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9/2/2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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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로욜라 하우스 8일 피정 여섯째날 : 침묵을 깨고  


● 20190212 여섯째날 : 침묵을 깨고

오늘은 2014년 유민아빠 김영오님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목숨을 건 40일 단식을 이어갈 즈음 해외에서 살고 있지만 고국의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으로 릴레이 단식을 이어오는 1640일째 날입니다.
엿새째 바깥으로 향하던 모든 것을 끊고 내면으로 향하는 침묵 피정을 하며 TV, 신문, 전화, 인터넷을 차단하니 거세게 찾아오던 저항과 압력이 이제 조금씩 잦아들고 있습니다.
피정 중이지만 기억하고 있던 릴레이 단식 순서를 다시 이어가려 잠시 침묵을 멈추고 단식 포스팅을 전했습니다.
오늘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며 작은 정성이지만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기도를 올립니다.
“오소서. 정의와 평화의 나라로 오소서.”

나중에 안 일이지만 오늘 토론토 인근의 학교가 다 휴교할 정도로 눈과 우박과 얼음비가 종합세트로 내렸다고 합니다.
구엘프도 스노우 벨트 지역이라 아침부터 눈이 날리고 바람이 불어 그나마 열린 이냐시오 센터 트레일이 눈으로 가득 차 버렸습니다.
그래도 이미 익숙하게 다니던 길이라 오후 개인 안내 시간을 마치고 현관에 준비된 지팡이를 딛고 길을 나섰습니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숲길로 들어서니 동물 발자국들만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하얀 눈 세상입니다.
하나, 둘 내딛는 걸음을 알아차리고 들리는 소리 들으며 잠시 걷고 나니 온 몸이 눈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꽁꽁 언 손과 눈 속에 파묻힌 신을 털며 로욜라 하우스로 돌아오니 따뜻한 안방입니다.
오늘은 어떤 기도로 나아갈까, 하나님과 무슨 대화를 나눌까 궁금해집니다.
나에게 이런 시간이 다시 찾아오다니 기적입니다.^^

⚆요11:1~44으로 드리는 나의 기도

오빠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병이라고 하며 고의로 이틀이나 더 있다가 오빠가 죽고 나서야 오신 선생님이 원망스럽습니다.
게다가 선생님은 오빠가 죽은 것이 도리어 잘 되었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답니다.
뒤늦게 찾아온 예수님께 거듭 주님이 계셨으면 오빠가 죽지 않았을 거라고 하니, 선생님도 속이 상하셨는지 눈물을 흘리기만 했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은 사람은 죽어도 살고 살아서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라는 알 듯 말 듯한 말씀을 남기시면서 말입니다.

죽은지 나흘이 된 나사로의 무덤으로 가서 예수님은 그를 불러내었습니다.
그러자 나사로는 손발을 천으로 감싸고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채 무덤에서 나왔습니다.
다시 살아났습니다.
다행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다시 가만히 돌아봅니다.
나는 부활이고 생명인데 죽고 사는 것이 정말 있을까?
죽음은 육체가 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지요.
무덤에서 나오는 것이 진짜 부활일까?
그런 부활은 반쪽 부활입니다.
살아났다고 하지만 곧 또 다시 죽을 육체가 무덤에서 나오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없지요.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 나는 보이는 곳에 잠시 있을 뿐이지요.
진정한 부활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그 생명 안으로 영원히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제 알겠습니다.
그가 죽은 것이 왜 도리어 잘 되었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하셨는지, 그 병은 죽을 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병이라고 하셨는지 말입니다.
내 아내는 보이지 않는 곳에 나는 보이는 곳에 잠시 있을 뿐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한 그녀는 나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부활입니다.

⚆마14:22~33으로 드리는 나의 기도

물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를 본 베드로는 자기도 걷겠다고 나섰다가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보고 무서움에 사로잡혀 물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예수를 보면서 물위에서 노를 젓는 것만이 아니라 걸을 수도 있다는 비밀을 알았지만 나도 물위를 걷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내 일이 아니라 생각했겠지요.
굳이 물위를 걷고 싶은 마음도 없었습니다.
배 안에 있는 것이 안전했으니까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내가 지금 베드로처럼 물 위를 걸으려 합니다.
목사라고 예배 인도를 하거나 설교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동체에서 밥을 하고 살림을 하는 일을 기꺼이 했고 즐거웠습니다.
아내가 아프면서 20명 살림을 혼자서 5년 동안하면서, 또 양로원에서 어르신들을 돌보고 밥을 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일을 나의 목회라 여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으로도 신학교 식당에서 주방일로 부름을 받았습니다.
돌아보니 예수께서 물 위를 걸어오시니 나도 물위를 걸어가게 해달라고 여쭙고 있었네요.
목사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교회에서 설교하고 성경을 가르치고 심방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겠다니요.
그것이 진짜 목회라고 배에서 노를 젓는 대신 물 위를 걸어보겠다고 나섰지만 사람들의 눈치와 비난이 몰려오자 수축 들고 주눅이 듭니다.
그러다 그만 물에 빠져 버렸습니다.
예수께 살려달라고 외치니 예수께서 손을 내밀어 붙잡아 주시면서 말씀하십니다.
“믿음이 적은 사람아, 왜 의심하느냐...”

나는 여전히 의심하고 있습니다.
주님, 저의 믿음 없음을 용서하여 주시고 물 위를 걸어 당신께로 가게 하소서.
학교 식당의 주방장 일을 최고로 해 학교를 살리고 아이들을 먹이는 목회를 잘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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