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토론토 1기 여름캠프 이야기입니다.

사랑하는 깊은물님과 함께했던 토론토 예가 생활을 돌아보고 정리하며, 그 가운데 한축이었던 토론토 여름캠프 이야기를 모아보았습니다. 한번 주어진 선물인 나의 삶을 멋진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토론토 여름캠프, 2008년까지 3년을 이어와 만족도 높게 자리잡아 온 과정이 어떤 이야기, 어떤 숨결로 함께했는지 만나보지요. 부러우실거예요...^^*



· 2006년 7월 26일 : 캠프 1탄 - 궁금하시지요?  

영어캠프로 캐나다에 도착한 8명의 아이들.... 7월 20일 목요일 밤 10시가 넘어 예가 하우스에 도착했습니다. 둘러 앉아서 서로의 이름을 소개합니다. 이미 비행기에서 조금씩 친해졌네요. 컵라면을 먹고 숙소를 정하고 스스로 짐을 정리합니다. 남자들은 새벽3시까지 4박자 게임을 하다가 걸려서 불벼락을 맞고 잠이 듭니다. 여자들도 새벽에 일찍 잠이 깨어 수다가 한창입니다. 시차극복이 과제네요. 밤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째날입니다.
첫날은 21일(금)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합니다. 제일 처음 영어성경을 읽습니다. 하늘에서 나에게 들리는 소리를 들어봅니다.(You are my son whom I love) 20분 뒤 마당에서 체조를 합니다. 정성껏 몸을 다루고 동네를 한바퀴 뜁니다. 만나는 이웃마다 헬로우!!! 인사를 건네봅니다. 마무리 체조를 하고 들어오니 맛난 아침 진지입니다. 토스트 두세 쪽과 체리, 쨈, 우유입니다. 세면하고 모여 오리엔테이션을 합니다.
하루 일과를 안내받고, 생활안내도 받습니다. 소변보는 방법부터 양말 벗어 놓기까지 자세히 안내를 받습니다. 그리고 모두 3분간 가슴에 손을 얹어 봅니다. 펄떡 뛰는 가슴을 만지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려봅니다. 의사, 선생님, 과학자, 축구선수, 수의사,...... 많은 꿈이 나옵니다. 한단계 업그레이드 합니다. 물도 예수를 만나니 변하여 포도주가 되는데 나는 예수를 만나 무엇을 변할까? 의사..... 물입니다. 실력있고 친절한 의사는 포도주입니다. 학생.... 물입니다. 장학생.... 포도주입니다. 자신이 변할 포도주를 찾아봅니다.
그리고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해 실천할 것을 5개씩 적어봅니다. 반에서 5등 안에 들겠다. 하루에 2시간 공부를 하겠다. 인간관계를 잘하겠다. 매일 30분씩 운동을 하겠다....... 그리고 캠프 25일 동안의 보물지도를 그려봅니다. 단어 600개를 암기하겠다. 매일 영어일기 5문장이상 쓰겠다. 외국인 친구 5명을 만들겠다. 제일 신나게 놀겠다..... 발표하면 서로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박수를 날려 보내줍니다. 얼굴이 밝아집니다. 볶음밥에 치즈를 얹어 맛난 진지를 마치고 CN타워 관광을 갑니다.
깊은물님이 주신 숙제는 5명 이상의 외국인과 말 건네기입니다.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그렇게 첫날부터 많은 경험을 합니다. 긴 줄을 기다리며 화나는 모습을 알아차립니다. 아찔한 유리 위를 딛어 봅니다. 돌아오는 길엔 시차에 뻗어서 잠도 잡니다. 체면이고 뭐고... 에구 졸려라... 닭다리구이와 야채볶음도 쏟아지는 잠을 쫓지는 못하나 봅니다.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졸며, 먹으며 그렇게 적응하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모여서 일과를 나눕니다. 부끄러워서 외국인과 말을 못한 녀석이 두 명이나 있었답니다. 오래 기다리는 것이 화가 나서 엘리베이터를 죽이고 싶었다고 합니다. 자신있게 외국인과 인사를 주고 받은 아이들도 많습니다.
깔깔 웃으며 일과를 나누고 가서 씻고 자라고 했는데..... 이 녀석들이 기특하게도 모여서 단어를 외웁니다. 영어 일기도 씁니다. 제목은 "The first day in Canada" 몇 줄 안되는 일기 쓰려니 난리 아우성입니다.

늘어지게 자고 새벽 종소리에 눈을 뜨니 둘째날입니다. 22일 토요일 역시 6시 30분에 기상합니다. 토요일은 한글성경을 읽는 날 깊은산님과 창세기를 읽습니다. 맛난 아침 진지입니다. 오늘은 토스트 세쪽과 키위, 쨈, 우유입니다. 세면하고 한껏 멋을 낸 뒤 나이아가라로 출발합니다. 밤늦도록 바비큐 준비를 했는데 아차차.... 비님이 오십니다. 이런!!!! 여자는 깊은산님 차, 남자는 깊은물님 차에 올라탑니다. 쏟아지는 비속에 도착하니 잠시 비가 멎어줍니다. 덕분에 "안개속의 처녀호"라는 배를 타고 폭포 가까이까지 구경합니다. 쏟아지는 폭포를 맞아 행복하게 젖습니다.
내려서 분수대에 던져진 수많은 동전을 봅니다. 녀석들이 바지를 걷어 부치고 들어가 주우니 주머니가 그득합니다. 신기한듯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어댑니다. 깊은물님께 걸려 혼납니다. 그래도 묵직한 주머니가 행복합니다. 치즈버거 콤보로 맛난 점심을 먹고 꽃시계도 보고, 월풀도 구경가고, 나이아가라 온더레이크의 아름다운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닙니다. 물수제비도 뜨고, 와이너리에 구경도 갑니다. 캐나다의 멋진 하우스들을 바라보고 바다보다 넓은 호수를 봅니다. 호수건너 아련히 어제 가본 시엔타워가 보입니다. 신기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콘지킹이라는 유명한  중국 식당에서 맛난 식사를 합니다. 새콤한 레몬소스를 얹은 닭가슴 요리, 야채요리, 누들과 야채 볶음, 소고기와 굵은 누들, 해물죽, 화이트와 토마토소스와 볶음밥, 스프링 롤이 나옵니다. 이 녀석들 우리나라 중국음식을 기대했는데 모두 느끼하고 입에 맞지 않아 죽겠다고 아우성입니다.
반가운 집에 들어서서 일과를 나눕니다. 배에서 물벼락 맞은 것이 재밌다고 합니다. 캐나다는 온통 넓어서 좋다고 합니다. 자연이 너무 잘 보존되어 있다고도 하네요. 연못에서 동전 줏은 것이 재밌다고 합니다. 각자 공부시간 좀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내일 있을 첫 단어테스트가 걱정인가 봅니다. 너무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20분만 더 시간을 주기로 하고 일기를 씁니다. 제목은 나이아가라 폴!!! 다시 늘어지게 자고 새벽종소리에 눈을 뜨니 셋째날 안식일을 맞이합니다. 쉴틈 없는 캠프.....



· 2006년 7월 26일 : 캠프 2탄 "보따리 싸는 녀석들..."  

