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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6/6/20(월) IMG_8202.JPG (105KB, DN:127)

20160105(#산티아고 40일 900km) 까미노는   ● 20160105(#산티아고 40일 900km) 묵시아 - 산티아고 : 까미노는 미친 길이다. 묵시아는 밤새 비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동이 트기 전까지 바람에 휘청거려 제대로 서 있지 못할 정도였지요. 아직 구름이 가득하지만 날이 밝아오자 바람이 잠잠해지고 군데군데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알베르게를 나와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 정류장 앞 레스토랑에 배낭을 맡겨두고 카메라와 우비만 들고 묵시아를 돌아보았습니다. 밀려오는 파도는 여전히 거세었지만 참 고요하고 아름다운 땅끝 마을이었어요. 이곳에서 아침을 맞이하지 않았으면 어쩔뻔했나 모르겠습니다. 묵시아에서 산티아고로 가는 버스가 새벽 6시45분과 오후 2시30분에 있는데 함께 알베르게에 묵은 다른 4명의 순례자들은 새벽차를 타고 가고 나는 묵시아를 더 보고 싶어 남았지요. 덕분에 참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감사와 기쁨과 행복이 남았습니다. 묵시아 해변과 등대를 돌아난 산책로를 따라가다 보니 묵시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묵시아 마을을 다 품는 듯한 십자가가 서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 십자가 아래 순례자들이 남긴 물건들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산티아고 성당에 둘 곳이 없어 가지고 온 세월호 기억 팔찌와 뺏지를 이곳에 두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페인 땅끝을 품은 묵시아의 십자가 아래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부터 900km를 햇빛과 비와 바람과 안개와 진흙을 맞으며 까미노를 나와 함께 걸어 온 그것을 두었지요. 내가 걸어온 그 길만큼 마음의 정성까지 내려놓습니다. 걸어온 그 만큼의 고통과 절망과 환희와 보람까지 다 담아 기도를 올립니다. 그리고 바람 불고 비오는 그 앞에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내가 받은 가장 큰 은혜는 십자가를 알고 부활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 비밀을 마주할 수 있다니요!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십자가 앞에 서 있습니다. 나에게 십자가는 가장 큰 사랑이고 다하여 사는 표상입니다.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온 그 앞에 다시 설 수 있는 시간, 까미노 900km 40일의 선물이네요. 십자가 아래 그것을 그가 하실 것이고 그래서 내가 할 것입니다. 묵시아 십자가 앞에 다시 나를 내려놓았습니다. 빗속에 닷새 걸려 걸어온 길을 화창한 햇살 아래 버스를 타고 2시간 만에 산티아고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35일 걸어 온 길을 비행기를 타고 2시간 만에 돌아가겠지요. 비를 피해 잠시 쉬었던 고마운 버스 정류장을 지납니다. 내가 걸어 온 그 길들을 버스창으로 만나며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렇게 돌아온 산티아고는 여전히 비가 오락가락 하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 서쪽 하늘은 참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알베르게를 정해 짐만 내려놓고 바로 성당으로 가 한참을 앉아 있다가 순례자를 대접하는 예의 그 호텔로 가 멋진 디너를 했습니다. 나 혼자 가니 먼저 와 있는 세 명의 순례자와 이야기를 섞을 수 있었고 각기 걸어온 까미노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가지니 같이 걷는 까미노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까미노는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걷는 길에서 나타나고 사라지는 그 모든 것이라는 이야기, 피레네를 넘고 이틀 노숙한 경험담을 들려주니 까미노의 영성과 매력에 공감하며 감동이 배가 되는 것을 느껴 행복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호텔은 예전에 성당 소속 병원으로 순례자들을 무료로 3일간 치료하며 쉬게해 주었던 곳인데 호텔이 인수하며 성당과 매일 30명의 순례자를 대접해 주기로 약속을 했다더군요. 그리고 나서 다시 보니 순례자들만의 다이닝룸이 따로 차려져 있고 명패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알고 나니 보이는 거 있죠? 그렇습니다. 까미노 900km는 미친 짓입니다. 미쳐야 갈 수 있다는 거지요. 미쳤다는 것은 Reach, 이르렀다는 것이구요. 포도가 항아리에 들어가 밀봉이 되고 압력을 받으면 변화해서 포도주가 되듯이 말입니다. 