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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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1/24(금)
20190609_173047.jpg (317KB, DN:19)
20190609(#남미 41일) 코파카바나 티티카카 호수  


● 20190609(#남미 41일) 라파스(La Paz) - 코파카바나(Copacabana), 티티카카 호수  : 해발 4050미터 바위 꼭대기에서 홀로!

평화의 땅 라파스에서 티티카카 호수가 있는 코파카바나에 왔습니다. 오후 2시 버스표를 오전 8시 15분으로 변경해서 빨리 도착했지요. 티티카카 호수는 해발 3800미터에 위치해 있고 운송선이 다닐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담수호라고 합니다. 남미에서 가장 수량이 많은 호수이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코파카나바 인근 태양의 섬은 잉카 신화의 출발지로 잉카문명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티티카카는 원주민 말로 '퓨마의 바위'라는 뜻이라고 하지요.

보통 코파카바나에 오는 이유는 볼리비아와 페루의 접경이기도 하지만 이곳 티티카카 호수의 ‘태양의 섬’을 보려고 옵니다. 그런데 2년 전 즈음 태양의 섬에서 홀로 여행하던 40대 한국 여자 관광객이 성폭행 후 살해를 당하고 올해 5월 원주민 자치구인 태양의 섬의 부족장이 범인으로 구속이 되어서 한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방문금지 지역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한 달이 되었네요. 그 사실을 여행하는 중에 알게 되어 고민이 되었지만 태양의 섬에서 숙박하지 않고 오후 1시에서 3시 사이에 잠시 방문하는 걸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최근 만난 한국인 여행자들은 모두 코파카바나를 지나치고 물론 태양의 섬도 가지 않는 일정을 짜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협곡으로 유명한 페루의 아레키파 쪽으로 동선을 바꾸고 있지요.

점심 즈음 도착한 코파카바나, 건기인 겨울이어서 날씨가 화창합니다. 숙소 주방을 쓸 수 없어 센트로로 나오는 길에 10볼짜리 볼리비아식 파스타로 점심을 하고 내일 태양의 섬 투어를 예약하고 마을 주변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 중에 마을 남북으로 코파카바나를 둘러싸고 있는 언덕에 오르는 걸 선택을 하고 먼저 남쪽에 있는 호스카(Hosca)라는 언덕을 올랐습니다. 호스카를 찾아보니 교수대, 혹은 매다는 장치라는 으시시한 뜻이 있네요. 막상 가보니 잉카의 유적 가운데 하나인 듯합니다. 잉카인들이 마을의 높은 꼭대기 바위 위에 올라 별을 관측했던 것 같습니다. 바위산의 기운이 범상치 않습니다. 해발 3800미터 마을에서 숨을 헐떡이며 몇 번을 쉬어 꼭대기에 올라가니 해발 4050미터랍니다.

물론 올라가보니 다르지요. 내일은 반대편 카볼리오(Cavolio)를 올라가 봐야겠습니다. 갈보리 언덕이라는 뜻, 멀리서 보니 십자가들이 줄지어 있네요. 호스카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코파카바나 마을, 그리고 티티카카 호수의 전경이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꼭대기에서 가부좌를 하고 한참을 기도와 명상에 듭니다. 다행히 비수기라 올라온 사람이 나밖에 없어 해발 4050미터에서 홀로의 시간을 만끽했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뜨니 바위 꼭대기에서 앞으로 쏠려 까마득히 떨어질 듯합니다. 눈을 감고 있었을 때는 몰랐는데 눈을 뜨니 엄습해 오는 두려움입니다. 평화는 그렇게 깨지는 것 같습니다. 눈을 감아야지요. 본다고 하니 죄입니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어도 아직 해가 있어 저녁을 먹을 때까지 마을을 좀 더 둘러본다는 것이 결국 갈보리 언덕까지 올라 티티카카로 내리는 석양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름답지요. 비수기인 덕분에 그리 혼잡하지 않게 티티카카와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저녁은 송어 트루차, 호수에서 나오는 신선한 송어가 이곳 특산물 가운데 하나랍니다. 나는 한국인 여행자들 사이에 인기인 12번 포장마차를 찾았습니다. 해변 가에 포장마차들이 줄지어 있는데 무슨 인연인지 모르지만 12번 포장마차에는 메뉴가 한글로 되어 있고 한국인들에게는 음료수도 무료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25볼에 정말 흡족한 디너를 했습니다. 송어를 먹고 나오니 상현달이 하늘에 걸려있고 티티카카에 남아 있는 여명이 고즈넉합니다. 좋습니다. 이런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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