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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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9/11/21(목)
20190505_225302.jpg (227KB, DN:3)
20190505(#남미 6일) 부에노스 아이레스, 산텔모 시장  


● 20190505(#남미 6일)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산텔모 시장 : “돈 크라이 포 미 아르헨티나!(Don’t Cry for me Argentina!)

밤새 타고 온 아르헨티나의 까마(침대) 버스가 생각보다 편했고 의자도 넓었습니다. 나오는 식사도 비행기 기내식만은 못하지만 타자마자 스낵을 주고 밤 11시에 한번, 아침 9시에 한번 끼니를 챙겨주니 뭐든지 잘 먹는 나는 호강했습니다. 밤새 자다 깨다 하는 중에 버스가 멈추고 사람들이 타고 내리고 했는데 파라과이와 우루과이를 넘나들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 버스에 군인과 경찰들이 올라 검문을 합니다. 나에게는 여자 군인이 와서 상냥하게 배낭에 담긴 것을 확인하겠다고 해서 내가 열어 꺼내 보여주려 하니 되었다고 그냥 가십니다. 아르헨티나에 들어오니 유심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습니다. 칠레로 가면 되려나 모르겠어요. 인터넷이 안되니 정말 홀로의 여행입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의 여행이 진짜 여행이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본의 아니게 홀로 떨어져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엄마 찾아 삼만리'에서 이탈리아 소년 마르코가 아르헨티나로 일하러간 엄마를 찾아 간 곳입니다. 스페인어로 ‘좋은 공기’라는 뜻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한 때 세계의 강국이었던 이 나라의 수도에 오니 비가 내립니다. 아내가 좋아했던 노래 "Don't Cry for me Argentina."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날이지요. 그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부터 복병들이 나섭니다. 짐을 내리는데 겨우 수습해 놓은 캐리어 지퍼가 아예 다 터져 배를 드러내놓고 있습니다. 짐을 내리는 친구들도 당황하고요. 비 내리는 아르헨티나 부두에서 비 맞으며 배터진 캐리어를 추스리는 동양 사람을 누가 찍어서 SNS에 올리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태의 캐리어로는 대중교통으로 숙소까지 가기는 어림이 없어 우버를 부르려했는데 데이터가 안 되네요. 다시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와이파이를 연결해 우버를 부르고 만날 장소를 정해 숙소로 기분 좋게 이동했습니다. 길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예약한 숙소 주인과도 데이터가 없어 연결이 안 되어 잠시 해프닝 후에 대도시에서 1박에 20불로 생각보다 좋은 1인실 숙소에 짐을 잘 풀고 이과수에서 폭포수에 목욕하고 씻지 않고 밤새 버스를 타고 온 몸을 샤워하고 점심을 해먹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일정이 짧아 친절한 집주인 아주머니의 안내대로 시내투어 버스를 활용하기로 하고 버스 투어를 예약하기로 했지요. 센트로 한 가운데 있는 숙소 위치가 좋아 다 걸어서 다닐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버스 투어를 찾아가 보니 24시간 투어에 999페소, 25불 정도니 할 만합니다. 한번 탑승하면 그 다음날까지 24시간 무제한으로 타고 내릴 수 있는 투어 버스랍니다. 오늘은 시간이 늦어 내일 아침부터 버스 투어를 하기로 하고 남은 시간은 일요일만 문을 연다는 산텔모 시장을 찾았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큰 재래시장, 정말 없는 게 없습니다.

인터넷 없이도 길을 안내하는 오프라인 지도인 maps.me를 잘 활용해 걸어서 산텔모 시장을 찾아가는데 아뿔싸 도시 한 가운데서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건물 위에서 무언가 시커먼 액체가 내 머리 위로 떨어져 샤워하고 갈아입은 옷을 다 버렸습니다. 뭔지 모르겠는데 냄새도 나고...ㅠ 옆에서 보던 아주머니들이 달려와 휴지로 닦아주는데 난 그 친절에 감동하기보다는 말로만 듣던 짜고 하는 소매치기가 아닌가 의심이 되어 집으로 가겠다고 조심스럽게 뿌리쳤네요. 단순한 호의였으면 많이 미안합니다. 여하튼 새똥도 아니고 무슨 벼락인지 모르겠습니다. 빨래를 하지 않아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말입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빨래를 하면서 이 문제의 좋은 점을 찾아보지요. 그래도 주저앉으면 내가 아닙니다. 얼른 마음과 몸을 추스리고 나서 산텔모 시장을 찾아가니 여기도 걸어서 10분 거리네요. 정말 없는 것이 없는 시장을 다니며 아르헨티나의 기운에 흠뻑 젖어 보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그 맛있고 싸다는 아르헨티나 소고기를 사다가 일주일 만에 밥을 해볼까 했는데 그만 시장 통에서 소시지 바베큐를 보고 유혹을 넘기지 못하고 사먹어 버렸습니다. 100페소, 2000원 정도로 저녁이 해결되어 버렸습니다. 배가 불러버렸네요. 이제 핸디맨 모드가 되어 배터진 캐리어를 고치고 밤에 한번 다시 마실 나가 아르헨티나 만두 엠빠나다 맛을 보기로 합니다. 아르헨티나 출신 체 게바라를 통해 알게 된 마태차도 맛보고 싶은데 영 엄두가 나질 않네요. 이렇게 길었던 하루가 지나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밤이 깊어 갑니다.

저녁 내내 큰비가 내려 숙소에 갇혀 있다 비가 멈춘 사이 잠깐 나가서 돌아본 부에노스 아이레스 밤거리가 예쁘네요.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고 굿나잇입니다. 여행은 염려한다고 풀리지 않습니다. 다 내려놓고 부딪혀 보는 거지요. 난 아직 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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