더욱 급진적인 성화를 주장하여 그의 성화신학은 하나님의 종말론적 개입의 생생한 기대와 연결된 정치적, 사회적 변혁을 일으켰다. 웨슬리의 성화는 개인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다. 웨슬리는 신앙의 본질은 내면적이지만 신앙의 증거는 사회적이라고 강조한다. 웨슬리는 루터가 성화론에 무관심했다고 비판하며, 성화론을 구원론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또한 칼빈의 수동적으로 전가되는(imputation) 성화론의 취약점을 보충한다. 웨슬리는 자유의지적 참여로 성화의 행동이 일어난다고 해석하여, 수동적 성화(imputation)와 능동적 성화(impartation)가 변증법적으로 조화를 이룬 성화를 강조했다. 그래서 뮌쳐처럼 능동적 성화(impartation)만을 강조하는 내면적 성화나 사회적 성화를 거부한다.

루터, 칼빈, 웨슬레, 뮌쳐의 성화론 중에서 웨슬레가 설정한 자리, 곧 수동적 성화(imputation)와 능동적 성화(impartation)가 변증법적으로 조화를 이룬 성화의 자리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그런 성화에 이를 수 있을까, 그것이 여전히 과제이다. 수동적 성화나 능동적 성화가 각각 어떤 경로를 거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인가? 하나님의 의지는 어떤 경로를 거쳐 인간에게 관철되는가? 인간의 의지는 어떤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는가? 그것은 바로 신중한 자아성찰, 깊고 뜨거운 기도, 몸과 마음의 치유, 내면적 만족의 체험 등으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자아성찰, 기도, 치유, 내면적 만족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과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은 성화를 명령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전제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우선 사랑을 받는 것이다. 곧 위의 예수의 말씀은 "내가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그 사랑을 받은 힘으로 이제 이웃과 역사를 사랑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성화는 단순히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그 노력이 가능하기 위한 전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성화의 문제를 보아야 할 것이다.











제5장 결 론


민중교회는 태어나서 오늘까지 계속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는 외부적 요인도 있고 내부적 요인도 있다. 혹은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취약하다는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도 있다. 하드웨어의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그 내용으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열악한 물적 기반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목회자로 하여금 수익사업에 시간과 신경을 쓰게 만들었고, 심한 경우에는 신문 돌리기, 우유 배달, 세차, 막노동, 택시 기사 등과 같은 아르바이트까지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은 목회자에게 심한 마음 고생을 안겨 주었다.

둘째, 교인들의 이동성이 심한 문제이다.

민중교회의 위치는 주로 공단지역과 빈민지역이다. 94년 조사 통계를 보면 공단지역이 35.6%, 빈민지역이 25%이다. 그런데 초기 민중교회는 노동자선교 교회와 빈민선교 교회로 나뉘어 있었고, 그 중에서도 노동자선교 교회가 훨씬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노동자선교 교회들은 청년 노동자를 주로 대상으로 하였다. 94년 조사 통계 결과 20, 30대의 청년층이 9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미혼은 46.1%고 기혼은 49.5%라고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기혼자 중 상당수가 미혼 시절에 교회에 처음 출석하여 결혼한 경우이다. 곧 초기에는 20대 미혼 노동자가 교회 교인의 대다수를 이루었다는 말이다. 20대 미혼 노동자가 갖는 중요한 특징은 이동성이 심하다는 것이다. 군 입대, 고향으로 돌아감, 결혼 등으로 교회를 떠난 것이다. 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하기에는 좋지 않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셋째, 선교 활동이 목회 활동에 미치는 영향이다.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민중교회는 선교 활동을 꾸준히 해왔고, 그 가치는 높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좁고 제한된 공간에서 벌인 선교 프로그램은 목회적 영역에 좋은 영향을 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대부분 교회들이 예배실과 선교 활동 공간을 분리시키지 못한 채 활동을 하였기 때문에, 교회에서 경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안 그래도 적은 재정을 선교비에 지출해야 하였기 때문에, 목회적 영역에 지출되는 재정은 그만큼 줄어들어야 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보면 선교가 목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이 있다. 하지만 민중교회의 열악한 조건 속에서는 긍정적 영향보다 부정적 영향이 더 많았다.

