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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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7/7/24(월)
20170522_100557.jpg (106KB, DN:11)
20170522(#산티아고 21일) 상처입은 치유자  
● 20170522(#산티아고 21일) 레디고스 - 사하군 : 상처입은 치유자



한결이의 상처가 혹시 침낭이 문제인가 해서 어제는 침낭을 바꾸어 자보기로 합니다.
그랬더니 벌레 물린 게 얼마나 불편한데 안된다고 하네요.
그래도 했습니다.ㅋ
밤에 의사 분들이 함께 있는 서울대 SFC 단톡방에 사진과 조언을 부탁하는 글을 올렸더니 친구들이 피부과 전문의에게까지 문의해서 처방을 알려주었습니다.
접촉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인 봉와직염이 의심된다구요.
수포는 터뜨리고 항생제를 먹고 연고를 도포하면서 냉찜질을 하라고 합니다.
다행히 먹고 있는 항생제가 처방과 같은 종류이고 연고도 있어 도움이 됩니다.
오늘 아침에 택시를 타고 15Km 떨어진 다음 큰 도시인 사하군으로 이동할까 했는데 한결이가 걸어보자고 해 3Km 다음 마을까지 걸어보았습니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택시를 부를 요량이었습니다.

느즉히 출발했더니 순례자들이 한바탕 지나갔는지 한산한 아침 길이었습니다.
날씨도 좋구요.
물론 너무 날이 좋아 햇살이 퍼지니 더워집니다.
12시가 넘으면 햇살 아래서는 걸을 수 없을 듯합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새벽 4시부터 걸어 낮 12시에는 숙소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처음 걸음을 시작할 때 한결이에게 말을 걸어 보았더니 '아침은 내 시간이야 말하지 마."라고 하네요.
그래서 깨깽했습니다.ㅋ
그렇지요.
자기만의 걸음이 필요하지요.
첫 마을을 지나자 한결 한결이 컨디션이 좋아집니다.
말도 많이 하구요.
오늘 15Km를 걷는 내내 난 이야기도 못하고 한결이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내가 창세기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한결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와 영화 이야기들을 하면서 거기서 얻은 교훈을 그럴듯이 전해주어 아름다운 길을 뿌듯이 걸었습니다.
내가 한결이와 이리 쉽게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기적 중에 기적입니다.
산티아고 성인이 베푸시는 기적이지요.ㅎ

어느새 사하군에 도착해 알베르게를 잡고 친구들이 처방해 준대로 수포를 소독한 바늘로 째고 밴드를 약국에서 구해 치료했습니다.
한결이가 봉화직염을 검색해 보더니 빨리 수포를 빼고 많이 쉬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일은 더 걷지 않고 3일을 점프해 레온으로 기차를 타고 가서 병원에도 가고 쉬어보기로 합니다.
걱정이 되어 토론토로 돌아갈까 했더니 그건 싫답니다.
한 수 더 떠서 순례길을 걷는데 60Km를 빼고 걷는 것이 속상하다구요.
그러면서도 하는 말이 산티아고 순례길이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어 왔는데 자기는 얻을 것을 다 얻은 것 같다고 합니다.
자기 검을 찾았다는 거지요.
내 길은 끝난 것 같답니다.
그래서 힘든 것 같다고요.
안 아픈 데가 아프고 길이 막히고 그런 것을 보니 말입니다.
충분히 얻었다고 하니 나는 너의 길을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삶은 예상할 수 없는 길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ㅎ

또 한결이가 그럽니다.
자기는 사람을 좋아하지만 사람을 믿지 않는다고요.
사람들이 하는 말은 믿을 수 있지만 선택은 믿지 않는답니다.
모든 것이 다 자기 선택이라는 거지요.
함께 온 산티아고 순례길도 아버지가 좋다고 해서 온 게 아니랍니다.
아버지가 아무리 해물이 맛있다고 해도 자기는 싫어 하듯이요.
참 기특한 속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아들이 영글어 있습니다.

사하군 알베르게에서 쉬고 치료도 하고 나니 내일 레온으로 기차 타고 가기는 하는데 병원은 가지 말잡니다.
며칠 쉬면 될 것 같다구요.
물론 이제 집에 가자고 해도 안 간답니다.
끝까지 가보고 싶은 거지요.
어떻게 온 길인데요.
의사가 되고 싶지만 병원을 싫어하는 한결군입니다.
사실 나도 병원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지난 순례길에 발이 그렇게 망가져도 병원을 가지 않고 항생제를 먹으며 버티었지요.
그래도 한결이가 아프니 여행자 보험에도 들어 놓아 병원 응급실에라도 가야지 했지만 내가 아팠으면 가려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차도를 보면서 악화되지 않으면 조심조심 걸어보려고 합니다.

치료하면서 한결이가 또 하는 말은 다른 사람들은 멀쩡한데 왜 나만 아프냐 합니다.
유전이라구요.
그래서 난 이리도 단단하다고 하니 엄마 말을 합니다.
참 조심스러워 난 생각도 하지 않는데 한결이는 엄마가 아팠던 것이 자기에게도 영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입니다.ㅠ
아픈 한결이의 순례길, '상처입은 치유자'라고 하지요.
아파 보았으니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하나님이 한결이를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순례길에 이런 시련을 더하셔서 크게 하실까 여깁니다.
길은 얼마를 걸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를 경험했느냐입니다.
한결이 말대로 이제 충분히 그의 길을 걸어 또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떠나보면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행은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이제 내일은 스페인 와서 기차도 타보고 레온 주의 수도, 대도시 레온을 충분히 경험하겠습니다.^^
지난 순례길은 걷느라 스쳐지나갔던 레온이지요.
저녁이 되니 바람이 불고 선선해집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하루입니다.
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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