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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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9/2/20(수)
20190208_125941.jpg (339KB, DN:2)
2019 로욜라 하우스 8일 피정 다섯째날 : 일단 정지  


● 20190211 다섯째날 : 일단 정지(Stop)

어느 순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사라져 갑니다.
내가 하는 일이 없이 저절로 살아지고 있으니 그 나도 사실은 없습니다.
다만 때에 따라 아침과 점심과 저녁이 차려지고, 미사가 베풀어지고, 안내자와의 만남이 있지만 밥을 먹는 나도 없고, 미사에 함께하는 나도 없고, 안내자와 함께하는 나도 없습니다.
날씨가 따뜻한 봄, 여름, 가을이었으면 아름다운 들녘에 가득한 아름다운 트레일을 걸으며 또 다른 시간을 보냈겠지만, 사방이 얼어붙은 한겨울이라 밖으로 에너지를 내보낼 여력이 없어 다행입니다.^^
안으로 찾아오는 압력을 더 충분히 받으며 내가 누구인지 물으며 알아차려갑니다.

프랑스 플럼 빌리지의 체험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때마다 종이 울리면 모든 행동과 마음을 일단 정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근원으로 돌아가는 수행을 하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장치였지요.
이곳은 침묵입니다.
모든 것이 정지한 침묵으로 나에게 찾아오는 모든 것에 민감하게 응답하며 거기서 들려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기회지요.
그러면서 또 신기한 경험을 합니다.
그동안 길고 긴 밤이 지루했습니다.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고 답답했지요.
그런데 생각을 바꾸고 충분히 명상하고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시간이 멈추는 경험을 합니다.
다시 내게 이렇게 많은 시간이 있다는 것이 축복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시간이 가는 것이 아깝습니다.
시간을 아끼고 아껴서 내게 찾아온 귀한 선물로 맞이합니다.
순간 벅차고 밤이 긴 것이 고맙고 홀로 있음이 복된 것, 실로 얼마 만에 찾아온 은혜인지 모르겠습니다.
TV와 전화기와 인터넷이 없는 공간과 시간의 압력 안에서 그동안 얼마나 의미 없이 시간을 흘러 보냈는지 알게 됩니다.
내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넘칩니다.

⚆눅15:11~32으로 드리는 나의 기도

아주 궁핍하게 되고 굶어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절망과 고통 앞에서 돌아갈 곳은 아버지의 집입니다.
이제 나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본향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나는 15년이나 고향에서 떠나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온 모든 것을 교회를 위해, 학교를 위해, 공동체를 위해, 양로원을 위해 다 쓰고 최선을 다해 남는 것이 없이 살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고국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내가 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서 뭐라고 말하지?”
나는 고국을 위해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만 캐나다에서 세월을 보내고 내 재능과 소질을 다 써버렸지요.
가서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의 아들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습니다. 나를 당신 집의 하인 중에 하나처럼 봐주세요.”라고 할까요?
그러나 아직도 먼 거리에서 그들은 나를 보고 연민에 가득해 달려와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어줍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현존, 나를 기다리시는 아버지, 그 사랑 안에 나를 맡깁니다.
어느 것도 내 것이 아닌 것이 없고 내 것인 것이 없습니다.

⚆요1:35~39으로 드리는 나의 기도

“무엇을 찾고 있느냐?”, 그가 내게 묻습니다.
내가 찾고 있는 그것은 예수가 일으키는 기적도, 성공도, 재물도, 명예도, 권력도 아닙니다.
내가 찾는 것은 그 무엇이 아니라 그 분입니다.
그 분이 계신 곳, 그와 함께 있는 그 현존, 그 자리입니다.
그가 말합니다. “와서 보라.”
나는 그렇게 그와 함께 있습니다.
그것이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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