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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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7/8/6(일)
20170601_101119.jpg (169KB, DN:12)
20170601(#산티아고 31일) 태산을 넘어  
● 20170601(#산티아고 31일) 베가 데 발카르스 - 비두에도 : 태산을 넘어



어느새 유월의 첫날입니다.
이제 날짜와 요일이 가는 걸 모르겠습니다.
아니 관심이 없어지는 거지요.
어제 쉬었던 '베가 데 발카르스'가 산에 오르기 직전 마을인줄 알았는데 아침에 다시 걸어보니 마을을 서너 곳을 더 지나서야 산으로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을들마다 알베르게가 잘 되어 있어 산을 오르기 전에 잠시 멈추어 쉬는데 도움을 줍니다.
지난 겨울 순례길에는 노숙을 하고 날이 밝기도 전에 마을들을 지나 아침에 걷는 걸음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지요.

산위의 마을 '오 세브레이로'는 날씨가 험하기로 이름이 났는데 요 며칠 청명합니다.
우기인 겨울에는 큰비가 자주 오는 곳이지요.
산을 넘으면 해양성 기후인 갈리시아 지방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오 세브레이로'에 얽힌 전설도 날씨와 연관이 있답니다.
어느 비바람이 몹시 불어치는 날 산 위의 성당의 사제는 이런 날 누가 미사를 오겠냐고 마음 놓고 있었는데 농부 한명이 그 폭풍을 뚫고 미사를 위해 올라왔답니다.
그래서 그 농부 한명을 위해 미사를 집전하고 성만찬을 하는데 포도주가 진짜 피로 변했다고 하지요.
그 농부의 신심에 하늘이 감동한 것이지요.
이 기적의 소식이 알려지자 사람들이 그 성배를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자 했지만 꼼짝을 하지 않았고 그 후 오 세브레이로 성당에 보관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오 세브레이로에는 늘 관광지처럼 순례자 말고도 사람들로 붐빕니다.

정말 걷기 좋은 하루였습니다.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해 오후 4시 30분이 다 되어 숙소에 도착했으니 오늘은 10시간을 길 위에 있었네요.
산을 내려오며 한결이가 하는 말이 첫날 피레네에서 고생을 하고는 다시는 산을 오르지 않겠다고 한 것을 기억하냐고 하네요.
한 달 전 이야기입니다.ㅋ
오는 도중에 이리 저리 아프면서도 꼭 오 세브레이로에는 가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했는데 이제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습니다.
나름 피레네의 실패를 만회하고 싶었던 거죠.
아주 훌륭하게 만회를 했네요.
한결이가 테산을 넘어 산을 다시 만났습니다.
7Km정도를 더 가면 있는 큰 마을까지 더 걷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오늘 충분한 걸음을 걸었지요.

오 세브레이로를 지나면서 드디어 연해안 지역인 갈리시아 지방, 레스토랑 마다 문어를 비롯한 해물 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하니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ㅎ
순례길이지 먹자 길이 아닌데 말이죠.
사흘 연속 알베르게 주방에서 밥을 해먹었으니 오늘은 레스토랑 메뉴로 디너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숙소에 주방이 없으니 어쩔 수 없기도 하지요.^^
문어를 먹고 싶은데 한결이가 해물을 싫어하고 메뉴가 입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브라함은 말년에 만사가 형통했다고 합니다.
진짜 그랬을까 한결이에게 묻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나이가 들수록 가족도 많아지고 관계하는 일도 많아지는데 그것이 마음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아브라함의 모든 일이 잘 되었다는 것은 그의 믿음의 성숙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믿음의 눈으로 보면 역경도 고통뿐이질 않지요.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순경입니다.
그러니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만사가 형통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눈을 뜨는 것입니다.

그 아브라함에게도 마지막이 찾아옵니다.
아브라함은 모든 것을 이삭에게 남겨주고 자기 길을 떠나지요.
그리고 아브라함이 죽자 이삭이 등장합니다.
아브라함이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는데 새로운 시작의 길이 열리게 되는 것입니다.
온유한 사람, 이삭은 그렇게 등장합니다.
사실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창세기의 장수로 14장 이상 나오는데 이삭의 이야기는 두세장에 불과하지요.
그 까닭이 무엇일까 물어 봅니다.
이삭이 흉년을 만나 애굽으로 가려고 할 때도 하나님은 막으셨습니다.
아브라함은 내버려 두셨으면서 말이지요.
다름이 있습니다.
온유한 사람 이삭은 평탄한 생을 살게 되니 아브라함이나 야곱처럼 많은 이야기가 없는 거지요.
하지만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습니다.
다 각자가 충분한 삶을 사는 거지요.

오늘 우리 순례길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 자기 걸음을 걷고 그런 눈을 떠가고 있습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고 자신의 태산을 넘는 경험을 통해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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