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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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1/16(목)
20190606_140700.jpg (425KB, DN:24)
20190606(#남미 38일) 수크레 공룡 발자국 유적지  


● 20190606(#남미 38일) 수크레(Sucre) – 야간버스, 수크레 공룡 발자국 유적지(Parque Cretacico) : 오늘을 위한 지구의 숨결

오늘은 처음 있는 날입니다. 처음 맞이하는 아침이고 최고의 날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누리는 거지요. 살뜰했던 수크레의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고 나와 센트로 광장에 있는 교회당 종탑에 올라왔습니다. 종탑을 리모델링해서 예쁜 카페로 만들었네요. 아이디어가 참 신선합니다. 층층이 아기자기한 좌석과 소품들이 있고 종탑 꼭대기는 바람이 불고 하얀 수크레가 한눈에 전망됩니다. 일찍 나온 탓에 내가 이 종탑 카페를 전세 내었습니다. 홀로 시간을 만끽하고 묵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바람이 좋습니다. 그냥 이대로 시간이 멈추니 지금이 은혜입니다.

아무리 좋아도 산에서 내려와야죠. 종탑 카페에서 충분히 쉬고 다시 메인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12시에 수크레 근교에 있는 공룡 발자국 유적지(Parque Cretacico)를 보려는 계획이지요. 수크레 시멘트 공장에서 돌을 캐다가 우연히 발견한 공룡 발자국 유적인데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선명하다고 합니다. 라파스로 가는 야간 버스를 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선택했지요. 여름에는 12시, 겨울에는 1시가 공룡 발자국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하네요. 태양의 방향 때문인 것 같습니다. 12시까지 메인 광장 근처 성당 박물관에 들러 시간을 보내고 미사가 드려지는 뒤에 앉아 있어 보기도 합니다.

시간이 되어 메인 광장(25 de Mayo)에서 출발하는 Dino Bus를 탔습니다. 왕복 15볼입니다. 4번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더 저렴하다고 하지만 그냥 편하게 가기로 합니다. 공원 입장료는 30볼, 공룡 발자국 유적 바로 앞까지 가는 가이드 투어까지 포함입니다. 수크레가 전망되는 공원에 도착했는데 영 공원이나 유적지 같지가 않습니다. 시멘트 공장 옆이니요. 그래도 표를 끊고 들어가니 잘 가꾸어 놓았고 일하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공룡들을 실물 크기로 전시해 놓은 산책로를 지나가니 정말 대단한 공룡 발자국 유적입니다. 깍아지른 절벽에 공룡 발자국이 하늘로 치솟고 있네요. 사실은 수백 만년 전에 이 지역은 평지였는데 지각 변동이 생기면서 융기해서 지층이 90도 바뀌어 버린 거지요. 시멘트 공장에서 산을 깎아 재료를 채취하다가 공룡 발자국을 발견하고는 유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가이드는 유적과 화석이 발견되는 과정을 책장을 넘기는 것으로 비유하더군요. 지금 발자국이 보존되어 있는 레이어를 잘라보면 또 다른 유적이 있을 거랍니다. 그렇지요.

수크레에 와서 뜻하지 않게 수백 만년, 수억 만년의 역사를 찾아내고 또 기억하는 현장을 목도합니다. 지금의 볼리비아 지역을 중심으로 남미 일부가 대륙 간 지각변동이 있기 전에 바다 속에 있었을 것이라 추측이 된다지요. 그리고 대륙 간 지각변동으로 지층이 부딪히고 융기하면서 볼리비아와 페루 지역이 더 높이지면서 소금 사막이 형성되고 평야지역이었던 수크레도 굴곡이 되어 공룡 발자국이 하늘로 향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참 신비한 역사이고 삶의 족적입니다. 오늘 내가 있기 위해 있어온 지구의 숨결입니다. 이렇게 준비된 오늘이고 볼리비아이고 거기에 내가 있습니다. 감동입니다.

세계에서 제일 크다는 수크레 공룡 발자국 유적을 보고 왔는데도 해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공원에 잠시 앉아 있으니 다시 배가 고파와 야간 버스 타기 전에 뭘 좀 먹자 생각이 듭니다. 뭐 어제 중앙시장 2층 그 식당으로 가야죠. 시장이 워낙 넓고 입구가 많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겨우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니 오후 4시인데 파장 분위기입니다. 어제 한번 보았다고 반갑게 눈인사를 하는 아주머니에게 어제 그 사이세를 달라고 하니 대략 난감한 표정으로 없답니다. 밥도 다 떨어진 것 같아요. 그러다가 뭘 주섬주섬 보여주며 이거라고 먹겠냐고 합니다. 뭔지 모르지만 “씨(Si)”라고 하는 수밖에요.

콜라를 하나 시키고 앉아서 기다리니 옆집에서 밥을 빌려다가 요리를 해서 그 위에 얹어 오는 눈치입니다. 그런데 완전 한국 불고기 덮밥 비주얼입니다. 그리고 맛도 똑같아요. 깜짝 놀랐습니다. 그릇을 다 비우고 메뉴를 가리키며 내가 먹은 음식 이름이 뭐냐고 하니 메뉴에 없고 자기가 만들었다며 뭐라 뭐라 하는데 못 알아들었습니다. 수크레에서 마지막으로 메뉴에도 없는 볼리비아 음식을 맛봅니다. 당근 10볼, 2000원이 안됩니다. 수크레 중앙시장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볼리비아가 좋아져요. 이제 야간 버스를 타고 볼리비아 최대의 도시 라파스로 밤새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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