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에덴 추방? 에덴 탈출! : 네가 어디에 있느냐?

하나님의 물음은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뱀의 물음은 없는 것, 할 수 없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동산에 있는 모든 열매를 다 주시면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만은 먹지 말라고 하셨지요. 하지만 뱀은 하나님이 동산 안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했냐고 묻고 있습니다. 나에게 없는 하나에 집중하다보니 전부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행하지만 또 그것이 사람의 현실인 것을 성경 창세기는 우리에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런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습니다. 그렇게 뱀이 접근하자(생각을 하게 되자) 그 나무를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이제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탐스럽기도 한 나무가 되어 버립니다.
에릭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고 물으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원래 있는 모두를 누릴 수 있는데, 그것을 가지겠다는 욕심이 들어와 소유하려고 합니다. 존재를 버리고 한계에 갇히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먹게 되자 사람은 부끄러워 몸을 가리게 됩니다. 벗은 몸인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내어 보이고 살기 보다는 겹겹이 껍데기를 두르고 옷을 입고 살게 됩니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먹은 결과 우리가 얻은 것은 그것입니다. 부끄러움, 수치심입니다.
그 때 남자와 여자는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하나님의 낯을 피해서 숨었습니다. 하나님은 그저 지나가고 계셨을 뿐인데 숨은 것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하나님은 "네가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을 주셨습니다. 찾아오시는 하나님을 그저 맞이하면 되는데 스스로 죄의식과 수치심으로 숨어 버립니다. 내게 주어진 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그렇게 대하면 되는데, 내가 색안경을 쓰고 있어 숨고 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때 묻는 물음,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렇게 오고 가는 세상, 판단과 분별에 휘둘리는 자리에 있는 한 하나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정죄하지 않으시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찾아오시는 하나님과 함께 있을 때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으면 결코 정죄함이 없다고 하였지요. 시간의 영역으로는 과거가 있기에 죄의식과 수치에 묶여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영원의 관점에서는 과거가 없고 지금만 있음으로 죄의식과 수치에 묶여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렇게 두려워서 숨은 아담에게 하나님은 누가 벗은 몸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냐고 물으시면서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어떻게 먹게 되었냐고 하십니다. 그 때 그저 자기가 먹었다고 하면 될 것을 남자와 여자는 이유와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누구 때문이냐는 신정론입니다. 이 땅에 죄가 있고, 불의와 억압, 모순이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입니다. 남자는 하나님이 주신 여자가 먹으라고 했다고 말하며 하나님 때문이라고 핑계를 답니다. 자기가 먹었으면서 하나님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지요. 여자는 뱀이 꾀어서 먹었다고 사탄에게 핑계를 댑니다. 그러나 사실은 누구의 탓도 아닙니다. 내가 그렇게 하고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내가 받지 않으면 그 무엇도 나를 넘볼 수 없습니다. 상처와 비난, 아픔과 고통도 내가 받는 것이지요. 내 탓입니다.

그래서 결국 이 이야기는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먹은 사람은 에덴에서 살 수 없게 되어 흙을 갈고 일을 하게 되고, 임신하는 고통과 서로 지배하고 다스리려는 관계 속에 살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또 성경을 보면 하나님은 선과 악을 알게 된 사람이 생명나무의 열매를 따서 먹고 끝없이 살게 해서는 아니 되기에 에덴에서 내보내셨다고 말씀합니다.(창3:22,23) 이 장면을 다시 보면 에덴에서 살지 못하고 나오게 된 것은 하나님의 저주이기보다는 축복의 의미가 더 짙습니다. 사실 판단과 분별, 시시비비의 눈과 생각을 가지고 영원히 산다는 것이 저주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죽음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축복, 최후의 선물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창세기 3장을 다시 보면 선악과를 먹은 사람으로서는 에덴 추방이 아니라 에덴 탈출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왜 사람일까요? 임신하는 고통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으로 살면서 가장 큰 기쁨의 통로입니다. 축복이지요. 남편의 다스림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것이 사랑으로 승화되어 있을 때 여자는 가장 큰 축복을 누리고 만나는 것이지요. 남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남자로 살면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지배를 받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땀 흘려야 먹고 살게 되었는데, 사람으로 살면서 땀을 흘리지 않고, 일하지 않으면 무슨 재미로 살겠습니까? 사람으로 사는 이 땅의 삶의 의미가 없는 것이지요. 죽는 날까지 수고하는 것, 사람으로 가장 큰 축복입니다. 다른 성경에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창세기의 에덴 이야기는 결국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를 먹게 되어 에덴에서 살 수 없게 된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이미 애굽에서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 그 이유를 묻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물음의 답이 되는 것입니다. 이 땅에 사는 한 그런 과정은 선악과를 먹은 사람에게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헤쳐가고 풀어갈 길은 선과 악, 판단과 분별의 눈을 다시 감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또 그리고 그 덕에 사람으로 세상에 와서(에덴에서 나와서) 희로애락을 경험하고 누리며 살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살게 된 사람들의 삶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그 여정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묻으며 답하는 이야기가 창세기 전편에 이어집니다. 그래서 창세기에는 인류의 모든 물음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렇게 에덴에서 나온 사람은 예수님이 비유하신 집 나온 둘째아들의 비유와 같습니다. 어떤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첫째 아들은 아버지와 늘 함께 있었습니다. 그러나 둘째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았는데 유산을 달라고 해서 집을 나갑니다. 집을 나간 둘째 아들은 재산을 다 탕진하고 나서야 아버지의 품을 기억하고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 용서를 구하고 아들이 아니라 종으로라도 살겠다는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그 때 아버지는 집나간 둘째 아들을 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아들을 얼싸안고 소를 잡아 잔치를 베풀어 줍니다. 그것을 본 첫째 아들은 불만을 품습니다. 자기는 늘 아버지와 함께 있었는데 염소 새끼 하나 잡아주지 않았다구요. 첫째 아들은 아버지와 같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둘째 아들을 집을 나가 보아서 아버지의 사랑을 더 많이, 더 크게 알게 됩니다. 선악과를 먹고 에덴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이야기가 이 둘째 아들의 이야기가 아니겠습니까?
집을 나와 나와서 실패를 경험하고 실수를 하고 희로애락을 살아보는 것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특권입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는 것입니다. 선과 악을 알게 된 사람, 그래서 에덴에서 쫒겨난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 창세기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자, 그런 우리에게 하나님은 묻습니다. "지금 네가 어디에 있느냐?" 그리고 판단과 분별을 해보며 삶을 경험하고, 또 내려놓을 때 우리는 다시 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