미치지 못해서 설익고 제대로 다해서 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40일을 길 위에 홀로 있는 것 자체가 그렇고 그 끝에 미쳐서 그렇습니다. 예수를 만나니 물이 변해 포도주가 됩니다. 십자가를 만나 죽을 인생이 부활합니다. 고난, 슬픔과 아픔과 역경이 있어 삶이 깊어지고 그래서 슬픔과 기쁨은 아픔과 즐거움은, 역경과 순경은 한뿌리입니다. 그렇게 이제 나는 미쳤습니다. 그러니 이제 삶의 길에서 깊은 숨을 쉬고 느리게 사뿐히 가볍게 즐기면서 기쁨과 감사로 주의깊게 다정하게 공손하게 나의 새로운 길, 까미노에 임하겠습니다. 잃어버린 나의 검을 하나하나 찾아갑니다. 그 중에 가장 설레이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수도 공동체를 이루어 이사야가 예언한 그 바람으로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떼제 공동체와 플럼 빌리지를 경험하며 받은 영감과 감동이 까미노를 통해 그렇게 이어져 가겠네요. 함께 기도하고 일하고 운동하고 그렇게 이름없이 빛도 없이 나를 찾아 살아가는 수도의 영성, 공동체의 영성, 변혁의 영성으로 정의와 평화, 일치와 화해의 기쁨을 이루어가며 사람과 사회와 역사를 살리는 그런 수도 공동체를 이루어 가고 싶습니다. 오늘 묵시아 십자가 앞에서 내게 들려온 기도입니다. 기도를 들을 때 참 행복했습니다. 이사야가 그렇게 노래했지요. 가난한 자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 상한 자를 고치고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해방을 하나님의 은혜와 복수를 선언하며 슬퍼하는 이들을 위로하여 기쁨과 즐거움을 주고 근심대신 찬송을 주어 그들이 여호와께서 심으신 의의 나무같이 그의 영광을 나타내는 것이 성령의 바람이라구요. (이사야 61:1-3) 이 길을 이천년 전부터 준비하신 산티아고 당신 덕분에, 그리고 지난 천년간 이 길을 걸어온 순례자들 덕분에 나도 이 길로 왔습니다. 이제 그 길을 이어 나의 까미노를 걷겠지요. 어쩌면 더 험하고 혹독한 길일테지만 나는 또 넉넉히 그 길의 마지막에 도달해 기쁨과 감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겁니다. 이사야와 예레미야 당신들의 길을 따르겠습니다. 산티아고 당신의 길을 따르겠습니다. 예수님 당신의 길을 따르겠습니다. 그 '나'의 길을 따르겠습니다. “이 땅에 무섭고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예언자들은 거짓된 것을 예언하며 제사장들은 그 예언자들의 지시에 따라 다스리고 내 백성들은 그것을 좋게 여기고 있으니 그 결과는 뻔한 일이다. 내 머리가 우물이 되고 내 눈이 눈물의 샘이 된다면 죽음을 당한 내 백성들을 위하여 내가 밤낮 울 수 있을 텐데! 내가 광야에 머물 곳이 있다면 내 백성을 멀리 떠날 수 있을 텐데. 그들은 다 간음하는 자들이며 반역의 무리이다."(예레미야 5:30-31, 9:1-2) 오늘 예언자는 지식인들과 언론인, 학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사장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지요. 그들이 거짓을 전하고 다스리니 그 결과는 뻔한데 백성들은 볼 수 있는 눈을 빼앗겨 그들에게 끌려다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 반역의 무리들이고 간음한 자들입니다. 이 땅에 무섭고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이 백성을 위해 통곡하고 눈물 흘리게 하소서. 내 안에 가득한 사랑 넘치게 하사 그런 울음이 멈추지 않는 천국을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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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 목		이름	첨부	작성일	조회
403	쿠바3일 : 20160615 아바나와 코히마르 해변		깊은산		2016/06/24	1839
402	쿠바2일 : 20160614 계획 없는 하루		깊은산		2016/06/23	1471
401	쿠바1일 : 20160613 캐리비안 쿠바		깊은산		2016/06/21	1154
400	20160105(#산티아고 40일 900km) 까미노는		깊은산		2016/06/20	1306
399	20160104(#산티아고 39일 +134.4km) 너의 빛!		깊은산		2016/06/12	1351
398	20160103(#산티아고 38일+105.4km) 왜 걷고 있지?		깊은산		2016/06/01	1458
397	20160102(#산티아고 37일 +95.4km) 나의 끝은?		깊은산		2016/05/26	1319
396	20160101(#산티아고 36일 +54.4km) 가라 했으면		깊은산		2016/05/24	1106
395	20151231(#산티아고 35일 +21km) 걷고 기도하기		깊은산		2016/05/18	1487
394	20151230(#산티아고 34일 0km) 없이 있음.		깊은산		2016/05/11	1367
393	20151229(#산티아고 33일 0km) 조식		깊은산		2016/05/07	1242
392	20151228(#산티아고 32일 20.11km) 조신		깊은산		2016/05/01	1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