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ld 산물넷 : 게시판 : 사진방 : 산(mountain) ● 페이스북 ● 블러그 ● 깊은물 추모 ● Art of Life Community ●

처 음 | 하루 살이 | 예가○양로원 이야기 | 묵상의 오솔길 | 편지 | 이야기 앨범 | 설 교 | SPIRIT

이야기 앨범입니다.

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6/6/1(수) 983655_1030788176962951_4183686935959834768_n.jpg (63KB, DN:52)

20160103(#산티아고 38일+105.4km) 왜 걷고 있지?   ● 20160103(#산티아고 38일 +105.4km) 피스테라 : Why are you walking? 당신은 지금 왜 걷고 있습니까? 스페인 땅끝 피스테라는 비가 오고 있습니다. 공립 알베르게는 하루 이상 묵을 수 없어 다른 알베르게를 찾아야 하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비오는 중에 걷고 있을 까미노 순례자들 화이팅! 하면서요. 그리고 삶의 길에서 우중에 있는 벗들도 이 하루 "부엔 까미노"(좋은 길)!이시길 빌어 드립니다. 까미노를 걷는 중에 많은 낙서를 만납니다. 그 중에 문득 가슴을 울렸던 낙서 가운데 하나가 "Why are you walking?(당신은 지금 왜 걷고 있습니까?)"이었지요. 어찌보면 너무 식상한 물음인데, 걷기에 한계에 이른 그 순간에 그 물음이 절절했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을 물었을 순례자의 마음이 가슴을 울렸던 거지요. 삶의 그런 순간에 진실을 만납니다. 지금 왜 걷고 있습니까? 지금 왜 살고 있습니까? 걷는 건 누구고 사는 건 누구입니까? ♡♡♡♡♡♡ 지나가는 것들(공석진)   달려 본 사람은 안다 백 리 길이 힘들어도 지나치면 그만인 것을   성공한 사람은 안다 실패가 쓰라려도 지나가면 그 때뿐임을   넉넉한 사람은 안다 비우는 것이 어려워도 결국은 채우는 것임을   사랑한 사람은 안다 이별이 많이 아파도 상처는 재회의 기별임을 ♡♡♡♡♡ 네. 길을 걸어보니 삶을 살아보니 알 수 있는 것이겠지요. 나는 지금 비오는 피스테라에 하루 더 머물러 일단 멈추고 내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비오고 바람 부는 바닷가를 찾아 백사장 바위 위에 앉아 있다가 아침도 거르고 그 앞 Bar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네요. 혹시나 오늘 오후 이 비바람이 그쳐지면 등대에 한번 더 가볼텐데 어쩌려나 모르겠습니다. 다 좋습니다. 지금은 이러해야할 순간이니 말입니다. 하비람에서 수련을 하며, 토론토에서 예가와 교회를 하며 송구영신 예배 때마다 새해 계획을 함께 세웠더랬습니다. '보물지도 그리기'라고 아내 깊은물의 전공이기도 했지요. 나는 성향상 그렇게 못했나 봅니다. 그냥 일을 일단 저지르고 보았지요. 노력이나 계획으로 내 삶이 안된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또 아내와 함께 계획을 세우고 하루와 일년을 살다보니 달라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가장 멋진 것은 내게 찾아온 선물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꿈을 꾸지 않고 바라지 않으면 주셔도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또 삶이 더 구체적이 되고 대충 대충이 아니라 간절해집니다. 그런데 혼자가 되고 보니 또 안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해 바람 가득한 스페인 땅끝 바닷가에 홀로 앉아 끼니도 거르며 다시 묻습니다. "나는 뭘하고 싶지?" 어제 등대에서 올라온 기도는 나에게 매순간 가슴 뛰는 삶을 선물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선물로 찾아온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싶다는 것과 장남 노릇 못하고 있는데 연세 들어가시는 부모님이 시리게 떠올랐지요. 또 세월호 참사와 그 가족들, 또 다시 모욕을 당하시는 종군 ‘위안부’ 어르신들, 이 모든 일의 근원인 고국의 민주화와 갈라진 남과 북의 통일이었습니다. 다시 헛되게 살지 않기로 다짐합니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 나를 찾아 떠나는 순례길이지요. 진짜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가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받고 있는 사랑이 얼마나 큰가, 그렇게 홀로 서보고 또 이제 함께일 것입니다. 나는 나 아닌 적이 없는데 그렇게 살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내 까미노의 세번째 만남은 늦깍기 대학생이 되어 대학생활을 더 마음껏 누리기 위해 휴학하고 국토대장정을 하고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그녀였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직장 생활을 해보아 매일 출근해야 하고 휴가도 제대로 갖지 못하는 쳇바퀴 생활을 하다가 대학생이 되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니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겁니다. 