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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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9/11/28(목)
IMG_2193.JPG (281KB, DN:5)
20190508(#남미 9일)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  


● 20190508(#남미 9일) 우수아이아(Usuaia),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 : 길이 끝나는 곳에서!

남극에서 감기약을 먹고 따뜻하고 편하게 잘 잤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우수아이아 이후 숙소에서는 난방이 되지 않았답니다. 오늘 내일 손님이 없는 겨울 우수아이아의 민박집, 나 혼자 독채네요. 내가 스페인어를 못하는데 주인도 영어를 못한다고 미안해하는 아르헨티나의 친절을 만납니다. 충분히 자고 아침 7시 반에 밖에 나왔는데 아직도 하늘에 별이 가득합니다. 남극은 남극입니다. 9시가 넘어야 해가 뜬다니요. 이제 곧 6월 말이면 낮이 없어지겠습니다. 남극의 겨울이지요. 센트로까지 걸어가야 했으면 1시간은 일찍 서둘러야 했을 텐데 티에라 델 푸에고 국립공원 가는 버스가 지나가는 길에 숙소가 있어 손을 들면 태워준다고 해 여유 있는 아침입니다.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남은 것을 점심 도시락으로 싸서 길을 나섭니다.

10분 늦게 온 버스를 타고 국립공원에 잘 도착했습니다. 공원 입장료를 또 내야 한다고 들었는데 버스비에 포함인 모양입니다. 850페소,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여기 우수아이아 식당 저녁 한 끼 값입니다. 티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는 불의 땅이라는 뜻이라지요. 마젤란이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이 횃불을 들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이 횃불을 보고 불의 땅이라고 불렀다니 사실은 횃불의 땅이네요. 사람이 걸어갈 수 있는 최남단, 세상의 끝입니다. 또 야생 동식물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오늘이 평일이고 비수기여서인지 트레일을 걷는 내내 혼자였습니다. 7시간, 아름다운 길을 원 없이 걸었네요.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교통사고로 다친 다리가 염려가 되었는데 거의 아무 불편 없이 걸었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모두 염려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번 트레일은 내가 아무 일 없이 걸었을까요? 그랬으면 깊은산이 아니지요.^^ 3시간 남짓 걸어 처음 휴게소를 둘러보고 나와 다시 방향을 잡는데 길이 너무 좋은 겁니다. 사람도 없구요. 잠시 쉬었다고 기운이 더 충전되어 신나게 한참을 걷다가 앞에서 국립공원 직원이 걸어 오길래 혹시나 지도를 보여주면서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물으니 아니랍니다. 7시간을 걸어 버스를 만나 돌아가야 하는데 버스가 다니지 않는 길로 가고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안 물어 보았으면 세상 끝에서 미아가 될 뻔했네요. 다시 돌아 나오며 덕분에 이 아름다운 길에 서 보았다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참을 걷다가 트레일 코스가 나와 들어가니 참 좋습니다. 그런데 길이 끝나버리네요. 그러면 돌아 나와야 하는데 아까운 겁니다. 없는 길을 길이라고 고집하며 가는데 갈수록 첩첩산중...ㅎ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을 가는 사람이 있다! 접니다. 데이터가 안 되어 지도도 못 보는데 오프라인 지도인 maps.me를 다행히 다운받아 두어 GPS로 방향을 잡아 큰길로 나왔습니다. 첨단 장비의 혜택을 이렇게 보았답니다. 길을 잃었으면 일단 정지, 생각을 멈추고 돌아 나와야 합니다.^^

겨울 알프스 융프라우에 올라가서도 기차 타는 것이 아까워 기차에서 내려 걷다가 길을 잃어버려 덕분에 알프스를 만끽했던 전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넘어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와 멀리 빙하를 쓴 산들에 둘러싸여 걷고 빨간 머리 딱따구리와 이름 모를 새들이 곁에서 친구가 되어주는 불의 땅을 이렇게 만끽합니다. 말들도 뛰어다니는데 야생마인가 싶습니다. 국립공원에서 사육하는 말일 리가 없고 재갈도 물려 있지 않고 너무 튼실한 것이 기운이 달라보였지요. 아르헨티나, 역시 야생입니다. 그 야생의 기운에 가득차서인가? 내 스마트폰 갤럭시 S9+가 날 못 알아봅니다. 얼굴인식으로 폰을 여는데 얼굴을 바짝 들이 되어도 아니라고... 너 누구냐고? 나도 어느새 야생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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