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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89 ◎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 2007/11/23(금) ◎ 조회: 1032 | |
 마가복음(59) : 나귀새끼를 가지러 그들이 예루살렘 가까이에, 곧 올리브 산 근처인 벳바게와 베다니 가까이에 이르렀을 때에, 예수께서 제자 둘을 보내시며,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맞은편 마을로 가거라. 거기에 들어가서 보면, 아직 아무도 탄 적이 없는 새끼 나귀 한 마리가 매여 있을 것이다. 그것을 풀어서 끌고 오너라. 어느 누가 "왜 이러는 거요?" 하고 물으면 "주께서 쓰시려고 하십니다. 쓰시고 나면, 지체없이 이리로 돌려보내실 것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들은 가서, 새끼 나귀가 바깥 길 쪽으로 나 있는 문에 매여 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풀었다. 거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 몇 사람이 그들에게 물었다. "새끼 나귀를 풀다니, 웬 일이오?" 제자들은 예수께서 일러주신 대로 말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가만히 있었다. 제자들이 새끼 나귀를 예수께로 끌고 와서, 자기들의 겉옷을 그 등에 걸쳐 놓으니, 예수께서 그 위에 타셨다. 많은 사람이 자기들의 겉옷을 길에다 폈으며, 다른 사람들은 들에서 잎 많은 생나무 가지들을 꺾어다가 길에다 깔았다. 그리고 앞에 서서 가는 사람들과 뒤따르는 사람들이 외쳤다. "호산나!" "복되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복되어라! 다가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이르러 성전에 들어가셨다. 거기에서 모든 것을 둘러보신 뒤에, 날이 이미 저물었으므로, 열두 제자와 함께 베다니로 나가셨다.(막11:1~11) 예루살렘 입성! 아마도 제자들의 생에 가장 신났던 때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또한, 동상이몽이었겠지만, 예루살렘 입성이 그들의 출세와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해줄 ‘길’로 보기도 했을 것입니다. 어찌하였든 온 세상의 환영을 다 받는 것 같은 선생님, 왕과 함께 예루살렘성에 의기양양 들어가는 이들의 모습에는 긍지와 자부심, 보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가만히 내 인생의 그런 시기와 그런 때는 언제였는지 돌아봅니다. 그렇게 신이 나서 훨훨 뛰어다녔던 겁 없던 시절, 그런 패기와 용기, 세상을 다 집어 삼킬듯한 열정이 있었던 시절 말입니다. 과연 그런 시절이 있었을까? 아니면 언제 그런 시절이 다가올까? 아직, 마흔도 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지만, 정말 내게 다시 그런 시절이 다시 찾아올까 막연해집니다. 이제 중년(?)이 되나 봅니다. 그런 생각의 세계 말입니다. 자고 나면 세상이 바뀔 것 같았고, 책 한권 읽고 나면 세상을 다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말 한마디도 우렁차고 표정 하나에도 패기가 있었지요. 아마도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제자들의 모습은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때가 부럽고 그립기도 하지만, 내 평생이 그랬으면 내 생이 얼마나 고달팠을까 하는 헤아림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내 양날개를 다 잘라가셨을 때 한없이 원망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내게 그런 시련과 아픔과 절망이 없었으면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깜짝 놀라고 두려워집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훤하게 그려지니 말입니다. 비록 사회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었고, 내 정치적 견해와 가치는 실현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늘 껍데기만 알고 그런 세계 속에 살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도 살 수 있지만, 그것을 지금의 나와는 바꾸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제 생각입니다. 제자들의 신나하는 모습, ‘호산나’ 외치며 환영하는 군중들의 모습에서 그런 나의 철없던 시절이 떠올라 회상해 보게 됩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에 오면서도 다투었습니다. 누가 크냐고 말입니다. 제각기 예수님의 오른편에 앉겠다고 싸웁니다. 그런데, 정작 예수님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려고, 살을 찢고 피를 흘리려고 예루살렘을 향하고 있었지요. 정말 예수님이 그들의 생각대로 당대의 로마인들을 물리치고 성전을 회복하여 예루살렘의 주권을 회복할 영웅이 되셨다면 어땠을까요? 