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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깊은물 (jisook0220@paran.com)
▽ 구분: 영화 ▽ 2004/10/18(월) ▽ 조회: 4350 | |
 작은 아씨들 3월인데 100년만의 폭설이 내렸답니다. 본 하늘씨앗을 받으실 무렵이면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고 있으련만 지금은 한겨울처럼 춥습니다. 겨울이 되면 왠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가 생각납니다. [빨강머리 앤], [키다리 아저씨], [작은 아씨들].... 이 세편의 공통점은 주인공 여자 아이의 당돌함과,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기발한 독특한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차츰 커가며 먹물이 들고 여성학적입장에서 돈 많은 남성에 편승하여 성공하는 신데렐라적 소설... 운운하며 멀리하기도 하였지만 타고난 환경에 적응하기보단 운명을 개척하며,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중에서도 네 자매가 모여 연극하며, 싸우며, 성장하고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 루이자 M. 올코트의 [작은 아씨들]을 영화로 소개하려고 합니다. [작은 아씨들]은 그동안 여러차례 영화화 되었습니다. 그중 미니 시리즈는 기억하기 어렵고, 대표적인 3편의 영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바쁜 람들께서는 아쉬운 대로 94년 암스트롱 감독의 작품을 먼저 권합니다. ▷ 줄거리 다 아시는 내용이라 줄거리라고 소개할 것도 없지만.... 미국 북부에 사는 마치가의 네 자매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남북전쟁에 참전 중이죠. 가장이 없는 집에서 네 자매는 싸우고 또 화해하며 조금씩 성장해나갑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만나구요. 저자 역시 어려운 가정을 위해 이런 저런 일을 했어야 했고 네 자매 중에 둘째였지요. 때문에 책 속에서 조우가 작가로 나오는가 봅니다. 돈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온화한 맏딸 메그는 막내다운 기질과 화려함, 성공에 대한 열망이 큰 에이미와 친합니다. 적극적이고, 기발하고, 분명하고, 거침없는 조우는 병약하지만 희생적이고 사랑이 많은 베스와 친합니다. 그리고 이웃인 부잣집 외아들 로리는 네 자매에게 관심을 가지고 친해집니다. ▷ 영화소감 1. 감독 조지 큐커의 영화 (1933년, 조우역 : 캐서린 헵번) 저와 같은 현대 관객들에게 큐커 버전은 꽤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1933년은 유성 영화의 초창기로 테크닉과 연기 패턴을 완성하지는 못했던 시기지요. 때문에 큐커의 영화는 그 과도기 냄새를 물씬 풍깁니다. 캐스팅과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보다는 연극 티가 나서 전체적으로 녹화된 연극을 보는 것 같지요. 게다가 큐커 버전은 멕, 베스, 에이미를 주인공 조를 장식하기 위한 조연에 불과하게 표현합니다. 다른 영화에서는 조 역의 배우도 베스 역 배우에게 자리를 양보했던 베스의 죽음 장면도 이 영화에서는 조의 울음 장면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캐서린 헵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지요. 하지만 이 영화가 지금까지 빛을 잃지 않고 있는 이유가 헵번 때문인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작은 아씨들] 영화들 중 가장 근사한 조를 창조해낸 작품입니다. 헵번은 외모도 올콧이 묘사한 그대로이고 하는 짓도 정말 조 같습니다. 여기에 헵번 특유의 활력과 카리스마가 더해졌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지요. 2. 감독 머빈 르로이의 영화 (1949년, 에이미역 : 엘리자베스 테일러) 르로이의 영화는 역대 [작은 아씨들] 영화 중 가장 화려한 스타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게다가 모두 아주 적역입니다. 최상의 캐스팅이라는 평이지요. 준 앨리슨은 우리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선머슴 같은 말괄량이 조에 딱 맞고, 마가렛 오브라이언의 서글픈 모습은 너무나도 베스답습니다. 