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산의 길 위에 보이는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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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6/6/26(일)
IMG_9230.JPG (115KB, DN:41)
쿠바4일 ; 20160616 산타클라라, 체 게바라  


● 쿠바4일 ; 20160616 산타클라라, 체 게바라

해변의 리조트에서 바다로 내리는 일몰과 지평선에서 오르는 일출은 또 다른 별미입니다.
충분히 자고 새벽에 일어나 맞이한 아침은 환상이었지요.
딱 그 순간에만 볼 수 있는 그것입니다.ㅎ
그래서 오늘도 카메라를 챙겨 홀로 해변으로 나섭니다.

산타클라라까지 바라데로에서 220여km의 길이지만 쿠바의 도로 사정을 알 수 없어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산타클라라, 체 게바라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가슴에 쿠바를 품은 이유 중의 하나, 체 게바라지요.
그 영혼의 순수함, 그리고 뜨거운 가슴으로 한 생을 불살랐던 20세기 최고의 영웅이었습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오늘에 예수와 가장 닮은 삶을 살았던 그였습니다.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천식을 앓으면서도 의사가 되고, 그러면서도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삶을 늘 고민했던 그는 보다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라틴 아메리카의 혁명의 길에 뛰어 듭니다.
쿠바의 카스트로를 만나고 게릴라로 쿠바 혁명을 완수하고도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초심을 놓치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끝까지 추구했던 삶이었습니다.
국가 지도자의 위치에 서서도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하며 삶의 의미를 나누고 또 다른 이웃 아프리카의 혁명을 위해 투신하고 쿠바의 안락한 삶을 뒤로하고 볼리비아 혁명 전선에서 끝내 죽음을 맞이합니다.
임진왜란을 극복한 이순신이 결국은 노량해전에서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삶을 그에게서 봅니다.
스스로 선택한 길, 그런 삶에는 죽음도 삶이고 삶과 죽음이 하나입니다.
그에게서 또한 노무현을 봅니다.

리조트를 벗어나 산타클라라 가는 길에서 만난 험한 도로와 시골 마을에서 쿠바의 현실을 목도했습니다.
혹자는 관광지의 풍부한 삶이 현지의 궁핍한 삶과 대별되어 실망하고 쿠바 인민의 삶이 안타깝다고 하지만 우리가 본 것은 행복에 겨운 그네들 삶의 순수와 열정이었습니다.
현실이 상대적으로 가난하다고 평가가 되고 타지인들은 그네들의 삶이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하지만, 그들의 얼굴과 그 미소에서는 어디서 얻을 수 없는 행복과 평화를 보았습니다.
삶이 그렇지요.
그 누구와 비교하고 살아가지 않고 스스로의 하루하루를 즐기고 누릴 수 있을 때, 지금 여기입니다.
그네들은 가난하지 않습니다.
쿠바 혁명 전에는 갓난아이들의 80퍼센트가 살아남지 못하는 극한 궁핍과 혹독한 착취 구조에 살았던 인민들입니다.
그들의 삶의 혁명으로 토지개혁을 이루고 스스로 주인되는 삶, 외세에 대항해 목숨을 걸고 자유를 지켜내었지만 다시 미국이라는 제국주의의 음모 속에 가난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나 그들에게는 긍지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 초심을 잃었을 때 그네들이 얼마나 비참해질까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자본의 구조와 질서 속에서 재편된 생각이고 상상입니다.
쿠바의 마을 마을을 운전하며 지나면서 그네들의 순수와 친절과 감사와 만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체 게바라 혁명박물관을 GPS 목적지로 삼아 산타클라라로 들어가 그 자리에 이릅니다.
열대의 태양 아래 거대한 광장이 소박하고 수수했지만 얼마나 그 자리가 의미있고 소중했는지, 혁명의 주인공들이 역사가 우리를 기억하리라고 했던 그 긍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체의 묘소 앞에 이르러서는 침묵하는 그의 삶의 여운을 그대로 느낍니다.
체는 CIA와 볼리비아 독재 지도자의 음모로 처형을 당하고 손목을 잘라 고향 아르헨티나를 거쳐 쿠바로 보내졌다지요.
쿠바는 체의 손목을 안장해 묘소를 만들고 30년이 지난 후 볼리비아에서 유전자 감식으로 체의 유해를 발굴해서 다시 묘소에 안장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체와 그의 동료들의 정신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가는 길 내내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시리고 삶의 원형을 돌아보며 눈시울을 적셨더랬습니다.
여름 쿠바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체의 기념탑을 맞이하는 마음이 그대로였습니다
쿠바가 그렇게 나에게로 들어오는 하루였네요.

혁명기념관 앞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점심요기를 하면서 산타클라라에서 더 볼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지도에서 한 곳을 짚어 주어 그곳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가다보니 번화한 산타클라라 시가지가 펼쳐지기 시작하고 혁명기념관은 시 외곽에 자리를 잡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GPS가 가리키는 곳을 올려다보니 산타클라라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쿠바 국기와 M726(몬타나 미군기지 습격으로 만들어진 조직)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체 게바라와 쿠바 혁명을 기념하는 탑이 있는 곳이었지요.
그런데 올라가는 길이 꼭 우리 산동네 올라가는 듯 차가 다니는 길도 좁고 쿠바 닭이 병아리를 데리고 거닐고 있었습니다.
어린시절 뛰놀던 서울 변두리 풍광 그대로였지요.
정겨웠습니다.

다시 고속도로로 나오는 길에 철길 근처에서 또 다른 기념 광장을 만났는데 산타클라라 전투의 핵심 가운데 하나였던 장갑열차 점령 기념물이었습니다.
100여명에 불과한 체의 게릴라 부대가 수천명의 정부군이 탄 장갑열차를 탈선시키고 화염병을 투척해서 모두 항복을 받아냈다고 하지요.
산타클라라 전투는 혁명의 전세를 역전시킨 전투였는데 쿠바 인민의 지지를 받은 게릴라에게 정부군은 속수무책이었다고 합니다.
아무 준비 없이 산타클라라만 보자고 떠난 길이었는데 다행히도 보고 경험할 것은 다 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ㅎ

돌아오는 길, 망가진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뛰어들어서 옥수수와 치즈와 마늘을 파는 쿠바 사람들을 봅니다.
이들에게 관광객들의 달러가 절실하겠지요.
마을로 들어서 오프라인 지도인 Maps.Me가 잠시 길을 잃었을 때 자전거를 탄 마을 사람이 뛰어와 길을 안내합니다.
참 선한 얼굴과 목소리를 가졌습니다.
물론 팁을 바라고 있음을 알기에 1달러를 쥐어주니 입이 함박입니다.
함께한 김은주 목사님은 인심이 참 후하고 마음이 여려서 어려운 사람들을 그냥 보고 지나가지 못해 리조트 안에서도 친구를 많이 두었습니다.
그렇게도 나누어 주며 여행하시는 분이 있기도 합니다.
이제 집과 같은 리조트에 들어서서 또 주어진 풍부한 먹거리와 안락한 숙소, 바라데로의 해변을 즐기면서 지는 석양과 함께 하루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삶이 무엇일까?
제대로 나는 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참 잘살았고 잘 살고 있는지 고요한 침묵 속에 나를 돌아봅니다.
체는 석양으로 지고 여명으로 나의 가슴에, 인류의 삶에 다시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는 나의 영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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