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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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1(#남미 33일) 우유니 : 고요 가운데 별 하나  


● 20190601(#남미 33일) 칠레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 - 볼리비아 우유니(Uyuni) : 고요 가운데 별 하나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의 별 관측 투어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2시간 남짓 마을 근처 공터에서 은하수 가득한 남쪽 하늘을 보며 원주민들이 어떻게 별자리를 살폈는지 프리젠테이션 해주고,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별들의 크기에 관해 작은 비디오를 보고 하는 것이었네요. 내가 상상하던 별 투어와는 많이 달라 지루했고 또 비용에 비해 아쉬움이 많았지만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은하수를 바라보며 원주민들이 하늘에 대해 어떻게 이해했는지 안내를 받으면서 찬란하게 쏟아지는 별빛 아래 새로운 눈을 뜨는 느낌이었지요. 그네들은 별밤에서 라마도 보고 뱀도 보고 물도 보고 전갈도 보았네요. 구리 빛 전사들의 그 밝은 눈망울이 선연합니다. 숙소의 마당에서도 별이 쏟아졌지만 마을 외곽에서 환하게 트인 하늘의 은하수에는 내가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사실 어제 많이 무리를 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한 투어가 6시가 넘어 끝났고 저녁 8시 30분에 또 별 관측 투어가 시작되어 저녁을 해먹기도 애매했었답니다. 그래서 투어에서 아침 9시쯤 빵과 커피를 들고 오후 3시가 넘어 로컬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게 다였다지요. 다행히 점심이 입에 맞아 든든히 먹어 숙소로 돌아와 밥을 해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별을 보고 와서 밥을 해먹자 했는데 숙소에 돌아오니 11시 반, 자야했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았다고 하지만 잘 먹지 않고 강행군, 그러다 보니 에너지가 딸리는지 마음과는 다르게 짜증이 올라오고 만사가 귀찮고 막막하고... 다시 슬럼프가 찾아오는 거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하루를 경험하고 있음에도 말이지요.

아침에 일어나니 피곤이 풀려 컨디션이 조금 돌아와 있습니다. 짐을 정리해 버스 터미널로 가야해 서둘러 냄비에 쌀을 안치고 고기 감자 마늘 양파 등 남은 재료를 다듬어 카레를 만들었습니다. 족히 2인분은 되는 듯... 그걸 앉아서 다 먹었네요. 그리고 짐을 싸고 준비를 해 캐리어를 끌면서 터미널로 땀을 흘리며 걸어 나왔습니다. 또 이틀 묵었다고 정이 든 사막의 시골 마을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밤새 흥에 젖어 있다가 느즈막이 하루를 시작해 아직 고요한 센트로를 지나오니 아쉬움과 고마움이 가득합니다. 이곳에서는 3일 동안 숙소에서 밥을 해먹어서 센트로 레스토랑 맛을 보지를 못했습니다. 여기 엠빠냐가 특히 맛있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하늘은 여전히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햇살은 따갑습니다.

어제 남은 칠레 페소를 다 볼리비아 볼로 바꾸어 이제 칠레에서는 오늘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합니다. 터미널에서 화장실도 못가고 커피도 못 마시고요. 버스를 10시간 타야 하는데 볼리비아로 넘어갈 때까지 다 그림의 떡이지요. 산 페드로에서 우유니 가는 버스가 매일 아침 9시45분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칼라마에서 일주일에 3번 밖에 없어서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2박3일이나 3박4일 4륜구동 지프차를 타고 투어를 하면서 가야 했답니다. 사막 종주를 만끽하려면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3일 동안 오프 로드 지프차를 타는 건 보통 체력으로는 어렵지요. 버스를 타고 다시 사막으로 나오니 칼라마에서 올 때는 밤이라 보지 못했던 풍경이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사막은 가슴을 뻥 뚫리게 하고 경외감이 들게 하는 환경입니다. 그리고 아침을 든든히 해 먹은 탓인지 밤에 잘 자고 난 덕분인지 컨디션이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귀찮음에 눌려 있던 가슴이 우유니에 대한 기대와 볼리비아에 대한 궁금함으로 기지개를 폅니다. 우유니에서 3일을 자고 야간버스로 수크레에 가기로 했는데 버스 시간과 투어 일정을 보아 야간버스 말고 주간버스로 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수크레에서 라파스도 야간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힘이 들어 또 슬럼프에 빠질까 염려가 되네요. 잘 먹고 잘 자기로...

잠깐 졸다가 눈을 뜨니 대도시네요. 칼라마입니다. 산 페드로와 아타카마 사막에 며칠 있다 보니 칼라마도 대도시입니다. 체 게바라를 만났던 칼라마 마을이 반갑습니다. 하염없이 앉아서 기다리던 그 밤의 외롭던 버스 터미널도 낮의 활기를 되찾아 딴 세상입니다. 볼리비아로 넘어오는 버스길도 모래와 돌이 가득한 사막이고 고도가 4300미터가 넘습니다. 숨이 쉬어지지 않고 머리가 아파와 고산증 약을 먹고 물을 많이 마십니다. 볼리비아는 한국 사람들은 비자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답니다. 그래서 볼리비아 비자 준비를 하다 보니 캐나다 여권은 비자가 필요 없네요. 볼리비아 국경도 무사통과입니다. 해가 지는 고원을 넘어 북으로 북으로 올라갑니다. 석양이 물드면서 사막의 정적이 밀려드네요. 그 고요 가운데 별이 하나 둘 나타납니다. 그리고 곧 하늘에 별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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