자넷 리의 수줍은 아름다움은 멕에 어울리며, 엘리자베스 테일러처럼 에이미의 속물성을 잘 드러낸 배우도 없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캐스팅임에도 영화가 어딘가 얇은 것은 너무 화려해서 남북전쟁 당시 콩코드의 힘겨운 삶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르로이는 스타 캐스팅에 매달리느라 정작 [작은 아씨들]의 내용 자체는 잊어버린 듯합니다. 이 영화는 그냥 줄거리만 따라갈 뿐입니다. 영화 어디에도 삶의 고단함과 창작자의 고뇌가 없습니다. 아까운 배우들이 낭비되었습니다. 각본이 원작 캐릭터를 흉내만 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 영화에서 조는 그냥 말괄량이에 불과하고 에이미는 그냥 속물일 뿐입니다. 이렇게 잘 맞는 배우들을 끌어왔으면서도 정작 그들을 발전시킬 기회는 조금도 주지 않았지요. 그래도 이 영화엔 기억할 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대부분 네 주연 배우의 열연 덕이지요. 어머니 역의 메리 애스터도 훌륭합니다. 많은 장면들이 순수하게 배우들만의 힘으로 구축된 느낌입니다. 특히 베스의 마지막 유언 장면은 감동적입니다. 3. 감독 질리안 암스트롱의 영화 (1994년, 조우역 : 위노나 라이더) ‘영화 [작은 아씨들]을 보았다'라고 한다면 거의 모두가 아마 위노나 라이더가 둘째 조세핀으로 나오는 영화일 것입니다. 위노나 라이더는 이 작품으로 비로소 연기력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상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수잔 서랜든(어머니 역)의 모습이 압권이었지만요. 날이 갈수록 더 초라해지는 르로이의 버전에 비하면 암스트롱의 영화는 보면 볼수록 맛을 더해갑니다. 물론 너무 페미니즘에 입각한 점이 없잖아 있지만 오히려 큐커의 작품이 둘째 조에게만 집중된 것과는 달리 네 자매 모두의 독특성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부분이 매우 성숙하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94년도 암스트롱 버전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또 닮고 싶은 배우 수잔 서랜든이 어머니 역으로 당당하되 부드러운 여성상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고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독특한 네 자녀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그 특성에 맞게 키웁니다. 다른 작품처럼 성공지향적인 에이미를 그저 속물로 표현하지 않고 나름의 특성을 부각시켜 깊이를 더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언제나 당당했던 우는 엄마를 안아주는 언제나 나약했던 베스... 그 장면을 볼 때면 언제나 내게 크기만 했던 엄마의 늙고, 나약한 눈물을 보고 당황스러워 오히려 화를 내던 내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제 우리도 베스처럼 그렇게 어머니를 안아주어야지요. 어머니를 한 여자로 보고 사춘기를 벗어나 성인 대 성인으로 만나는 두 여인의 모습이 돋보입니다. 전쟁터에서 병든 아버지를 위해 머리를 자른 조가 모두가 잠든 밤에 몰래 일어나 우는 장면도 감동적입니다. 베스가 “언니, 아빠 걱정해?“ 라고 묻자 ”아니, 내 머리“하며 웃던 장면 말입니다. 잘린 머리 걱정을 해도 전혀 속물처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제 감정에 충실함으로 늘 사랑받아온 소설 속 인물 조... 어린시절 정말로 조처럼 살고 싶었는데 이제 많이 어른이 되었나 봅니다. 엄마의 역이 가슴에 저미도록 다가옵니다. 자, 이렇게 3편의 같은 이름으로 제작된 영화를 숨가쁘게 소개했네요. 3편의 비디오를 구하느라 애먹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마감일을 넘겨 소리님을 속상하게 했지만 원고를 마친 지금 가슴이 벅찹니다. 언젠가 또 한번 작은 아씨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우리 모두가 그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겠지요? 그날을 기대하며 물이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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