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2/6(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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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3(#남미 45일) 콜카 캐년, 꼴까닥 골짜기!  


● 20190613(#남미 45일) 콜카 협곡(Colca Canyon) - 아레키파(Arequipa)  - 야간버스 : '콜카 캐년'이 아니라 "꼴까닥 골짜기!".

어제 저녁 달빛과 폭포소리와 함께 일찍 잠자리에 들어 새벽에 거뜬히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 나와 룸메리트가 된 친구는 어땠을지... 난 코를 골지 않고 이도 안갈고 잠꼬대도 안했다 생각하는데 그게 내 생각뿐 사실이 아니니요. 뭐 내 고의가 아니니 어쩌겠어요. 새벽 4시30분부터 어제 내려온 1000m를 올라가야 한답니다. 수직으로 1000m니 4~5km의 오르막입니다. 생각으로는 기절할 것 같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움직이는 수밖에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한걸음씩 걸으며 숨을 알아차리니 걸을 만 합니다.

어둠 속에서 헤드 랜턴에 의지해 걸은 꼬박 3시간의 오르막길, 그 사이에 지나간 생각들과 일어난 일들이 어메이징하지만 내가 선택해서 들어간 것은 이것이 힘든 일인가? 힘든 것은 누구지? 라는 물음입니다. 힘든 것은 나라는 생각이고, 힘은 들지만 힘든 일은 아니지요. 다시 육체가 나라는 것은 착각이고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그건 내가 아니지요. 나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렇게 걷는 그를 지켜보고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임마누엘입니다. 언제 어디에서나지요. 그럼 걷는 것은 내가 아닌가요? 내가 걷지 않고 걸음이 걷고 그가 걷고 이것은 지나가지요. 지금 이순간의 모든 것을 풀어야할 문제로 보느냐 경험하는 신비로 보느냐입니다.

그러는 사이 숨이 찾아오고 걸음이 안정됩니다. 아니 그런 순간을 살아가는 거지요. 사뿐히 걷고, 주의깊게 듣고, 다정하게 바라보고, 공손하게 어루만지며 걷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죄인인 종을 불쌍히 여기소서.’ 예수 기도를 올립니다. 같이 걷는 여행자들, 당나귀 위에 타고 절벽을 오르는 여행자들을 바라보는 눈길과 마음이 달라지지요. 나와 내 주위의 모두를, 사회와 역사와 자연을 향한 마음도요.

이렇게 한계를 넘고 절벽 꼭대기에 서서 아침햇살을 맞이합니다. 여행이든 순례든 어떤 길이든 묻는 만큼 대답을 합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남녀와 국적이 다른 이들이 이 아침을 보냈지만 찾아오고 만나는 것이 달랐을 것입니다. 어떤 마음과 궁리로 그 자리에 있었느냐에 따라 다른 선물이 찾아왔을 터이지요. 운동 삼아 걸었으면 좋은 체력단련이 되었을 것이고, 가족 혹은 커플과의 연대를 꿈꾸었으면 그리되었을 것입니다. 3시간, 4시간의 오르막을 오르고 나서 절벽 위 마을 레스토랑에서 함께하는 아침 식사와 수다가 예전과는 달라져 있습니다. 친해지고 정겹고 다정합니다. 깜깜한 새벽에 여명을 맞으며 언덕에 올라있는 모두의 마음이 그러합니다. 그래서 여행을 하지요. 이곳에 와 이런 길을 걸어본 그들 만에게 찾아오는 은혜입니다.

또 하겠냐고 하면 당장은 고개를 설레설레 하지만 곧 돌아서면 다시 그리울 시간입니다. 아침식사를 하고 버스를 타고 어제 들어온 길을 따라 계곡을 전망하며 여유 있게 사진도 찍습니다. 화산에서 흘러나오는 물로 해발 4000미터에 만든 노천 온천을 찾아 피로하고 놀란 몸을 쉬어줍니다. 그런데 이틀 무리를 했는지 온천을 하는 중에 생각이 정지되고 정신이 멍해지는 걸 알아차립니다. 매년 여름캠프를 다하고 마칠 무렵마다 찾아오는 증상이지요. 3년 전 아이슬란드에서 그랬습니다. 마지막 일정을 다하고 캠퍼들과 온천 수영장에서 쉬는데 한 시간쯤 기억이 없어져 주위 사람들의 걱정을 끼쳤었지요. 그리고는 함께한 이들의 도움으로 잘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남미에 홀로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긴장하고 온천에서 나와 옷을 갈아입고 타고 온 버스부터 찾아 놓고 다행히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 때부터 여전히 편두통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마지막 트레킹 일정까지 다 마치고 아레키파 숙소에 맡겨놓은 짐을 찾아 세계의 심장 쿠스코로 가는 야간버스까지 잘 탔습니다. 1박2일 아레키파에서 경험한 것은 콜카 캐년이 아니라 꼴까닥 골짜기입니다. 그런 길에 서보아 넘어서 맞이하는 은혜를 충분히 경험하는 거지요. 남미 배낭여행, 더 늦기 전에 이렇게 할 수 있어 다행이고 감사네요. 마추픽추가 기다리는 쿠스코, 이제 곧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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