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7/7/26(수)
20170524_121553.jpg (147KB, DN:11)
20170524(#산티아고 23일) We still have a time.  
● 20170524(#산티아고 23일) 레온 : We still have a time.



밤 열시도 아직 하늘이 환한 레온입니다.
한결이 역시 거대한 레온 성당이나 건물들을 보는 것보다는 길에 서고 싶어 해 시내 투어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상처는 많이 아물었지만 그래도 하루 더 쉬기로 하고 호스텔에서 늦은 브런치를 하고 가까운 수녀원 알베르게를 찾았습니다.
10유로로 싼 가격은 아니지만 4인실로 조용해 쉬기가 좋고 침대 커버와 빨래를 무료로 해줍니다.
보통 알베르게는 침대커버가 2유로, 세탁기 사용이 3유로, 건조기 사용이 4~6유로 하는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주방이 없어 밥을 해먹지 못하지만 쉬기는 아주 좋으네요.
여기서 또 하루 충분히 쉬고 내일부터는 해뜨기 전에 출발해 정오 전에 멈추면서 한결이 컨디션을 보기로 합니다.
만 이틀 쉬는데도 길 위에 서 있던 기억이 아주 오래된 듯해요.
아니 쉼도 순례길입니다.ㅎ

어제 낮잠까지 잤는데도 밤에 잠이 오다니요.^^
그래도 난 7시가 못되어 일어나 숙비에 포함된 아침식사를 하고 샤워까지 했는데 한결이는 한밤중입니다.
그래서 한결이 스마트폰에 있는 영화를 한편 보았습니다.
X맨 시리즈 마지막편인 'ROGAN'이었습니다.
한결이가 극찬하던 영화지요.
정말 그냥 액션이 아니라 참 많은 메시지가 담긴 좋은 영화였습니다.
잠든 아들 옆에서 보기에 더 뭉클한 영화였답니다.
강추합니다.
기억에 남는 장면과 대사를 떠올리자면 "We still have a time."이네요.
그렇지요.
삶이 그리 조급하지 않습니다.
행복과 여유와 쉼과 진실을 찾아가는 길에 아직 우리는 시간이 있습니다.
누려야지요.
충분히...
그리고 "This is the perfect night."입니다.
우리가 꿈꾸던 시간, 모두가 얻기를 원하는 그 시간입니다.
영화의 여운이 깁니다.

한낮의 햇살을 피해 멋진 수녀원 성당에 앉아 있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하네요.
공원의 장미도 만나고 33도의 오후에 나무 그늘에도 누워 봅니다.
일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여유죠.ㅎ
쫒겨난 하갈에게 주셨던 하나님의 물음을 오늘 다시 묻습니다.
"사라의 종 하갈아, 네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하셨지요.
지금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느냐는 물음과 같습니다.
하갈이 사막 한가운데서 절망하고 죽음의 기로에 서 있었던 것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사라의 종인데 종으로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지요.
하나님은 그에게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순종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종으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역할을 하라는 말씀입니다.
다시 돌아간 하갈의 자리는 이전과 달라졌을 리 없습니다.
여전히 사라의 학대가 있었겠지만 이제 예전의 하갈이 아니지요.
'주권회복', 자발성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니 한결이가 그럽니다.
자기는 자기라구요.ㅎ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도 예전의 내가 아닐 것이라는 메시지였는데 자기는 누가 뭐라고 해도 자기로 살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 기개가 가상합니다.
그렇게 살면 되지요.
아직 삶에 찌들지 않은 젊음이 좋습니다.^^
오후 7시인데도 수은주가 38도를 오르내리고 그늘도 시원하지 않네요.
이제 내일부터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돌아가 사라의 종으로 삽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나의 길을 갑니다.

  이름   메일   회원권한임
  내용 입력창 크게
                    답변/관련 쓰기 폼메일 발송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