그랬으면 지금처럼 종려나무 가지와 겉옷을 벗어 환호하는 군중들에게 더 없이 환영과 찬사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삶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로, 고난으로, 포기와 내어줌으로 삶을 다시 이야기하고(stroy telling) 계십니다. 그게 인생이라고 말입니다. 내 인생의 고비, 고비에.... 내가 당하는 고난과 억울함과 비굴함과 조소 속에, 바로 그 자리에 내가 십자가를 지고 너와 함께 있겠다는, 그 신비, 그 비밀을 이루고 계신 것입니다. 이것이 다른 점이지요. 예수님께서 나의 주님이 되심은 내 인생이, 내 지구별 여행이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렇게 되어 있고, 그것을 위해서 왔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삶이요, 사랑입니다. 이제 가만히 그런 진리, 그런 속삭임 앞에 오늘의 나를 돌아봅니다. 내 일과, 내 가족과 내 이웃을 바라봅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님과 제자들을 환영하는 것 같지만, 바로 이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고소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립니다. 세상은 그렇습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무리들이 예수님을 환영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들의 기대와 그들의 생각과 조항이 있습니다. 메시아는 이래야돼, 예수는 저런 사람일꺼야..... 혹시, 지금 나도 그렇지 않습니까? 나는 이래야돼, 내 아내는 이런 여자야. 내 남편은 이런 사람이지. 내 아이는 이런 아이일꺼야..... 다 내 ‘고장난 사진기’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들고, 겉옷을 벗어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런 눈으로 봅니다. 한번도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내 아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내 남편이 얼마나 힘든지, 내 아이가 어떤 가치와 목적으로 가지고 세상에 왔는지.... 그리고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세상이 무너져 버리지요. 나에게도 그렇습니다. “이런 내가 싫어!” 나는 공부 잘하는 사람인데, 영어 단어 하나 외우지 못하고, 문장 하나 번역하고, 쓰지 못하니 나는 안돼. 나는 목사인데,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지? 나는 잘 하는게 참 많은데, 왜 이렇게 주눅 들어 살아야하지? . . . 그렇게 내가 정한 한계로 살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야겠습니까? 나를 보지 못하고 말입니다. “ 따가운 6월의 햇살 속에 있는 나를 온몸으로 느껴봅니다. 그 동안 입고 있던 오래되고 두꺼운 옷을 하나씩 벗습니다. 배 나오고 처진 어깨, 낡고 허름한 집, 자식의 의무, 아내의 책임, 통장의 잔고, 신통할 것 없는 재주 이 모든 것을 벗고 아기 속살처럼 부드럽고 뽀얀 나를 만납니다. 우주 속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나를 만납니다. 그리고 거기에 계신 하나님을 만납니다. 이런 나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따가운 햇살도 느끼고 뜨거운 땀방울도 흘립니다. 때로는 고통과 슬픔으로, 때로는 기쁨과 행복으로 다가오는 이 인생이 하나님의 은총임을, 선물임을 알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삶을 충분히 누리며 살겠습니다. 이 모든 것이 사랑임을 느끼면 살겠습니다. 이런 나를 신명공동체에서 만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멘.(신명교회 6월의 고백에서) “ . . . 오늘 예루살렘에 입성하기 위해 예수님은 제자들을 보내어 나귀새끼를 데려옵니다. 참 신비한 장면입니다. 하필 왜 나귀새끼냐도 그렇지만, 남의 나귀새끼를 겁 없이 풀어오는 사람들이나,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그 나귀새끼를 내어 주는 사람들이나 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기 위해, 그의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귀새끼가 있어야했습니다. 오늘 우리 기꺼이 그 음성을 듣고, 그 나귀새끼를 데리러 가는 사람이 됩시다. 그 필요를 위해 나귀새끼를 준비한 사람, 그것을 내어주는 선한 사람, 선한 이웃이 됩시다. 그런 일 하는 것이, 호산나 외치며 예수님을 환영하는 것보다 훨씬 값진 일이며 본질에 가까운 삶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다시금 내 생의 절정을 음미하고, 그 절정을 일구어가고, 가꾸어가는 새로운 일을 우리는 지금 하고 있습니다. 그럴 때 늘 절정입니다. 늘 최고입니다. 그렇게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는 복되십니다. 우리는 복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삶을 만들어 갑니다. 지금. 오늘. 이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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