취직에 매이고 스펙을 쌓느라 여념이 없이 대학 생활을 마치기 싫은 거지요.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그 일을 합니다. 대학은 '큰 배움'이지요. 대학을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광조 선생은 성균관에 들어가 소학으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대학에 들어와 보니 대학을 하러 온 사람들이 소학도 되어 있지 않음을 통탄한 것이지요. 쓸고 닦고 묻고 답하고 들어가고 나가는 것도 모르고 무슨 대학이 있겠냐고 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지요. 기본부터 시작합니다. 내 대학생활을 돌아보면 금지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니 머리가 차고 그것이 가슴으로 내려와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어떤 책을 읽느냐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는 자체가 필요한 일이지요. 삶을 바꾸어 놓습니다. 그것이 대학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나도 신기하고 귀를 쫑긋 듣는 그녀도 기특합니다. 자기 선택에 책임지는 젊음, 남의 신세를 지지 않고 스스로 서가는 아름다움이 있는 그녀, 나는 그녀의 그 모습을 그대로 인정해 줍니다. 그녀는 지금도 자기 페이스대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겁없이 자기 계획에 맞추어 까미노를 걷고 내면과 외면을 순례하고 있습니다. 이 까미노처럼 앞으로 그녀의 인생도 그러할 거예요. 가만히 있으면 거기까지지요. 그리고 또 다른 까미노의 만남, 나와의 만남이 있습니다. 사실 모든 길은 거기에서 시작되는 거지요. 언제 어디 길이 아닌 것이 있을 리가요. 모르고 살뿐이지요. 그걸 알려고 이 먼 길을 걸었습니다. ♡♡♡♡♡ 먼 길(문정희) 나의 신 속에 신이 있다 이 먼 길을 내가 걸어오다니 어디에도 아는 길은 없었다 그냥 신을 신고 걸어왔을 뿐 처음 걷기를 배운 날부터 지상과 나 사이에는 신이 있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뒤뚱거리며 여기까지 왔을 뿐 새들은 얼마나 가벼운 신을 신었을까 바람이나 강물은 또 무슨 신을 신었을까 아직도 나무뿌리처럼 지혜롭고 든든하지 못한 나의 발이 살고 있는 신 이제 벗어도 될까, 강가에 앉아 저 물살 같은 자유를 배울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보지만 삶이란 비상을 거부하는 가파른 계단 나 오늘 이 먼 곳에 와 비로소 두려운 이름 신이여! 를 발음해 본다 이리도 간절히 지상을 걷고 싶은 나의 신 속에 신이 살고 있다 ♡♡♡♡♡ 나는 그냥 걸어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걸으면서 만나는 '나'는 그 나가 아닙니다. 삶은 이렇다고, 나는 원래 이런 존재라고, 왜 이제 왔냐고 물어줍니다. 안개로, 바람으로, 비로, 땀으로, 눈물로, 아픔으로, 기쁨으로, 감사로 그렇게 찾아옵니다. 그 모든 것이 다 나이고 하나이더이다. 그리고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깊이 바라보고 햇빛과 구름과 비와 안개와 진흙 속의 까미노를 걸어왔듯이 흔들리지 않고 한걸음씩 갑니다. 그 길의 끝은 '기쁨'과 '감사'이지요. 오늘 하루 걷는걸 멈추겠다고 했는데 종일 마을 주변을 뽈뽈거리고 돌아다녀 한 10km는 더 걸은듯 합니다. 마지막에 등대에 다시 올라갈까 하다 하늘이 너무 흐리고 비가 와 포기하고 반대쪽으로 돌아 파도와 바람 속에 있는 숨겨진 비치를 발견하고 환호했답니다. 시설들이 몰려 있는 반대편 비치와는 달리 인적이 없는 곳이었습니다. 이틀 머무는 동안 석양을 맞이하지 못했지만 바람과 파도로 위로를 받습니다. 참 레스토랑에서 큰 맘 먹고 점심으로 주문한 스페인 갈리시아 문어와 홍합요리, 최고였습니다. 밥 한공기와 김치만 있었으면 더. “내 백성들 가운데는 새를 잡기 위해 그물을 치는 사람처럼 사람을 잡기 위해 덫을 놓는 악인이 있다. 새장에 새가 가득하듯이 그들의 집에는 사기친 물건들이 가득하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세력 있는 부자가 되어  잘먹고 기름이 번질번질하다. 또 그들의 악한 행동에는 끝이 없어서 고아들의 소송 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해 주지 않으며 가난한 자들의 권리를 옹호하지 않는다. 내가 이런 일을 보고서도 어떻게 그들을 벌하지 않겠느냐? 이런 나라에 내가 보복하지 않겠느냐? 이것은 나 여호와의 말이다."(예레미야 5:26-29) 사랑과 정의는 같은 이름입니다. 사람을 잡기 위해 덫을 놓는 악인들, 사기친 물건으로 자기 배를 채우는 그들은 세력있는 부자가 되어 잘 먹고 기름이 번질거립니다. 그들은 소녀의 꿈을 빼앗긴 '위안부' 할머니들의 권리를 내팽겨치고 힘없는 부모들의 하소연에 귀를 닫고 있습니다. 어찌 이들을 두고만 볼 수 있겠습니까? 이들은 조상 대대로 부와 권력을 누리며 나라를 팔아먹었던 자들이고 악한 행동에 끝이 없어 지금도 나라를 팔아먹고 있습니다. : 주님, 저들을 벌하옵소서. 백성들이 눈을 뜨고 저들에게 보복하게 하옵소서!

