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7/7/15(토) IMG_2519.JPG (181KB, DN:56) | |
 20170514(#산티아고 13일) 그래도 끝까지 가야지  사연이 많은 벨로라도에서 또 잘 쉬었습니다. 동네의 규모도 적당하고 서비스 시설도 많은 예쁜 마을입니다. 하루 머물며 쉬기 좋은 곳이지요. 우선 공립 알베르게를 들렀다가 시간이 일러 혹시나 다른 알베르게 상황이 어떨까 둘러보았습니다. 마을 입구 성당 알베르게는 도네이션으로 운영이 되고 주방 시설도 좋은데 일치감치 마감이 되었네요 더 안쪽으로 들어가 중앙 광장 가기 전에 사립 알베르게를 확인해 보니 6유로에 순례자 메뉴가 11유로입니다. 주방이 없는 것이 흠이지만 시설도 좋고 가격도 착해 거기서 묵었습니다. 저녁 식사도 만족스러웠고 메인 광장과 인포메이션 센터가 가까와 낮이 긴 스페인의 하루를 보내기 나쁘지 않습니다. 낮이 길고 날씨가 좋아 광장을 몇 번이나 들락거렸는지 모릅니다. 나는 디너에 나온 와인이 과해 일찍 잠이 들었는데 한결이는 늦게까지 글을 쓴 모양입니다. 일찍 깨웠더니 30분만 더 자자구요.ㅎ 그래서 7시에 깨워 바로 준비하고 출발했습니다. 마을들이 몇Km 사이에 연결되어 있을 때는 좀 걸은 후 아침을 먹는 것이 나을 성싶습니다. 나는 미숫가루로 아침 식사를 하고 한결이는 하몽 샌드위치에 콜라로 했습니다. 오늘 길도 25Km, 발 상태가 좋지 않은 한결이에게는 쉽지 않은 코스입니다. 일치감치 13Km를 걷고 쉬었어야 했는데 욕심을 내어 마지막 12Km의 산길을 도전하다가 20Km가 지나자 한결이가 한걸음도 움직이기를 힘들어 합니다. 내가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길이 없네요.ㅠ 쉬었다 갔어야 헀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가야지 하는 말이 기특해 움직인 것이 문제였습니다. 사실 오면서도 쉬었다 갈까 해도 바로 저기가 마을인데 멈추면 얼마니 약이 오르냐고 고집을 부리는 한결이의 오기를 봅니다. 대견하기도 하고 안되었기도 하고... 그래서 남은 길이 이쁘다고 했더니 피레네도 이뻤는데 힘들면 아무 것도 없다고 또 어긋장을 놓습니다.ㅋ 그러더니 역시나 그 아름다운 떡갈나무 숲과 소나무 숲, 밀밭이 어우러진 길을 지나면서도 신음만 내뱉습니다. 더 들을 수 없어 짐을 내게 맡겨보라니 성질을 내게 다 냅니다. 힘든데 자꾸 옆에 있으면 더 힘드니 아빠가 먼저 가는 것이 자기 마음이라도 편하게 하는 거랍니다.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네요. 뭘 얼마나 경험하려고 이 고생인가 하는 생각에 딱 부딪힙니다. 그러나 그 길은 한결이의 것이라 생각을 고쳐먹고 난 내 걸음을 걸어 뒤도 안돌아보고 알베르게까지 와 버렸습니다. 그러니 길을 다 마치고 내게 와 아까 소리 질러 미안하다고, 근데 발은 시리고 머리는 뜨거워 헛소리를 했다고 찬찬히 말합니다. 그래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제 없네요. 스스로 길을 가야지요. 내일부터는 일정을 20Km 이하로 천천히 움직여야겠습니다. 다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아름다운 길을 즐겨야지요. 순례길의 목적이 산티아고를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기를 만나는 것이니 말입니다. 길의 끝이 어디일까 그 물음 안에 있습니다. 길은 내 발끝에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아침 컨디션이 좋을 때 물음을 던져 놓습니다. 창세기에 노아 홍수 이야기에 이어 바벨탑 이야기가 있는 이유가 뭘까 물었지요. 사람들이 길을 가다가 멈추고 탑을 쌓습니다. 그것이 애굽의 노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이지요. 그들이 멈추어 탑을 쌓아 하늘에 닿게 하고 자기들의 이름을 날리고 흩어짐을 면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내려와 보시고는 사람들이 하고자 하면 못할 일이 없으니 말을 뒤섞어 흩어버리자고 하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근대 계몽주의의 획일성과 포스트 모던의 다양성의 담론까지 어우러진 큰 사건이지요. 거기까지 말하니 한결이는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다할 수 있는데 자기는 사람이 아니든지 하나님이 잘못되었답니다. 아무리 마음먹어도 30Km 40Km는 걸을 수 없다구요.ㅋ 두고 보지요. 오늘은 여기까지, 꽉찬 하루입니다. 와이파이 사정이 좋지 않아 글이 올라가지 않을성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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