오늘은 주일인데도 일찍 종소리에 맞추어 눈을 비비고 일어납니다. 주일은 예배가 있어서 성경읽기가 없네요. 모두 몸을 다루러 밖으로 나갑니다. 상쾌하게 동네를 돌고 오니 맛난 토스트와 참외가 기다립니다. 진지 후 사람되는 걸음을 걷습니다. 변기와 걸레, 먼지와 벌레님들과 깊이 만나봅니다. 땀이 흐를 무렵 마치고 모여서 소감을 나눕니다. 화장실 변기에 묻는 소변을 닦아내면서 엄마 생각이 났다는 아이, 앞으로는 소변이 튀지 않게 잘 조준하겠다는 아이, 걸레질로, 청소기로, 사람이 되어갑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첫 단어테스트 결과는 상상 외로 엉망입니다. 뜻이 맞으면 스펠이 틀리고 간신히 스펠을 맞추면 뜻이 틀리고 자신만만하던 맥스도 한국말 뜻을 몰라서 당황합니다. "절대적인이 무슨 말인지 난 몰라..."하며 울먹입니다.^^ 모두 모여 단정히 예배를 드립니다.
본문은 예레미야의 소명장. 모두들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너는 어리다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어려서 못하는 것을 모두 말해 봅니다. 무섭고 야한 비디오를 못봐서 억울하답니다. 나이아가라에서 어른들만 와인 맛을 본다고 투덜거립니다. 게임도 맘대로 못한다고 아우성입니다. 모두에게 묻습니다. 너는 어려서 그런 것 못하지? "네~~~" 그런 너희에게 주님이 말합니다. 너는 어리다고 말하지 말라. 그러니 이제 너희 맘대로 다해라. 내 맘대로 내 영혼을 헤치는 야한 비디오는 안보기로 결정한다. 누가 술못먹게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어리지 않다..... 여기 내가 왔다 보내서 온 놈 없다...... 내 세상 내가 만든다. 싫은 친구, 나쁜 환경, 좋은 사람, 좋은 세상 다 내가 만든다.... 알아차려 봅니다. 그리고 아동부는 파송합니다.
아영이와 준희는 어른들과 함께 예배합니다. 내가 교수라서 못하는 것 내가, 여자라서 못하는 것, 내가 목사라서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 찾아봅니다. 준희... 뚱뚱해서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습니다. 뚱뚱해서 버스에 자리가 나도 앉지 않고 양보합니다. 굵은 눈물을 흘립니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 이름은 양준희라고 말해봅니다. 이제 쇼핑 나가는 날에 미니스커트를 사서 입기로 합니다. 예배후 기다리던 테니스와 수영을 합니다. 아우성입니다. 온 집안이 들썩합니다. 수영장에서 물 뿌린다고 화내는 아이... 춥다고 싸우나실에서 안나오는 아이... 그렇게 신나게 놀고 샤워후 잠시 자유를 누립니다.(깊은물님이 피곤에 잠이 빠져서...)
그러나 곧 깊은산님께 끌려 작업을 나갑니다. 나무 뿌리에 박힌 돌들을 캡니다. 원래 하려던 일의 삼분의 일도 못합니다. 내일 다 마치기로 하고 마무리합니다. 뿌리에 돌이 박혀서 죽어가는 나무를 잠시 보게 합니다. 내 뿌리에도 어떤 돌이 있길래 나는 자라지 못하나 생각해 봅니다. 단어기초가 약해서 뿌리가 깊이 내리지 못하는 영어, 게임이라는 돌에 눌려서 공부 뿌리가 내리지 못하는 구나... 몸이 약해서 뒤처지는 구나... 알아차려 봅니다. 돌을 치워 나무를 살려주듯이 우리 뿌리를 누르는 돌도 치우자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저녁진지는 기다리던 한식.... 고등어구이, 오랜만에 물만난 고기처럼 맛나게 진지를 합니다. 역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진지후 양치를 하고 멋진 선셋을 보러갑니다. 오리떼와 신나게 놀고, 낚시도 구경하고, 호수가에 떨어지는 해도 감상하고, 깊은물님의 "자, 가자!" 하는 구호에 따라 차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몇 명이 이 소리를 못듣고 계속 머물고 있네요. 20분을 기다리던 깊은물님 드디어 한 작업 할것을 결심 합니다. 돌아가 보니 5명이 남아서 모두 없어진 줄도 모르고 넋을 놓고 있습니다.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니들 모두 짐싸라, 화요일 비행기로 돌아간다" 고개를 떨굽니다. 차안에서 작업은 이어집니다. "새론, 이 세상 네가 만든다며, 정말이네 니가 캠프 스톱시켰구나... 한국에서 부모님께 전화 두 번이나 왔다. 걱정하시는 부모님께 장한 아들이구나.." 고개를 떨굽니다.
집에 돌아온 네 녀석 정말 보따리를 쌉니다. 명상으로 모두 모입니다. 큰 언니 아영이가 어물어물 들어오려고 합니다. "너는 명상할 것 없다. 가서 짐 마저 싸거라" 꼬리를 내리고 되돌아 갑니다. 안타깝습니다. 새론이, 정균이, 현중이, 아영이는 짐을 싸고, 남은 6명과 어른 3명, 9명이 명상으로 빠져듭니다. 처음은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고 하네요. 곧 평안하고 고요해 집니다. 물론 졸았던 이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합니다. 그리고 물어봅니다. "재네들 없이 너희만 하니 어떻니?" "안좋아요" "그럼 어쩔까 보낼까?" 보내지 말라는 놈, 맘대로 하라는 놈, 보내지는 말고 벌을 주자는 놈, 한번만 더 챈스를 주자는 놈... 아우성입니다. 자기들이 한번 더 말해보겠다고 합니다.
늦은 밤 아영이가 나타납니다. 모기만하 소리로 "저, 한국에 가기 싫어요"합니다. 그런데 너 왜 짐을 쌌니? 물으니 눈물이 핑 돕니다. "잘못했어요. 그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워? 너 뭐하고 싶은지 한번만 물어보지. 니 가슴은 금방 알아, 가고 싶은지, 남고 싶은지. 우리 오늘 자기가 하고 싶은 것 하고 살기로 했잖아.... " 고개를 끄덕입니다. "말하고 나니 후련해?" "네" "담에는 이 정도 빌어서는 소용없어 안받아 줄거야. 가서 편히자... " 나머지는 기다려도 소식이 없네요. 이렇게 3명은 불편한 밤을 맞이합니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니 넷째 날입니다.
성경 읽으러 영준이가 먼저 나옵니다. 어제 말해봤냐고 물으니 "새론이는 아빠 친구집에 간다하고, 정균이는 삼촌 집에 간다고 합니다. 캠프 끝날 때까지 거기 있겠데요." 웃음이 나옵니다. 어정정하게 3놈이 들어섭니다. 구석에 가서 앉습니다. 모른 채 성경을 읽습니다. 예수님이 갈리리로 가셨답니다. "정규야 니 갈릴리는 어디니?" "네?" "삼촌네 집이지..." "아니요." 고개를 떨굽니다. "현중아 니 갈릴리는 어디니?" "여기요" "정말 여기야?" "네," "근데 왜 짐을 싸? 갈릴리 떠나서 어디로 가려고?" 고개가 또 떨어집니다.
성경을 또 읽습니다.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한다고 하네요. "니들 영어 낚으러 왔는데 삶을 낚는 어부 되려 왔는데 놀다가 정신 팔려 목표를 잃었네, 길 잃었는데 어디가려고 짐은 쌌니? 니 맘대로 한다면서 자기 맘도 몰라.... 어떡하고 싶어? 갈래?" "캠프하고 싶어요." "정말로?" "네." "근데 니들 왜 짐쌌어?" .......... "니들 겁주면 무서워서 하고 싶은 것 못하지?" ...... "석원이는 형들가면 좋아?" "아니오" "그럼 말리고 싶어?" "네" "그런데 왜 한번도 가지 말라고 못말려?" ....... "너도 겁나서 하고 싶은 것 못하네" ........ "니들 무서워서, 챙피해서, 자존심 상해서 하고 싶은 것 못하지?" "네," "새론이 옥스퍼드 대학 간다면서, 갸들이 넌 아시아 인이라고 따돌리면 네, 하고 짐 싸서 돌아올려구?" " 아니오." " 목적을 잃으면 안돼, 니 가슴은 알아, 항상 거기다 물어봐.  집에 가고 싶은지, 포기 하고 싶은지, 뭐하고 싶은지..... " "네" "마지막 찬스야, 담에는 정말 보낼래." "네" 휴.... 하는 얼굴입니다. 나도 "휴...."합니다.
모두 밝아진 얼굴로 신나는 운동, 맛난 진지, 그리고 단어테스트 오늘은 쉽습니다. 영어도 못해서 기죽는데 점심이라도 맛난 것 싸주어야지..... 초밥에, 과자, 쵸코우유, 물, 맛난 도시락을 들고 캠프로 향합니다. 하루 종일 얼마나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고 올지 궁금합니다.
이젠 가겠다는 놈은 하나도 없나 봅니다. 나도 보내고 싶지 않은데. 만세!! 모두 조잘거리며 돌아올 오후가 기다려집니다. 저녁 먹을 고기도 손보고, 간식도 준비하고, 오후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집안 곳곳을 손보니 벌써 맞이 할 시간이 되네요. 하루가 천년같습니다. 천년이 하루같습니다.



