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토론토 예가에서의 일기 (art

이름: 장한소리

2008/2/20(수)

토론토 예가에서의 일기

장한소리(내맘이야님, 2007년 2월 ~ 2008년 1월)

3기 어학 장기연수

모든 어학연수생들 뿐만 아니라 저또한 토론토에 간 가장 큰 이유는 영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기 위해서 입니다.
100이면 100, 모든 학생들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이렇게 다짐합니다.
"난 캐나다 가면 영어만 쓸거야."
"난 한국친구들은 한명도 만들지 않을거야."
"난 그곳에 가서 한국남자친구, 여자친구는 절대 만들지 않아. 그럴거면 뭣하러 캐나다까지 가?"
위의 조건을 1년동안 아니 단 3개월동안만이라도 지킨 학생을 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지키기 어려운 이유로는
첫째, 외로움을 느낍니다.
둘째, 소외감을 느낍니다.
셋째, 두렵습니다.
이런 이유들을 극복하기란 쉽지가 않다는 것을 도반님들은 충분히 공감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내맘이야는 다행히 처음부터 예가에서 깊은물님의 스파르타식(?) 교육으로 습관을 바르게 가졌습니다.
예가에 도착한 다음 날, 저와 제 친구는 깊은산님께서 주신 지도와 토큰을 가지고 토론토를 관광하고 저녁 즈음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깊은물님께서 "관광 어땠어?"라고 물어보셔서 전 자연스럽게 "아.. 너무 추웠어요."라고 한국말로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느끼는 싸늘한 공기. '헉. 뭐야 이느낌은..?'
깊은물님께선 단호하게 "한번만 더 한국말 사용하면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는 줄 알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이후로 전 예가와 bye하는 순간까지 영어로 대화했습니다.
사실 이젠 깊은산님과 깊은물님께는 한국말로 인사드리기가 어색합니다.
괜히 잘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예가는 영어 사용하는 것에 관해 굉장히 엄격합니다.
조율시간을 제외하고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영어로 합니다.
한번은 제가 삼겹살을 영어로 말하고 싶은데 단어를 알지 못해 "three lines pig"라고 말하기도 하고...ㅋ
영어구사능력을 떠나 항상 들어주고 대답해주는 예가에서의 10개월간 생활은 저에게 두려움, 소외감 그리고 외로움을 없애주었습니다.
한국 친구들을 사귀는 가장 큰 이유는 외로움과 소외감 때문입니다.

예가는요,
1. 밖에서 한국말 쓰지 않아서 손가락질 받아도 예가에 돌아오면 응원과 격려를 받습니다.
2. 예가에서의 일주일에 두번씩 가지는 조율시간은 타지에 살고 있는 유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점이 잘못 되었는지 깊은산, 깊은물님과 함께 되짚어 보는 시간을 통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3. 제가 예가에서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깊은산님과 함께하는 성경공부 시간입니다. 조율시간보다 더 깊이 나를 관찰할 수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4. 예가는 하숙집이 아니고 공동체 입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항상 물어보았던 것이 "한국인 홈스테이에 살면 영어공부하는데 도움이 안되잖아?" 입니다. 내맘이야는 예가보다 좋은 가족을 보질 못했고 들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객관적으로 토론토에서 홈스테이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가정형편이 여유롭지 못한 집들이 대다수입니다.
외국인 홈스테이에 산다고 하면 영어가 예가에서 사는것보다 빨리 늘것이라 예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외국인 주인이 하루에 얼마나 학생들에게 시간을 할애하겠으며 그런 여유가 그들에겐 많지 않습니다.
그들이 학생을 바라보는 시각은 가족이 아니고 얹혀사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래서 다들 처음엔 홈스테이에 살다가 실망을 하고 룸메이트를 구해 집을 렌트해서 삽니다.
집을 렌트해서 살면 대부분 한국인들끼리 모여 삽니다.
그렇게 되면 절대 영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가 만약 렌트하우스에서 살았다면 저 또한 한국말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5명이 같이 사는데 나만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실력이 늘기는 커녕 오히려 그들과 벽을 세워 살기에 불편함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더욱이 예가엔 훌륭한 영어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거의 원어민 수준에 가까운 발음을 가진 한결이,
토플성적도 좋고 정석에 가까운 영어를 하는 정윤이,
오랜 유학생활과 현지에서 요리사를 하시는 허브님까지.
외국인 홈스테이 주인과 30분 대화 할바에는 전 이들과 3시간동안 수다를 떠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제가 예가에 있으면서 가진 가장 소중한 경험은 깊은물님께서 아프시고 난 후입니다.
사실 저도 그 전까진 그냥 얹혀산다는 느낌이 컸었거든요.
그냥 밥먹고 자고 성경공부하고 그런 일과로 사는 집. 깊은물님께서 아프시고 전 예가에서 아침과 도시락 준비를 맡았습니다.
태어나서 내 도시락도 싸본적도 없고 아침식사는 항상 생략했었던 제가 식구들을 위해 아침과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몇개월을 지내니 예가가 저의 가족같이 느껴지고 애정이 생겨났습니다.
식구들과 진심어린 눈빛으로 대화를 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가끔 초등학교 다니는 꼬맹이들이 "난 샌드위치에 치즈 넣는거 싫다고 말했자나. 근데 왜 또 치즈가 있는거야!?"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 한대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요.ㅋ

예가는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성숙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연해지고 있습니다.
토론토에서도 삶의 예술로 가꿀 수 있습니다.

그곳에 예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