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Old 산물넷 : 게시판 : 사진방 : 산(mountain)페이스북블러그깊은물 추모Art of Life Community

처 음 | 하루 살이 | 예가○양로원 이야기 | 묵상의 오솔길 | 편지 | 이야기 앨범 | 설 교 | SPIRIT


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2/2(일)
IMG_3186.JPG (341KB, DN:13)
20190612(#남미 44일) 아레키파 콜카 협곡  


● 20190612(#남미 44일) 아레키파(Arequipa) - 콜카 협곡(Colca canyon) : 어마 어마한 하루!

페루로 들어오니 구름이 하늘에 가득합니다. 그동안 사막에서 구름이 없는 하늘만 봐서 그런지 반갑습니다. 해발 2376미터, 페루 아레키파에 와서 오랫만에 편안하게 잤네요. 새벽 2시에 일어났지만 개운합니다. 날씨도 따뜻하구요. 어제 어둠이 내리는 즈음에 도착한 아레키파,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활기가 차 있습니다. 도시 외곽은 여전히 쓰레기가 많고 가난이 만들어 놓은 어수선함이 가득했지만 시내에 들어오니 구시가지는 유럽풍으로 반듯합니다. 타지인들만 누리는 아레키파의 모습인지 미안한 마음이 찾아오지요. 멀리 화산에 석양이 비치고 대도시의 매연과 스모그가 그 위에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어떤 선물로 찾아올지 기대하며 콜카 캐년 트레킹 차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벽 2시 50분부터 기다렸는데 3시40분이 되어도 픽업 차가 오지 않아 다시 들어가야 하나 하고 있는데 저만치서 가이드가 뛰어옵니다. 반갑게 인사하고 차량에 오르니 이른 새벽 초죽음이 된 여행자들이 가득합니다. 어두운 아레키파를 벗어나면서 졸다 깨다 하는 사이 해가 뜨고 어느 마을에 들어서 레스토랑에 준비된 아침을 먹습니다. 이렇게 찾아오는 여행자로 아침을 깨우는 마을이 있습니다. 페루의 시골 마을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지요.

아침을 잘 먹고 화장실도 가고 해발 4500미터에서 캐년으로 길을 잡아 내려가는데 또 장관이 펼쳐집니다. 우리나라 다랑이 논처럼 골짜기 곳곳에 농사를 짓는 마을들이 형성되어 아름다움이 더하네요. 그 길을 따라 한 전망대에 멈추었는데 어디서들 왔는지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모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콘돌입니다. 독수리죠. 여기 콜카 캐년이 콘돌의 집이랍니다. 한참을 기다리지 않아도 콘돌이 날아오르는 장관이 펼쳐지네요. 비상하는 콘돌의 위엄에 자유를 봅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하셨지요. 진리는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입니다. 생각에 갇혀있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유로 비상하는 독수리가 바로 나인데요.

콘돌의 비상을 한참 바라보고 계곡 아래로 내려가 해발 3800미터부터 캐년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오늘 17km를 걸어서 1000m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일정이랍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나무가 없는 바위투성이 계곡에 길이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참 아름다운 길입니다. 수목 한계선을 넘은 고도를 이렇게 걸을 수 있다니 신비지요. 능선과 같은 길을 걷고 가파른 계단 길을 걷는 사이 어느새 강물을 잇는 다리를 만나고 다리 건너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마을 길을 따라 1000미터가 넘는 건너편 절벽을 바라보며 또 걷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내려와 능선을 걷는데 내일은 해가 뜨기 전부터 내려온 그 절벽을 단숨에 올라가 아침을 먹는다고 합니다. 죽음의 트레킹이네요.

걷고 걸으며 깔닥 고개의 한계를 넘을 무렵 거짓말처럼 오아시스에 둘러싸인 마을이 나타납니다. 절벽을 통해 산에서 쉬지 않고 내리는 폭포수가 마을을 기름지게 만들어 주고 마을에는 찾아오는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물론 마을로 들어가니 소박하기 그지없는 숙소입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방을 배정받아 내리는 어둠을 만끽합니다. 인터넷도 당연히 되지 않고 충전도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는 열악한 상황, 물론 토레스 델 파이네의 극한 트레킹 경험에 비하면 5성급 호텔이지요. 어둠 속에서 어떻게 사워까지 하고 옷을 갈아입고 별빛 아래 가만히 있으니 여기가 천국입니다.

코파카바나에서 티티카카 호수를 마주하고 무리해서 푸노를 지나 아레키파로 오기를 참 잘했습니다. 미리 알았으면 2일 트레킹이 아니라 3일 트레킹을 신청할 것을 그랬어요. 비용도 저렴하고 토레스 델 파이네와는 또 다른 비경입니다. 늦게나마 아레키파에서 하루를 묵고 바로 2일 트레킹으로 순발력 있게 일정을 잘 잡았습니다. 함께하는 일행들은 아레키파에서 일주일씩 머물며 이런 저런 액티비티를 하고 있는 여유 있는 여행자들이네요. 동양 사람은 나밖에 없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네들은 어떻게 길을 알아 찾아다니는지 대단합니다.

콜카 캐년, 한마디로 그림 같은 곳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문득 본 화산의 연기도 질감이 있고, 하늘과 구름과 산과 들의 색감도 신비하기 그지없습니다. 산에 오니 힘들지만 또 힘든 만큼 기운이 납니다. 아름다운 티티카카의 물도 나를 품어주지만 아무래도 나는 산인 것 같습니다. 내일 새벽 1000미터를 깎아지르게 오르는 길이 어떨지 두렵지만 죽었다 생각하면 못할 일이 없겠지요. 상현달이 밝게 비추는 콜카 캐년의 밤이 깊어갑니다.
  이름   메일   회원권한임
  내용 입력창 크게
                    답변/관련 쓰기 폼메일 발송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번호제 목짧은댓글이름첨부작성일조회
507   20190615(#남미 47일) 쿠스코 근교투어   깊은산    2020/02/16  66
506   20190614(#남미 46일) 쿠스코(Cusco) : 정겨운 도시   깊은산    2020/02/09  70
505   20190613(#남미 45일) 콜카 캐년, 꼴까닥 골짜기!   깊은산    2020/02/06  86
504   20190612(#남미 44일) 아레키파 콜카 협곡   깊은산    2020/02/02  86
503   20190611(#남미 43일) 페루 아레키파   깊은산    2020/01/28  63
502   20190610(#남미 42일) 달의 섬, 태양의 섬   깊은산    2020/01/26  96
501   20190609(#남미 41일) 코파카바나 티티카카 호수   깊은산    2020/01/24  63
500   20190608(#남미 40일) 죽음의 길 산악자전거 트레킹   깊은산    2020/01/23  79
499   20190607(#남미 39일) 라파스(La Paz) 케이블카   깊은산    2020/01/17  70
498   20190606(#남미 38일) 수크레 공룡 발자국 유적지   깊은산    2020/01/16  76
497   20190605(#남미 37일) 수크레 : 하얗고 달콤한 도시   깊은산    2020/01/14  65
496   20190604(#남미 36일) 수크레 : 하룻강아지   깊은산    2020/01/12  69

 
처음 이전 다음       목록 홈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