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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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3/17(화)
IMG_3534.JPG (396KB, DN:8)
20190626(#남미 58일) 69호수 : 끝이 없는 시작!  


● 20190626(#남미 58일) 와라스(Huaraz), - 야간버스, 69호수 : 끝이 없는 시작!

새벽 투어 일정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은 오지 않고 코까지 막혀 숨이 쉬어지지 않습니다. 모로 누워 그래도 자야 한다를 되뇌이며 별을 셉니다. 감사하게 잠시 잠이 들었다 깨니 숨도 쉬어지고 컨디션도 좋습니다. 감기약이 효자입니다. 와라스에서 걸을 마지막 트레킹 코스는 마의 '69호수'라고 악명이 높은 트레일입니다. 해발 4100미터에서 시작해서 3시간 걸어, 총 6시간 4600미터에 있는 호수까지 올라갔다가 옵니다. 하지만 하루 트레킹하지 말고 쉴까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마음 먹은 것을 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대가를 알고 있고 또 몸이 그만큼은 견딜만한 모양입니다.

5시 15분에 픽업 버스를 타고 잘 출발했습니다. 친절한 숙소 주인이 짐이 무거우니 두고 갔다가 와서 씻고 버스를 타라고 이야기해주지만 마음만 감사히 받고 짐을 다 지고 출발했습니다.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숙소로 돌아오면 와라스의 센트로를 돌아볼 시간이 없을 거라는 염려 때문입니다. 2시간쯤 달리던 버스는 산 아래 마을에 서서 25분 줄테니 아침을 먹으랍니다. 레스토랑 아침메뉴 중 치킨 스프가 7솔이네요. 어제도 라면을 먹었는데 국물이 당겨서 치킨 스프를 시켰습니다. 다행히 국물이 넘어가니 많이 회복된 모양입니다.

그리고 또 1시간 넘게 비포장 산길을 꼬불꼬불 올라 빙하 모자를 쓴 산이 손앞에 잡힐 듯한 곳에 내려주고는 걸어가랍니다. 내가 버스를 늦게 타서 다른 여행자들은 안내를 받았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황당하지요. 그래도 짐을 다 짊어지고 내려 씩씩하게 걷기 시작합니다. 아! 그런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절경이 펼쳐집니다. 현실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선계가 눈앞에 나타났지요.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을 했고 아타카마 사막과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을 보았고 쿠스코의 마추픽추와 비니쿤카 무지개산을 만났으니 이제 더는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해발 4600미터의 69호수 가는 길은 가히 최고의 트레킹 코스입니다. 물론 고도가 높아 숨이 쉬어지지 않고 지그재그로 끝없이 올라가야 하지만 펼쳐지는 풍광은 어디에서도 마주한 적이 없는 아름다움이네요.

물론 69호수를 보고 다시 마추픽추와 우유니와 토레스 델 파이네를 갔으면 생각과 느낌이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늘 지금이 최고이니요. 하지만 여하튼 오늘 마주한 해발 4600미터의 69호수 가는 길은 최고였습니다. 정말 삶은, 우주는 끝이 없는 시작입니다. 와라스 숙소 벽에 붙어 있던 글귀처럼 "삶은 우리를 예상 못한 곳으로 인도하고 사랑은 우리를 집으로 인도합니다." 마침은 없습니다. 늘 새로운 날이고 최고의 순간이네요. 물론 페루의 인프라가 워낙 열악해서 트레킹을 하는 국립공원까지 가고 오는 길이 험난하기는 합니다. 오고가다가 진이 다 빠지지요. 하지만 그 예외 조항을 뺀다면 와라스... 어마어마합니다.

69호수가 왜 69호수일까요. 69하면 어감이 야릇하지만 국립공원 내의 69번째 호수라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해발 4600미터에 숨겨진 비경, 사방을 둘러싼 빙하와 흘러내리는 폭포로 기름진 땅입니다. 이렇게 와라스의 마지막 여정을 마무리하고 와라스 센트로에 와 아메리카노 한잔을 앞에 두고 버스 시간을 기다리며 망중한을 즐깁입니다.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탈까 생각도 했는데 속에서 당기지 않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블랙 커피 한잔으로 충분합니다. 이럴 때는 쉬어야지요.

원래 계획은 아침에 버스를 타고 리마로 가려고 했습니다. 야간버스가 힘들어서요. 그런데 쿠스코에서도 경험했지만 여행지에서 하루는 엄청납니다. 특히 시간이 촉박한 나와 같은 여행자에게는요. 그래서 야간 버스로 바꾼 덕분에 오늘 69호수를 마주했습니다. 내일 새벽 4시 반부터 리마 버스 터미널에서 오갈 데 없이 발을 동동할 생각을 하면 아찔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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