소프트웨어란 목회 방법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취약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첫째, 충분한 목회적 훈련을 받지 않고 교회를 시작한 것이다.

민중교회 목회자들은 대부분 학생운동 출신으로, 초기에는 거의가 감옥 생활을 하였다. 이들은 대부분 운동적 차원에서 교회를 시작하였기 때문에 목회적 훈련에 대한 필요도 별로 느끼지 않았고, 훈련을 받을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나중에 교회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목회라는 영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목회적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 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둘째, 바로 민중신학의 청중 문제에 대한 몰이해였다.

앞에서 지적한 바대로 비민중 계층을 청중으로 한 민중신학을 여과 없이 민중에게 적용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또한 민중신학은 목회를 위한 신학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민중신학을 무분별하게 목회에 적용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민중교회의 정체 원인을 소프트웨어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전적으로 민중교회 목회자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곧 민중신학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별 다른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민중신학이 민중 자신을 위한 신학, 특별히 교회 안에 있는 민중 자신을 위한 신학이 될 필요가 있고, 또한 민중신학이 민중교회의 성장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그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설정한 주제들과 관련된 문제는 민중신학의 영역을 벗어난 것이라 말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런 것까지 민중신학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개인 구원이든 사회 구원이든 결국은 구원의 문제이다. 민중 구원의 문제이다. 민중신학도 민중교회도 민중 구원을 위해 존재할 터이다. 그런데 구원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매개고리가 성화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민중의 성화는 민중신학과 민중교회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민중의 성화를 위해 자아성찰, 기도, 치유, 내면적 만족이 꼭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주제들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민중신학을 더욱 민중신학 답게 만드는 길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죄의 문제는 자아성찰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종교적으로 보면 죄이지만, 심리학적으로 보면 그것은 병든 방어기제가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치유를 필요로 한다. '심리치유'인 것이다. 심리치유를 위해 여러 가지 길이 있겠으나, 그 중 기도가 민중에게는 상대적으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된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지속적으로 대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를 통해 내면적 만족의 상태에 이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여 치유된 민중은 비로소 성화의 길을 밟아 나간다. 그것은 구원에 이르는 길이요, 또한 하나님의 평화의 도구로서 살아가는 길이 된다.

이렇듯 자아성찰, 기도, 치유, 내면적 만족, 성화 등의 문제는 각각 다른 성격을 지닌 주제들이지만, 한편 그것들을 하나로 꿰뚫는 맥이 있는 것이다. 그 맥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각 주제들은 그 의미가 반감될 것이다. 그 하나의 맥에 근거하여 각 주제들을 살펴보는 것이고, 그리고 그 맥의 확보를 위해 민중교회 목회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권진관은 '신앙의 교회'와 '경험되어지는 교회'를 구분한다. 그렇듯 '신앙의 민중'과 '경험되어지는 민중'을 구분할 수 있다. 현장은 '경험되어지는 민중'과 만나는 곳이다. 목회 또한 '경험되어지는 민중'을 위한 일이다. 그런 민중에게 애정이 듬뿍 실린, 인간성에 대한 총체적이고 정교한 이해가 실린 목회가 필요하다. 그런 목회를 통해 '경험되어지는 민중'은 '신앙의 민중'으로 승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안게 될 것이다.

사실 민중신학자들이 일부러 '청중' 문제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민중과 직접적 관계를 맺으면서 생활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신앙의 민중'과 '직접 경험하는 민중'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신앙의 민중'을 사랑하는 방식과 '경험하는 민중'을 사랑하는 방식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신앙의 민중'을 사랑하는 방식이 민중 자신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곧 민중신학자들이 서 있는 자리로 말미암은 한계는 민중신학의 한계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민중신학자들이 서 있는 자리로 말미암은 한계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한계가 민중신학의 한계로 이어지는 것은 극복해야 할 것이다.