이름   메일   회원권한임   내용

번호	제 목		이름	첨부	작성일	조회
401	쿠바1일 : 20160613 캐리비안 쿠바		깊은산		2016/06/21	1155
400	20160105(#산티아고 40일 900km) 까미노는		깊은산		2016/06/20	1307
399	20160104(#산티아고 39일 +134.4km) 너의 빛!		깊은산		2016/06/12	1352
398	20160103(#산티아고 38일+105.4km) 왜 걷고 있지?		깊은산		2016/06/01	1459
397	20160102(#산티아고 37일 +95.4km) 나의 끝은?		깊은산		2016/05/26	1320
396	20160101(#산티아고 36일 +54.4km) 가라 했으면		깊은산		2016/05/24	1106
395	20151231(#산티아고 35일 +21km) 걷고 기도하기		깊은산		2016/05/18	1488
394	20151230(#산티아고 34일 0km) 없이 있음.		깊은산		2016/05/11	1367
393	20151229(#산티아고 33일 0km) 조식		깊은산		2016/05/07	1242
392	20151228(#산티아고 32일 20.11km) 조신		깊은산		2016/05/01	1369
391	20151227(#산티아고 31일 39.5km) 조심		깊은산		2016/04/29	1130
390	20151226(#산티아고 30일 68.1km) 어루만지기		깊은산		2016/04/26	1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