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전원살림마을 영성수련회를 통해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은 '변화'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어느 순
간부터인지 삶에 대한 감격과 감동, 놀람과 흥분이 사라져버렸는데, 하비람 수련회에서 다시 그
런 설레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하나님의 자녀이고, 내가 사랑이고 기
쁨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늘에는 영광이고, 땅에서 평화이고, 사람들에게는 기쁨이라고 하셨는
데, 그 기쁨과 행복으로 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였고, 이제 다시 그 본성으로의 회복을 경
험하였던 것입니다. 이제껏 예수 믿으면서, 내가 아닌 남을 위한 희생과 헌신이 십자가의 삶, 그리
스도의 남은 고난을 채우는 삶이라 굳게 믿고, 그렇게 살아왔는데 사실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삶
이 기쁨이며 사랑임을 보면서 확연히 열리는 세계가 있었습니다.
목회자로서도 그러합니다. 사실 목사가 되기로 서원한 처음 사명과 처음 마음이 교회의 틀 안에
서 많이 식어 있었습니다. 열정이 흐려지고, 사람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마음, 말씀에 감동과
감격에 젖어 있는 뜨거움보다는 기술만이 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련회를 통해 만나게 된 것
은 내가 목사의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 일이며, 행복하고 기쁘게 목사로 살아갈 수 있
는 빛과 길을 회복하였습니다. 살림마을의 5박 6일 수련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힘이 있고, 보람
이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목회할 새 힘과 기운을 얻었다는 것만으도 큰 소득이었습니다.

영성

'앤소니 드 멜로'의 말대로 영성은 깨어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영성은 구원의 기쁨
과 감격을 일상에서 이어가는 작업입니다. 중생의 감격, 그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사는 것입니
다. 우리에게 이미 다 주신 세계이며 선물인데, 그것을 삶 속에서 이어가지 못하고 놓치고 잃어버
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 복음의 씨앗을 가진 교회가 그 일을 해 가야하는데 오늘 교회
의 현실이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 교회가 가야할 길 가운데 하나가 바
로 이 구원의 기쁨과 감격을 이어가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교회를 위한 영성운동이라면 그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영적 안내의 기술을 개발해가고 그것으로 제가 만나는 사람들
을 행복하게 돕고 싶습니다.

생활

전원살림마을 영성수련회는 영성생활수련회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일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영성
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활 속의 영성을 추구하고, 그렇게 수련회를 마치
고도 수련회에서 만나고 본 세계를 이어가는 길과 장치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
니다. 자고, 먹고, 화장실 가고, 쓸고, 닦고, 걷고, 말하는 그 모든 과정에서 영성의 분위기를 익혀
가는 작업이 그것입니다. 생활이 빠진, 삶이 빠진 영성은 공허하고, 공중에 떠 있는 영성입니다.
오늘의 영성은 산 속에 들어가 도 닦는 영성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전공 속에서, 일 속에서, 전문
가로 자기에게 주어진 소질과 재능을 발현하며 일구어가는 영성이라 봅니다.

과정

살림마을의 영성수련회는 나는 누구인가에서 시작해서 나는 어디에 있는가? 로 마쳐지고 있습니
다. 잃어버린 자를 찾으러 오신 주님의 음성 앞에 오롯이 서는 시간입니다. 5박 6일 수련회를 통해
서 이어지는 과정은 지성보다는 감성이 살아나고, 영성이 회복되는 전인적인 수련 방법이 동원됩
니다. 이성과 오성과 감성과 영성, 과학과 철학과 예술과 종교가 하나로 통일되고 독립되는 절묘
한 영성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안내자가 하나의 뚜렷한 빛 속에서 통합된 수련 방법들을 사용
하는데, 그 과정들은 집단상담과 TA, 게슈탈트, 에니어그램, 음악치료, 댄스치료, 축제와 일상이
하나로 접목되고 있다 하겠습니다.(기독교를 교리가 아닌 경험으로 전하기에 굳이 기독교인이 아
니라도 거부감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도의 차원에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수련의
과정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경험되어지는 것들인데, 그래도 표현해 보자면 그 동안 하나님에
대해 들었던 것에서 보게 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은 우리 안에, 교회 안
에 선물로 이미 선물로 다 주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교회

이런 수련원에서 하는 수련회와 교회에서 하는 영성 안내에는 분명히 큰 차별성이 있습니다. 장단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수련회에서는 사람들을 아주 깊이 집중적으로 만날 수 있지만, 그들의 삶
과 일상을 책임지고 이어가는 공동체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교회는 사람
들을 그만큼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약하지만, 나름대로의 일상과 삶으로 이어지는 소중
한 공동체로 자리 매김할 수 있습니다. 살림마을 영성수련회는 종교에 의해, 삶에 의해, 가족과 이
웃에게 찢겨지고, 갈등 속에 있는 영혼들, 종교와 신앙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진 교인들, 종교의 경
험과 자극이 없이 무덤덤하게 사는 이들이 찾아와 쉼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장치들이 있습니
다. 교회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이런 부분들은 이곳에서 작업하고 치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한
교회에서는 말씀과 기도의 회복을 통해서 깊이 있는 영적 안내를 해 갈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시도할 수 있는 영성 수련의 몇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유능한 영성 수련 안내 전문가를 초빙해서 체계적인 테마를 잡아 일주일 숙박 수련회를 심도 있
게 진행합니다.(모든 교인들이 한번씩 경험할 수 있게 매달 한번씩 수련회를 엽니다. 기수별로....)
2. 영성수련 소모임을 구성하여 일 주일에 몇시간씩 수련을 이어갈 수도 있습니다.(성경공부 형식
이지만, 내용은 또 다른 깊이로)
3. 교회가 쉽게 해결하거나 접근할 수 없는 민감한 부분은 다른 영성수련 프로그램에 도움을 받습
니다.(이혼, 가정폭력, 가정불화, 성적인 문제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