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깊은산 (eastsain@gmail.com) 2016/5/1(일) 1005903_1027239357317833_522947739553193608_n.jpg (62KB, DN:52)

20151228(#산티아고 32일 20.11km) 조신   ● 20151228(#산티아고 32일 20.11km) 아르추아 - 뻬드로우초 : 우중보행, 조신 - 몸 살피기 어제 사립 알베르게는 주방에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었는데 일요일이라 슈퍼마켓이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마을을 다 다녀 겨우 냉동식품만 파는 곳을 발견해 냉동 라자냐를 사고 남은 쌀로 밥을 해 라자냐에 비벼 먹으니 2.5유로로 멋진 디너가 되었네요. 아침은 대 도시 아스트로가에서부터 혹시나 들고 온 스페인 라면에 주방에 있던 고추가루까지 뿌려 남은 밥을 든든히 말아 먹었답니다. 역시 라면, 최고입니다. 아, 그런데 어제 그렇게 해가 쨍하더니 드디어 오늘은 출발 전 아침부터 비가 오시네요. 일 주일 만에 빨래했는데 역시 가는 날이 장날입니다. 종잡을 수 없다던 갈리시아의 날씨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우중보행, 드디어 해양성 기후라고 하는 갈리시아 날씨의 진가를 맛봅니다. 이제 정말 산티아고에 다 온 모양이예요. 나를 그냥 맞이하지 않고 성대한 환영식을 해주는 산티아고가 고맙습니다. 삶도 그러하지요. 하지만 오늘도 내일도 나는 내 길을 갑니다. 가지 않으면 거기까지니까요.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좋습니다. 맞고 가면 되니까요. 햇살이 좋은 날이 있으면 비도 반길 수 있습니다. 오늘 걸으면서 가지는 초점은 조신, 몸을 살피기입니다. 이제 산티아고 하루 전입니다. 폭우를 만나면서 30여일의 여정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돌아봅니다. 토론토의 어느 벗이 오목사님은 지금 고행 중이라고 말씀을 하신 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습니다. 내 길이 고행으로 보일 수도 있구나 하구요. 그렇지요. 가만히 있으면 얼마나 편할텐데 30여일 800km를 걷는 것이 고행이라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기록을 세우듯이 800km를 질주해서 며칠 만에 골인했다고도 하고 걷는게 좋아 레저하듯이 걸을 수도 있습니다. 다 그 길 속에서 스스로 만나는 것이 있겠지요. 하나님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은혜를 주시는데 받는 사람들이 다르게 받는 것이니 말입니다. 다행히 다왔다 여기는 순간 그 두렵던 비를 만납니다. 빗속을 걸으니 그간 얼마나 평탄하고 고마운 환경에서 걸었는지 알아집니다. 물론 눈과 얼음 바람을 맞이하면 또 다르겠지요. 쏟아지는 빗속에서 땅만 보고 갑니다. 또 빗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판쵸 우의 속에서 걸어보는 것도 길이고 까미노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어 좋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내 마음, 내 몸을 돌아보는 오롯한 시간입니다. 이렇게 걸음을 떼어야 앞으로 갈 수 있습니다. 주저앉는다고 길이 앞으로 와주지 않고 누가 와서 손을 잡아주지 않지요. 어깨의 짐을 내려놓을 수 없어 힘들고 발을 돌보지 못해 신경이 쓰이지만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힘을 쓰는 일입니다. 비가 잠시 멈춘 사이 동네 낮은 담장에 앉아 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짐도 내려놓지 못하지만 담장이 내 짐과 몸을 받아 안아주어 참 고맙습니다. 이럴 때 천군만마라고 하나 봅니다. 내 몸과 짐을 나누어져 주니 말이지요. 길을 가다 커피가 고파 잠시 숨 돌리러 찾아 온 Bar에 앉아 있다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큰 바람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집니다. 더 쉬었다갈까? 뚫고 갈까? 길에서 이 비를 맞이했다면 어쩔 수 없이 비바람과 걸었을 텐데 잠시 갈등합니다. 