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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9/12/26(목) 20190524_224343.jpg (282KB, DN:33)

20190524(#남미 25일) 푸콘 - 바릴로체 : 여행자   ● 20190524(#남미 25일) 푸콘(pucon) - 바릴로체(Bariloche) : 여행자 정들었던 칠레 푸콘을 떠나왔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구요. 이제 하루, 이틀을 지내도 영원 같습니다. 남미의 버스 체계가 익숙하지 않아 여전히 고생하고 있네요. 칠레에서 아르헨티나 바릴로체로 오는 직행이 없어서 아르헨티나 국경을 넘어 산 마르틴 데 로스 안데스라는 마을에 도착해 2시간을 머물고 다시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바릴로체로 왔습니다. 2시간을 머무는 동안 환전을 하고 산 마르틴의 석양 내리는 호숫가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도 맛보구요. 칠레의 커피는 까페에서도 뜨거운 물과 가루 커피를 줍니다. 참 아침에 숙소에서 조식을 하며 샌드위치를 싸왔는데 긴 버스 시간에 좋은 요기가 되었습니다. 여행하면서 배우는 노하우죠. 안데스 산맥을 넘는데 칠레 쪽은 숲이 우거져 한국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70년대 유원지 분위기구요. 아르헨티나 쪽은 파타고니아의 드넓은 평원이 다시 펼쳐집니다. 1200Km가 넘는다는 아르헨티나의 자랑 ‘루타40’ 도로를 다시 만나네요. 길 위에 서서 길을 보고 나를 봅니다. 여행 중 틈틈이 찾아오는 그림자, 지금 내가 가장 불안한 것은 돌아갈 집이 없다는 것입니다. 여행하는 중에는 오히려 머리 둘 곳이 있는데 여행을 마치면 머물 곳이 없다는 생각이지요. 낯선 곳을 다니지만 따뜻하게 준비된 숙소와 주방과 커피와 레스토랑이 있고 버스가 있고 비행기가 있고 눈치 안보고 배짱 좋게 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길에 서있는 나그네니 바랄 것도 불편할 것도 없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순례자이니 그렇습니다. 나그네가 아니려고 하니 힘이 듭니다. 그러나 사실로 우리는 언제나 여행자입니다. 여행자로 살면서 어느 순간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하고 있지요. 어디든 내가 영원히 머물 수 있는 곳은 없고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사랑조차 소유가 아니라 그냥 내어주는 자유로움이니 말입니다. 예수께서도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내가 여행자이고 소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제로 깨닫는 순간 자유입니다.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으로 깨어나는 것이지요. 깨어나면 내가 그것들을 마음대로 하지만 깨어나지 않으면 그것들이 나를 마음대로 합니다. 여행자는 소유할 수 없고 관계할 뿐입니다. 이 여행 중에 로마서에서 바울이 또 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자녀로 삼으시는 영을 받았다고 하는 고백이 살아서 다가옵니다. 개인적으로 복음서를 읽다가 로마서를 읽으면 코드가 안 맞고 난해해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이번 여행 중에는 로마서 등 바울서신을 파고 있습니다. 바탕이 깨끗해져서인지 근심이 없어져서인지 아주 잘 들어옵니다. 바울의 기쁨을 함께 느끼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나는 육체가 아니니 육신의 생각으로 살지 않습니다. 그런데 육체가 나라고 생각하니 죽음이 있고 생명과 평화와는 멀어져 있습니다. 내가 영이고 생명이고 부활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니 자유합니다. 십자가는 육체가 나라는 생각의 죽음이고 부활은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로 사는 것입니다. 12시간이 넘어 도착한 바릴로체, 버스 정류장에서 숙소까지 2.5km, 걸어볼만한데 너무 늦어 택시를 선택합니다. 체크인 시간보다 1시간 반이나 늦어도 숙소에서 잘 맞아주어 짐을 놓자마자 바릴로체의 유명한 스테이크 맛집 알베르토를 찾습니다. 안심 로모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고기가 세 덩어리나 나옵니다. 한 덩어리 먹고 배가 부르는데 두툼한 고기가 살살 녹습니다. 아르헨티나 소고기 맛을 이제야 제대로 보네요. 와인까지 했는데 20000원이 안되게 나왔답니다. 이렇게 또 남미의 스위스라는 아름다운 바릴로체를 찾아온 선물로 만끽 합니다. 다시 아르헨티나에서 짧게 머무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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