사실 그 동안 많은 민중교회 목회자들이 민중신학자들에게 민중을 직접 경험해 보라고 요구하였다. 그 구체적 방법 중 하나가 민중교회에 출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요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라 생각된다. 그 어려움을 반영하고 그리고 그런 문제 제기를 수용하여 민중신학자들은 민중교회 목회자들이 현장의 경험을 자신에게 소개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런 요구는 정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말미암아 그 요구에 대해 민중교회 목회자들은 제대로 응답하지 못 하였다.

이제 이 글은 그 요구에 응답하기 위한 한 시도였다. 민중신학자들의 요구에 응답한다는 차원에서 다섯 가지 주제를 설정하여, 그것들을 이전에 민중신학이 이루어낸 성과에 이어지는 향후 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제는 민중신학자만이 짊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고, 민중교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임은 자명하다. 민중신학자들이 현장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한계, 민중교회 목회자들이 신학적 전문지니고 있지 못한 한계가 이런 형태를 통한 만남으로, 민중신학이 현재 지니고 있는 한계가 극복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필자가 제시한 여러 문제의 내용에 투박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필자는 민중교회 목회 현장의 경험에서 나온 신학적 질문을 제기한 것이다. 앞으로 신학 이론적 측면에서 이러한 경험을 분석 연구하는 꼼꼼한 후속 연구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국내문헌


권진관, 성령과 민중,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3.

권진관, 조희연, "민중신학, 과연 위기인가?", 새누리신문(1993.10.19.)

김경재, 종교다원시대의 기독교 영성, 서울: 다산글방, 1992.

김종철, "머리글", 녹색평론, 대구: 녹색평론사, 1996년 7-8월호.

김진호, "민중신학이란 무엇인가-전개와 평가와 전망", 젊은 민중신학자들의 어울마 당 창간호, 서울: 젊은 민중신학자들의 모임, 1994.

김창락, "기로에 서 있는 민중신학", 신학사상 96집,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7.

김홍기, "존 웨슬리의 구원론과 민중신학의 구원론", 서울: 한국민중신학회, 한국민중신학회 연구기획위원회 세미나 발표자료, 1996.

민중신학연구소 엮음, 민중신학입문, 서울: 한울, 1995.

, 민중은 메시아인가, 서울: 한울, 1995.

박노해, 사람만이 희망이다, 서울: 해냄, 1997.

박원근, 하나님의 선교신학과 기장 선교정책, 서울: 이수중앙교회, 1994.

박재순, 열린 사회를 위한 민중신학, 서울: 한울, 1995.

, 하나님 없이 하나님 앞에, 서울: 한울, 1993.

, 민중신학과 씨알사상, 서울: 천지, 1990.

, "기독론과 죄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전환기의 민중신학, 천안: 한국신학 연구소, 1992.

서경석, 박재순, 기독교사상(1993년 9월호, 10월호, 11월호),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서광선, 한국 기독교 정치신학의 과제,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1996.

서남동, 民衆神學의 探究, 서울: 한길사, 1983.

서남동 목사 기념논문집 편집위원회, 전환기의 민중신학,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2.

서진한, "민중신학의 태동과 전개", 민중신학입문, 서울: 한울, 1995.

, "민중신학의 위기에 부쳐", 기사연소식 (1993. 11.), 서울: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안병무, "좌담: 민중신학과 생명신학", 민중신학 창간호,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5.

, 민중신학 이야기,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87.

안병무 박사 회갑기념논문집 편찬위원회, 歷史와 現存, 서울 : 대한기독교서회, 1982.

안병무 박사 고희기념논문집 출판위원회, 예수∙민중∙민족, 천안 : 한국신학연구소, 1992.

이정희, "민중의 日食에 대하여",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발표자료, 서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1997.

임종렬, 인간관계론, 서울: 홍익제, 1996.

, 心理治療相談論, 서울: 홍익제, 1992.

, 대상관계이론과 가족치료, 서울: 신한, 1997.

, 대상중심과 가족치료, 서울: 신한, 1997.

장일조, "죽재를 위한 하나의 대화", 전환기의 민중신학,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2.

전홍준, "내 마음이 병을 만든다", 녹색평론 35호, 대구: 녹색평론사, 1997.

