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트릭스 : 삶의 깨어나기 (bomul)

이름: 깊은산 (san@sanmul.net)

2001/9/27(목) 08:57

매트릭스 : 삶의 깨어나기

1. 삶의 완성, 구원은 사랑에서

오늘 벼르다가 영화 '매트릭스'를 비디오로 다시 빌려 보았습니다.
사람이 눈뜬 만큼 보인다는 것이 참 신비롭습니다.
하비람 깨어나기를 경험하고 본 매트릭스 참 신비함 그 자체였는데,
오늘 다시 본 매트릭스 역시 대사 하나 하나 정황의 곳곳이 깨어남의 감동과 감격으로 가득하네요.

매트릭스는 불교경전 '금강경'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그래서 매트릭스는 철학적, 영성적 바탕을 둔 깊은 영화이면서도 또한, 대중적이고도 상업적인 완성도가 있는 영화이기도 하지요.
허리우드의 그것으로 포장되어 있어 무심코 보기 쉬운 함정이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 장면이 이렇게 끝나고 있습니다.

너희는 우리를 느끼지만, 우리를 두려워한다.
그것은 변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진짜 세계를 보여주겠다.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를.
그것을 본 다음에는 너희가 알아서 하라......

어느날 문득 존재를 느끼면서 어느 것이 현실인지 당황스러운 적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깨어나기(거듭남-중생)를 경험한 후에 그렇게 여기와 이곳의 존재와 현상, 진실과 허상, 나와 나의 역할에 대한 분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매트릭스는 그런 영화입니다.
속고 살면서도 속고 사는지 알지 못하는 그런 세계에 대한 물음들로 가득했습니다.
잘 보면, 그렇게 깨어서 보면 보입니다.

지금 가장 깊이 여운으로 남아 있는 것은 모든 것의 완성은 사랑이라는 것이네요.
트리니티가 네오에게 입맞추며 하는 말입니다.
내가 사랑에 빠지는 그 사람이 '그'다.
그래서 트리니티의 그 사랑이 네오를 '그'이게 하고, 세상을 구하게 합니다.
모피어스도 네오도, 심지어는 오라클도 그가 '그'인지 알지 못합니다.
아니, 알고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알지 못하면서도 아는 것처럼 다만 자기의 일을 합니다.
그가 '그'이게 하는 것은 '그'를 믿는 믿음도, 소망도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가는 것은 다르다고 합니다.
성자되는 것음을 말씀을 이루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誠입니다.
말씀을 이룸, 길을 가는 것입니다.
안다고 해서 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몰라도 그 길을 가는 사람이 그 길을 이루는 사람이고, 깨어난 사람입니다.
깨어났다는 것은 그것을 이루는 것입니다.

매트릭스 안에 살면서 매트릭스를 넘나들며 사는 이야기, 시간이 나는 대로 그 매트릭스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네요.....

* 매트릭스(matrix)는 어머니의 자궁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통제'하는 그 무엇을 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되시는 님들, 함께 매트릭스를 다시 보면서 코이노니아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2. 두가지 인생

장자의 유명한 우화 중에 꿈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데, 꿈을 깨고 나니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데 지금이 꿈인지 모르는 그런 당혹스러움입니다.
지금 나의 모습을 보는 내가 있고, 또 그렇게 보이는 나가 있는데 무엇이 진짜인가 하는 것입니다.
매트릭스는 그런 물음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사람은 밤을 지새우면서 무언가를 향한 열정을 불태우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그렇게 열정에 싸여 살곤 합니다.
그것을 뚫어주는 무언가를 찾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를 움직이는 것은 '질문', '물음'입니다.
그것을 찾았을 때 나오는 탄성, 아, 내가 찾고 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 나의 질문, 물음으로 찾아가는 '답'이었구나.
이미 물음을 따라 가는 길에는 '그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물음만이 남고, 그 물음으로 보여지는 세계가 있습니다.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알려줄 수 없습니다.
경험해야하고, 보아야 하는 세계입니다.
매트릭스의 세계를 떠나 보아야 그것을 알 수 있지, 그 안에서 백날 말해보아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속고 있는 것은 그것을 보여주는 '손가락', 우리를 그 것으로 건네다주는 '배', '통로'를 붙잡고 매달리는 것입니다.
참 불행한 인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을 찾고, 그분을 만나게 되면 그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넌 날 수년간 찾았지만, 난 널 평생 찾았다."
깨달음은 내가 '착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내가 그렇게 애타게 찾고 있다고 여기지만, 그는 나를 더 애타게 찾고 있음을 알고 위로를 얻습니다.

매트릭스는 내가 찾고 있는 '그'가 바로 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3. 네가 봐야 한다.: 선생님을 만남

매트릭스에서는 보여주고자 하는 세계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경험하고 있다고 믿는 그 세계가 어쩌면 허상일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알려면 선택을 해야하고, 결단을 해야합니다.
그래야 내가 통제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나를, 사실은 내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믿음이 없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영화 매트릭스는 바로 그런 네가 '노예'임을 알려줍니다.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는 세계입니다.
태양(太陽), 가장 큰 거짓말입니다.
그래서 해 아래 있는 것은 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된 것입니다.

