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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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1/9(목)
20190602_180458.jpg (198KB, DN:17)
20190602(#남미 34일) 우유니 : 길도 하늘도 없고  


● 20190602(#남미 34일) 우유니(Uyuni), 소금 사막 데이 + 선셋 투어 : 길도 없고 하늘도 없고

이제 국경을 넘는 일에 무감각해진 것 같습니다. 칠레에서 볼리비아로 넘어왔는데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일단 같은 언어를 쓰고 있어 큰 이질감이 없는 듯하지요. 아침에 일어나 거리로 나가 보니 모자를 쓰고 머리를 양 갈래로 따고 전통 복장을 입은 원주민 여인들이 많이 눈에 뜨입니다. 볼리비아 우유니는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와 같은 사막 마을이라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칠레 쪽이 좀 더 현대화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여행사나 식당도 우유니 쪽이 조금 투박하고 소박하고 그렇습니다.

어제 밤에 우유니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이 밥을 먹는 것보다 우유니 투어를 선택하고 환전하고 버스 정류장을 찾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야 시간을 아끼고 마음이 놓이지요. 우유니의 투어는 단순합니다. 우유니 사막 데이 투어와 선셋 투어, 별빛 투어, 선라이즈 투어입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 쪽이 프로그램이 더 다양한 것 같습니다. 나는 우유니에서 3일을 자니, 만 이틀을 보낼 수 있어서 오늘은 10시부터 7시까지 데이 투어와 선셋 투어를 같이하는 프로그램과 내일 새벽 4시에서 8시까지 별빛 투어와 선라이즈 투어의 조합을 선택했습니다. 일단 할 일을 정하고 나니 식당이 눈에 들어오고 자리가 보였지요.

어제 버스 안에서 10시간 동안 만나는 사막의 고요와, 해가 떨어지고 어둠 속에 있던 고독이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어디나 내가 머무는 곳이 평화"이지요. 내 마음이 천국입니다. 그렇게 빌어주신 벗이 보내준 "여정"라는 시가 아침에 가슴에 또 머뭅니다.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산 너머로 기러기들이
검은 그림자를
열린 하늘에 그리며
다시 빛을 향해
들어섭니다.

때때로 모든 것들은
천국을 가로질러
새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이미 당신 안에 새겨진
그 한 선을 찾을 수 있지요.

때때로 그것은
거대한 하늘을 통해
먼저 당신의 가슴 안에
밝게 빛나
그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자유의 쐐기를 찾아냅니다.

때때로 불꽃이
사그러지고 남은
검은 막대기와 같은 당신의 삶에
누군가 새로운 무언가를 새겨 놓았지요.

당신은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빛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더라도
당신은 지금 도착하고 있습니다.

(THE JOURNEY 여정 - 데이빗 윗트)

10시 45분에 투어 출발, 아침에 시간이 많이 남아 여유 있게 준비하고 숙소에서 명상에 드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정리 정돈된 마음으로 우유니 소금 사막을 만나러 갑니다. 여행사에서 함께 하루를 보낼 일행들과 츨발해 먼저 우유니 마을 근처 기차 무덤을 들릅니다. 오래전 대륙을 횡단하던 기차들이 황량한 들판에 그저 버려져 있는 것들을 무덤이라고 부르네요. 가이드의 설명으로는 1880년 즈음부터 이곳 광산에서 광물들을 실어 나르기 위한 증기 기관차가 운행했는데 1920년대부터 운행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후로 볼리비아의 증기기관차들이 다 이곳으로 운반되어 버려졌다는군요. 물론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광물들이 칠레 해안 항구로 운반이 되는데 증기 기관차가 아닌 디젤 기관차를 쓰고 있답니다.

이렇게 할 일을 다 한 기차가 고철 덩어리로 남아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삶의 끝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잠시 기차 무덤에 머물고 소금 염전이 있는 콜차니 마을에 들릅니다. 소금 박물관이라고 소금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입장료는 무료지만 사진을 찍으면 돈을 내라고 하네요. 마을에서 만든 수공품들과 소금을 판매하는 활기찬 마을입니다. 곧이어 우유니 소금 사막으로 들어가면서 소금 호텔을 만납니다. 모든 것이 소금으로 만들어져 있지요. 우유니와 아타카마로 이어지는 투어에서는 이 소금 호텔을 숙박지로 이용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가이드가 준비한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소금 사막 안으로 들어갑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소금 사막을 달리고 달리는데 길도 없고 하늘도 없습니다. 하얀 하늘과 파란 소금이 만납니다. 소금 사막의 깊이는 수십 미터가 넘고 그 아래 물이 차 있고 또 수십 미터의 소금이 쌓여 있고 그렇게 층이 져 있다고 합니다. 우기 때는 이 소금 사막에 물이 차서 더 장관을 이룬다지요. 건기여서 소금이 더 하얗게 드러나 있지만 또 아직은 물이 차 있는 곳이 있어 하늘이 그대로 호수 아래로 내려앉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하얀 사막 한가운데 선인장 섬이 있습니다. 이 사막에 사람 키보다 큰 선인장이 가득하네요. 사방이 온통 하얀 소금 가운데 선인장이 명물입니다.

끝없는 소금 사막을 달리며 졸다가 깨다 하다 마른 소금 위에서 설정을 하고 한없이 펼쳐진 소금 사막의 원근을 이용한 사진을 찍습니다. 쑥스럽기도 하지만 그도 잠시 어린아이가 되어 어느새 놀이하듯이 신이 납니다. 공룡에게 쫒기기도 하고 자동차에 깔리기도 하고 콜라병에서 튀어나와 프링글리스 과자 통으로 퐁당 빠지기도 하지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진 찍기 놀이를 하다가 해가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 물이 차 있는 곳으로 이동하니 하늘과 호수가 만나고 있습니다. 당연히 물은 깊지 않아 차가 호수 안으로 들어가고 우리들은 장화로 갈아 신고 소금물에 들어갑니다. 석양이 드니 호수의 반영과 빛깔이 시시각각 달라지네요.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큰 거울, 하늘을 담는 거울이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그 와중에 직업의식이 투철한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또 열심히 설정 사진을 찍고 나니 아쉽게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옵니다. 다시 사막의 밤입니다. 소금 사막은 사방이 지평선으로 뚫린 한 가운데 서 있으니 평화가 찾아옵니다. 나는 내일 다시 이곳에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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