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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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20/1/2(목)
IMG_2772.JPG (285KB, DN:26)
20190530(#남미 31일) 아타카마 : 아찔한 부활!  


● 20190530(#남미 31일)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San Pedro de Atacama) : 사막 그리고 아찔한 부활!

추키카마타 광산 투어를 잘 마치고 가슴이 가득 차 있는데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가는 버스 시간이 8시가 아니라 8시50분입니다. 칼라마 버스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렸지요. 아타카마 숙소로 가 밥을 해먹으려다 와이파이도 쓰고 화장실도 갈 겸 레스토랑에서 작은 고기 스프를 먹었는데 다행입니다. 사막 한 가운데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 도착하니 10시 30분, 사방이 깜깜하지요. 여기가 어디지? 나는 어디에 있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숙소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습니다. 그런데 숙소 마당에 은하수가 펼쳐지네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하고 맑은 곳 아타카마입니다. 36시간을 눕지 못했는데도 별 사진을 찍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철없이 삽니다.

숙소가 센트로에서 떨어져 있어 조용하고 별도 많이 보이는데 춥습니다. 난방이 안되어 벌벌 떨다 패딩까지 챙겨 입고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 밤부터는 침낭을 꺼내야겠어요. 아무리 추워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찬이슬을 맞으며 노숙한 그 침낭이면 충분하겠지요. 여유 있고 한가한 아타카마의 아침, 주방으로 가 아침을 해먹고 오늘 일정을 챙깁니다. 우선 다시 버스 터미널로 가서 토요일 볼리비아 우유니 행 버스를 알아보고 이곳에서 이틀 동안 할 투어를 선택해야지요. 밖을 나서니 구름 한 점이 없는 사막의 하늘, 내리 쪼이는 태양, 다시 한 여름입니다. 너무 이른 시간에 부지런을 떨었는지 아직 버스 회사도 여행사도 문을 안 열었네요. 덕분에 아타카마 사막 마을을 순례합니다.

여행사들이 모여 있는 센트로를 지나는데 문이 열린 여행사에서 인상 좋은(어여쁜) 아가씨가 “올라!”라고 밝게 인사를 해 나도 “올라!”하며 냉큼 들어갔습니다. 첫인상이지요. 그 아가씨는 인사 한마디로 오늘 장사 잘했습니다. 3가지 투어를 다 거기서 신청했답니다. 오후 3시부터 있는 유명한 달의 계곡 투어와 선셋 투어를 오늘 하기로 하고 내일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막 종일 투어를, 내일 밤 8시부터 11시까지 별 투어를 선택했습니다. 모두 81000페소가 나왔는데 패키지 할인으로 75000페소에 낙찰을 받았지요.

버스터미널로 가서 토요일 우유니 버스를 구하고 달의 계속 투어까지 남은 시간은 쉬기로 합니다. 우유니로 가는 방법은 2박3일, 혹은 3박4일로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투어가 유명한데 시간도 없고 비용도 어마무시합니다. 난 우유니에서 3일 있으면서 투어를 할 계획이라 사막 종단 투어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소금호텔에서 자기도 하고 사막 한가운데 호수와 홍학 무리를 보기도 하고 그렇게 하염없이 4륜구동차를 타고 가는 오프로드 투어지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고기도 사 어제 칼라마에서 사온 감자, 양파, 마늘로 카레를 만들어 점심을 든든히 했습니다. 그리고는 알람을 맞추어 놓고 패딩을 입고 침대를 파고 들어 정말 오랜만에 낮잠을 달게 잤습니다. 알람이 울리는데 여기가 어디고 뭐하고 있는지 몰라 한참을 허둥댔답니다. 다시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투어 가야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벌떡 일어납니다. 낮잠 자다 황금같은 투어를 놓칠 뻔했네요.

아타카마 달의 계곡은 마을에서 자동차로 30분쯤 떨어져 있는 사막입니다. 지형이 달의 표면을 닮았다고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네요. 사막, 건조해서 초목이 자라지 못하고 강수량이 증발량보다 적은 지형을 뜻한다고 하지요. 달의 계곡에 들어서 미니 트레킹을 하며 사막과 바람을 만끽합니다. 웅장한 자연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한없이 작어지고 작아지다가 사라집니다. 사막도 사막이지만 아카타마의 감당할 수 없는 파란 하늘이 가슴에 아주 깊이 들어왔습니다. 나는 파란 파랑이고 그 큰 물결입니다. 투어가 아니면 사막 꼭대기에 앉아 명상에 들고 그 바람을 마음껏 맞고 싶은데 아쉽게 그러지 못하고 상상만 했습니다. 처음 요르단에서 사막을 만났을 때의 두려움을 넘어서는 감동이 기억납니다. 나를 억누르는 그 기운, 절대 앞에 무한히 작아지는 상대지요.

광야에 섰던 히브리인들, 시내산의 모세, 그리고 사막의 교부들이 하나님을 만나고 나를 만났던 길이 사막에 있습니다.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도 귀에 안 들어오고 나는 사막으로 사막으로 들어가 사라집니다. 바람이 좋고 시간이 멈추고 너무 너무 아름답습니다. 곧 일몰이 다가오는 시간, 가이드의 재촉으로 아카타마의 선셋 포인트로 이동해 구름 한 점 없는 일몰을 맞습니다. 호수나 바다로 들어가는 선셋이 아니라 느낌이 다르지만 달의 계곡이 붉게 물드는 광경이 장관입니다.

투어를 잘 마치고 짜오! 하며 헤어져 숙소로 가는 지도를 보려고 핸드폰을 찾는데 없습니다. 으악! 여행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데요. 사진도 일정도 숙박 정보도... 분명히 차안에서 만지작거렸지요.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이제 미아입니다. 막 뛰어가니 투어 차량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급하게 올라타 아무리 뒤져도 없습니다. 하늘이 노래집니다. 마지막으로 의자 주변을 살피는데 거기에 꼭! 끼어 있네요. 단 몇 초 차이로 운명이 엇갈렸습니다. 부활이 이런 거구나 했습니다. 오늘도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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