1유로에 진한 에스프레소와 피할 곳을 준 Bar가 참 고맙습니다. 그냥 은혜로 잘 받기로 합니다. 그러면서 돌아봅니다. 삶에서 그 무엇을 의지하고 바랄까요? 요행도 기대도 사실은 없습니다. 직면할 뿐입니다.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낮의 해도 밤의 달도 나의 빛이 아니라고 하셨지요. 열두 해 혈루병에 걸렸던 여인은 자기를 고쳐주겠다고 하는 많은 의사들에게 의지하다 재산과 세월만 다 잃어버렸습니다. 그가 예수께 나오자 예수는 그에게 병을 고쳐주겠다고 하지 않습니다. 만일에 그랬다면 예수도 사기꾼이고 장사꾼이었겠지요. 예수는 그에게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가서 건강하게 살라하셨습니다. 그러니 삶에 요행을 바랄 것도 기대할 것도 없습니다. 나의 빛은 당신입니다. 나의 빛은 내 안의 나, 당신입니다. 그런 돌아봄 중에 가만히 머물러 조신, 내 몸을 살핍니다. 소중히 아끼며 살아야지요. 내 몸도 사랑하지 못하고 아끼지 못하는데 무엇을 돌보며 살까요?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셨는데 내 몸을 살펴야 이웃도 살피지요. 많이 미안합니다. 내 몸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성전이라고 하셨으니 하나님이 거하시는 집을 그답게 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성전이 되게 가꿉니다. 비가 오니 이런 여유와 숨 돌림이 있어 감사이네요. 그렇지 않았으면 룰루랄라 신나게 걸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뚜벅뚜벅 40km를 걸어 산티아고 성당 앞에 지금 서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인생길이 그렇듯이 그 앞에 서 있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요? 거기에 도달하면서 만나는 나, 나의 내면과 나를 찾아오는 사랑 안에 있는 것이 순례하는 길, 까미노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산티아고를 20km 남겨 놓은 마지막 마을, 뻬드로우쵸에 도착하자 비가 그쳐주십니다. 문연 알베르게를 찾아 한참 다니는데 마을 입구에 있는 공립 알베르게를 그냥 지나쳐 온 겁니다. '잘 보고 합니다'를 못해 한 시간은 헤매었을 거예요. 알베르게에 도착해 양말을 벗으니 아 어쩌지요. 폭우로 종일 걸으면서 발을 돌보지 못해서인지 아, 님은 가시었습니다. 발톱님께서 이별을 고하십니다. 그리고 해질녘 습관적으로 서쪽 하늘을 바라보자 산티아고 쪽에서 서광이 비추입니다. 탄성이 올라오지요. 와이파이가 안되는 공립 알베르게라 잠시 나와 Bar에 앉아 포스팅합니다. 그래서 이만 오늘은 이만 굿나잇 해야 할 듯요. 여담, 우중보행이라고 했더니 가끔 했던 음주보행이 생각나네요. 둘의 공통점은 미쳐야 갈 수 있는 길입니다. 제정신으로는 안되구요. 어느날 기도와 명상에 취해 사다 놓은 맥주 마시는 걸 잊었다가 낮에 걸으면서 마시니 참 좋아 가끔 낮술을 하고 음주보행을 했지요. 그런 젊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술에 취하지 않으면 세상이 거꾸로 서 있는 듯 어지러웠지요. 한쪽 날개가 잘렸을 때는 그런대로 견딜만 했는데 다른 한쪽 날개마저 잘리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그날, "봄날은 간다"입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은 클릭 하셔도 좋습니다. https://m.facebook.com/notes/%EC%98%A4%EB%8F%99%EC%84%B1/%EB%B4%84%EB%82%A0%EC%9D%80-%EA%B0%84%EB%8B%A42001109/988315987857819 "더 이상 낮의 해가 네 빛이 되지 않을 것이며 밤의 달도 네 빛이 되지 않고 나 여호와가 너의 영원한 빛이 되며 너의 하나님이 네 영광이 될 것이다." (이사야 60:19) 그 무엇을 의지하고 바랄까요? 낮의 해와 밤의 달도 아닙니다. 여호와(I Am)가 나의 영원한 빛이고 영광입니다. : 빛이요 영광으로 나와 함께하시는 주여, 우리를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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