· 2006년 7월 28일 : 캠프 3탄 - 미래를 위한 투자인가 매국노인가?

핸더슨 애비뉴 공립학교.... 첫날 영어 수업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옵니다. 돌아와서는 제법 영어로 조잘조잘하네요. 그래도 아직은 바디 랭귀지로 일관하다가 답답한지 가슴을 칩니다. 준비한 만두로 간식을 하고 모두 라이브러리 탐방을 떠납니다. 쾌적한 커뮤니티 센터에서 많은 영어 책을 만나봅니다. 만화는 1권만, 그리고 자유롭게 3권 이상 책을 읽게 합니다. 우선 그림이 많은 과학책을 골라 잡네요. 거북이를 구워먹는 그림을 보며 난리입니다. 곧 잠잠히 책을 읽습니다 시차 때문에 잠은 오고, 영어책은 어렵고, 죽을 지경인가 봅니다. 몇 녀석은 재밌게 책을 읽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커뮤니티 센터 아이스 링크에서 멋진 피겨 스케이팅과 아이스하키 경기를 잠시 구경할 기회기 있네요. 재밌습니다.
돌아와서 제육덮밥으로 맛난 저녁진지를 합니다. 그리고 어제와 같은 돌작업을 합니다. 파면 팔수록 돌이 더 많이 나오네요. 며칠 해야 할듯합니다. 그래도 모두 어제와는 사뭇 다릅니다 새론이는 아예 돌100개 파기 목표를 정하고 시작합니다. 100개를 파고 나니 함성을 지르고 난리입니다. 정균이도 보따리를 싸더니 달라졌습니다. 제일 열심입니다. 현중이는 어른만큼 일을 하네요. 듬직하지요. 아영이도 꾀부리던 어제와는 다릅니다. 큰언니 답지요. 그래서 어둠을 깊이 경험해야 새벽이 밝아 오는 가 봅니다.
네 녀석의 태도가 사뭇 달라집니다. 소감도 다들 다양합니다. 후련하다는 놈, 더하고 싶다는 놈, 재밌다는 놈, 돌 하나만 파도 벌레가 우글우글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벌레를 봐도 어제보다는 덜 아우성입니다. 이제 많이 친해졌나봅니다. 손에 손을 잡고 소감을 나누고 서로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이상한 듯 쳐다봅니다.
집에 들어와서 손을 씻고 영어 무비를 봅니다. "나홀로 집에 2" 호호, 깔깔, 수다를 떨다가 깊은물님께 또 불호령, 지금 영화 보는 시간이냐? 말없이 듣기에 집중햇!!! "아! 네~~엣" 20분이 지나니 슬슬 못 알아 들어 잠이 옵니다. 30분만 보여주기로 한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끄고 나니 내일 또 다음 것 보냐고 묻네요. 일주일간 계속 같은 곳만 볼꺼다.... 하니 기절합니다.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며 영어 일기를 씁니다. 일기검사를 하니 난리입니다. 주어도 없고, 동사도 없고, 뭐가 뭔말인지....재밌습니다. 내일 테스트할 단어를 20개 외웁니다.
두 잠든 밤에 남자 옷 방에 불이 켜져 있네요. 정균이와 한결이가 일기를 다 못썼다고 구석에서 불을 켜고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얼른 자라"하니 "네, 요것만 빨리 쓰고 잘께요"합니다. 새론이와 석원이가 끌어안고 잡니다. 이불을 덮어줍니다. 영준이는 거꾸로 누워서 새우처럼 오그리고 잡니다. 현중이는 대자로 뻗어서 잡니다. 코피도 흘렸는데.... 다들 얼마나 피곤들 할까... 그래도 자기 목표를 따라 숨어서 불을 켜고 일기를 쓰는 놈들이 기특하네요. 10분만 더 단어 공부하고 자겠다고 조르는 아이들이 기특하네요. 공부 못하게 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공부하게 해달라고 조르는 아이들도 재밌겠지요? 아, 밤이 되고 아침이 되니 다섯째 날입니다.
두 번째 학교 가는 화요일입니다. 영어 성경읽기는 아직도 모르는 단어 투성입니다. 오늘 몸다루기는 안마도 하고 둘씩 짝을 지어서 하니 더욱 재미납니다. 막내 한결이 리더로 동네 달리기를 합니다. 맛난 요거트와 빵으로 진지를 하고 단어테스트도 합니다. 오늘 런치는 맛난 치즈햄버거, 간식은 쵸콜릿 바와 쥬스입니다. 모두 입이 귀에 걸립니다. 학교에서 연필, 종이, 다 나눠주니 가방이 필요없다고 도시락만 들고 갑니다. 내참, 소풍을 가는겐지, 공부하러 가는 겐지.... 그래도 학교 가기 싫다는 놈이 없으니 좋습니다. 아이들을 보내놓고 늘푸르게님, 깊은산님, 깊은물님이 시장을 나섭니다. 카트가 넘치도록 한가득 실어 날라도.... 일주일이면 동이 납니다.
4시가 되니 아이들이 돌아옵니다. 오늘 오후 간식은 핫도그입니다. 그릴에 구운 소시지를 빵에 넣고 잘게 썰어진 피클, 머스타드, 케첩을 넣고 각자 멋진 핫도그를 만듭니다. 한 개씩 더 먹고 싶지만 오늘 오후 프로그램은 수영입니다. 참아야지요. 신나고 즐거운 수영.... 5000불이나 주고 새로 놓은 보일러 덕에 물이 25도가 되었네요. 덜 추운지 아이들도 신나게 놉니다. 여자들 3명은 모두 생리가 시작되어 반바지를 입고 그저 물총만 쏘아댑니다. 그래도 한꺼번에 다같이 하니 다행이네요.
사우나와 샤워를 마치고 오전 내내 예가 밭에서 솎아낸 상추를 썰어서 당근, 오이와 함께 연어 회덮밥을 먹습니다. 아, 살짝 얼어서 아삭아삭 씹히는 연어가 맛있습니다. 너무 맛있어도 탈.... 신나게 먹다가 한국말로 너무 떠들어대서 깊은물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진지 1시간이 지나도록 춤추다가, 놀다가, 밥을 다 못먹은 친구가 4명이나 되네요. 지금 항공료 빼고 각기 300만원씩 캐나다에 돈을 쏟아 붓고 있는데 한국말을 하면 되냐고 된통 야단맞습니다.
너희 나이에 외국 나가서 나라 이름 높이고, 외화 벌어오는 아이들도 있는데 너희는 나쁜 놈들이다. 혼이 납니다. 너희가 열심히 하면 이 캠프가 미래를 위한 투자지만 오늘처럼 굴면 그건 돈많은 부모덕에 놀러와 나랏돈 낭비하는 매국노들이라고 혼쭐이 납니다. 이렇게 배운 영어를 어디에 쓰려고 하느냐, 한국가서 돈 없어서 못배운 아이들 기죽이는데 쓸거냐고 다그칩니다. 또 고개가 떨구어집니다. 한명만 쌤플로 걸리면 바로 돌려보낸다고 으름장을 놉니다. 오늘부터 규칙대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에만 쓰기로 다시 한번 약속하고 겨우 안심들 합니다.
모두 양치하고 마당에 작업을 나갑니다. 혼쭐이 나서 그런지 제법 영어를 씁니다. "Can I get 곡갱이?" 합니다. 웃음이 납니다. 학교에서 축구를 한 탓인지 모두 피곤한가 봅니다. 덕분에 영어 무비시간에는 하나, 둘씩 쓰러집니다. 나도 진지 준비에, 프로그램 진행에, 간간히 예가의 다른일들, 교회일들,,,, 아이들처럼 쓰러지고 싶습니다. 그래도 그럴수 있나요. 밝은 목소리로 모두 깨워 서둘러 일기를 쓰게 합니다. 그리고 고요히 명상으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다들 푹 잠으로 들어갑니다. 쥐죽은 듯 사방이 고요합니다.
갑자기 좋은 캠프학교를 발견하는 바람에 비용이 많이 올라가서 주방일 도울 분을 모시지 못했더니 많이 고단합니다. 내일 런치는 볶음밥...., 야채를 썰고 팩에 넣고 나니 어깨가 천근만근입니다. 칼질을 많이 해서 손에는 굳은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다음에는 주방 맡을 분을 꼭 모셔야지..... 결심하고, 그래도 미루지 않고 뒷정리로 마무리하니 개운한 마음으로 샤워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12시네요. 푹 자고 눈을 뜨니 엿새입니다.



