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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 구분: 영화 ▽ 2004/10/11(월) ▽ 조회: 3062 | |
 모래와 안개의 집  토론토에 와서 영화보기는 한국에서 영화보기와 다릅니다. 이곳 극장에는 아이 딸린 유학생 부부가 같이 가기는 거의 불가능.... 왜냐 하면 법적으로 아이를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곳곳에 있는 한인 비디오 가게는 그런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합니다. 더구나 영어가 짧아 알아듣지 못하는 무성영화(?)를 보느니 자막이 딸린 영화나 한국영화가 그립습니다. 어느 분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려면 목욕재계를 하고 본다던데,,, 그 정도는 아니어도 이곳에서 유일한 취미생활은 되는 것같습니다. 한인 비디오 가게와 책방이 이곳에 나날이 번성하는 것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게다가 그물망, 인터넷이 이곳에서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여서 영화를 파일로 다운 받을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더 불편함 없이 즐기고 누릴 수 있지요. 어제 밤, 우리로서는 정말 지루한(?) 추수감사절 휴일밤에 '모래와 안개의 집'이라는 영화를 다운 받아 아내와 함께 보았습니다. 일자리 없고, 돈 없고, 차 없는 유학온 가족으로는 정말 무엇 하나 할 일이 없는 시간이 휴일들이지요. ^^* 사실은 한국에서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 유덕화의 '연인'인줄 알고 다운 받았더랬습니다. 하지만, 두시간 가까이 영화에 푹 빠져서 본 후에는 정말 파일을 잘못 받아본 것이 다행이었을 만큼 보석을 건진 느낌이었더랬습니다. 무엇보다 이민의 삶, 나그네로 살아가는 삶이 영화의 한 축이 되어 있어서 우리로서는 너무나 공감하며 볼 수 있었지요. 삶의 자리가 그런 눈을, 그런 마음을 결정하네요. 낯선 곳의 경험이 이제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도 나그네로 살아가는 이들을 정말 다른 가슴으로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선물이 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인 영상과 음향, 구조, 특히 대사, 대사가 주옥같았습니다. 이란에서 망명으로 이민온 아랍인 가족이 아메리카 대륙의 또 다른 나그네를 품어내는 장면은 삶에 대한 깊은 감동을 안겨줍니다. 정치적으로 본다면 미국의 정체성을 거꾸러 건드려 주고 있고, 종교적으로 본다면 이슬람의 근원과 힘을 세워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오히려 그 땅에서 진짜 나그네가 누구이고,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다른 차원의 삶을 돌아보게 해 주고 있네요. 이민자이자 망명자로 잔뜩 움추려든 생활을 하고 있던 아랍인 가족이 어느 순간 삶에 지쳐 있고 겁에 질려 폭력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주인노릇하는 이들을 또 다른 이웃으로 영접하고 그들의 삶에 받아들이는 모습은 이 땅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큰 삶인지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도 그렇습니다. 누가 주인인지, 누가 종인지, 누가 군림하고 있는지, 누가 복종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그렇다고 알고 있고, 보이는 것에 속고 있을 뿐입니다. 주인이 누구고, 나그네가 누구겠습니까? '아들아, 오늘은 우리가 저들이 하라는대로 겁을 먹어 주자. 우리 안의 용기와 기백은 가슴에 뭍어두자. 지금 저들이 너무 삶에 지쳐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처입은 새가 우리 집에 들어왔다. 가장 공손하게, 조용하게, 신사답게 대해야 한다.' '저들이 우리에게 왔다는 것은 신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존재의 선물이다.' '우리는 지금 저들을 영접 해야 한다.' 참, 멋진 고백들 아닌가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우리 속담의 진수를 담고 있지요. 또, 예수님은 으뜸이 되려거든 꼴찌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섬기는 자가 다스리는 자라고도 하셨구요. 땅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하늘에서는 그렇다구요. 내가 그렇게 종이 되고, 나그네가 되고, 섬기는자가 되기 위해 왔다고 하셨지요. 마지막에 총상을 입어 죽어가는 아들을 보내는 아버지의 절규, '아들아, 아들아, 내가 여기 있다. my son, my son, I am here. I am here!'라고 외치던 그 소리, 아버지의 그 기도는 먼저 가는 아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었을 것입니다. 아내를 본향으로 보내며 함께 나누는 남편의 이별의 인사도 정말 눈물 겹게 왔다가 가는 생을 돌아보게 하고 관조하게 합니다. 그리고, 또 아들과 화해하는 아버지의 깊은 정과 겸손과 힘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모래와 안개의 집.... 생과 나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로 오래 가슴에 남을 것같습니다. (저는 영화를 메일 파일(http://mailfile.co.kr/) 이라는 곳에서 다운 받았습니다. 검색어는 '모래와 안개의 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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