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의 영성(서평)
이 책, 사랑의 기적, 이별의 기적은 부인의 백혈병과의 투병생활과 '죽음'이라는 이별여행의 과정들을 중심으로 오동성 목사와 최지숙 목사가 기록한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실천적 영성의 단상들이다. 이 책은 또한 그들 부부의 12해 삶의 흔적들이 조각 조각 알알이 묶여서 서로 사랑함의 깊이와 삶의 의미에 대한 영적 깨달음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들의 글에는 그들의 별칭인 '깊은산' (오동성 목사), '깊은물'(최지숙 목사)처럼, 자연이 주는 평온, 관대함, 그리고 넉넉함 속에서 삶의 지혜와 의미를 찾고자 하는 생의 순수한 몸부림들이 녹아져 있다.
이 책은 또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사랑의 의미와 삶에서 당하는 고통에 대한 건설적이며 변혁적인 (reconstructive and transformative spirituality while in suffering) 영성의 회복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아내를 저 건너편 삶으로 보내며 흐르는 회한에 절인 눈물과 가슴 절절한 망처가를 넘어 삶의 소망, 희망을 말하고자 한다. 본 서평은 저자들이 겪은 삶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뒤로 하고, 그들의 고통과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난 삶과 죽음에 대한 영성적 의미들에 대해서 집중하고자 한다. 그것은 이 책이 여러 단편적인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속에서 일관되게 삶과 죽음을 향한 저자들의 깨달음의 영성이 저변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저자들은 삶의 긍정성에로의 영성을 추구한다. 저자들이 추구하는 삶의 긍정성에로의 영성은 요즘 세간에 많은 흥미를 끄는 "긍정의 힘" 혹은 "적극적인 사고 방식" 등의 모토를 가진 세속주의적이고 성공지향주의적인 세계관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성이다. 한마디로 저자들이 추구하는 삶의 긍정성에로의 영성은 현재 우리가 삶에서 부닥치는 구체적인 삶의 현실에 바탕을 둔 영성 추구이다. 그것은 최지숙목사의 표현대로, "Now or Never"의 영성이다. 그녀는 백혈병과 씨름하는 동안에 한 고백을 들어보자. "…처음 몇 개월은 치료가 끝나고 병이 완치되기를 기다리며 하루 하루를 살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병을 치료중인 지금을 누립니다. 우리가 가장 잘 속는 것 하나, 나중에? 그런데 삶은 내게 "나우 오아 네버" (Now or Never!)라고 말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결코 안 된다고, 나중이란 것 없다고, 지금이 행복한, 벽혈병이 고마운 물입니다."(147)
"Now or Never"의 영성은 지금이 아니면 없으며, 그래서 지금 함께 하는 이들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섬기는 삶, 그리고 오늘 하루를 마지막처럼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저자들이 말하는 대로, 우리의 삶을 사랑과 예술로 바꾸어 가는 비결이 된다는 것이다(33).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 하루의 삶을 최고의 날로 만나자는 것이며, 우리의 오늘 하루가 한 생 임을 알고 살아가는 영성이다. 이는 지금, 현재의 삶 속에서 종말론적(eschatological) 삶의 아름다움(미학)을 느끼고 살아가자는 것이다.
"Now or Never"의 영성은 현실의 어떠한 삶의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우리 인간들이 그렇게 소망하던 바, 저 너머 세상의 찬란한 행복과 영광을 지금, 현재의 삶 속에서 누리고자 하는 현실 긍정의 삶의 영성이다. 저자들의 이러한 영성은 "이 문제의 좋은 점은?" 이라는 생각 바꾸기 질문에서 드러난다. 저자들은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는데, 우리들은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을 보는데 익숙해 있다는 것이다. 고로 저자들은 생각 바꾸기 질문을 통해 어떤 일이든지 그것은 하나님이 주시는 가장 좋은 선물임을 말하고자 한다. 지금의 고난과 고통의 현실도 우리가 누리는 삶의 행복과 이 삶의 긍정성을 앗아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현실의 삶 속에 하나님의 은총이 있고 그분의 뜻과 섭리하심이 있으니 그분께서 하시는 모든 일이 선하다는 믿음의 고백인 셈이다. 참으로 그리스도의 온유함이, 하나님의 평강이 함께 하는 삶의 모습이다.