· 2006년 7월 28일 : 캠프 4탄 - 깨진 유리창 책임지기

엿새가 되니 태도가 많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네요. 안내가 없어도 알아서 수영복을 런더리룸에 널어놓습니다. 색깔 옷과 흰 옷을 구분해서 세탁 바구니에 넣습니다. 워터바틀에 물을 채우고 런치박스를 정리해서 각기 제자리에 놓아둡니다. 신발을 칼같이 돌려놓습니다.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다닙니다. 착착, 손발이 맞네요. 미소 한번 활짝.... 지어봅니다.
썬크림을 골고루 발라 중무장을 하고 차에 올라탑니다. 텃밭을 다듬고 옷을 갈아 입으러 방에 들어서니 창밖에 아기 새들이 나는 연습을 하고 있네요. 한시간 가량 꼼짝없이 잡혀서 그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그냥 날개 펴면 나는 줄 알았더니.... 아니네요. 어미에게 몰려서 벼랑 끝에 서듯이 기둥을 타고 한발 한발 걸어 나와 한동안 차마 날지 못하고 서있습니다. 무서운가 봅니다. 10분쯤 지났을까 애가타서 지저귀는 엄마, 아빠 새가 번갈아 몇 번씩 시범을 보입니다. 한 마리는 통실하니 용감하게 뛰어내립니다. 우산대에 앉았다가 미끄러져서 우산 속에 갇히고 맙니다.
깊은산이 나가서 꺼내 집에 올려줍니다. 놀라서 남은 한 마리도 떨어집니다. 또 한 마리는 벌써 날기 성공인지 안보이네요. 오늘은 끝인가 했는데 부모새들이 다시 다그칩니다. 두 번째 시도를 합니다. 이번엔 도와주지 않고 그냥 보기로 합니다. 용감한 녀석이 또 뛰어내립니다. 겨우 사다리에 살짝 걸터 앉습니다. 그리고 창문 턱에 다시 날아듭니다. 3번만에 땅에 착륙합니다. 다른 녀석은 아직도 망설입니다. 아빠새는 애가 탑니다. 드디어 뛰어내리는데 또 날지 못하고 그저 떨어집니다. 땅에서 종종 뛰어다니네요. 새도 그렇게 열심히 나는 연습을 하네요. 새도 그렇게 자식을 교육하네요. 우리도 시범을 보이는 것 말고 대신 해 줄것은 없네요.
이곳에 온 아이들 대부분 부모님이 아는 분입니다. 부모님과 아이들 판박이입니다. 웃음이 나서 혼났습니다. 아빠 걸음이와 똑같은 아들, 엄마와 목소리도 말투도 같은 딸. 아, 한결이는 나의 어떤 모습을 닮았을까 되돌아 봅니다. 나는 그간 어떤 시범을 보였나...... 염려도 되네요. 새도 저렇게 연습을 하는데 저절로 되는 것이 있는? 새도 날기 전에 무섭구나... 그러니 아이들도 외국인 만나면 무섭지. 새로운 곳에 비행기 타고 가려면 무섭지.. 잘 발을 딛어 보자. 활짝 날아보자...
오후가 되니 아기 새들이 영어캠프에서 돌아옵니다. 오늘은 쇼핑몰에 가는 날... 오늘의 숙제는 깊은물님께 받은 5불로 각자 음식을 오더하는 일입니다. 10분간 주문하는 연습을 합니다. 용돈을 들고 신나게 길을 나섭니다. 여자들이 먼저 출발합니다. 준희의 미니스커트 사기.....가 과제입니다. 하얗고 두겹으로 예쁜 미니스커트를 고릅니다. 사려고 들고 가더니 값을 보고 기겁을 합니다. 한국에서 명동 의류가서 5000원이면 사는데 너무 비싸다고 안산 답니다. 내가 5불을 대주겠다고 하니 겨우 삽니다. 화장실에가서 갈아입고 나섭니다. 환히 웃으며 사진 찰칵....
그리고 남자들이 도착해서 다같이 음식 주문을 한다고 아우성입니다. 어찌어찌 무사히 주문을 마치고 내일 학교에서 쓸 물총을 사러갑니다. 여자들을 내려주고 남자들을 데리러 가는 동안 녀석들이 축구를 했는데, 고만 수영장 유리창을 깨고 말았답니다.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낮에 본 아기새가 생각나서 책임지기를 해봅니다. 즐거운 쇼핑을 마치고 남자들이 먼저 차에 오릅니다. "오늘 유리 깼다며?" "네" "누가 깼어?" "새론이요" "그 유리창 1000불이 넘는데 어쩌면 좋을까?" ...........  "제가 혼자서 마당의 돌 다 치울께요" 새론이가 말합니다. "돌 치워도 유리 값은 안나오는데... 그치? 다른 좋은 생각있는 사람." ............
"일단 새론이 빼고 너희 5명도 같이 축구했으니까 어떻게 책임지면 좋을지 생각해봐 한국에서는 부모님이 다 알아서 해주셨지? 여긴 부모님 없어, 여기 아이들은 아르바이트 해서 다 자기가 해결해... 어떡할래?" ........ "제가 50불 낼께요." 현중이가 먼저 치고 나옵니다. "너무 많은데. 괜찮아?" "네" "저는 30불 낼래요" 한결이가 말합니다. 그리고 또 조용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석원이는 얼마낼래?" "40불이요" "20-30불이요" 영준이도 말합니다. 정균이는 망설입니다. "새론이 빼고 너희 5명이 20불씩 내서 100불 만들어봐. 괜찮아?" "네!!!!"합니다.
"새론이는 어쩔래? 재수없는 것도 아니고, 니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야, 살다보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그런데 책임을 져야지 그치? 어른들은 잘못하면 벌금도 내고 돈 없으면 감옥도 가고 그렇게 책임지잖아. 책임을 져야 어른이 되지. 아직은 어린이니까 할수 있는 만큼 해봐 친구들이 100불만들었고 나도 집주인이고 너희 관리 잘 못했으니까 500불낼게 그럼 남은 400불은 어쩌지?" "오늘부터 설거지 할께요" "새론이 용돈 받은 것 있지? 얼마야?" "200불이요" "돈 있는데 왜 설거지로 떼우려구해. 딴 아이들도 다 아까운 돈 내는 거야. 돈 없으면 몸으로 떼우지만 돈 있잖아. 그럼 갚아야지 책임지는 거지.... 얼마 낼수 있어?" 망설입니다. "절반 100불 내봐" "네" "남들 2개 살 때 1개만 사면되 용돈 조금 아껴쓰면 당당하게 책임질 수 있잖아 그렇지?" "네" "100불 아까와?" "아니요." "그럼 모두 그렇게 하자 남은 300불은 부모님들이랑 의논해 볼게" "네!!!!!"합니다.
다시 밝아진 얼굴로 물총에 집중합니다. 여자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깊은산님을 만나자 남자들이 자랑을 합니다. "we have a plan" 책임지는 것이 자랑스러운가 봅니다. 아기새를 벼랑으로 몰고가는 어미새처럼 몰아부쳐 보았습니다. 두려워서 아까와서 떠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이렇게 활짝 날개 펴고 스스로 날게 될 아이들이 듬직합니다. 아, 나는 어떤 책임을 지고 살고 있을까? 내 인생 내가 책임져야 어른되지...



