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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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9/12/29(일)
20190527_125329.jpg (266KB, DN:21)
20190527(#남미 28일) 산티아고 : 아름다운 산티아고  


● 20190527(#남미 28일) 칠레 산티아고(Santiago, Chile) : 아름다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버스는 북으로 북으로 달립니다. 남북으로 가장 긴 나라, 그리고 사계절이 공존하는 나라가 칠레라고 하지요. 남쪽으로는 빙하가 가득한 남극이고, 북쪽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고산지대 사막, 서쪽으로는 태평양이, 동쪽으로는 안데스 산맥이 버티고 있습니다. 세미 까마(반침대) 버스가 편하지 않아 밤새 뒤척였습니다. 까마(침대) 버스와의 또 다른 차이는 완행처럼 계속 옆 사람이 바뀐다는 거네요. 그래서 잠을 푹 자지 못합니다. 야간 버스는 비싸도 까마 버스가 정답입니다.

그리 밤을 보내고 눈을 뜨니 어느새 눈앞에 딴 세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또 한번 여기가 칠레 맞아? 라고 감탄합니다. 토레스 델 파이네와 빙하를 헤치고 다니고 마그마가 휩쓴 화산 속의 스키장 잔해를 보고 망연했던 그 칠레가 아닙니다. 스타벅스 간판도 보이구요. 교통체증이 있습니다. 그간 와 보지도 않고 칠레에 대한 편견, 아니 남미에 대한 편견이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어디나 사람이 사는 곳이고 생각 밖의 세상입니다. 아침 9시가 조금 지나 산티아고에 도착했으니 19시간을 버스 안에서 있었습니다. 커피 2잔에 미니 초코파이 2개를 간식으로 받고요. 그래도 활기에 넘치는 도시에 오니 어느새 익숙합니다. 버스 터미널에서 숙소까지 2km, 30분 정도니 캐리어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걸을 만합니다. 숙소 체크인이 12시니 급할 것도 없습니다. 이른 체크인이 안되면 짐을 맡기고 움직일 요량으로 숙소에 갔더니 다행히 체크인을 해줍니다.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고 샤워까지 하고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칠레의 수도인데 내가 대도시를 싫어해 1박만 하기로 해서 마음이 급하지요. 대신 내일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숙소에 맡기고 하루 종일 또 다닐 계획이니 만 이틀입니다. 버스 안에서 만 하루를 굶었지만 우선 밥 생각보다 산티아고 구시가지를 검색해 중심지 아르미스 광장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숙소에서 걸어서 40분 정도에 있는 아르미스 광장 근처에 가볼만한 곳들이 다 모여 있지요. 1달 만에 김치 생각이 간절해 한식을 먹기로 했는데 한인 타운도 아르미스 광장에서 걸어서 30분 반경입니다.

아르미스 광장으로 길을 잡으면서 번화가에 들어서니 다른 세상입니다. 스타벅스 간판이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아르미스 광장을 근처에만도 서너 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 아르미스 광장을 중심으로 대통령궁과 성당, 법원 등 고풍스럽고 잘 정돈된 웅장한 건물들이 즐비하고 공원도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네요. 우선 놀랐습니다. 칠레가 이런 나라였구나! 산티아고가 참 아름답습니다. 아르미스 광장에서 말을 탄 발디비아 동상이 있는데 칠레의 건국영웅이면서 스페인 침략자지요. 그 건너편에는 스페인에 대항해 독립운동을 펼친 원주민을 형상화한 동상도 함께 있습니다. 칠레 국기의 붉은색이 독립을 위해 원주민들이 흘린 피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그 후손들은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쓰고 유럽풍의 건물과 문화 속에 살고 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아르미스 광장을 둘러보고 요기를 하자고 핫도그를 주문했는데 1500페소짜리가 2700페소로 둔갑해 버렸습니다. 말이 안통하니요. 그래도 잘 싸들고 근처의 또 다른 명소 산타 루시아 공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산티아고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아주 예쁜 공원입니다. 여기도 발디비아 유적이 있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두번째 충격을 받습니다. 정상에서 둘러보는 산티아고, 동쪽으로 웅장한 안데스 산맥이 떡 버티고 있고 그 아래 평원으로 산티아고 시내가 펼쳐지는 겁니다. 너무 아름다워 깜짝 놀랐습니다. 칠레와 산티아고의 새로운 발견입니다. 그저 넋을 놓고 산티아고의 풍광 속에 있다가 다시 내려와 아르미스 광장에 서 보지요. 산티아고에는 유독 정복을 단정하게 입은 칠레 경찰들이 눈에 많이 뜨입니다. 치안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인지 치안이 좋지 않다는 뜻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산티아고는 낮에는 안전한 듯 보이네요.  

산티아고에서 구시가지 근처에서 할 또 다른 일정은 산 크리스토발 정상에 올라가는 일입니다. 산타 루시아를 올라가보았으니 되었지 하는 귀찮음이 일지만 그래도 해가 남았고 저녁 시간도 안 되어 가보자 마음먹습니다.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에는 그리스도 상이 있다면 산티아고에는 마리아상이 있답니다. 규모는 비교할 수 없지만 산 크리스토발 정상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침묵이 유지되고 종교적 분위기가 가득한 순례지 느낌이 났습니다. 걸어 올라갈 수도 있는데 난 2000페소를 내고 협궤열차를 타고 올라갔답니다. 산타 루시아 정상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는 것을 후회했는데 오늘은 모든 짐을 숙소에 두고 스마트폰만 가지고 나왔지요. 그리고도 걷지 않고 협궤열차를 탑니다. 짠돌이 깊은산이 산티아고에 와서 변했어요.

산 크리스토발 정상, 올라가길 잘했습니다. 산타 루시아 언덕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요. 어디든 발을 옮겨 가본만큼이 삶입니다. 산 크리스토발 마리아상 아래에서 한참을 쉬었습니다. 지친 영혼이 어머니 품에 안기는 느낌이었습니다. 내려와서는 드디어 미리 검색해둔 한국식당 숙이네를 찾았습니다. 김치찌개... 한 달 만에 먹는 김치입니다. 보약처럼 국물도 남기지 않고 반찬까지 다 먹었다지요. 생기가 돕니다. 땀이 나고 이제사 밤새 버스에서 19시간 고생한 여독이 올라오는지 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숙소까지 길을 검색해 보니 걸어서 50분 정도, 버스나 지하철도 타보면 좋겠지만 걸어서 도시 맛을 보는 게 낫겠다 싶고 짐도 없으니 뚜벅이가 되기로 합니다. 어두워져서야 숙소에 도착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하루가 꽉 찼습니다.

아르미스 광장에 간 김에 칠레페소를 환전했는데 생각보다 잘 받아서 만족스럽습니다. 푸콘에서 USD 1달러가 650페소였는데 산티아고는 690페소를 줍니다. 또 내일 모레 비행기를 타고 3시간 올라갈 칠레 북쪽 아타카마 사막이 지대가 높아 고산병으로 고생을 한다고 해 약국에서 고산병 약도 사구요. 이제 내일은 산티아고 근교의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Valparaiso)와 비냐 델 마르(Vina del Mar)를 다녀올 요량입니다. 비나 델 마르에는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이 박물관에 옮겨져 있다고 하고, 발파라이소는 도시 자체가 아름다운 벽화로 유명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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