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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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7/8/11(금)
IMG_2616.JPG (274KB, DN:10)
20170606(#산티아고 36일) 길이 이끄는대로  
● 20170606(#산티아고 36일) 아르추아 - 오 뻬드로우초 : 길이 이끄는대로



밤새 아르추아에 내리던 비가 아침이 되어 그칩니다.
한결이를 깨우고 어제 장을 보아 준비해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새 길을 출발하지요.
오늘도 하루를 걷습니다.
지난 순례길에 폭우 속을 걷던 그 길이 밝은 햇살 아래 하나 하나 드러나고 상기된 얼굴 표정과 몸짓의 순례자들이 함께 걷습니다.
오늘 30여Km를 걸어 산티아고로 들어갈 이들입니다.
한결이와 나는 역시 길을 아껴 두 번에 나누어 천천히 가기로 합니다.
한결이는 길에 서서 말 수가 줄고 걸음이 느려집니다.
또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 살피지만 그런 건 아닌듯 하네요.
함께 쉴 때 자기는 천천히 걷는다고 걷는데 벌써 여기까지 왔느냐고 합니다.
천천히 길을 즐기며 걷습니다.

그렇게 걸어 1시 전에 도착한 뻬드로우초의 알베르게에서 점심도 먹지 않겠다고 하고 저녁도 아침에 도시락으로 싼 샌드위치로 대신하겠다고 합니다.
무슨 생각이고 느낌일지 나도 궁금하지만 그렇게 그대로 인정해 주기로 하지요.
오늘도 오는 내내 콜라 한 잔 마시지 않았습니다.
길에서 들르던 바마다 콜라를 시키던 한결이가요.
산티아고에 이르러가는 느낌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줍니다.
덕분에 나도 절식을 하겠습니다.^^
그간 한결이 덕에 잘 쉬고 잘 먹어 지난번 순례길과 다르게 살도 빠지지 않은 듯합니다.
이건 기대와는 다르네요.ㅎ

나는 길에서 내 사랑 라헬을 만나면 또 나를 속이고 이용하는 라반도 만납니다.
라헬을 만났다고 거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입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합니다.
이제부터입니다.
야곱은 라헬만을 위해 여기까지 왔지만 또 지나가야할 길이 있기에 그가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삶을 더하여 살아 갈 수 있었습니다.
성탄이 그렇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라헬을 얻기 위해서는 라반을 지나야 하는 거지요.

라헬을 사랑해 7년을 며칠같이 일을 한 야곱이 혼인식 첫날밤을 보내고 눈을 떠보니 라헬이 아니고 레아입니다.
내 사랑 라헬을 찾아가는 길이 그렇습니다.
아내를 위해 다해서 살았는데 눈을 떠보니 내 아내가 아니고, 아들을 위해 다해서 살았는데 눈을 떠보니 내 아들이 아니고, 내 내 일이 아니지요.
그리고 남아 있는 것은 라헬을 사랑했던 그 사랑뿐입니다.
그래서 또 그 모두가 내 눈을 뜨게 해주고 내가 사랑할 수 있게 해준 통로입니다.
그것이면 족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다 선물이지요.
삶은 그렇게 되도록 잘되어 있습니다.
내가 사랑한 라헬은 없고 칠년을 며칠같이 여기며 사랑한 나만이 있습니다.
라헬도 레아도 다 내가 되어가는 과정의 선물이고 은혜입니다.
산티아고가 그렇습니다.
산티아고를 향해 가지만 눈을 떠보면 산티아고가 아닐 겁니다.
하루를 걸어 여기까지 이른 걸음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걸음을 통해 만난 그 모든 것, 그 모든 것의 모든 것이 순례길입니다.

내 사랑 라헬을 찾아가는 오늘 내게 있는 사랑이 소중합니다.
내가 사랑을 할 수 있게 해준 내 사랑 라헬, 그대가 참 고맙습니다.
내가 사랑을 할 수 있다니요!
길이 나를 인도합니다.
나는 이미 되어 있는 그 길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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