· 2006년 7월 39일 : 캠프 5탄 - 드디어 벼르던 바비큐 파티를......  

저녁이면 둘러앉아 30분간 영어독서를 합니다. 처음엔 겨우 1장, 2장 많아야 그림 섞여서 4장 읽습니다. 단어 찾기가 바쁘고 짜증이 났지요. 점차 나아지겠지요. 돌작업을 마무리하고 이젠 잡초를 뽑습니다. 훨씬 쉽다고 들합니다. 재밌다고들 합니다. 내 주위를 감싼 잡초는 뭘까 알아차려봅니다. 어느 틈엔가 주인공은 없어지고 잡초만 무성한 것은 아닐까.... 작업 후 맛난 프리지를 먹습니다. 아, 달고 시원해라... 일기를 쓰느라 또 난리입니다. 그리고 찾아온 명상시간 3편의 편지차를 배달합니다. 한국의 부모님들이 쓴 달콤한 편지차.... 모두 좋아합니다. 내껀 언제 와요?????
남자들 방에서는 서로 꼬치를 만져보느라고 난리입니다. 막내 한결이와 석원이는 사뭇 심각합니다. 형님들이 잠든 사이에 꼬치를 만질까봐 꼭 움켜쥐고 잡니다. 형님들은 재밌는지 더 놀립니다. 한번만 더 놀리면 내가 모두 꼬추 검사 하겠다고 하니 형님들도 사색이 되어 잠이 듭니다. 금요일  저녁엔 주말이라고 모두 공원에 축구를 나갑니다. 돌아와서 "나홀로집에 2"도 끝까지 다 보여주었습니다. 며칠간의 행군에 지칠까봐 살짝 보너스를 주어봅니다. 토요일 한글성경을 읽고 시리얼로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섭니다. 지난번에 비가 와서 못한 바비큐를 꼭 하려고 합니다.
무스코카로 가는 길은 환상이네요. 신나는 음악, 멋진 수다.... 캐나다에서 제일 맛난 햄버거집, 웨버에서 햄버거를 먹습니다. 홈메이드라서 인스턴트가 전혀 아니지요. 맛납니다. 기차에서 먹고 정원에 나가 사진을 찍습니다. 다시 출발해서 유람선을 향해 갑니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마침 유람선이 출발하려는 것을 보고 우리도 탈까 했는데 표가 모두 팔려서 유람선은 못타고 손만 흔들어봅니다.
해나 파크에서 바비큐를 합니다. 오겹살을 굽고, 식탁보를 펼치고, 오이, 쌈장, 무초절임에 밥과 음..... 환상의 오겹살을 먹습니다. 게다가 오늘은 왠일.... 호랑이 깊은물님이 스프라이트와 코크까지.....
보트주인에게 가서 태워달라고 떼쓰는 아이들이 귀엽습니다. 한동안 호수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더니 자기들도 수영이 하고 싶다고 빨리 집에 가자고 아우성이네요. 그래도 들러야 할 곳은 다 들러야지요. 박물관까지 샅샅이 보고 다들 차에선 골아 떨어집니다. 돌아와서 과자로 허기를 면하고 수영이 신이 납니다. 사우나에 몸을 덥혔어도 으슬으슬한 몸을 뜨거운 짬뽕 라면으로 덥혀봅니다. 아, 라면은 대체 왜 이렇게 맛있는걸까???? 눈은 스스륵 감기지만 일기도 쓰고 명상은 해야겠지? "악!!!!!"합니다.



