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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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9/12/28(토)
20190526_111223.jpg (232KB, DN:17)
20190526(#남미 27일) 바릴로체 : 안데스의 역사  


● 20190526(#남미 27일) 바릴로체(Bariloche) - 야간 버스 : 안데스의 역사

아침에 숙소 체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겨두고 바릴로체 대성당을 찾아 한참을 머물다 미사 준비하는 소리에 눈을 떠 나왔습니다. 그리고 호숫가에 앉아 찬바람을 맞으며 하염 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이곳이 낯선 '아르헨티나'라는 생각이 찾아옵니다. 낯설다고 하는데 낯설지 않습니다. 홀로라고 하는데 홀로이지 않습니다. 오후 2시 버스로 다시 칠레의 산티아고로 갑니다. 20시간의 여정이지요. 오후 내내, 그리고 밤새 달려 칠레의 수도입니다. 2시까지 남은 시간, 어제 못간 시내 케이블카 투어를 할까 하다 no more tour, 홀로 서 있는 시간을 선택하지요. 날씨 좋은 일요일 아침, 바릴로체의 호숫가, 고요하고 좋습니다.

어제 먹었던 센트로 광장 근처의 길거리 햄버거가 끌려서 버스 타기 전에 한 번 더 찾아갔습니다. 양철통에 바비큐 식으로 고기를 굽는데 풍기는 불향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리고 맛있습니다. 햄버거 말고도 핫도그와 고기를 넣은 빵 등 몇 가지가 메뉴가 다 100페소가 안되고 소스와 양념도 셀프로 골라 넣을 수 있어 푸짐합니다.

이른 시간이라 한가한지 아저씨가 말을 붙여오네요. 어디서 왔냐고 스페인어로... 그 정도는 알아듣고 꼬레아라고 하니 반색을 하면서 수르 꼬레아냐 노르테 꼬레아냐고 합니다. 외국 사람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부분 남쪽인지 북쪽인지를 꼭 묻습니다. 그래서 나는 늘 남쪽도 북쪽도 사랑한다고, 우리는 하나라고 안되는 말로 역설을 하지요. 그래도 대부분 목을 손으로 긋는 액션을 하면서 북한은 아니고 남한이 최고라고 합니다.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여기 길거리 햄버거는 한국 언론에도 소개가 되었답니다. 아저씨가 한국어로 소개된 팜플렛을 코팅한 것을 보여주니 정말 그렇습니다. “물가 비싼 바릴로체에서 살아남는 법... 어쩌구,” 딱 내 이야기네요.

산티아고 가는 버스는 온라인으로 서둘러 예매해서 버스 2충 맨 앞자리, 운전석 바로 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운전하는 기분으로 여행을 합니다. 아쉽게도 날이 흐리고 비까지 뿌려서 흥이 덜나기는 했지만요. 비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더 분위기가 있었을 듯합니다. 칠레에 들어오니 다시 유심이 작동해 데이터가 되고 버스도 와이파이가 되니 심심치 않습니다. 안데스 산맥을 넘어 칠레 국경을 통과합니다. 아르헨티나 쪽은 들어가고 나가는데 큰 신경을 쓰지 않는데 칠레 쪽은 짐을 다 내려 검사를 하네요. 과일이나 유제품 등 농축산물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지난번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국경을 넘을 때는 비행기 짐 검사하듯 검사대를 통과했는데 이번에는 개가 와서 짐마다 냄새를 맡습니다.

아르헨티나 쪽 안데스, 그러니까 동쪽은 호수와 험준한 바위산과 파타고니아 대평원이 펼쳐지는데 칠레 쪽은 분위기가 다릅니다.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유원지 분위기라고 할까요? 그런 칠레가 또 반갑네요. 하지만 안데스 산맥 서쪽으로 들어온 유럽 사람들이 칠레부터 시작해서 안데스를 넘으면서 원주민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모든 것을 빼앗아 갑니다. 특히 페루에서 이루어진 잉카 문명 파괴의 잔혹함은 역사에 부끄러움을 남기지요. 남미 곳곳에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기념하는 혁명 유적지들을 보면서 그들의 긍지가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36년을 일본에 지배를 받아 수탈당했던 우리의 역사도 아픈데 남미는 수백 년을 그렇게 빼앗기고 가난하게 살았네요.

그런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안보여 기다림을 포기하고 로마서로 빠져듭니다. 시간이 멈추고 바울이 되어 나를 보고 그가 경험한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하는 시간 여행에 듭니다. 그렇습니다. 한 몸에 많은 지체들이 있지만 다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지요. 내가 생각한대로 내 일을 하지만 자기를 정죄하지 않고 남을 판단하지 않는 그가 행복합니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누어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그에 맞게 생각해야지요. 평화와 기쁨이 삶에서 사라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내 일을 합니다. 그 일이 어떤 일이든 그 누구도 판단할 수 없고 자랑할 수 없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오롯이 성령으로 뜨거워진 마음으로 주님을 섬길 뿐...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은 그 앞에서는 모두가 똑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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