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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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09(#산티아고 8일) 고독의 길  한결이와 같이 걷는 까미노에서 해 뜨는 것을 보다니요. 전망이 좋았던 언덕 위의 알베르게의 아침 풍경도 기가 막혔습니다. 푸짐했던 저녁 식사 후 아침 식사 없이 7시에 알베르게를 나서 떠오르는 아침햇살과 함께 길을 시작했습니다. 아침의 향이 있습니다. 이 아침의 향을 한결이가 맡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냥 보여주고 들려줄 뿐, 한결이의 것이라면 한결이가 받아 안겠지요. 길을 가다 샘터를 만나 잠시 쉬며 미숫가루로 아침 공복을 달랩니다. 오늘 오전은 로스 아르코스까지 마을을 만날 수 없는 들길을 오롯이 걸어야 합니다. 한번 시작한 길을 끝내야 하지요. 아침 한결이의 컨디션은 나보다 좋습니다. 무거운 짐을 내가 다 졌으니 조금은 가볍기도 할 거예요.ㅎ 이렇게 걷다가 오늘은 함께 길 위에서 해지는 것도 볼 수 있으려나 했답니다. 그런데 아뿔싸, 로스 아르코스까지 고독의 길 12Km를 잘 걷고는 한결이가 주저앉습니다. 못 걷겠다구요. 7Km를 더 걷고 오늘 바이아나까지 10Km를 남겨두고 2시도 전에 다시 멈춥니다. 여름 까미노가 그런 것같습니다. 겨울 까미노는 해 뜨기 전부터 해질 때까지 홀로 충분히 걷는 순례길이라면 여름 까미노는 축제와 같은 흥겨움과 쉼이 있습니다. 낮에는 더워서 잘 걷지 못하거든요 새벽에 길을 떠나 오전에 충분히 걷고 일찍 쉬는 거지요. 오늘은 밀린 빨래도 하고 쉬기로 합니다. 다행히 일찍 도착한 알베르게의 시설이 좋아 샤워도 일찍 마치고 나흘 밀린 빨래까지 다 마쳤습니다. 빨래를 하고 나서의 개운함이 있지요. 이제 며칠은 걱정이 없습니다.ㅎ 다만 오늘도 알베르게에 주방이 없어 순례자 메뉴를 먹어야 하네요. 밥이 그립습니다. 한결이는 신났을지 모르지만요.^^ 어제의 알베르게 같은 경우는 만들어주는 디너가 황홀햇습니다. 시골 알베르게에 자원봉사자가 만드는 식사라 집 밥 같고 값도 싸고 풍족하지요. 더 달라면 더 주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시설이 좋은 알베르게의 식사는 식당 밥이라고 보면 됩니다. 오늘은 어떨지 두고 봐야지만요 삶은 예상치 않은 선물로 가득하니 말이지요. 한결이와 오며 오늘은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시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셨는데 한 가지 보시기에 좋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그게 뭔지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담이 홀로 있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하나님이 여자를 만듭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담이 남자가 아니었지요. 여자가 생겨서 남자가 된 것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하나님이 아담의 짝을 지어주셨습니다. '불쌍'한 것은 쌍이 없는 거라지요. 또 쌍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서로 상대이니 말입니다. 남자인 것은 여자가 있기 때문이고 기쁨인 것은 슬픔이 있기에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지요. 하나님은 아담을 잠들게 하고 그 살을 찢고 뼈를 꺾어 하와를 만듭니다. 짝을 만나는 과정이 그렇습니다. 잠은 죽음이라지요. 살을 찢는 아픔을 지나야 합니다. 그래서 내 짝입니다. 순례길은 그렇게 내 짝을 찾아 진짜 나를 만나는 길입니다. 내가 잠들지 않고는 내 뼈가 꺾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무엇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다 좋음입니다. 하나 더,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세계는 내가 보기에 좋은 세계를 살라는 말씀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처럼 사는 길이지요. 남이 좋은 세계나 남의 말을 듣는 길이 아닌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셨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이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요. 우연은 없다는 것이 영적인 세계의 일 원칙입니다. 무슨 일이든 일어난 그 일의 이유를 찾아가는 것이 영적인 순례의 길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이 문제의 좋은 점은 무엇인지를 찾는 것입니다. 생각 바꾸기지요. 그런 사람이 출애굽의 길을 걷습니다. 그런 사람이 들어갈 길이 가나안입니다. 한결이가 잘 걷다가 힘들어 죽겠다고 주저앉으면서도 씩 웃는데 내가 미칩니다. 길을 멈추고 숙소를 잡아 두 시간 와이파이 되는 침대에 누워 있더니 이제 또 걸을 수 있겠답니다. 아직 해가 중천인데요.ㅎ 덕분에 나도 잘 쉽니다. 이제 밖에 나가 홀로 명상에 잠겨 보아야겠습니다. 이런 선물을 내가 누리는 길입니다. 알베르게를 나와 홀로 한적한 곳을 찾습니다. 나무 그늘에 앉으니 바람이 좋고 들리는 소리가 나를 신나게 합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명상에 들었다가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보니 천국입니다. 하루를 마치며 홀로 있어보는 이런 여유와 쉼이 나를 살립니다. 같이 걸을 때는 충분히 들어주고 또 떨어져 홀로 나를 살핍니다. 사랑입니다. 오늘 걷기에 좋은 날씨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순례자의 길을 돌보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정권교체의 소식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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