· 2006년 8월 1일 : 캠프 6탄 - 성교육과 독서 발표회  

토요일 밤에는 모여서 성교육을 시켰습니다. 남자방에서 형님들이 동생들에게 엉터리 성교육이 너무 난무해서리...한번 하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먼저 졸라서 시작되었습니다. 궁금한 것 질문을 받아봅니다. 생리는 왜하는지? 자위가 뭔지? 피임법? 키스하는 법? 사정이 뭔지? 어떻게 임신되는지? 섹스는 어떻게 하는 건지? 포경수술은 언제하는지? 그 외에도 무수한 질문이 쏟아집니다.
하나씩 답변해 주니 자못 진지합니다. 생리가 시작되고 사정하게 되면 임신하고 임신시킬 능력이 생기는데 그에 대한 지식은 너무도 없습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성교육.... 재밌었습니다. 모두 자라고 했더니 남자방이 아우성입니다. 문을 열려고 했더니 다들 "자위중, 방해하지 말 것..." 소리소리 지릅니다. 강의 중에 자위할 때면 방문밖에 그렇게 써놓으라고 했거든요. 아이들이 엄마가 읽으면 놀랄거라고 하더군요.
주일엔 단정히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그리고 교회를 찾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지요. 오늘의 식사는 이태리식 라자니아!!!! 맛있습니다. 모두 3그릇씩 뚝딱!! 산님과 물님이 욕심이 많은지 관광일정을 너무 많이 넣었나 봅니다. 아이들이 제발 집에서 놀고 싶다고 아우성이네요. 그래서 오늘은 처음으로 자유 시간을 좀 주었습니다. 체스도 두고, 영화도 보고, 카드도 놀고, 수영도 하고, 각기 하고 싶은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진지 후 함께 모여 족구를 합니다. 에궁..... 아직은 다 "개발"입니다..... 모두가 헛발질 일색이네요. 옆집은 야외수영장에서 파티 중이었는데 공이 3번이나 넘어가서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그래도 한 시간쯤 하고나니 이젠 제법입니다.
마치고 잡초 뽑기후 모여서 10일 지난 소감을 듣습니다. 하루가 이렇게 긴줄을 몰랐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게임하고 늦잠자고 그렇게 방학이 쉽게 지났는데 여기서는 하루에 수십가지 일을 한다고 놀랐다고도 합니다. 부자나, 가난뱅이나, 어린이나 어른이나, 남자나, 여자나 공평하게 받은 24시간 잘 활용해 보자고 시테크 테마를 다룹니다. 어린 맘에도 뭘 알아들었는지 끄덕끄덕합니다.
오늘은 독서 프레젠테이션을 합니다. 한명씩 앞에 나와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눈을 못마주하고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우물쭈물합니다. 영어를 못해도 자신있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중국인과 한국인의 여기서의 태도를 일러줍니다. 한국인들은 영어는 잘하는데 용기가 없습니다. 중국인은 한명만 나타나도 휩쓸고 다닙니다. 한마디 영어를 못해도 단어 한 두 개로 큰소리 칩니다. 어떤 때에는 참 안타깝습니다. 용기가 좀 되는지 이번엔 모두가 다 잘하네요. 이곳 아이들 유치원서부터 받는 교육이 프레젠테이션입니다. 별것도 아닌 주제로 발표하고 질문에 대답하고 토론하고.... 앞으로도 3번 더 그렇게 할 것입니다. 어쨌든 첫 번인데.... 만족!!
오랜만에 깊은물님께 칭찬도 듣고 명상으로 모입니다. 성교육을 또 하자고 아우성입니다. 바짝 사춘기인가 봅니다. 유혹을 뿌리치고 명상에 들어갑니다. 일요일 밤 한국에 갔던 윤서가 돌아와서 캠프에 합류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첫날밤 잠이 안온다고 울며 내려옵니다. 어찌어찌 자다 깨다 하루를 보내니 아침입니다. 벌써 열흘......
모두들 우르르 아침일과를 마치고 캠프로 출발합니다. 새로운 한주가 열리네요. 더위 경고가 붙은 무더운 날입니다. 캠프를 마치고 돌아와서 맛난 라뽁기를 먹고, 테니스에 족구에 피구까지 신나게 한판.... 이글이글 머리에서 열꽃이 핍니다. 모두 수영장에 가자고 난리입니다. 그래도 놀 수만 있나요? 인상한번 긋고 샤워실로 몰아댑니다. 파스타로 저녁 진지를 하고 독서에 들어갑니다. 일기 쓰고, 기다리던 부모님의 편지차를 받아봅니다. 감동입니다. 어색하다는 느낌, 집에서 엄마를 안아주기도 다짐도 해보고. 그렇게 밤이 깊어갑니다.



· 2006년 8월 9일 : 캠프 7탄 - 새가 공연을 안하니 관객이 짜증나네..

금요일 오후 맛난 불고기를 집에서 직접 뜯은 상추에 싸서 먹고, 로얄 온타리오 박물관에 갑니다. 한국관도 구경하고, 공룡전도 보고, 박쥐동굴과 여러 벌레들도 관찰합니다. 이집트관, 그리스관까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구경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옵니다. 저녁에 모이니 박물관은 지루한데 이곳은 현장 체험 같아서 아주 재밌다고 합니다. 현중이가 몸이 살살 뜨겁네요. 여름 감기인지, 몸살인지, 열이 좀 있고, 목이 아프다고 하네요. 약을 먹고 자는데 며칠 앓아야 하겠지요?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벌써 토요일... 오늘은 기대하던 사파리에 가는날. 모두들 멋을 부리고 흥분했지만 어제 저녁 늦어서 못한 독서 30분까지 야무지게 챙기고 길을 나섭니다. 차를 타고 사파리로 들어서니 사자, 치타가 반깁니다. 원숭이들은 차에 올라타며 우리를 반겨주어서인지 아주 재밌어하네요. 기린의 긴 목도, 타조의 든든한 다리도, 코뿔소의 무쇠뿔도 멋집니다. 한시간도 넘는 사파리를 마치고 시원한 배를 타고 또 관광을 합니다. 신기한 원숭이들과 새들을 보고, 배고파 죽는다고 난리인 아이들에게 피자를 안겨줍니다. 든든히 속도 채웠고 이제 본격적인 쇼를 보러갑니다. 코끼리 쇼가 단연 인기... 쇼를 마친뒤 너도 나도 코끼리를 탑니다. 짧지만 짜릿한 코끼리 타기를 마치고 앵무새쇼도 봅니다. 휘파람도 불고, "오, 캐나다"도 부르고, 헬로우 인사도 잘하는 새...
재밌습니다. 문제는 마지막 야생 새 쇼를 보는데 독수리와 매, 올빼미들이 멋지긴 했지만 그 뜨거운 해를 감당할 길이 없네요. 게다가 고집센 몇몇 새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자 절반의 사람들이 짜증을 내며 일어섭니다. 모두 일사병에 걸릴 지경....즈음에 마침 공연이 끝나고, 우리는 기다리던 물놀이 코너로 달려갑니다. 얏호. 언제 더웠냐는 듯이 추워서 덜덜 떱니다. 그래도 가자면 싫다지요.
돌아오는 길엔 팀빗과 음료로 허기를 면하고, 차안에서 여자들은 노래방을 방불케하는 "생쇼(살아있는 쇼)"를 하고, 남자들도 음료수병 하나가지고 뒤집어지며 잘도 놉니다. 집에 도착하고 영화 "인디애나 존스 2편"을 봅니다. 어제 박물관에서 보았던 벌레들이 나옵니다. 오늘 동물원에서 본 동물들이 나옵니다. 연신 비명 속에 아쉽게도 40분만 보고... 토론토의 명물 "감자탕"을 먹습니다. 에궁. 맛있다.
그리고 모여서 댄스파티를 합니다. 한곡을 틀어주니 거의다 신나게 추는데 몇 녀석들이 나서질 않습니다. 무서운 깊은물님께 짤립니다. 기회 지나갔다..... 왜, 나는 잘하는 것만 보여주려고 할까? 나는 쇼맨인가? 내 안에 있는 춤의 씨앗이 있는데... 못하는 것도 내모습.... 그 모습까지 사랑하는 것이 나의 일.... 알아차려 봅니다. 댄스 테마도 성공......... 그리고 모여 부모님들의 구수한 편지차로 감동을 더합니다. 일과를 나눕니다. 모두들 재밌는 하루를 회상하고 얻은 소감을 나눕니다. 명상으로 들어가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새도 훈련을 하니 자전거도 타는데.. 나는 지구별에서 무슨 훈련을 하고 있을까? 일찍 일어나는 연습. 친절하게 말하는 연습, 영어로 말하는 연습, 부모를 떨어지는 연습, 함께 사는 연습, 남편, 아내 노릇하는 연습 부모, 노릇하는 연습,
새가 공연을 잘 안하니 관객이 짜증내네.... 내가 내 할 일을 제대로 못하니 나와 내 주변이 짜증나네.... 나는 내 일을 신나게 하고 있나? 학생인데 공부를 못하니 모두들 짜증나네. 선생인데 지루하게 가르치니 모두들 짜증나네, 자식인데 부모를 공경 못하니 모두들 짜증나네. 친구인데 의리가 없으니 모두들 짜증나네.. 부모인데 자식을 이해 못하니 모두들 짜증나네... 영어캠프 왔는데 한국말로 말하니 모두들 짜증나네... 직원인데 일을 열심히 안하니 모두들 짜증나네... 주부인데 요리를 못하니 모두들 괴롭고 짜증나지... 그렇게 알아차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일기를 쓰고 잠으로 빠져듭니다. 아! 행복한 주말... 지금은 잠 자는 공연중. 내가 안자고 시끄럽게 구니 주변이 짜증내네... 내가 잘 자니 모두가 박수치며 신나하네.... 아하! 물이어요.



· 2006년 8월 14일 : 캠프 8탄 - 수화기를 붙잡고 우는 아이들...  