젊은 민중신학자들의 모임 엮음, 젊은 민중신학자들의 어울마당, 서울: 1994.

최형묵, "'민중신학'의 신학적 의의와 역사적 임무 - 서경석 목사의 '민중신학 위기 론'을 논한다", 젊은 민중신학자들의 어울마당 창간호, 서울: 젊은 민중신학자 모임, 1994.

한국기독교장로회 민중교회운동연합 편, 갈릴리로 가신 예수, 서울: 한국기독교장 로회 총회교육원, 1996.

한국민중신학회 편, 민중신학 창간호, 천안: 한국신학연구소, 1995.

홍성현, 맑스주의자들의 종교비판, 서울: 제3세계신학출판사, 1988.

황선명, 민중종교운동사, 서울: 종로서적, 1980.

NCC신학위원회 편, 민중과 한국신학,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82.


외국문헌


Ann Ulanov, Religion and Unconscious, (The Westminster Press, 1975), 이 재훈 옮김, 종교와 무의식, 서울: 한국심리치료연구소, 1996.

Come And See 선교회 편저, 홍일권 역, 5만번 응답받은 뮬러의 기도 비밀, 서울: 생명의 말씀사, 1996.

Charles L. Whitfield, Healing The Child Within, (Florida: Health Communications, 1987), 김용교, 이인출 역, 잃어버린 자아의 발견과 치유, 서울 : 글샘, 1995)

David A. Seamands, Putting Away Childish Things, (Sydney: Christian Press, 1982), 윤병하 역, 어린아이의 일을 버리라, 서울: 두란노, 1995.

, Healing Grace, (Victor Books, 1988), 윤종석 역, 치유하시는 은혜, 서울: 두란노, 1993.

, Healing for Damaged Emotions, (Illinois: Victor Books, 1981), 송헌복 역, 상한 감정의 치유, 서울: 두란노, 1993.

Gustavo Gutierrez, Liberation and Change, (John Knox Press : 1977), 김쾌상 역, 해방신학과 사회변혁, 서울: 일월서각, 1985.

하루야마 시게오, 반광식 역, 뇌내혁명, 서울: 사람과 책, 1996.

Harvey Cox, The Seduction of the Sprit, 마경일 역, 民衆의 宗敎, 서울: 전망, 1980.

Helena Norberg-Hodge, Ancient Future: Learning from Ladakh, (Rider, 1992), 김종철 역, 오랜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 대구: 녹색평론사, 1996.

Howard A. Bacal and Kenneth M. Newman, Theories of Object Relations: Bridges to Self-Psychology,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0.

John Gray, 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 (New York : HaperCollins Publishers, 1992), 김경숙 옮김,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 서 온 여자, 서울: 친구, 1996.

Jürgen Moltmann, Kirche in der Kraft des Geistes, (München : Chr. Kaiser Verlag, 1975), 박봉랑 외 4인 역, 성령의 능력 안에 있는 교회, 서울: 한국신학연구소, 1990.

, 채수일 옮김, 그리스도가 계신 곳에 생명이 있습니다,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7.

Leonardo Boff, Ecclesio Genesis, 김쾌상 옮김, 새롭게 탄생하는 교회, 서울: 성요셉출판사, 1987.

Louis McBurney, Every Pastor Needs a Pastors, (Texas: Word Books Publisher, 1988), 윤종석 역, 사역자 상담, 서울: 두란노, 1995.

Ludwig Feuerbach, Das Wesen des Christenyum, (Köln: Hegner, 1967), 박순경 옮김, 기독교의 본질, 서울: 종로서적, 1982.

Marlo Morgan, Mutant Message Down Under, (New York: HarperCollins Publishers Int., 1994), 김석희 역, 무탄트, 서울: 정신세계사, 1997.

Rick Warren, The Purpose Driven Church, (Michigan: Zondervan Publishing House, 1995), 김현희 옮김, 새들백교회 이야기, 서울: 디모데, 1997.

Warren W. Wiersbe, Famous Unanswered Prayers, 김동원 옮김, 당신의 기도가 응답받지 못하는 이유, 서울: 나침반,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