네오를 그 세계로 안내하는 모피어스는 네오를 부르면서 '알약'을 선택하게 합니다.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믿음이 없이는, 전폭적인 신뢰가 없이는 다다를 수 없는 그런 만남입니다.
이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세계를 건너기 위해서는 결단을 해야합니다.
깨어나게 되는 것은 그런 위험이며, 또 그런 전율, 황홀합니다.
네오가 찾아간 세계에서 처음 받은 인사는 "welcom to the real world!" 입니다.
도대체 뭐가 진짜지?
다시 태어나는 것입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세계이기에 봐야 합니다.
보기 위해서는 건너야할 것들, 선택해야할 것들, 포기해야할 것들, 비워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4. 그런데, 눈이 왜 아프지?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네오의 첫 느낌은 '눈이 아프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눈이 아프지?
한번도 그것을 사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눈이 아픈 것입니다.
그것을 그것으로 한번도 본적이 없고, 한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이제 눈을 뜨고 봐야 합니다.
모피어스는 그런 네오에게 이제 여기가 어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언제냐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시간과 공간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을 보고, 그 진실의 세계에 내가 주인으로 있는 것입니다.

매트릭스가 통제하는 세계는 모든 것이 허상이었습니다.
냄새도 두뇌의 시스템이 해석해 주는 코드에 불과했습니다.
맛도 그렇고, 촉각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진짜인줄 알고 살고 있습니다.
이제 점점 미쳐가고 있습니다.
진실을 진실로 알고도 믿을 수가 없는 혼란이 오고 있습니다.
눈이 아픕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모든 것이 다 거짓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너무나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서야 합니다.
그 낯섬, 당황스러움 이제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5. 생각하지 말고 인식하라

이제 생각하지 말고 인식하라고 말합니다.
깨어나면 이제 내가 뭘하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모피어스는 이렇게 안내합니다. "나는 문까지만 널 안내할 수 있지만, 나가는 것은 네가 해야한다."
이제 네오는 생각 세계를 뛰어넘어 그런 무한한 힘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
도 총알을 피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갖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조차 우문입니다.
준비만 되어 있다면 총알을 피할 필요조차 없게 되는 세계입니다.
숟가락을 휘게 하려고 아무리 노력한다고 숟가락이 휘지 않습니다.
다만, 숟가락을 휘게 하려고 생각하지 말 것, 진실을 인식할 것, 숟가락은 없다는 진실을 인식할 때 숟가락이 아닌 내가 휘어진다고 이야기 합니다.

6. 내가 그인가?

매트릭스가 던져주는 중요한 물음 가운데 하나는 '내가 그인가?'라는 물음입니다.
내가 '그'라면 세계를 구할 수 있습니다.
나를 믿고 있는 소중한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내가 '그'인가?
오라클은 그런 네오에게 안내합니다. "그것은 틀리고 맞고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길을 알게 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너의 삶은 네꺼니까. 누가 뭐라고 하든, 자기 길을 가는 거야......
내가 누구인지, 내가 그인지 아닌지 그것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만이 알고 나의 길을 가는 것일 뿐입니다.
인간들은 고통을 통해 현실을 다시 인식하고 깨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고통으로 인해 메트릭스의 지배에 허점이 뚫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나의 고통은, 고난은 깨어남으로 안내하는 천사의 역할을 합니다.

누가 '그'인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서로를 살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세상을 구하고, 그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입니다.

길을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고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과 내가 나의 길을 나답게 걷는 것은 다릅니다.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나읙 길을 가면 됩니다.
네오가 '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필요한 말만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일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네오는 네오의 길을 가고, 그런 서로에 대한 믿음이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새로운 세계를 향한 소망입니다.
하지만, 네오를 그이게 하는 것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네오를 '그'이게 하는 것은 '트리니티'의 사랑이었습니다.
네가 사랑하는 그가 '그'라는 믿음이 네오를 다시 살게 하고, 네오가 '그'가 되게 하는 가장
큰 힘인 것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런 사랑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입니다.

7. 배신당하는 모피어스

모피어스가 배신을 당하는 장면과 또 모피어스의 독백들을 바라 보면서 또 다른 회환을 느꼈습니다.
선생님은 늘 외롭습니다.
그렇게 배신을 당하게 되어 있고, 자기 길에 대한 물음 속에서 자기를 지켜가야 합니다.
스승은 문까지만 안내합니다.
스승은 길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가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서 있는 세계는 참과 거짓을 뛰어넘는, 그런 가치와 차원이 다른 세계입니다.
다만 자신의 물음, 자신의 사명 앞에서 자기 일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일구어 가고, 그 세계를 보여주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그는 배신을 당합니다.
그럼에도 자신은 필요한 그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담담하게 마지막까지 자신을 던지는 그의 모습에서 참 스승의 자리, 안내자의 넉넉함을 보게 됩니다.

아, 숨이 차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