자고 일어나니 벌써 세 번째 주일.... 오늘은 깊은물님의 설교.... 밥 짓고, 아이들과 프로그램하고, 같이 놀고, 청소하고, 집 가꾸고, 여러 일을 처리하다 오랜만에 나의 일로 돌아옵니다. 설교를 하고 나면 신명이 납니다. 주일에는 아이들이 정성껏 예배를 드리고 신나게 놉니다. 그리고 오늘 주일은 특별한날.... 집으로 전화하는 날... 둥그렇게 둘러앉아 전화하는 요령을 배워봅니다. 3분씩 주어진 소중한 시간.... 먼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나눠봅니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보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가 본것들..... 부모님들에게 안내글도 썼고. 모두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다른 하고 싶은 말은 다하고, 오늘의 숙제는 우선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를 전해 보는 것입니다.
첫 번으로 영준이가 전화를 겁니다. 의젓한 도련님 목소리.... 아이들의 시선이 몰리자 당황한 걸까? 눈이 더 커집니다. 아버지, 어머니와의 전화,,,, 아쉽게도 아직은 "네"가 많습니다. 덕분에 한나도 전화를 합니다. 큰 녀석이라서 좀 나은가... "아빠 목소리 오랜만에 들으니 좋다"고 합니다. 건강도 묻습니다. 전화를 끊고 소감을 물으니 짧은 통화나마 목소리 들으니 좋았다고 합니다.
다음은 아영이.. 생글생글 웃던 아영이가 막상 여보세요. 하더니 눈가에 눈물이 맺힙니다. 서러운 걸까? 보고픈 걸까? 고마운 걸까?. 모기만한 소리로 보고 싶어요합니다. 생각보다 재밌다고도 하네요. 천장을 바라보며 억지로 눈물을 참고 큰 언니답게 마무리합니다. 눈가에 이슬이 맺힌채 "히~" 웃으며 좋다고 소감을 나눕니다.
석원이가 전화를 겁니다. "여보세요"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귀엽습니다. "네" "네"합니다. 형에게도 "응""응"합니다. 아직은 말을 낚아채기는 어려운듯. 그래도 용기를 내어 말을 시작해 봅니다 "한국은 더워요?" "비는요?".... 에궁, 궁색한 물음에 웃음이 납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다른 건데.... 종료시간을 알리자 "안녕"합니다. 안녕이라는 말이 서러운지 밝던 얼굴에서도 눈물이 나오네요. 안쓰럽습니다.
현중이 차례입니다. 큰 덩치에 "엄마?"합니다. 모두 까르르 웃습니다. 웬놈의 시간들은 그리 궁금하신지. 부모님마다 몇시냐고 물으시네요. 안빠지는 메뉴입니다^^. "아! 지금 말할 수 없어요"합니다. 아마도 사랑한다는 말이 아닐까? "저도요"합니다. 보고싶다는 말이겠지... "그래도 일주일 뒤면 가니까요" 다시한번 "저두요" 하며 황급히 "끊어요"합니다. 유난히 쑥스러움이 많은 현중이 잘 들어주고 잘 표현하는 엄마인데도 사랑한다. 보고싶다 직접 말을 못합니다. "저두요"로 일색하네요. 좋은 것을 보면 부모님도 보여드리고 싶은 아이.... 속은 깊은데 말로 다 못합니다. 가슴에 담은 말이 많아서 저렇게 컸을까?
이쯤에서 답답해진 깊은물님... 중간 점검에 나갑니다. 왜, 준비한 말들을 못하느냐고 하니 역시 "할 틈이 없어요"합니다. 마지막인 찬스인데 잡아보렴 합니다. "엄마, 저 할말이 있어요" 해보라고, 그리고 왜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안하냐고....다그쳐도 봅니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소리 하는 것이 용기다.... 진짜 남자다.... 말해봅니다. "자 새론이가 한번 실력 보여줄까?"
새론이가 "네,,,"하며 자신있게 나섭니다. 뭔가 준비를 단단히 했나봅니다. 조잘 조잘 말이 많습니다. 나이아가라가 어떻구, 박물관이 어떻구,.... 준비를 많이 했나 본데 머리의 소리만 납니다. 에구 엉뚱하게 준비했구먼..... 그런데 그러다가 생각났는지 "이런거 다 해보게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며 말 끝에 고만 눈물을 흘립니다. 그 말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으면 같다고요? 천만에... 말을 입으로 뱉고 나면 달라지는 게 있습니다. 새론이가 그걸 경험하고 있네요. 조잘거리던 소리가 낮아지고, 느려지고, 천천히 가슴의 소리를 전하기 시작합니다. "보고 싶어요". 아빠와도 가슴의 언어로 잘 말합니다. "그건 엄마에게 다 말했어요. 물어보세요. 그리고 아빠 사랑해요"하며 마무리 합니다. 말하고 나니 또 눈물이 나는지 고개를 숙입니다.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어깨를 들썩하며 웁니다.
아이들을 둘러봅니다. 모두 울고 있습니다. 우리 이런 이야기 하고 살자, 이미 눈물이 쏙빠진 준희가 엄마 목소리를 듣자 말을 못합니다. 울기만 합니다. 한참을 울고 또 울고, 그래서 "있다가 다시 할께요." 간신히 말하고 끊습니다. 잠시후 다시 전화를 걸어서도 울음이 멈추질 않네요. 그래도 "보내줘서 고마워"합니다.
정균이가 전화를 합니다. "그럭저럭 해요"...아마도 영어겠지요? "네""네" 하다가 곧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그래도 쑥스러운지 보내주셔서 고맙다는 말은 못합니다. 밝은 목소리로 "사랑해요"로 마무리 합니다. 친구들 앞에서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전화하고 많이 좋았다고 합니다.
막내 윤서.... 얼마전 한국 방문으로 엄마와 헤어진 며칠 안되었으니 많이 밝은 목소리입니다. "네" "네" "네"를 연발하다가 결심한듯 큰소리로 묻네요. "거기 날씨는 어때요?"합니다. 귀여워서 웃음이 납니다. 아쉬운듯 시간이 다 되었다고 말하고 "사랑해요"합니다. 아직은 익숙한 나이인가 봅니다. 곧 쑥스러워서 그말도 못할 나이가 되려나....
채영이는 여전히 밝은 목소리 어제 통화한 듯이 일상적인 것을 연실 묻습니다. 중간에 "어~ 근데... 하다가 까먹었어"합니다. 뭔가 말하기가 쑥스러운게죠. 또 엉뚱한 이야기를 묻다가 시간이 되어 짤립니다. 조금더 많이, 깊이 부모님의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투정이, 불만이 더 많은가 봅니다. 그래도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항상 신나는 일.... 얼굴이 활짝입니다.
성록이와 하영이는 얼마 전까지 엄마, 아빠와 꼭 붙어 있다가 와서 그냥 안부만 전하라고 했습니다. 캠프가 끝나면 자주 통화하겠다고 의젓하게 말해봅니다. 잠시 예가를 떠나 보더니 더 컸나 봅니다. 성록이는 아직도 많이 쑥스러운 나이... 하영이는 모든 것이 위풍당당!!! 그래도 사춘기가 접어들어 이마의 여드름을 만지작하네요. 곧 하영이도 쑥스러워서 사랑한다는 소리도 못하게 될런가???
한결이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오랜만에 통화를 합니다. 눈치도 없고, 늘 막내인가 했더니 그래도 쑥스러운지 목소리도 의젓하고, 존대말도 꼬박꼬박 씁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마냥 형들이 부러운 한결... 캠프를 통해 온갖 한국말을 종류별로 배웁니다. 사투리, 욕, 야한말.... 그렇게 커가나 봅니다.
장장 1시간 30분동안의 긴 전화여행..... 받으시는 부모님들은 3분이었지만 전화하는 우리 모두에게는 긴 여행이었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모두 신나고 재밌었지요. 준비해둔 바비큐를 들고 공원으로 나들이를 갑니다. 꽃등심 양념구이가 야들야들 살살 녹습니다.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던 아이들이 신아게 식사를 하고 공도 차고, 모기에 물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많이 늦은 시간.... 양치하고 일기도 생략하고 일찍 재웁니다. 오늘은 이미 가슴 한가득 부모님의 목소리를 새겼을 테니까요.
아! 나도 듣고 싶은 목소리 엄마, 아빠의 목소리입니다. 나도 전화하면 쑥스러워서 못하는 소리 "사랑해요"입니다. 이런 아름다운 지구를 경험하도록 낳아주신 부모님.... 감사가 올라옵니다.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 부모님.... 슬프기도 하구요. 나를 통해 낳은 아들 한결이도 떠올려 봅니다. 내 생애 최고의 선물. 사랑한다.



