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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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7/7/29(토)
20170526_123759.jpg (121KB, DN:8)
20170526(#산티아고 25일) 마음의 날씨  
● 20170526(#산티아고 25일) 빌라당고스 델 파라모 - 산티바네츠 데 발데이그레시아스 : 마음의 날씨



어제 저녁시간이 되니 그 맑던 하늘에 비바람과 함께 먹구름이 몰려오고 천둥번개가 내립니다.
까마귀들이 울고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니네요.
공포영화의 한 장면입니다.ㅎ
한낮의 기온이 40도를 육박하니 오후가 되면 폭풍전야 같습니다.
비소리 듣는 알베르게의 초저녁이 참 좋습니다.
예배당처럼 지븡이 높은 큰 홀에 2층 침대가 20여개 나란히, 이곳 알베르게는 레온에서 거리가 어중간한 곳이라 아직 붐비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점심과 저녁을 잘 해먹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별이 총총, 4시가 조금 지나 일어나 잠이 오지 않습니다.
9시가 못되어 잠들었으니까요.
이렇게도 삽니다.
먹고 자고 걷고...^^
그런데 눈꺼풀이 3개나 지었다고 투덜되는 한결이를 깨워 어제 준비한 바케트빵과 살로미(양념이 된 햄같은 돼지고기)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하려고 하니 또 먹구름이 몰려 오고 비바람이 부네요.
어떻게 할까 잠시 주저하다가 출발, 종일 비를 맞았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준비를 철저히 해서 신발에 물이 들어가지도 않고 상큼하게 잘 걸었습니다.
헌결이는 멋진 장면이 많았는데 사진을 못 찍었다고 안타까워합니다.
그래도 나는 스마트폰이 방수기능이 있는 갤럭시 S7 엣지라 몇장면을 찍을 수 있었답니다.^^

오늘도 한동안 도로의 소음과 함께 길을 걸었습니다.
비가 오고 진탕길을 걸으려니 큰 트럭이 지나갈 때면 절로 몸을 움추립니다.
그러다가 꺾어지는 길을 따라 마술처럼 나타나는 '오르비고 다리'가 있는 마을이 나타나 마주합니다.
지난 순례길에도 우중에 이 길을 걸었고 이번에도 그렇네요.
파란 하늘 아래 잘 보존된 중세의 다리를 보지 못해 아쉽습니다.
"사랑의 도전, 명예의 통로"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다리지요.
평민 아가씨를 사랑했던 귀족 청년이 자신의 사랑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전 유럽에서 찾아온 기사들과 일주일간 목숨을 건 결투를 벌입니다.
300명을 상대하고 승리한 이 청년은 결투에서 진 무사들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게 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 오비고스 다리와 마을을 지나 1시가 다 되어 20Km쯤 걷고 욕심을 내지 않고 알베르게를 찾았습니다.
다음 대도시인 아스트로가를 가려면 12Km정도를 더 걸어야하고 비도 오고요.
한결이는 더 걷고 싶은 욕심이 나는 모양입니다.
딱 이럴 때 쉬고 컨디션을 조절해야 오래 가지요.
샤워를 하고 한결이 상처를 보니 많이 아물어 갑니다.
다행이지요.
고맙습니다.

롯이 사는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 소식을 듣고 아브라함은 주님 앞에 서 있었습니다.
주님이 아브라함 앞에 서 계셨다고도 하지요.
아브라함은 주님께 기도를 합니다.
의인 50명이 있으면 그래도 소돔과 고모라를 심판하시겠냐구요.
하나님은 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기도를 하고 보니 뭔가 부족해 45명, 40명... 점점 줄여보다가 의인 10명에 아브라함의 기도는 멈춥니다.
왜일까 왜 1명까지 가지 않았을까 의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그것이 기도입니다.
기도는 내 뜻을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 중에 들어가면 하나님의 뜻에 내 뜻이 맞추어지고 "예"하게 되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겟세마네에서 드리던 기도도 그러합니다.
이 잔을 내게서 옮겨달라고 기도하시다 아버지의 뜻이라면 "예'하겠다 하십니다.
기도가 그렇습니다.
오늘 고난의 길을 걷고, 삶이라는 자리에서도 우리가 배우는 것이 그것입니다.

내 뜻과는 다르게 빗속을 걸으며 한결이에게 마음의 날씨를 묻습니다.
사람이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은 여섯 방향입니다.
전후좌우, 위, 아래지요.
그런데 한 가지 방향이 더 있습니다.
그것은 마음입니다.
내 마음으로 방향을 잡아보면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걸으면서 내내 웃는 한결이를 봅니다.
비가 와 옆에서 말을 하기도 어렵고 또 한결이는 이어폰으로 무언가를 듣고 있어서 말을 걸 수도 없습니다.
들리는 길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이어폰을 듣는 것이 아쉽지만 내버려 두어야지요.
음악을 듣는지 팟 캐스트를 듣는지 모르지만 얼굴에 돋는 미소에 마음이 놓입니다.

그래서 말해주지요.
예수 믿고 영성 생활을 잘하는 증거는 다른 게 아니라 지금 내 마음의 날씨라고 말입니다.
내가 기쁘고 감사하고 행복하면 그것이 그 증거입니다.
역경과 고난이라고 보이는 순간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라고 합니다.
무엇을 하든지 주의 일을 하듯이 누구를 만나도 하나님을 만나듯이 하는 거지요.
아브라함도 손님을 신나게 맞이해 하나님을 영접합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날 양과 염소의 비유도 그렇습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그에게 한 것이 주님께 한 것입니다.
주님이 보시는 것은 그것, 하나입니다.

주방이 없는 알베르게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디너를 기다리며 여기까지 이야기하니 한결이가 끼어듭니다.
재주 있는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 못 당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 못 따라간다는 공자님 말씀이나 성경 이야기는 어려서부터 수 백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구요.
꼭 공부하는 느낌이랍니다.
그래서 나도 일단정지하고 열심히 저녁식사를 하는 일에 열중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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