결국 저자들의 "Now or Never"의 현실 긍정의 영성은 그들로 하여금 현실의 고난과 고통까지도 보듬어 안으며 친구로 삼는 영성에로의 확장을 가져온다. 고난을 친구로 삼는 영성은 고난과 고통을 극복하고 넘어서서 더 낳은 내일을 소망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최지숙 목사는 "행복하게 사는 비결, 최고의 영성은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라 했다. 그녀의 말대로 남편 오동성 목사는 아내를 향하여 "자기 역할에 충실한 삶의 예술가"였다고 말한다.
최지숙 목사는 백혈병 환자로서의 자기 역할에 충실할 것임을 고백한다. "백혈병 환자가 아니려고 하니까 화가 납니다. 백혈병 환자가 아니고 싶으니까 억울합니다. 백혈병 환자가 아니라고 고집하니 슬픕니다. 그런데 나는 백혈병 환자이기로 합니다….이젠 지금 지구별에서 40의 나이에 몇 년간 백혈병 환자의 역할에 충실하기로 합니다. 감독이 컷을 외치고 박수를 칠 때까지 나는 백혈병 환자로 열연을 할 것입니다… 지구별에서 나의 배역은 백혈병 환자입니다. 어제까지는 아니었지만 오늘부터 나는 '백혈병 환자'입니다."(112-23)
또한 백혈병(고통의 현실)을 친구와 선생님으로 삼는 그녀의 영성은 시아버지께 드리는 편지의 한 부분에 잘 나타난다. "갑작스런 병의 방문에 놀라시겠지만 로또가 당첨되어 찾아오면 반기듯이 저는 이 백혈병도 반기고 있습니다. 뭔가 저에게 들려줄 이야기, 가르쳐 줄 진리가 있어서 잠시 방문한 게지요…. 하루 하루 병상생활에 잘 적응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염려마세요… 그럼 어머니도 안심시키시고, 간구보다는 감사로 평안을 누리세요. 저는 지금 최상의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122-23)
최지숙 목사는 고통의 시간을 통해 누리는 행복을 이야기 한다. 그녀는 백혈병을 맞이해서 가장 큰 변화는 넘치는 사랑이라 했다. 남편과 두 손 꼭 잡고 산책하는 기쁨, 있는 그대로의 아들 한결이를 바라보며 모든 것들이 귀해 보이고 사랑스럽고 고마워 보인다 했다. 그녀는 고난과 고통을 자신에게 주신 하나님의 선물이라 생각하고, 그 고통 속에서 인간내면에 심기어진 하늘의 음성을 듣고 분별하는 영성의 소유자이다. 최지숙 목사가 고통 중에 누린 행복의 본질은 남편 오동성 목사가 말하듯이, 그녀가 경험하는 고통과 고난이 "삶의 본질과 그 존재로 안내하는 은총"(81-82)이 되었으며,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혜를 맛보는 기회를 가졌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남편 오동성 목사의 말처럼, 100%의 삶을 살다간 최지숙 목사. 어떤 일이든 내게 필요해서 일어난 일이고, 자기가 만나는 모든 것을 100%라 여기며 살아간 그녀. 그녀는 100% 최고의 삶을 행복하게 살다간, 이 "지구별"에서 가장 행복한 삶의 예술가였다. 그런 그녀가 이 책을 통한 바람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녀를 둘러싼 삶의 이야기들(life-stories), 즉 "지구별"에서 한 때 생을 살았던 자신과 삶의 자취들이 추억되기를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가 이 생에서 삶을 그렇게 살았듯이 남겨진 우리 모두에게 지금, 현재, 바로 이 곳(현장)의 삶이 100% 최고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을까? 저자들은 책에 나타난 귀중한 영적 단상들과 삶의 소중한 깨달음의 은총이 독자들에게 전해지길 원할 것이다. 참된 삶과 죽음 그리고 고난에 대한 깨달음의 영성과 그에 따른 실천적 삶의 자리는 이제 독자들에게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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