· 2006/8/18(금) : 캠프 9탄 - 마지막 주말에.....  

현중이의 여름감기도 이틀이 지나자 다 나아버렸다. 역시 잘 먹어야 병도 이기는 가보다. 새론이의 눈 다래끼..... 항생제를 먹이다가 녀석의 가라앉았다는 말에 중단했더니... 결국은 깊은산이 째고 짜내었다. 내가 확인했어야 했는데... 자책도 올라오고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이젠 다 가라앉았다. 이젠 영준이가 눈이 이상하다고 해서 보니 역시 다래끼.... 가뜩이나 큰 눈이 퉁퉁 부었다. 성록이도 무릎과 다리가 아프다고 절룩거린다. 갑자기 부쩍 커서 성장통인가... 한국에서 안하던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통인가? 깊은산님이 침을 놓아주었더니 가벼워졌단다.  
하영이는 바비큐에서 모기에 물린 곳이 가렵다고 온몸을 비비 꼰다. 한국에서 중이염에 목도 아프다고 해서 걱정하던 윤서는 멀쩡하니 너무도 잘 논다. 캐나다 체질인가보다. 무릎에 물집이 생겼던 준희도 이젠 딱지가 졌으니 걱정 없다. 아영이도 운동하다 손가락을 삐었다는데 그래도 테니스도 치고 골리까지하며 잘 논다. 채영이, 정균이, 석원이, 한결이, 한나는 아픈 곳 없이 씩씩하다. 다들 아플까봐 걱정하는데 아프니 좋다. 덕분에 아이들 손이고 발이고 한 번씩 더 만져보니 정이 붙는다.
블랙크릭(민속촌쯤 되려나)에 다녀올 때만해도 더워서 죽을듯했는데, 토론토 대학을 방문하던 날은 참 시원했다. 오늘 아침은 민소매로 나가니 오히려 썬들하다. 텃밭 다듬는 손이 시려울 정도다. 아이들 학교를 보내고 오랜만에 깊은산과 테니스를 쳤는데 땀도 안날만치 바람이 시원하다.
벌써 가을이 오시려나... 오늘이면 마지막 학교수업.... 저녁에는 아이들이 한번 더 가자고 조르는 쇼핑센터에 가서 가족들 선물을 고르게 해야지... 내일은 깊은산의 고집으로 토론토 아일랜드를 접고 멀리까지 비치에서 수영하고 바비큐를 하러간다. 캐나다까지 왔는데 실내 풀장에서 수영하다 가야 되느냐고 맑은 자연 비치에서 깨 벗고 물놀이를 해야 제맛이라나... 여튼 깊은산의 욕심으로 이번 캠퍼들은 여기 있는 사람들도 못 가본 구석구석까지 휩쓸고 다니고 있다. 에궁... 그 덕에 깊은물 죽겄다.... 벌써 몇 번째 바비큐 준비인지... 정육점 아줌마도 소한마리 다 잡을 거냐고 놀란다....
어제는 독서 후에 모여앉아 영어로 부모님께 편지를 쓴다. 20분 만에 후닥닥 잘 써내려가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이제 이틀 밤이면 한국으로 돌아갈 아이들...아쉽다. 아무리 잘해도 섭섭함은 남는다... 식사준비로 하도 고생해서 이놈들 가면 시원할 줄 알았는데... 일요일엔 가기 전에 삼계탕이라도 먹이고 싶어서 잘 도와주는 요리도사 교인에게 구조요청.... 주일날 맛난 삼계탕 좀 끓여 달라고 한다.
아이들 가면 허전한 마음 달랠길이 없어. 깊은산과 월요일부터 예가 아이들을 데리고 2박3일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텅빈 집에서 있기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지겠지... 한국에선 아이들 맞이에 공항이 들썩 하겠다. 가길 싫다고 할만큼 이곳이 좋은 놈도 있지만 그중엔 돌아갈 날만 손꼽고 있는 놈도 있겠지... 100% 다 같을 길이 있나... 그저 나는 여기까지가 100%라고 결정해 본다.
이번 토론토 여름캠프는 감동 100%, 안내 100%, 부모님들의 지지 100%, 아이들의 제자됨 100%, 그리움도 100%, 나의 만족도 100%, 행복한 여름 영어캠프였다.... 마지막 주말에...



· 2006년 8월 18일 : 부모님께 보낸 마지막 메일  

캠프가 드디어 마감되네요. 25일간의 대장정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야단맞고, 긴장하고, 하기 싫은 것 해보고, 많은 규칙과 안내 속에 있었을 겁니다. 따듯하게 맞아주세요. 잘 받아들여 깊이 새긴 아이도 있겠고, 당장 꾸중으로 듣고 싫은 아이도 있겠지요. 저도 아쉬운 것이 몇 가지 있지만 늘 그렇듯이 이번 캠프도 100%라고 결정해 봅니다. 부족하다는 것은 내 생각일 뿐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알맞게 100% 이루어졌겠지요. 이번엔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100%입니다.
아팠던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눈 다래끼, 손가락도 삐고, 감기도 걸리고, 햇빛 알러지에 코피, 설사, 하필이면 왜 내가 아프지?.... 하고 물으면 구원은 없지요. 꼭 필요해서 일어난 일.... 덕분에 얼굴 한번 손 한번 더 만져주니 정도 새록새록... 들었겠지요. 부모님들의 따듯한 편지차가 훈훈한 기운을 더해주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입니다. 서로의 자녀들을 내 자녀처럼 귀히 여겨주시니 감사하지요.
토요일은 해변에서 노는 아이들을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많이 예쁘고 밝은 아이들, 그렇게 자기 갈 길을 알아서 한발한발 소중히 걸어 나가길 빌어봅니다. 일요일 아이들을 보내고 한바탕 정리하고 남은 아이들과 자고나니 새벽.... 서둘러 여행을 나섭니다. 아이들이 돌아간 자리가 너무 서운하고 허전할 것 같아서 선택한 여행이지요. 2박 3일간, 9명이 함께 여행했습니다. 작은 인원이 아닌데도 왠지 허전하네요. 그리고 돌아오니 구석구석 캠퍼들의 흔적이 있습니다. 두고 간 물총, 옷, 양말, 종이 조각, 기증한다고 두고간 수건, 도시락.... 보고 싶네요.
이제 자녀들은 집으로 보내지고 저의 손을 떠나 부모님의 손에 돌려드립니다. 좋은 시간들 만드시고 계획하시고, 아이와 깊은 만남을 가지시길 바라며. 그간 믿고 보내주시니 많이 감사합니다. 행복한 캠프였습니다. 깊은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