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108 ◎ 이름: 깊은산 (eastsain@chollian.net) ◎ 홈페이지: http://sanmul.net ◎ 2008/8/26(화) ◎ 조회: 1265

마가복음(78) : 유월절 준비  12 무교절 첫째 날에, 곧 유월절 양을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말하였다. "우리가 가서, 선생님께서 유월절 음식을 드시게 준비하려 하는데, 어디에다 하기를 바라십니까?" 13 예수께서 제자 두 사람을 보내시며 말씀하셨다. "성 안으로 들어가거라. 그러면 물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을 만날 것이니, 그를 따라 가거라. 14 그리고 그가 들어가는 집으로 가서, 그 집 주인에게 말하기를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먹을 내 사랑방이 어디에 있느냐고 하십니다' 하여라. 15 그러면 그는 자리를 깔아서 준비한 큰 다락방을 너희에게 보여 줄 것이니, 거기에 우리를 위하여 준비를 하여라." 16 제자들이 떠나서, 성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예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유월절을 준비하였다.(막14:12~16) 무교절과 유월절은 유대인들에게 큰 잔치의 날입니다. 애굽의 노예살이에서 해방되는 날에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하셨고, 그들을 도우신 날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날이지요. 애굽의 장자들이 다 죽었던 날, 유월절 어린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른 히브리인들의 집에는 아무런 변고도 없었습니다. 죽음의 사자가 어린양의 피가 묻은 집은 넘어서 갔기 때문입니다. 그날, 히브리인들은 알게 됩니다. 자신들이 살아난 것은 자신들의 의로움이나 잘남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순전한 은혜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날 이들은 빵에 효소를 넣어 발효할 시간도 없이 짐을 챙겨야했기에 발효되지 않은 빵, 딱딱한 무교병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이 명절이 되면 부러 무교병을 먹어서 그날의 촉박했던 긴장감과 감격을 되새기는 것입니다. 잔치, 명절은 그렇게 의미를 기억하고 지켜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의 명절은 어떻습니까? 혹시 그렇게 귀한 명절이 형식을 유지하기 위해 의미를 상실하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아야겠습니다. 설날, 추석, 크리스마스, 생일..... 다 그러합니다. 기념하고 기억하는 것, 그것이 은혜입니다. 그리고 그 명절은 일상을 위해 있는 것입니다. 명절이 명절 자체로만 끝난다면 사실은 의미가 없습니다. 명절을 지나 일상을 얼마나 더 아름답게 가꾸어가느냐 그것이 명절의 참된 의미이지요. 나는 어떻게 나의 명절을 준비하고 맞이하고 있습니까? 오늘 예수와 그 제자들은 또 한번의 유월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늘 있는 유월절이지만 한 사람의 일생에도 80번 맞이하기 어려운 날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소중하고 한번 한번이 의미 있고 새롭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날을 맞이하는 이 때의 예수와 그 제자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색달랐던 날이었습니다. 이미 예수는 그의 마지막 날에 대해 계속 알리셨고, 그가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 달려야할 것을 예고하신 명절...., 무겁고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명절입니다. 잔치집이 아닌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가서 명절을 맞을 준비를 해야지요. 명절은 명절입니다. 힘들다고 넘어설 수 없지요. 피해갈 수 없습니다. 가야할 길입니다. 제자들은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면서 잔치 준비에 대해 묻습니다. 그 어느 순간에도 내가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먹어도 먹어도 왜 배부르지 않을까요? 왜 마셔도 마셔도 목이 마를까요? 제 때에 내 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루기 때문입니다. 핑계하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습니다. 땅이 꺼져도 내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합니다. 그렇게 예수의 마지막 명절이 준비되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는 물어온 제자를 성 안으로 보내십니다. 무작정 물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을 만날테니 따라 가라고 하십니다. 성안에 물동이를 메고 오는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습니까? 그를 무작정 따라가서 유월절 음식을 먹을 방을 내놓으라고 하랍니다. 제자의 입장에서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일에 순종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일이 되겠냐고 항변을 할 법도 합니다. 그러나 예루살렘성에 들어올 때 나귀를 그저 빌려 탔던 것처럼 이 때도 그렇게 준비가 되어집니다. 이미 준비되어져 있는 일입니다. 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한 발을 움직이지 않아서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체면과 격식을 따지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내 사랑방이 없고, 내 잔치상이 없다고 한탄하고 핑계하면 일어날 수 없는 일입니다. 다 나의 것으로, 내 때로 준비되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사실을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게 되어져 있는 것입니다. 내가 준비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내가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다 되어져 있고, 준비된 것입니다. 제자들에게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서 우리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마지막 유월절 잔치는 그렇게 준비되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유월절을 어떻게 준비하겠습니까? 조금 더 나아가서, 예수님의 유월절을 위해 방을 준비한 이름 없는 사람이 되어도 봅니다. 이 때, 예수와 그의 제자들은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이미 위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권력자들과 힘있는 사람들이 예수를 몰아낼 태세를 알고 있습니다. 그런 때에 예수와 제자들을 알아보고 돕는다는 것은 보통의 용기와 결단으로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돕는 손길로 준비된 것입니다. 그 사람의 헌신과 사랑으로 준비해 놓은 방입니다. 그 사람이 없었으면 예수의 유월절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내가 준비한 자리가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내게 방을 요구하는 이들을 맞이합니다. 위기에 처한 이들의 마지막 잔치를 치룰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방을 내주어 잔치하게 합니다. 그 일이 예수를 맞이하고, 예수의 유월절을 일어나게 하는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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